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변경백은 오거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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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터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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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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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 베일 백작의 결혼식

DUMMY

042. 베일 백작의 결혼식






*



“끄으으! 주. 죽여줘. 제발.”

“죽여. 제발.”

“개 같은. 으윽.”


줄리아는 나머지 3명은 대화 한번 하지 않고 하나씩 정성을 들여 도축했다.


비명과 울음.

목숨의 구걸.


살려달라는 소리가 죽여달라는 소리로 변해도 손길이 멈추지 않았다.


농부가 무미건조하게 하루 일을 하는 것처럼, 하기 귀찮지만 해야 하는 일을 하듯이 기계적으로 해치웠다.


우적우적.

꿀~꺽.


“아아. 배부르다. 더 이상 못 먹겠네.”


마력이 바닥이 났다.


이제는 힐링도 할 수 없다.


도축 당한 고기들을 인벤토리에 넣자 줄리아가 달려와 안겼다.


“오빠.”

“이제 다 끝났어?”

“응.”


그녀를 보자 달라진 정신이 보였다.


정령의 냄새도 조금 더 짙어졌다.


해가 기울어 노을을 만들자 모든 게 끝났다.


붉은 하늘 때문인지 줄리아의 얼굴이 뜨겁게 달구어져 있었다.


“오빠. 하자. 하고 싶어.”

“오오. 네가 웬일이야?”


언제나 내가 달려들었는데, 그녀의 잔뜩 뜨거워진 몸으로 내게 매달렸다.


나는 수하들에게 널브러진 고기 찌꺼기를 성밖에 버리게 하고는 줄리아를 안고 영주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3시간 동안 뜨거운 몸을 더 뜨겁게 만들었다.


“안아줘! 더 세게!”

“그래.”


인간의 짝짓기는 몬스터보다 훨씬 좋다.


오가는 감촉과 감정이 계속 나를 즐겁게 만든다.


훌륭한 짝짓기는 단지 출산을 위한 것만이 아닌, 마음을 안정시키고 영혼까지 위로한다.


그렇게 몸과 마음을 부드럽게 만들자 줄리아는 기절하듯 잠들었다.


살며시 이불을 덮어주고는 옷을 입고 나갔다.


나가자 욕구 불만의 용병 대장들이 툴툴거리며 나를 훑어보았다.


토르켈이 대표로 내게 말했다.


“단장.”

“응?”

“이제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지? 그대로 용병단이야, 아니면 백작가의 기사야?”


변경백이 되고 영지가 생겼다.


영지민이 20명밖에 되지 않았지만, 노예를 사고 모집하면 충분히 채울 수 있다.


부산 정도의 영지면 백작가라고 부르기는 조금 작지만, 그래도 따뜻하고 바다가 접하기에 충분히 매력적이다.


산이 많아서 농작물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지만, 어차피 마법사가 주인이기에

의미가 없다.


나는 느긋하게 줄리아의 엉덩이 감촉을 떠올리며 용병들을 보았다.


만프레드야 자신이 다시 기사가 된다는 사실에 기뻐서 눈물을 흘리려고 했다.


“토르켈. 폴리드. 베켐프.”

““???””


나는 웃음기를 뺀 눈으로 보았다.


“너희들이 선택해. 5년 용병으로 복무하고 떠나던가, 아니면 지금 기사가 되어서 평생 나의 수하가 되던가. 선택해. 어차피 고향에는 미련이 없잖아. 아는 사람도 없고. 뭐. 지금 곤란하면 선택할 시간을 줄까?”

“아닙니다.”

“?”


의외로 답은 바로 정해졌다.


줄리아의 교성을 들은 3시간 동안, 자기들끼리 의논을 한 모양이다.


폴리드가 싱긋 웃으며 무릎을 꿇었다.


“저 폴리드는 그르누이 백작님에게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토르켈이 흠칫 놀라며 폴리드를 노려보았다.


“이. 새끼가. 내가 먼저 해야지! 아아. 저 토르켈도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저 베켐프도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저 만프레드. 그르누이 백작님에게 충성을 바칩니다. 저를 버리신다면 목숨을 끊겠습니다.”


무릎 꿇은 4명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저들의 입장에서도 비록 지구지만, 영지에 소속된 기사가 되는 게 이롭다.


기사 출신이라도, S급 용병이라도 아무나 귀족이 될 수는 없다.


왕실이나 귀족의 핏줄이던가 마법사·정령사가 아닌 이상, 영지를 가져도 귀족으로 잘 인정해 주지 않는다.


오히려 분노를 사서 공격당하기 딱 좋다.


“그래. 허락한다.”


스릉.


검을 꺼내어 각자의 양 어깨에 한 번씩 댔다.


4명은 내 검에 입을 맞추며 충성을 말했다.


인간의 약속은 마법사보다 신용이 없지만, 적어도 이들의 맹세에서 강한 마음이 느껴졌다.


그 때문인지 나의 마음도 인간처럼 약간 벅찼다.


“일어나. 한 번도 용병질 못해서 아쉽지만, 찌르레기 용병단은 오늘로 해산이다. 나는 그르누이 베일 백작. 내게 충성을 다해라. 아니면 잡아먹겠다.”

““충!””


기사들이 우렁차게 소리쳤다.


그르누이 베일.


베르반과 일리아를 합쳐서 ‘베일’이라는 성을 만들었다.


거꾸로도 해보았는데 단어의 느낌이 이상해서 ‘베일’로 정했다.


“줄리아! 너도 이제 베일 백작 부인이야! 줄리아 베일.”


다리를 약간 절뚝이며 나오는 줄리아에게 큰 소리로 말하자, 그녀가 약간 어색한지 주저했다.


“왜? 남편 성(姓) 따르기 싫은 거야?”

“아니야. 나 그런 년 아니야.”


줄리아는 ‘헤영 베일’이라고 중얼거렸다.


뭔가 기뻐하는 것 같기도 하고 쑥스러워하는 것 같기도 했다.






일주일 후.


내가 탐지 마법으로 알려주면, 기사들은 주변을 돌아다니며 숨어있는 사람들을 구조했다.


모두 데리고 성으로 들어와 백성이 되고 싶은 사람과 떠날 사람을 구분했다.


떠날 사람은 감자와 고구마 따위를 주고, 백성들은 인벤토리에서 빵과 고기 등을 꺼내어 주었다.


“이거 차별이에요! 나도 빵 줘요!”


고마움을 모르는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몇몇이 지껄였는데, 주동자를 때려죽인 다음에 잡아 온 고블린 먹이로 주자 나머지는 조용히 아가리를 다물었다.


“키키키케!”


김한남 때문인지 부산은 몬스터 천지다.


몬스터가 침입하는 용병단을 어느 정도 막아주기에 몬스터를 사육한 모양이다.


오거. 트롤. 오크. 고블린.


아울베어나 곤충형 몬스터는 보이지 않았지만, 이족보행 하는 인간형 몬스터는 최하위부터 상급까지 모두 있어서, 이것만으로도 몬스터 생태계를 만들었다.


몬스터 때문에 부산의 인간들은 피난을 가거나 아니면 잡아먹혔다.


극소수의 살아남은 사람들은 몇 년간 근근이 살았는데, 몇몇 눈빛을 보니 인육도 먹은 것 같다.


“주군. 오늘 28명을 구조했습니다.”

“수고했어. 기사단장.”

“충.”


토르켈이 만프레드에게 배웠는지 제법 격식을 차리며 뒤로 물러났다.


얼굴의 문신도 없애고, 야만인처럼 땋은 수염도 짧고 단정하게 잘랐다.


다른 용병들도 모두 야만스러운 모습을 지웠다.


하지만. 발할라의 환상은 그대로여서 용맹스러움이 넘쳤다.


근위 기사단장인 만프레드는 사람들을 나누고, 능숙하게 노역을 시켰다.


열심히 일하지 않는 놈은 매질하고, 그렇게 해도 농땡이를 부리면 죽여서 우리 속 고블린에게 던져주었다.


우적우적.


“키키키!”


잡아 온 고블린 4마리는 넘쳐나는 먹잇감에 그동안의 반항을 멈추고 환호성을 질렀다.


“저. 저도 백성이 되고 싶습니다! 베일 백작님 만세!”


먹는 것부터 자고 일하는 것까지 차별이 이어지자, 참지 못한 사람들이 자존심을 꺾었다.


만프레드 근위단장은 그런 사람들을 골라 시녀들에게 인도했다.


시녀들은 모두 씻게 하고 새 옷과 음식을 주었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 상당수가 다시 전향했다.


이미 구조한 사람이 1,500명이 넘었다.


그중에 1,000명이 백성이 되었고, 나머지는 어떻게든 정부에서 사람이 올 때까지 버티려고 했다.


구조한 백성들은 비리하고 약해서 병사로 쓰기 적합하지 않았다.


일단은 잘 먹이고 적당히 일을 시켜 체력을 기르게 했다.


대소변은 한곳에 싸고, 나는 하루에 한 번씩 구덩이에 가서 클린으로 청소했다.


‘시발. 김한남 새끼.’


놈은 상하수도부터 전기까지 문명을 죄다 망가뜨렸다.


흡사. 메텔란의 도시와 다를 게 없을 지경이다.


기사들이야 원래 이런 생활에 익숙해서, 심지어는 줄리아도 10년 넘게 그렇게 굴러서인지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오히려 내가 답답했다.


‘어떡하지? 지구 문명을 복원할까? 아니면 이대로 살까?’


이미 고리의 원자력 발전소는 1년 전에 폭발했다.


그나마. 정부에서 거액을 받은 여해가 정화마법으로 방사능과 폐기물을 처리해서 더 큰 재난을 막았다.


그 일로 마법사에 대한 세계의 갈망은 더욱 커졌다.


‘마탑에서는 참 편했는데.’


마탑은 마력석에 담긴 마력 에너지로 돌아간다.


발전소에서 화석 등을 태워서 만드는 전기보다, 마력 그 자체를 에너지로 사용하는 게 우월하다.


발전소도 필요 없고, 에너지의 순도도 높다.


하지만.


‘내가 좆뺑이를 쳐야 한다는 게 문제지. 그래도. 2서클의 마력으로 동래성 정도는 문제없을 것 같은데···.’


순간 여해와 지영수의 얼굴이 떠올랐다.


‘흑마법사의 마력도 사용할 수 있나?’


“저. 주군.”


만프레드의 목소리에 상념에서 깨어났다.


“준비가 모두 끝났습니다.”

“아아.”


고개를 돌리자 흰색 드레스를 입은 줄리아가 보였다.


흰색 면사포 안에 쑥스러워하는 소녀가 나를 응시했다.






““와아아아!!””


백성과 수용자들이 박수치며 소리 질렀다.


나와 줄리아는 손을 잡고 그럴듯하게 마련된 단상을 보았다.


딴딴따다. 딴따다다.


마력폰에서 결혼 행진곡이 울리고, 우리는 좌우에 기립한 사람들의 축하받으며 한 걸음 한 걸음 정성껏 걸었다.


오늘을 하루는 노역도 안 시키고 먹을 것도 차별 없이 풍성하게 준다는 소식에 모두 열렬하게 축하했다.


“축하합니다! 주군!”

“혜영아! 아. 아니! 주모(主母. 주군의 부인)! 축하합니다! 하하하!”


만프레드의 싸늘한 시선에 폴리드가 황급하게 입을 털었다.


만프레드는 검집에 살짝 손을 댔다.


“그 입이 나중에 재앙이 될 때가 올지도 몰라.”

“아아. 알아. 이제는 주군의 부인이라는걸. 함부로 반말하지도 않아.”


변명하듯 말하는 폴리드를 만프레드가 다시 한번 힘주어 노려보았다.


“그랬으면 내 손에 죽었겠지.”

“으으. 시발. 알았어.”


경박한 폴리들에게 만프레드는 천적이었다.


그래도 만프레드의 입에 약간의 미소가 머무는 게, 인간적으로 그를 싫어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둘 다 나이도 같기에 잘 어울렸다.


다른 기사들도 그걸 알기에 그리 심각하게 보지 않았고.


그래도. 기사단장 토르켈이 주의를 주었다.


“폴리드. 우리는 더 이상 용병이 아니다. 주군의 부인이니 그것에 맞게 예의를 차려야 한다.”

“그래. 내 손으로 너를 죽이지 않게 해줘.”


베켐프의 말까지 이어지자, 폴리드는 약간 시무룩해하며 어깨를 축 늘였다.


“아. 알았어. 하아. 이제는 말도 제대로 못 하겠군.”


그 말에 만프레드가 코웃음 쳤다.


“흥. 그러면서 또 바로 수다를 떨겠지.”

“으으. 내가 말을 안 하고 말지.”

“오오. 행진이 끝났다.”


단상에 선 주군이 손을 잡지 않은 왼팔을 들자, 환호성이 일순간에 멈췄다.


이 침묵을 만드는 권력에 모두 침 삼키는 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기사들은 그런 주군을 보며 마음을 다지는 사이, 결혼식은 계속 진행되었다.


결혼식을 관장하는 성직자도 없고, 식순도 엉망이지만 두 사람의 눈빛은 진실로 가득 찼다.


평소에 ‘키키!’ 소리 지르던 고블린들까지 쥐 죽은 듯 입을 다무는 행동으로 두 남녀를 축복했다.


‘그르누이 백작님. 저를 실망시키는 주군이 되지 마십시오. 저는 오래 살고 싶습니다.’

‘저 여자 엉덩이 예쁘네.’

‘나도 결혼해서 자식이나 낳고 싶군.’

‘살구색 피부가 예쁘네.’


엄숙한 분위기와는 달리, 기사들의 머리에는 저마다의 욕망이 번뜩였다.




고맙습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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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42. 베일 백작의 결혼식 NEW 15시간 전 6 0 12쪽
41 041. 복수 24.09.18 8 0 13쪽
40 040. 최초의 백성 24.09.17 10 0 12쪽
39 039. 대통령의 고민 24.09.16 11 0 12쪽
38 038. 동료를 제안하다. 24.09.15 10 0 12쪽
37 037. 5서클 흑마법사 24.09.14 13 0 12쪽
36 036. 대치하다. 24.09.13 13 0 12쪽
35 035. 흑마법사 김한남 24.09.12 19 0 12쪽
34 034. 동래성 24.09.11 20 0 12쪽
33 033. 권능 24.09.10 17 0 12쪽
32 032. 여해(汝諧) 24.09.09 20 0 12쪽
31 031. 지구로 24.09.08 19 0 12쪽
30 030. 찌르레기 용병단 24.09.08 21 0 12쪽
29 29. 자비(慈悲) 24.09.08 21 0 12쪽
28 028. 마공의 비밀 24.09.07 25 0 12쪽
27 027. 흑미륵마공 24.09.07 24 0 12쪽
26 026. 시술 24.09.07 24 0 12쪽
25 025. 정령사 줄리아 24.09.06 26 0 12쪽
24 024. 운명과 숙명 24.09.06 29 0 12쪽
23 023. 클레어 바이블 24.09.06 29 0 12쪽
22 022. 냄새(그르누이) 24.09.05 33 0 12쪽
21 021. 처음이자 마지막 마법 24.09.05 31 0 12쪽
20 020. 승리 24.09.05 31 0 12쪽
19 019. 혜영의 세상(3) 24.09.04 32 0 13쪽
18 018. 혜영의 세상(2) 24.09.04 34 0 12쪽
17 017. 혜영의 세상(1) 24.09.04 41 0 13쪽
16 016. 혜영과 와이얼드 24.09.03 41 0 12쪽
15 015. 검이 심장을 뚫다. 24.09.03 37 0 12쪽
14 014. 와이얼드와 대결하다. 24.09.03 45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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