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변경백은 오거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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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터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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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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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9. 대통령의 고민

DUMMY

039. 대통령의 고민






*



청와대.


위성에서 찍은 영상은 방해 마법 때문에 군데군데 끊기고 화질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5서클의 흑마법사가 패배하고 물러난 건 확실했다.


흑마마법사가 사라지고 다음에 이어지는 야한 장면에 바로 영상이 꺼졌다.


탁.


불이 켜지고 동공이 빛에 익숙해지자, 대통령 박상화(여. 56)가 말했다.


“흑마법사 지영수가 패배했습니다. 그렇다면 그르누이라는 자는 적어도 5서클 이상이라는 뜻이겠죠?”


박상화 대통령의 말에 국정원장이 보고서를 살피며 말했다.


“삼도수군통제사(여해)가 전해주는 보고에는 그자의 경지가 적혀있지 않습니다. 그저 부산의 변경백으로 임명해달라는 게 전부라···.”


김한남이 계속 한국 여자들을 납치해서, 여해의 부탁이 반가웠던 정부였다.


지지율의 절대다수가 여성인 정권이라서, 여자만을 납치하고 잔인하게 죽이는 김한남의 존재는 필요악일 뿐이다.


대체할 상대가 나타나면 언제라도 자리를 바꿀 수 있는.


어차피 흑마법사.


모습만 인간일 뿐, 같은 인간이 아니다.


“지영수는요?”

“자기 영지로 돌아갔습니다.”


지영수는 울릉도와 독도를 영지로 가졌다.


울릉도는 개들의 영역이고 독도는 고양이의 영역이다.


지영수 덕분에 동쪽으로 우회해서 오는 해적들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가끔 강원도와 서울 근처에 나타나, 사람들을 잡아먹는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선거 며칠 전에 나타나면 재앙이 따로 없다.


저번 정권도 그래서 정권을 연장하지 못했다.


그래서. 박상화는 비밀리에 범죄자들을 빼돌려 공물로 바쳤다.


마음 같아서는 야당의 지역구를 습격하기를 요청하고 싶었지만, 그러다가 밝혀지면 너무 리스크가 크기에 시도하지 않았다.


아직은.


박상화는 그동안 여해·김한남·지영수를 잘 이용해서 재선에도 승리했다.


박상화는 보고서에 박힌 그르누이의 얼굴을 유심히 보았다.


메텔란인 특유의 검정 머리카락과 일반 백인과는 다른 흰색 피부와 한국인 같은 검은 눈동자.


그리고. 여해처럼 마법사여서 잘생겼다.


‘한번 안아봤으면 좋겠군. 제법 힘을 잘 쓸 것 같네.’


박상화의 몸이 근질거렸다.


중년과 노년 사이의 나이지만, 포션으로 30대의 몸을 가져서 성욕이 왕성하다.


그녀는 보고서를 대충 넘겨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별다른 정보가 없군요. 아는 건 이름뿐이고 서클은커녕 나이도 모르네요.”

“예. 블랙 요원들이 메텔란 행성에서 활동하지만, 마탑으로 접근은 불가능합니다. 현지인들도 큰 도움은 안 되고···.”


메텔란인들은 특유의 오만함으로 지구인 출신을 깔본다.


메텔란 행성 곳곳에 창녀나 용병으로 위장한 세계 각국의 요원들이 활동 중이다.


지구와의 시간차로 시간에 쪼들리지 않고 활동하지만, 완벽한 신분제 세계라서 거리에서 고급 정보를 얻기는 힘들었다.


그래도. 간간이 전해오는 평범한 정보만 해도 큰 도움이 되었다.


박상화 대통령은 사진을 뚫어지게 보았다.


“그자에게 사람을 보낼까? 우리에게 협조하게?”


적지 않은 메텔란인들이 돈과 여자로 포섭되었다.


“각하. 죄송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마법사는 포섭하기가 불가능합니다. 당장 포션 몇 개만 만들어 팔아도 저희가 줄 수 있는 금액을 훨씬 상회합니다.”

“끄응. 아쉬울 게 없는 존재군요.”

“예. 애초에 저희 인간들을 먹잇감이나 열등한 동물로 보니···.”


마법사와의 거래는 모든 국가의 희망이다.


하급 포션 하나만 받아도 수백 배의 가격으로 되팔 수가 있다.


상급 포션은 치료와 젊음뿐만이 아니라 수명도 연장해 주기에, 억만장자들이 모두 눈을 붉히며 기다리고 있다.


그런 마법사의 효용 때문에 토르데시야스 열도(옛 일본열도의 새 이름)에 대한 전 지구적인 공격도 아예 사라졌다.


해적들에게 침략당하는 한국, 중국 같은 나라도 지리적 이점을 살려 어떻게든 왕국들과 거래를 하려고 힘쓴다.


특히나 한국은 위치가 좋다.


마법사나 메텔란인들도 모노리스가 있는 토르데시야스 열도 근처에서 활동하기를 원하기에, 바다는 해적으로 어지럽지만 한편으로는 부귀함으로 넘친다.






회의는 계속 이어졌다.


회의실을 메운 많은 사람이 있었지만, 모든 설명은 국정원장이 했다.


국가 정책으로 고위급은 모두 여자만이 가능하기에, 많은 수가 머릿수를 채우는 용도일 뿐이다.


그나마 국정원장은 여자지만 유능하기에 어떻게든 정보를 취합했고, 또 그나마 유능한 여자들을 모았기에 지금까지는 단체가 유지되었다.


박상화 대통령이 물었다.


“이번에는 포션을 얼마나 받았죠?”


국정원장이 차트를 살폈다.


“아르카 왕국에서 D급 포션 4개와 C급 5개를 받았습니다.”


포션 9개에 한국의 기업들은 어마어마한 양의 식칼·휴지·곡물·소주 등을 보냈다.


무역선은 대마도를 거쳐 주고쿠 지역의 아르카 왕국으로 떠났다.


해적선의 위협이 있기에 서해의 해군 구축함이 호위했다.


“무사히 도착했죠?”

“예. 연락을 받았습니다.”

“휴우.”


박상화 대통령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제주도의 해적은 오키나와 해적만큼 거칠고 강했다.


가끔 마법사가 나타나는데, 금지마법으로 화약의 사용을 멈춰버린다.


그러면. 마법이 풀릴 때까지 화살과 창검으로 등선하는 놈들을 죽여야 한다.


화약이 필요 없는 소총도 만들어졌지만, 비용도 비싸고 다시 금지마법을 부리면 무용지물이다.


금지마법은 지구에서 흔하게 쓰이는 마법이다.


“다행이네요. 저번에 지시 내린 다른 왕국과의 거래는 어떻게 되었죠?”


국정원장은 노트북으로 자료를 뒤졌다.


“예. 대통령님. 다른 왕국도 시도중입니다. 하지만 아직 대전쟁이 끝난 지 10년이 겨우 끝난 상태라서, 거래를 트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주변의 왕국들은 모두 아르카 왕국에서 공급받기에 당장은 불편함이 없을 것 같은데···.”

“응?”


국정원장은 뿔테 안경을 고쳐 쓰며 대통령을 보았다.


“미국에서 그루나·마루스 왕국에 접근 중입니다.”

“뭐? 미국? 아아! 시발!”


박상화 대통령의 욕설에 직원들이 깜짝 놀라며 눈치를 보았다.


그 모습에 박상화는 내심 속으로 욕했다.


‘시발. 병신같은 년들. 하아. 그냥 능력껏 뽑고 싶은데··· 그러면 지지율이 내려가겠지? 저년들도 짤리면 밖에 나가서 억울하다고 생쇼를 할 거고. 아아. 남자 마렵다.’


“미국에서?”

“예.”

“하긴. 이렇게 꿀 빠는 무역을 미국이 포기할 리가 없지.”


토호쿠 지방의 그루나 왕국과 간토 지방의 마루스 왕국은 위치상 태평양에 인접해 있다.


미국 입장에서도 탐이 날 만하다.


지금까지 참은 게 신기할 정도다.


“그래서?”

“아직 두 왕국에서 그렇다 할 반응은 없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올해부터는 저희에게 농산물이나 육류 등을 수출하지 않아서··· 다음번 아르카 왕국과의 무역의 양이 줄어들 걸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잘못하면 아르카 왕국에서 거래처를 바꿀지도 모릅니다.”

“안돼!”


탕탕.


박상화는 강하게 책상을 두들겼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이제 겨우 기회를 잡았는데··· 이미 반도체 기술도 넘어갔고, 자동차도 망했는데··· 남은 건 토르데시야스와의 무역뿐이야! 중간무역 실패하면 너나 나나 다 죽는 거야! 알아!”

“예. 알고 있습니다.”

“경제부총리에게 중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게 해야겠군.”

“예.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하아.”


박상화는 답답한 듯 유리컵을 잡고 냉수를 원샷 때렸다.


꿀꺽꿀꺽.


뜨거운 목구멍을 식혀주는 차가운 감촉이 냉정을 되찾게 했다.


“하아. 마법사 한 명만 우리 편으로 돌리면 최곤데. 시발. 김한남 새끼. 좆같은 한남 새끼. 그놈이 포션을 만들 줄 알면 얼마나 좋아. 시발. 흑마법사는 도움이 안 돼.”


시정잡배 같은 소리에 사람들은 익숙한지 그렇게 놀라지 않았다.


그저 욕설이 그치기를 잠자코 기다릴 뿐이었다.


흑마법사는 포션·힐링 같은 회복 마법을 쓰지 못한다.


그저. 자신과 마력이 이어진 권속들을 치료하는 게 전부다.


툭툭.


박상화 대통령은 손가락으로 컵을 툭툭 치면서 작게 말했다.


“미국을 우리가 어떻게 할 수는 없지. 예전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강대국이야. 국정원장. 일단은 변경백 축하 사절로 동래에 사람을 보내서 한번 제안해 봐요.”

“예. 제가 직접 가겠습니다.”


그 말에 박상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거래만 되면 더 이상 아르카 왕국에 목맬 필요가 없으니. 그러면 해적 걱정도 없고 좋을 텐데. 하아. 시발.”


회의는 대통령의 한탄과 그걸 달래는 국정원장, 멍청하게 보기만 하는 허수아비의 모습으로 끝났다.






동래성.


지영수가 떠난 지도 3일지 지났다.


6명 남은 용병단과 오빈 15명, 여자 30명이 다였다.


용병 대장들은 여자들을 나누어 성 곳곳을 치우고 정리했다.


오물이 덕지덕지 붙은 곳은 클린 마법으로 청소하고, 그렇게 3일이 지나자 성안에서는 더 이상 악취가 나오지 않았다.


여자들도 제법 적응했는지, 별다른 반항 없이 명령에 충실했다.


“응?”


성에 올라 넓은 시야로 바다를 보자 판옥선이 보였다.


그리고. 한 남자가 공중에 뜨더니 이곳으로 날아왔다.


10분 후.


차착.


성에 내려온 여해가 싱긋 웃으며 나를 툭툭 쳤다.


“지영수를 물리쳤다고 들었네. 사실인가?”


순간 분노가 치밀었다.


“이 시발놈!”


채앵.


베르반이 단번에 여해를 베었다.


하지만. 빌어먹을 실드가 딱딱하게 막았다.


김한남의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도였다.


탕. 탕. 타탕.


실드의 한 점을 계속 검끝으로 부딪혔지만, 여해는 김한남과 차원이 다른 강자.


그는 가만히 내가 분이 풀릴 때까지 검을 휘두르게 내버려 두었다.


“역시 2서클. 혹시나 자네가 5서클로 각성한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군.”


탕. 탕.

챙.


검이 바닥에 꽂혔다.


“헉헉. 시발. 헉헉. 거짓말쟁이 새끼.”


여해는 거짓말쟁이라는 말에 고개를 흔들었다.


“나는 거짓말을 한 적이 없어. 자세히 말하지 않은 것뿐이지. 그나저나 진짜 어떻게 물리친 건가? 그녀의 노예가 된 건가?”

“아니.”

“그러면?”

“네가 알 것 없어. 씹탱아.”

“후후. 화가 많이 난 것 같군.”


순간 여유만만한 여해의 모습에 의문이 일었다.


“너는 왜 그녀에게 안 죽었지? 부산을 오가다가 한번은 마주쳤을 텐데?”


내 말에 여해는 별다른 비밀이 아니라는 듯 말했다.


“일단은 김한남을 건드리지 않았고, 가끔 그녀에게 포션을 주었네.”

“포션?”

“그래. 들개나 들고양이들을 치료하는 데 필요하거든.”


여해가 의아한 내 눈빛을 보고 바로 의문점을 해소시켜 주었다.


“모든 개와 고양이가 그녀의 권속이 아니야. 아무리 5서클이라도 한계 없이 권속을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그게 가능했으면 한국은 이미 그녀의 손에 들어왔을걸세.”

“으음.”

“그나저나 어떻게 물리쳤나?”

“알 것 없다니까. 좆밥 새끼야.”

“하아. 좀 가르쳐 달라니까.”


여해는 궁금증에 계속 내게 물었지만, 나는 그 안달 난 모습이 즐거워 입을 다물었다.


시발놈. 이렇게라도 갈궈야지.


“그래. 그게 궁금해서 온 거야?”


답 듣기를 포기한 여해가 슬며시 웃었다.


“손님을 데려왔어.”

“손님?”


우우웅.


여해의 인벤토리가 한 여자를 토해냈다.


검은색 뿔테를 쓴 여자의 배가 오르고 내리는 모습으로, 그녀가 살아있다는 걸 알았다.


“여자?”




고맙습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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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041. 복수 24.09.18 6 0 13쪽
40 040. 최초의 백성 24.09.17 8 0 12쪽
» 039. 대통령의 고민 24.09.16 10 0 12쪽
38 038. 동료를 제안하다. 24.09.15 9 0 12쪽
37 037. 5서클 흑마법사 24.09.14 13 0 12쪽
36 036. 대치하다. 24.09.13 12 0 12쪽
35 035. 흑마법사 김한남 24.09.12 18 0 12쪽
34 034. 동래성 24.09.11 19 0 12쪽
33 033. 권능 24.09.10 16 0 12쪽
32 032. 여해(汝諧) 24.09.09 20 0 12쪽
31 031. 지구로 24.09.08 17 0 12쪽
30 030. 찌르레기 용병단 24.09.08 21 0 12쪽
29 29. 자비(慈悲) 24.09.08 20 0 12쪽
28 028. 마공의 비밀 24.09.07 25 0 12쪽
27 027. 흑미륵마공 24.09.07 23 0 12쪽
26 026. 시술 24.09.07 24 0 12쪽
25 025. 정령사 줄리아 24.09.06 24 0 12쪽
24 024. 운명과 숙명 24.09.06 28 0 12쪽
23 023. 클레어 바이블 24.09.06 28 0 12쪽
22 022. 냄새(그르누이) 24.09.05 32 0 12쪽
21 021. 처음이자 마지막 마법 24.09.05 30 0 12쪽
20 020. 승리 24.09.05 31 0 12쪽
19 019. 혜영의 세상(3) 24.09.04 30 0 13쪽
18 018. 혜영의 세상(2) 24.09.04 34 0 12쪽
17 017. 혜영의 세상(1) 24.09.04 39 0 13쪽
16 016. 혜영과 와이얼드 24.09.03 39 0 12쪽
15 015. 검이 심장을 뚫다. 24.09.03 37 0 12쪽
14 014. 와이얼드와 대결하다. 24.09.03 44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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