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변경백은 오거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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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터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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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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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 승리

DUMMY

020. 승리






*



상상은 현실을 잡아먹는다.


눈을 깔고 굴복하면 내 속에서 적은 막강한 괴물이 되어 평생을 괴롭힌다.


저항 의지.


마법사들은 ‘극복 의지’라고 부르는 단어.


한국에서도 여기서도 집단으로 범해졌지만, 흑견들에게 당할 때는 속에서 끊임없이 이를 갈고 저항했다.


그래서 또 다른 괴물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혜영은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났다.


“호오. 계집이 제법이네.”


와이얼드는 약간 기세를 돋우며 혜영을 보았다.


“아까워. 내 좆집이 될 수 있었는데··· 그 단단한 마음을 무너뜨리는 재미도 상당하겠어. 조금 뜯고 자르고 하면 전부 아이처럼 울지. 크큭.”


후덜덜덜.


다리가 미친 듯이 떨렸고, 몸은 굴복의 준비를 마쳤지만, 정신이 거부했다.


‘나는 왜 마법사가 되지 못했지? 얼마나 더 많은 고통을 겪어야 할까?’


고통은 회피할 수 없다.


영화 그것(It)에는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이 나온다.


괴물은 사람의 상상에서 더 커지기에, 괴물에게 벗어나도 고통이 없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상상이 고통을 더 크게 만든다.


괴물을 죽이려면 현실에서 마주쳐야 한다.


현실에서 괴물을 보고 네가 얼마나 병신 같은지, 얼마나 좆같은 개새끼인지 확실하게 말해야 한다.


더럽게 힘들고 무서워 미칠 것 같지만, 그게 고통에서 벗어날 유일한 방법이다.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괴물에게 네가 얼마나 좆밥인지 말했다.


그러자. 산만큼 컸던 괴물 광대는 쥐새끼처럼 작아졌다.


그런 괴물을 밟아 죽이자, 고통은 쾌락이 되고 정신은 성장했다.


그래서. 혜영은 와이얼드의 개 대가리 얼굴을 계속 응시한다.


목이 뽑히고 사지가 토막 나도 상관없다는 의지로.


“......”


단호한 결의를 보이자, 마음이 고요하고 흥분이 되었다.


두근두근.


“!”


와이얼드의 얼굴이 살짝 심각해졌다.


혜영의 몸에서 점점 태어나는 마력의 냄새가 반갑지 않다.


‘위험하다. 죽여버릴까?’


“시발. 괜히 약속했어!”

“?”


와이얼드는 눈을 감고 고개를 아래로 까딱거렸다.


“시발년. 네가 이겼다. 나의 패배다.”

“······.”


찰싹.


따귀를 맞자 혜영의 정신이 돌아왔다.


“!!”


뭔가 황홀하면서도 초월한 느낌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아아. 아아아.”


아쉬운 감정.


다시는 그곳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 분노가 치밀었다.


혜영은 고개를 들어 힘주어 와이얼드를 노려보는데, 그 뒤에 보이는 그르누이를 보고는 미소 지었다.


미칠 것 같은 고통이 사라졌다.


그녀는 자신이 마법사가 될 수 없는 이유를 깨달았다.


‘그래. 내게는 그르누이가 있어. 나는 그동안 계속 누구에게 의지하며 살았어. 그게 나쁘지 않아.’


혜영은 아버지의 얼굴을 떠올렸다.


‘아빠.’


털썩.


“개 머리. 내. 내가 이겼어.”

“큭큭. 그래. 축하한다.”


와이얼드는 그르누이보다는 못하지만, 인정한다는 눈빛으로 혜영을 내려다보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뒤의 그르누이에게 말했다.


“그르누이. 너는 참 대단해. 저런 여자도 건지고. 그런데 알고 있어? 저년 걸레야. 괜찮아?”

“좆같은 소리 그만해. 추하니까 병신아. 너는 졌어.”

“··· 으으으. 시발. 그래. 졌다. 새끼. 조금도 화내지 않네. 초짜 주제에. 흥. 자아. 선물이다. 쌍년아.”


와이얼드는 인벤토리를 열어 허름한 나무 상자를 꺼내어 던졌다.


타탕.


“이름이 혜영이라고? 혜영. 이거 보면 기분 좋을 거야. 확실하게 다 확인했으니까. 그럼. 간다. 그르누이. 또 보자.”


타타탓.


난간으로 날아간 와이얼드가 관객석으로 떨어졌다.


““와이얼드!! 와아아!””


관객들은 내려온 와이얼드의 이름을 외치자, 그는 손을 흔들어 주며 경기의 여운을 즐겼다.


털썩.


혜영이 완전히 정신을 잃었다.


그르누이는 천천히 걸어 그런 혜영을 안아 올렸다.


“토르켈.”

“?”

“마탑으로 가서 열흘 정도 쉬다가 오겠어. 손님은 한 명까지 가능하니, 너희들은 안돼. 근처에서 기다려.”

“걱정 마.”


대답하는 토르켈의 입이 귀에 걸릴 것 같았다.


그르누이는 졌지만 살았고, 마법사는 약속을 지킨다.


‘시술!’

‘시발! 졸라 좋아!’

‘약속했으니까···.’

‘흐흐흐.’


저벅저벅.


상처를 입어서 휘청거리는 걸음이지만 당당했다.


그런 그를 용병들이 호위하며 마탑으로 걸었다.






마탑 근처.


“우리는 여기까지야. 더 들어가면 위험해. 여기 마력폰.”

“그래. 나중에 보자.”


파바밧.


경비원 몇이 마중 나왔다.


“여성분은 저희가 들겠습니다.”

“아니. 됐어. 방으로 의사나 불러와.”

“예.”


마력이 바닥났지만, 체력은 아직 남았다.


그렇게 무겁지도 않은 말랑한 살덩이다.


저벅저벅.


경비원이 열어준 문으로 들어가자 냄새부터가 달랐다.


밖과 완전히 다른 문명의 냄새가 코를 찔렀다.


오늘 나와서 오늘 들어왔는데도 그리운 냄새다.


마탑은 확실하게 바깥과 선을 나누며, 절대로 침범하지 못하게 했다.


선을 넘으면 죽음이다.


‘예쁜 여자 것도 아니고, 길거리 똥 냄새에 죽는 줄 알았는데 다행이군.’


엘리베이터를 탔다.


8층에 멈춰서자 문이 열렸다.


스르르.


나는 품에 느껴지는 감촉과 적당한 체취에 기분이 좋았다.


달라진 정신의 냄새도 좋다.


그런 즐거운 걸음으로 문 앞에 서서 혜영을 한 손으로 둘러메고는 문을 잡았다.


지문과 티끌만 한 마력이 확인되자 문이 열렸다.


철컥.


방은 나왔던 것과 마찬가지의 모습이었다.


풀썩.


혜영을 침대에 누이고 이불을 덮어주자 노크 소리가 들렸다.


똑똑.


문을 열자 의사가 들어왔다.


“실례합니다.”


옛 일본 출신의 의사는 청진기와 여러 도구를 들고는 혜영을 살폈다.


“심력이 많이 소모된 거지 건강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충분히 자기만 하면 된다는 거지?”

“예.”


의사가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는 나갔다.


나는 잠시 혜영을 보다가 반쯤 찢어지고 흙 묻은 옷을 벗어 쓰레기통에 버렸다.


땀에 찌든 속옷까지 모두 버렸다.


쏴아아.


샤워기 물줄기가 이곳이 천국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여기는 지구의 모든 문명이 집합되어 있다.


이게 시중에 풀리면 사람들의 입이 딱 벌어지겠지만, 마탑이나 왕국에서 싫어할 게 분명하다.


와이얼드는 인간들이 편해지면 권리를 말하며 신분제에 도전할 거고, 진압하는데 많은 사람이 죽을 거라고 했다.


지구 출신의 인권·평등 어쩌고 하던 놈들은 모두 혀를 잘라 죽인단다.


한마디로 아랫것들이 선을 넘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거다.


‘뭐. 내 알 바 아니지.’


위이이잉.


드라이로 몸을 말리고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다시 한번 혜영을 보고는 전화기를 들었다가 멈췄다.


깨어나서 배고프면 알아서 시키겠지.


직원들 눈에는 마법사도 아닌 그녀가 하찮은 존재일지 모르지만, 나의 손님이기에 확실히 대우해 줄 거다.


휴지통을 들고 문을 열고 나갔다.


이렇게 문밖에 놔두면 몇 분 안 돼서 직원들이 치워간다.


“내일까지는 못 가겠지?”


내게는 인간의 마음이 적지만, 그래도 깨어난 혜영이 혼자 있기를 원할 거라는 건 알 수 있다.


나와 다르게 와이얼드를 이겼지만, 혜영은 마법사가 되지 못했다.


그 상실감을 스스로 보듬어 줄 시간이 필요하다.


“내일까지 참자. 그다음에는 강제로라도··· 흐흐. 아아. 마력이 돌아오면 거기부터 회복하고.”


없는 게 익숙해지면 그것도 위험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목욕탕으로 갔다.


뜨끈한 물로 몸을 지지고, 뜨거운 증기로 한 번 더 지졌다.


그리고. 적당히 부드러운 나무 침대에 눕자, 타올을 손에 든 알몸의 여자들이 때를 벗겨주었다.


적당한 압력과 손의 감촉에 스르륵 눈이 감겼다.


‘살아있기를 잘했다.’






혜영은 눈을 떴다.


푹신한 침대의 감촉과 눈에 보이는 천장의 형광등에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참 오랜만에 보네. 형광등.”


그녀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대충 이해가 되었다.


이런 문명의 이기가 가능한 곳은 왕궁과 대귀족의 자택, 마탑과 마탑에서 만든 마법사 전용 호텔이 전부다.


평민 대부호도 가능하겠지만, 일반인이 이런 걸 누리다가는 아주 끔찍한 꼴을 당한다.


털컹.


냉장고를 열어 맥주를 집어 뚜껑을 땄다.


솨아아.


탄산 소리가 상쾌하게 마음을 뚫는 것 같다.


꿀꺽.


“맛있다!”


시장에서 파는 것과는 다르게 깨끗하고 시리도록 차갑다.


“스마트폰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노래 듣고 싶다.”


그녀는 투덜거리며 커다란 냉장고를 뒤졌다.


혜영이 가졌던 지구의 문명은 모두 대마도에서 거세되었다.


비누나 과자 같은 것도 환경이 어쩌고 하면서, 나무나 종이로 만든 상자에 넣어서 보관했다.


적어도 메텔란 사람은 지구인보다 지구를 사랑하는 것 같다.


열도를 오가는 상인들도 비닐봉지나 플라스틱 같은 건 가지고 있지도 구매하지도 못한다.


그들은 지구가 얼마나 망가졌는지, 어떻게 망가졌는지 확실히 알고 있다.


혜영은 순간, 어쩌면 문을 만든 게 지구라는 행성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구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지구가 의지를 갖추고···.


“푸풋. 말도 안 되는 소리.”


한동안 깔깔 웃으며 냉장고에 있는 음식들을 꺼내먹었다.


한국의 도시락, 햄버거, 과일······.


“그르누이가 내 생각을 하고 채워놓은 걸까?”


차갑지만 오랜만에 맛보는 한국이 그렇게 싫지는 않았다.


한국은 원망하면서도 그리워하는 그런 고향 같은 곳이다.


오물오물.


“맛있다. 영원히 여기서 살고 싶다. 안전하고 편하고 배부르고 따뜻하고··· 좋아.”


배가 차자 주위가 상세히 들어왔다.


재벌 집 같은 커다란 넓이에 입을 절로 벌어졌다.


“마법사가 되면 이런 게 당연한 것이 되는구나. 나도 되고 싶···.”


혜영은 뭔가 서글퍼져서 고개를 떨구다가 침대맡에 있는 상자를 보았다.


상자 위에는 종이로 ‘와이얼드의 선물’이라고 적혀 있었다.


혜영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천천히 상자를 풀었다.


주섬주섬.


상자를 다 풀자 끈적한 피비린내와 함께 종이처럼 포개진 두꺼운 가죽들이 보였다.


“!”


가죽은 하나같이 모두 4개의 구멍이 뚫려있었다.


나란히 놓인 둥근 2개의 구멍과 그 아래의 직삼각형 구명, 그 밑은 가로로 긴 사각형 구멍.


눈. 코. 입.


인간의 얼굴을 뜯은 인간 가죽이다.


그리고. 혜영은 이 가죽의 주인을 알았다.


「히히! 시~발년. 좋으면서. 흐흐.」


휘적.


다른 가죽을 들었다.


「좋지? 좋지! 헉헉.」


차례대로 하나씩 버리고 새로 들고를 반복했다.


더러운 기억이 떠오르고 어느 정도 쾌락이 되었다.


“시발.”


모두 혜영을 범한 흑견들의 얼굴 가죽이다.


“나중에 내가 죽이려고 했는데··· 시발놈.”


혜영은 와이얼드가 이놈들을 죽인 다음에 껍질을 벗겼는지, 산 채로 벗겼는지 잠시 생각했다.


‘와이얼드의 성격상 산채로 비명을 즐기면서 벗겼을 거다.’


잔인하게 죽었을 거로 생각하자 기분이 좋았다.


“그래. 좋게 생각하자. 괜한 수고를 덜었다고.”


마지막 가죽은 여자의 것이다.


혜영은 그 가죽을 보며 미소 지었다.


“시발년. 여자에게 당하기는 처음이다. 시발.”


주섬주섬.


가죽들은 다시 상자에 넣어 냄새가 풍기지 정성껏 밀봉했다.


그리고 냉장고에 넣어 신선도를 유지했다.


“그르누이의 인벤토리에 넣어서, 나중에 개나 몬스터 밥으로 쓸까? 아니면 내가 먹···지는 못하겠군.”


한국의 연놈들에게는 아직 보복하지 못했다.


아껴먹는 음식처럼 충분히 기다렸지만, 이제는 더는 못 참겠다.


“흑흑흑!”


이제는 복수를 해야한다.


아니면. 광기에 미쳐버릴 것 같다.


경기장에서 거세했다고 밝힌 그르누이가 떠올랐다.


그 검의 속도는 자신이 마법사라도 자궁을 뽑았을 위력이다.


“고자의 여자는 되기 싫은데··· 뭐. 포션으로 혀도 재생했는데, 마력으로 재생하겠지.”


오물오물.


배부르게 먹고 샤워했다.


쏴아아.


혜영은 그르누이처럼 떨어지는 물방울에 감탄했다.




고맙습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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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038. 동료를 제안하다. 24.09.15 7 0 12쪽
37 037. 5서클 흑마법사 24.09.14 11 0 12쪽
36 036. 대치하다. 24.09.13 10 0 12쪽
35 035. 흑마법사 김한남 24.09.12 15 0 12쪽
34 034. 동래성 24.09.11 17 0 12쪽
33 033. 권능 24.09.10 14 0 12쪽
32 032. 여해(汝諧) 24.09.09 16 0 12쪽
31 031. 지구로 24.09.08 14 0 12쪽
30 030. 찌르레기 용병단 24.09.08 18 0 12쪽
29 29. 자비(慈悲) 24.09.08 17 0 12쪽
28 028. 마공의 비밀 24.09.07 21 0 12쪽
27 027. 흑미륵마공 24.09.07 20 0 12쪽
26 026. 시술 24.09.07 19 0 12쪽
25 025. 정령사 줄리아 24.09.06 19 0 12쪽
24 024. 운명과 숙명 24.09.06 23 0 12쪽
23 023. 클레어 바이블 24.09.06 24 0 12쪽
22 022. 냄새(그르누이) 24.09.05 26 0 12쪽
21 021. 처음이자 마지막 마법 24.09.05 24 0 12쪽
» 020. 승리 24.09.05 26 0 12쪽
19 019. 혜영의 세상(3) 24.09.04 25 0 13쪽
18 018. 혜영의 세상(2) 24.09.04 28 0 12쪽
17 017. 혜영의 세상(1) 24.09.04 34 0 13쪽
16 016. 혜영과 와이얼드 24.09.03 34 0 12쪽
15 015. 검이 심장을 뚫다. 24.09.03 31 0 12쪽
14 014. 와이얼드와 대결하다. 24.09.03 37 0 13쪽
13 013. 콜로세움 24.09.02 35 0 12쪽
12 012. 대결 전날 24.09.02 3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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