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변경백은 오거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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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터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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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4. 동래성

DUMMY

034. 동래성






*



한국. 통영. 한산도.


줄리아가 태어난 땅은 공기부터가 남달랐다.


“공기 한번 더럽군. 폐가 썩는 것 같군.”

“매연, 중국 미세먼지··· 뭐. 그런 거지. 나도 처음에는 고생 좀 했어.”

“열도는 그나마 나았는데···.”


여해의 공간이동 마법을 통해서 바로 한산도의 마법진으로 이동했다.


이미 지구 곳곳에 공간이동 좌표가 만들어졌기에, 마법사들은 마음만 먹으면 지구 어디든지 이동할 수 있다.


물론. 공간이동 방해마법이 설치된 곳이나, 사람이 많이 지나가는 곳에 이동하면 몸이 겹쳐서 죽을지도 모르지만.


마법사들은 그걸 방지하기 위해 공간이동 마법을 발전시켜서, 적어도 몸이 겹쳐서 죽지는 않는다.


이렇게 이동 장소에 마법진이 있으면, 도착할 때의 마력 소모도 적고 안전하다.


우우웅.


마법진은 허락한 여해의 마력을 반기며 계속 빛을 번쩍였다.


허락되지 않은 마력이 탐지되면 공간 왜곡이 일어나 지구의 아무 곳으로 이동된다.


그곳이 사막일 수도 있고, 심해의 한곳일 수도 있다.


“그냥. 부산으로 이동 시켜주지?”


내 말에 여해가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공간이동마법이 그렇게 쉬운 게 아니야. 내 전문 마법도 아니고. 여기에 마법진이 있어서 그나마 이동한 거지.”


마법진의 빛이 꺼지자, 우리를 둘러싼 사람들이 보였다.


활과 창을 겨누는 살구색 피부의 한국인.


흰색과 검정이 어우러진 조금 촌스러운 복장이 우스웠다.


곧. 그들은 여해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무기를 내리고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충(忠)!””


여해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병사들을 보았다.


“나 없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


병사 중에 가장 검게 탄 피부의 남자가 말했다.


“아닙니다. 근무 중 이상 없습니다.”

“그래. 그럼 볼일 보도록. ”

“충!”


병사들이 물러나자 여해는 우리에게 손짓하며 제승당(制勝堂)으로 걸었다.


그를 따라 제승당에 도착하자 확 트인 바다가 보였다.


“와아!”


태어나서 바다를 보는 건 처음이다.


줄리아와 다른 용병대장들은 익숙한지 별로 놀라지 않았지만, 만프레드는 나처럼 입을 딱 벌렸다.


“주군. 물비린내가 나는 강과는 다르게 소금 냄새가 납니다.”

“오오. 바닷물은 짜다고 하더군.”


여러 작은 섬들과 그 섬에 자라는 색다른 나무들.


소담하고 작은 마을 같은 풍경이 제법 풍미가 있었다.


빵빵.


“!”


제승당 밖으로 나가자 마력폰으로 보았던, 버스라는 철로 된 수레가 검은 길을 따라 움직이는 게 보였다.


엔진이라는 것으로 움직이는데, 엉덩이 부분의 막대에서 검은 연기가 나왔다.


보기만 해도 더럽고 역겹다.


‘문명.’


지구의 문명은 용병들의 수다를 통해서 메텔란 행성인들 대부분이 알고 있다.


‘철로 된 말이 있고, 철로 된 새가 날아다니더라’ 같은.


하지만. 기본적으로 지구에 대한 기본 인식은 메텔란 행성의 식민지.


하루 먹고 살기 힘든 일반인들에게는 그것으로 호기심은 끝이다.


빵빵.


시끌시끌.


‘짜증 나는군.’


소음과 매연.


바다를 본 좋은 기분이 다 날아갔다.


여해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누고, 한동안 통영을 돌아다니며 사람을 보고 음식을 먹고 TV도 보았다.


사람들은 우리들의 모습에 적당히 경계했지만, 어느 정도 익숙하다는 듯이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3일 후.


새 문명의 자극은 그걸로 끝이 났다.


용병들이야 시큰둥하고 나와 만프레드만 좋았다.


“토르켈. 너는 이곳에 온 적이 있어?”

“아니. 하지만 중국이나 부산을 약탈한 적이 있어. 또 한국 용병으로 1년 넘게 머무른 적도 있고.”


용병. 해적질···.

약탈, 살인, 강간···.


토르 용병단은 제법 화려하게 동아시아를 누볐다.


“그런데. 신기하기는 하네.”

“응?”


폴리드가 히죽거리며 사람들을 손가락질했다.


“옷을 봐. 100년 전의 조선시대 한복이야. 아이는 댕기 머리를 하고, 어른들은 상투를 틀었어. 하하. 그나마 다른 건 한국 본토와 다를 건 없는데··· 웃기네.”

“그래?”


확실히 골반 레깅스를 입고 돌아다니는 줄리아가 뻘쭘할 정도로 몸을 가린 복장이다.


여름에는 쪄 죽을 것 같은 답답한 복장.


그래도 얼굴에 생기가 있는 게, 사는 것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 모양이다.


부산이나 다른 해안은 난리가 났다는데.


“컨셉 한번 오지네.”


줄리아는 진절머리를 치며 고개를 흔들었다.


작은 도시라서 더 이상 구경할 것도 없다.






다음날. 한산정(閑山亭).


슈웅.


팍.


과녁에 그려진 호랑이의 인중에 화살이 박혔다.


“관중이오!”


병사가 깃발을 흔들며 크게 소리쳤다.


활을 쥔 팔을 내린 여해가 나를 보았다.


나는 왼손으로 국궁을 잡고는 화살을 걸고 시위를 당겼다.


지이익.


엄지손가락에 걸은 깍지가 손가락으로 당길 때보다 힘의 피로를 줄였다.


툭.


슈웅.


팍.


화살이 과녁 모퉁이에 박히자, 병사가 과녁을 힐끔 보고는 다시 과녁 뒤로 돌아갔다.


창피함에 얼굴이 조금 화끈거렸다.


“하하. 그르누이. 연습 좀 더 해야겠어.”

“흥.”


마력을 사용했다면 관중 시킬 수 있었겠지만, 여해도 마력을 사용하지 않았기에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그동안 지식을 다운받기만 하고 제대로 활용하지 않았다.


깍지를 그에게 돌려줬다.


“답답해. 연사하기도 힘들고.”


여해는 깍지를 돌려받고는 웃었다.


“하하. 흑미륵마공을 익힌 자네이니 손수 근력만으로도 손가락을 보호하는 깍지 따위는 필요 없겠지.”

“흥.”


활쏘기는 확실히 재미있다.


작은 활인데도 휘어지는 탄성이 커서 사정거리와 관통하는 힘이 크다.


“그만하자.”

“그래. 다음에 또 하세.”






오후에 100척의 판옥선이 한산도를 벗어나 동쪽으로 이동했다.


노꾼들은 앓는 소리를 내면서도, 불끈거리는 근육은 강철처럼 단단했다.


처음 타보는 배지만 다행히 멀미는 일지 않았다.


“발포하라!”


쾅!

콰쾅!


천자총통에서 나온 포탄이 간간이 보이는 해적선을 부수었다.


“사. 살려줘!”

“우웩.”


바다에 빠진 해적들은 가진 여러 피부만큼, 다양한 언어로 죽어갔다.


메텔란 출신의 해적도 보이고, 중국인이나 필리핀인, 심지어는 북한인도 보였다.


살아남은 몇몇 해적들이 뭍으로 올라가자.


“매직 미사일!”


퓨퓩.


퍼억.


“크아아!”


수백 개의 널찍한 막대가 해적들의 등을 꼬챙이처럼 꽂았다.


“!”


매직 미사일은 여해의 장기 마법이다.


파이어볼이나 다른 공격 마법 대신에 오직 이 하나만을 갈고 닦았기에, 정확도와 파괴력이 남달랐다.


‘막대마다 실리는 마력의 양과 순도가 다르다.’


마력이 약한 건 약한 해적에게, 강한 건 그만큼의 상대를 가격했다.


‘아주 효율적이다. 또 능숙하다. 그때 나하고 싸웠다면···.’


막대 하나하나가 검과 같다.


그렇다면 수백 명의 검사와 싸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


검(劍)들은 직선과 곡선을 그리며 무공의 초식처럼 고기를 다졌다.


꿀꺽.


‘이게 마법의 힘.’


일반마법사는 무공을 사용하는 전투마법사보다 약하다는 생각이 수정되었다.


‘저건 하나의 무공과 다르지 않아. 파이어볼이나 다른 공격 마법도··· 그래. 무공 자체가 마법이잖아.’


“이겼다!”

““오오오!””


그렇게 바다 곳곳에 숨은 해적들을 처리한 배는, 다음날 부산항에서 멈췄다.


여해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철제와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세상을 노려보았다.


항구에는 제법 많은 배들이 보였지만 모두 버려져 녹이 슬어있었고, 목재로 만든 배들도 보였는데 해적선 같았다.


해적선에 사람이 없는 걸 보아, 함대의 소문이 돌아 도망친 모양이다.


항구에 배를 정박하고 모두 내렸다.


병사들은 주변을 경계하며 적당히 휴식을 취했다.


1시간 후.


여해가 말했다.


“나는 돌아가겠어. 자네는 이대로 동래성으로 가게. 거기에 흑마법사 본진이 있으니까.”

“크큭. 이제부터 내가 부산 변경백인가?”

“하하. 이미 조정(정부)에서도 허락이 떨어졌어. 이제 부산은 자네의 영지야. 생살여탈권(生殺與奪權)부터 모든 게 자네 것이야. 그럼. 건투를 빌지.”


여해는 병장기와 식량, 지도와 자기 팔 두 개를 잘라주고는 배를 타고 사라졌다.


“산이 많군요.”


만프레드가 질린다는 듯이 주변을 보았다.


한국은 동쪽에 산이 많다.


오거 출신인 나는 이런 풍경이 좋았지만, 말을 타는 기사들은 평지를 좋아하지, 이런 산지는 내키지 않아 한다.


그래도 만프레드의 눈빛이 밝고 뚜렷했다.


내가 변경백이 되어 자연스럽게 다시 기사가 된 사실이 좋은 모양이다.


우우웅.


인벤토리를 열어 팔 등을 넣고, 가사 상태인 용병들을 꺼냈다.


철퍽.

풍덩.


얕은 바다에 빠진 용병들은 바로 정신을 차리며 허우적거렸다.


“빨리 올라와!”

“2번대 모여!”

“3번대!”


대장들의 우렁찬 소리에 용병들이 허겁지겁 달려와 대열을 이루었다.


허리에 찬 단검.

등에 멘 둥근 방패.

2미터 길이의 창.

뒷줄의 석궁병.


솔직히 지구의 소총이나 박격포 같은 걸로 무장하고 싶었지만, 금지마법 하나면 모두 쓸모없어진다.


화약에 대한 금지는 냉병기에 대한 금지보다 훨씬 마력 소모가 적다.


당장 활을 쓰지 못하게 하려면 중력부터 많은 것을 간섭해야 한다.


오빈들은 꺼내지 않았다.


성노예로 팔릴 물건이라서 전투력을 학습하지 못했다.


성을 접수하고 차근차근 사용할 요량이다.


“단장. 모두 마쳤어.”

“나도.”

“3번대도.”


물에 빠진 용병들은 낯선 환경에 잠시 혼란스러워했지만 이내 적응했다.


“토르켈. 폴리드. 베켐프. 이곳 지리는 잘 알지? 줄리아도?”

““응.””

“응. 오빠.”

“그러면 지도를 볼 필요는 없겠군. 모두 이동.”

““오오!””


찌르레기 용병단의 깃발이 항구에서 벗어나 검은색 아스팔트 길을 따라 이동했다.






“키케케!”

“키코킥케!”


퓨퓻.


석궁병들이 능숙하게 고블린의 몸뚱이에 볼트를 박았다.


병진 근처에 접근한 고블린은 방패에 막히고, 방패 사이에서 찌르는 창에 꿰뚫렸다.


이제 겨우 초량역을 지났는데, 고블린들이 장난이 아니게 달려들었다.


벌써 100마리 넘게 죽였다.


가끔 오크와 트롤같은 몬스터까지 나타나 용병단들을 보며 입맛을 다셨지만, 마력을 분출하자 바로 도망쳤다.


지하철에도 들어가 보았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고, 몬스터의 분변 냄새가 진동했다.


고블린 암컷은 토끼와 비슷하다.


교배하면서 배란하기에 짝짓기는 100%의 임신으로 이어진다(자극배란).


또. 2개의 자궁과 질을 가지고 있어서 임신 중에도 짝짓기하고 따로 임신한다.


임신 기간도 한 달이고, 또 한 번에 2~3마리씩 낳는다.


그렇게 태어나 1년이면 성체가 되기에 고블린은 약하지만 가장 번성한 몬스터다.


고블린은 몬스터 먹이사슬의 뿌리로, 고블린이 존재하기에 그것을 잡아먹는 오크와 오크를 잡아먹는 트롤, 오거 같은 대형 몬스터가 존재할 수 있다.


저벅저벅.


간간이 인간의 뼈로 보이는 시체가 보였다.


그렇게 계속 길을 따라 동북쪽으로 이동하자 동래구가 보였다.


“와아.”

“미친.”


나무마다 못 박혀 널어진 시체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감탄이 나왔다.


“대단하군.”


그런 시체는 수백 개가 넘었는데, 가끔은 몬스터의 것도 보였다.


눈에 보이는 커다란 성이 아니라도, 이곳이 흑마법사의 영지라는 것이 느껴졌다.


동래성.


원래는 작은 성이었는데, 흑마법사가 주변의 건물들을 다 허물고 커다랗게 증축했다.


어디서 물을 끌어왔는지 해자까지 만들어져 일반 해적이나 몬스터들이 공략하기 힘들어 보였다.


저벅저벅.


해자 근처까지 이르자 성벽 위에서 소리가 들렸다.


“누구지? 해적들인가?”


성벽 위에서 얼굴을 드러낸 남자는 정보대로 한국인이다.


나는 그의 작은 체구를 올려다보며 크게 말했다.


“나는 이곳 변경백인 그르누이다. 어서 문을 열고 맞아라.”

“변경백?”

“그래!”

“······.”


흑마법사는 잠시 말문이 막혀 침묵하더니 이내 피식 웃었다.


“토사구팽인가? 이곳을 줄 때는 언제고··· 이제는 꺼지라고? 키키킥.”


살인마의 번들거리는 눈빛이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고맙습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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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038. 동료를 제안하다. 24.09.15 7 0 12쪽
37 037. 5서클 흑마법사 24.09.14 11 0 12쪽
36 036. 대치하다. 24.09.13 10 0 12쪽
35 035. 흑마법사 김한남 24.09.12 16 0 12쪽
» 034. 동래성 24.09.11 18 0 12쪽
33 033. 권능 24.09.10 15 0 12쪽
32 032. 여해(汝諧) 24.09.09 17 0 12쪽
31 031. 지구로 24.09.08 15 0 12쪽
30 030. 찌르레기 용병단 24.09.08 19 0 12쪽
29 29. 자비(慈悲) 24.09.08 18 0 12쪽
28 028. 마공의 비밀 24.09.07 22 0 12쪽
27 027. 흑미륵마공 24.09.07 21 0 12쪽
26 026. 시술 24.09.07 20 0 12쪽
25 025. 정령사 줄리아 24.09.06 19 0 12쪽
24 024. 운명과 숙명 24.09.06 24 0 12쪽
23 023. 클레어 바이블 24.09.06 24 0 12쪽
22 022. 냄새(그르누이) 24.09.05 27 0 12쪽
21 021. 처음이자 마지막 마법 24.09.05 25 0 12쪽
20 020. 승리 24.09.05 26 0 12쪽
19 019. 혜영의 세상(3) 24.09.04 26 0 13쪽
18 018. 혜영의 세상(2) 24.09.04 29 0 12쪽
17 017. 혜영의 세상(1) 24.09.04 35 0 13쪽
16 016. 혜영과 와이얼드 24.09.03 3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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