프롤로그 (0)
[네, 그렇습니다. 희대의 아동 성추행 및 강간범 장OO. 오늘 OO교도소에서 출소했습니다. 음주와 심신미약, 이를 재판부에서 인정하여 15년형을 받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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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골목 어귀,
가로등 노란 불빛이 발 아래를 비췄다.
녀석이 출소한 날.
그리고 그의 집 앞.
낮에는 수많은 이들이 이 좁은 골목을 가득 채워 분노가 가득했지만, 저녁에는 한 줌의 원망도 남아있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그리고 익숙하게.
핸드폰 아래 연결된 이어폰을 한쪽을 귀에 끼워 넣었다.
“아담?”
“네.”
“오늘까지 강OO. 모든 검색 기록 열람해 줘.”
“알겠습니다.”
[강OO 출소]
[강간]
[범죄자 인권]
[www.xexkxrea.net]
[사이버 렉카]
[보호관찰]
[OO동 마사지]
[OO동 조건만남]
[OO동 원조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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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에 버젓이 남은 그의 마음.
오늘의
모든 생각 그리고,
내일의 모든 행동.
수많은 기록은
그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앞날을 예측하고 있었다.
“아담?”
“네.”
“이 기록, 모든 커뮤니티에 올려줘.”
“진리에 어긋납니다. 그래도 하시겠습니까?”
“어. 녀석이 나온 건 기회야.”
“···.”
“결국엔···. 잘된 일이 돼야 해.”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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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그 단어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깊고 어두운 곳에서 수많은 짐을 짊어진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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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그들에게 선택받았다.
그리고
나는 세상의 모든 인터넷을 다스리는 신.
‘사이버 갓’이다.
프롤로그 (1)
견고해 보이는 커다란 테이블이 회의실 가운데에 놓여 있다.
“아,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결재가 좀 밀려서···.”
“헤헤, 그럴 수 있죠. 앉으세요.”
급히 들어오는 남자를 마지막으로 회의실 문이 닫힌다.
테이블 위에 놓인 명패는 다섯 개.
각자 제자리를 찾아 앉는다.
서로의 자리가 꽤 멀찍이 떨어져 있었지만,
그들은 고개를 돌려가며 무엇인가 서로 속삭인다.
“저기, 절대자님들. 회의 시작해도 될까요?”
가운데 앉은 누군가의 말에 모두 대화를 멈춘다.
그리고
그의 앞에 놓인 금색 명패에는
『창조자』라는 글씨가 각인되어 있다.
“자. 271호. 넷 호라이즌을 관장하는 신의 이름을 뭐라고 할까요?”
몇몇은 고개를 끄덕인다.
몇몇은 손으로 머리를 긁적인다.
“휴.... 이럴 줄 알았어요. 소피아님. 인간은 그걸 뭐라고 부른다고 하셨죠?”
창조자 왼편에 앉은 한 여자는 자신이 쓰고 있는 안경을 고쳐 쓴다.
그녀의 얼굴은 아무런 표정이 없다.
“인터넷 그리고 사이버, 혹은 네트워크. 이 정도 되겠네요.”
“인터넷···. 사이버···. 네트워크···.”
창조자는 그녀의 말을 앞에 놓인 메모지에 적는다.
“모두 영어네요? 헤헤. 뭐가 제일 나으려나?”
그때, 창조자 오른편에 앉아 있던 남자가 팔짱을 끼며 모두에게 말한다.
“사이버 어때요? 인터넷 갓(GOD)이나 넷 갓은 좀 이상한데? 부르기 편해야 하잖아.”
“헤헤. 저도 데우스님과 같은 생각이에요. 혹시, 반대 의견 없죠?
몇몇은 고개를 끄덕인다.
몇몇은 ‘네’라고 대답한다.
“자. 그럼. 271번 넷 호라이즌을 관장하는 자는 사이버 갓으로 하겠습니다!”
프롤로그 (2)
「넷 호라이즌, 접속 완료.」
열 번째 방문.
여기가 가상의 공간인지
혹은 실체가 있는 공간인지
아니면, 내 망상인지.
아직도 의심스럽다.
빛 한 줌 보이지 않는 공간.
정면에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커다란 스크린이 번쩍였다.
“헤헤. 뭘 그리 긴장해? 얼른 앉아.”
세상의 모든 가상공간 그 자체의 원형.
‘넷 호라이즌’
녀석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스크린 앞에 덩그러니 놓인 의자에 손을 올렸다.
“···.”
쿠션 하나 없어 불편하고 딱딱한 의자.
기력 하나 없이 의자에 몸을 앉혔다.
그러니,
스크린에서 하얀빛을 내는 문장들이 하나씩 나타났다.
「진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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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 9···.」
이 세상을 구원할 9개의 진리다. 그리고.
“자. 마지막 진리, 결정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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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의 물음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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