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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터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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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3. 클레어 바이블

DUMMY

023. 클레어 바이블






*



도서관.


철컥.


익숙하게 들어가 한참을 구경했다.


전에는 여유가 없어서 제대로 살피지 못했지만, 도서관은 이 행성과 지구의 중요한 지식이 담겨있다.


전문 과학부터 무공까지 백만 권이 넘는 책들로 가득 찼지만, 이렇게 해도 모든 것을 담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의미가 겹치거나 수준 이하라고 생각되는 건 책장에 없다.


자박자박.


한참을 걷자 검은 사각형의 돌이 보였다.


클레어 바이블.


모노리스를 사람 크기만큼 축소 시킨 것처럼 생긴 돌.


여기에는 의미를 불문하고 모든 지식이 축적되어 있다.


책이나 마력폰보다 수억 배는 중요한 게 이 클레어 바이블이다.


용량의 한계가 없는 이 지식의 보고는, 기나긴 시간 동안 마법사들이 전송한 세상의 모든 지식이 있다.


도서관이 모두 불타도 클레어 바이블만 있으면 모두 회복할 수 있다.


‘마력이 더 들겠지만.’


클레어 바이블에서 전송받으려면 마력이 조금 더 든다.


그래서. 모두 웬만해서는 서적을 보지, 클레어 바이블에서 전송받지 않는다.


클레어 바이블은 누가 만들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그저. 마법사들이 책이나 경험으로 알 수 없는 진리를 알기 위해서 쓰일 뿐이다.


또. 본인의 새로운 지식을 넣으면, 그만큼 마력으로 보상해 주기에 초기 식민지 전쟁 때 많은 마법사가 지구의 지식으로 막대한 이익을 보았다.


새로운 마법을 만들 때도, 그 가치만큼 클레어 바이블에게 순도 높은 마력을 받는다.


클레어 바이블의 마력은 마법사의 마력과 조금도 충돌하지 않는다.


“멋지군.”


손을 대자 묘한 감촉이 일었다.


‘내 정보를 넣으면 얼마큼 보상받을까?’


정보를 넣으면, 누가 검색할 수 있기에 그만두었다.


한동안 클레어 바이블을 구경하고는 다른 곳으로 갔다.


빠르게 세계수를 성장시키는 법 같은 걸 묻고 싶지만, 내 마력으로는 어림도 없다.


그렇게 30분 정도 걸어서 심리학 코너로 가자, 눈에 띄는 반짝이는 표지의 책이 있었다.


‘스트레스의 힘?’


마탑에서는 마법사에게 도움이 되는 책들을 정리해서 표시하는데, 이 책도 반짝이는 게 그것에 포함되었다.


펄럭.


책장을 열어 내용을 살폈다.


[스트레스는 독이 아니라 약이다.]


[스트레스 반응은 고유의 회복 기제를 가지고 있어,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싶은 마음을 키울 뿐 아니라 동시에 심장의 기능도···.]


[행복하다고 밝혀진 사람들은 스트레스가 없는 사람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받되 우울하지 않은 사람이다.]


“흥미롭군.”


스트레스를 좋게 인식하면, 몸에서도 긍정적인 호르몬이 분비되고, 삶도 좋아진다는 내용이다.


펄럭. 펄럭.


단숨에 끝까지 읽었다.


발달한 뇌가 30분도 되지 않아서 내용을 모두 저장했다.


‘재미있어. 도움이 되었어.’


고통을 쾌락으로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프로이트 책도 하나 읽었다.


자기 대변을 자기가 낳은 아기라고 모으는 여자의 케이스인데, 제법 재미가 있었다.


심리학은 인간을 이루는 마음 프로그램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책은 이론서에 가까워서, 지식보다 그 지식을 입증하는 분량이 훨씬 많았다.


머리가 조금 아프다.


무거운 무게를 든 것처럼, 어려운 책일수록 뇌 운동이 된다.


반짝이는 프로이트의 책 몇 가지를 더 읽다가, 지구에서 건너온 속담이나 사자성어를 읽었다.


내용은 여기 메텔란 행성에서도 쓰이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많았다.


단순한 4개의 단어와 하나의 문장이, 그 속에는 하나씩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수많은 역사와 가상의 이야기들.


‘좋아.’


나는 시간이 가는 것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그렇게 적당히 즐기다가 필요한 것이 있는 코너로 걸었다.






철컥.


녹색 문을 열자 작은 방이 보였다.


무공책이 있는 방도 작았는데, 여기는 더 작고 책도 별로 없었다.


두리번거리다가 가장 반짝이는 책을 짚었다.


<정령에 관하여>


1,000페이지 넘는 두꺼운 책을 하나 뽑아서 천천히 읽었다.


[정령은 그 근원을 알 수 없다.]


몇몇 대마법사들이 클레어 바이블에 접속해서 정령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려고 했지만, 들어가는 마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그만두었다.


[··· 정령은 마법으로 만들어졌는지, 신이라는 존재가 있어 창조했는지, 아니면 태초부터 생긴 어떤 원리인지 밝혀진 바가 없다··· 정령은 소환하려면 친화력이 필요하다. 그건 마법사의 정신과 비슷하지만, 그것과는 다른 정신이 만들어져야 한다.]


[메텔란 행성의 정령사는 극소수로 마법사보다 더 숫자가 적다. 그만큼 친화력을 갖는 각성을 하기 힘들다.]


[정령사들이 밝히기를 각성은 무언가에 의지하는 마음으로 이루어지고, 천천히 정신이 만들어지기에 마법사처럼 격정적인 변화가 없다.]


정령사들도 거짓말을 할 수 없기에, 책의 내용은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마법처럼 정령을 소환하고 유지하는데 에너지가 필요하다. 정령사들은 이것을 친화력이라고 하고, 마력이 소모하듯이 친화력도 점점 소모된다. 소모된 친화력은 수면의 휴식으로 충전된다. 아니면. 전설의 세계수 잎을 먹으면···.]


“세계수.”


[지구의 판타지 책과는 다르게 하급·중급·상급·최상급 같은 정령이 따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계약한 정령은 소환자의 정신력에 맞게 성장하고 권능을 보인다. 다만. 바람·불·뇌전·물·대지의 정령은 실제로 존재하면, 정령사는 이것 중의 하나 또는 여러 개와 계약할 수 있다.]


[여러 정령과 계약하는 건 효율적인 방법이 아니다. 마법사가 불이나 물 같은 한 종류의 마법을 극도로 익히는 게 유리하듯, 정령사도 마찬가지다. 한 속성의 정령에 대한 친화력을 극도로 높이는 게 유리하다.]


[행성의 거의 모든 정령사들이 그런 방식을 따른다.]


이어서 흥미로운 글이 나왔다.


[기록에 따르면 수백 년 전 전설의 정령사들은 세계수 잎을 먹고 친화력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300년 전에 첫 번째 정마전쟁(정령사-마법사)때 세계수가 반파되고, 100년 전의 2차 전쟁 이후로 세계수는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이거다!’


줄리아에게 났던 익숙하고 그리운 냄새의 원인을 확인했다.


미약한 친화력은 흡사 세계수의 냄새와 비슷했다.


[고대의 요정들은 정령을 부렸다. 드워프는 불·뇌전·대지, 엘프는 물과 바람의 정령을··· 그들은 주식으로 세계수의 열매와 잎을 먹고, 또 정령계와 이어진 세계수에서 태어났기에, 누구보다도 친화력이 뛰어났다. 요정들에게 친화력은 인간이 두 발로 서는 것 같은 당연한 권능이다.]


꿀꺽.


순간. 아주 맛있었던 두 부모의 식감이 떠올랐다.


‘줄리아가 정령사가 되면 그 둘처럼 맛있을까? 와이얼드보다 더?’


마법사와 요정의 맛은 다르다.


하나는 자극적이고 다른 하나는 편안하고 건강한 맛이다.


또. 베르반은 추운 겨울에 몸을 따뜻하게 데우는 햇살 같았고, 일리아는 더운 여름에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같았다.


둘 다 나를 껴안아 주는 묘한 감동이 느껴졌다.


‘대륙의 정령사들은 얼마나 더 맛있을까?’하는 생각에 군침이 계속 흘러나왔다.


우웅웅.


인벤토리에서 손가락 하나를 꺼냈다.


와이얼드가 입에 넣어준, 아껴 먹으려고 보관한 거다.


깨끗하게 씻어서 아주 좋은 냄새만을 풍겼다.


또. 상자를 꺼내서 얼굴 가죽에 손가락을 싸서 쌈처럼 먹었다.


우적우적.

꿀꺽.


“!”


맛있다.


마력이 충전되는 게 느껴졌다.


인간 고기는 이게 처음이 아니다.


가끔 몬스터 랜드에 침범하는 사냥꾼들을 잡아먹은 적이 있다.


나는 더는 참지 못하고 상자 안의 모든 가면을 꺼내서 과자처럼 먹어댔다.


우적우적.


먹을수록 식탐이 더 생겼다.


줄리아의 팔을 하나 뽑고 먹고 싶다는 갈망이 일었다.


마법으로 다시 복원시켜 주어도··· 그녀가 내게 주는 그 따뜻한 눈빛은···.


‘식어버리겠지?’


두 개의 쾌락을 저울질하다가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불가능하군.”


길가메시 이야기에서 엔키두는 처음으로 여자와 사랑을 나누었다.


그리고. 숲으로 돌아오자, 그동안 자신 곁으로 달려오던 동물들이 두려움에 질린 시선으로 도망쳤다.


하나의 경험으로도 사람은 변했다.


‘맛있으면 또 먹고 싶겠지. 손을 먹고 맛있으면, 다리 맛도 보고 싶고, 배를 찢어서 창자도 꺼내고···.’


이데아는 사라지고 사랑은 고기가 된다.


흔들흔들.


“그러면 안 되지.”


먹어도 되는 것과 먹지 말아야 할 것을 다시 구분했다.


구분은 단순하다.


‘나쁜 놈은 먹고 아니면 먹지 말자. 줄리아가 배신하면 그때 잡아먹자.’


망설임이 없어지자, 지금 먹고 있는 얼굴 가죽이 더욱 맛있어졌다.


마지막 하나를 조금씩 아껴 먹으며 책을 읽었다.


[전설의 요정 여왕은 8서클 바람의 정령을 만들었다. 요정들은 그 막강한 힘으로 언어도 없는 두 발 걷는 짐승, 인간들을 보호하며 문명을 전수했다. 인간들은 요정의 호의를 받고 지식을 습득하며 3천 년간 요정의 자식으로 살았다. 하지만.]


그 이후의 일은 알고 있어서 빠르게 흘려 읽었다.


베르반과 일리아가 수없이 말해주었던 내용.


대마왕의 침입으로 전쟁이 터지고, 수많은 요정이 죽임당했다.


모든 노력을 기울여 간신히 저들을 물리쳤지만, 요정들이 입은 피해는 상상을 초월했다.


대마왕의 저주는 요정들의 친화력을 극도로 낮게 만들었고, 그 저주를 씻어줄 여왕은 이미 자연으로 사라졌다.


인간들은 싸우지 않고 차곡차곡 힘을 쌓았다.


인간의 친화력은 요정에 비해서 형편없다.


하지만. 대마왕이 세상에 뿌린 마법의 세계는 정령술보다 더 인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세월이 흐르자 인간 중에서 마법사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하고, 요정들은 계속 약해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힘의 균형이 완벽하게 깨어졌다.


[마왕과 마족이 인간 출신의 마법사인지는 알 수 없다.]


분명히 마법사처럼 정령사도 맛있을 것 같다.


보통 인간은 별로 맛이 없다.


그래도. 시술을 받은 경비원에서는 괜찮은 냄새가 났으니, 마법사보다는 못하겠지만 먹을만할 것 같다.


정령에 관한 책인데, 흡사 맛있는 요리책을 읽는 것 같다.


햄버거 같은 것도 조금씩 질리고 있다.


내게는 인간 고기가 맞다.


“제발. 제발.”


나보다 약한 정령사가 공격하기를 바랐다.


팔을 하나 자르고 돌려보내고, 또 다른 팔을 자르고···


마력처럼 정령사는 친화력으로 몸을 회복시킬 수 있다.


‘그러면 완전히 맛집이지. 흐흐.’


책도 거의 다 읽어갔다.


마지막 장에는 정령을 소환하는 방법이 적혀있었다.


[정령은 사랑이다. 사랑의 감정으로 고통을 전환해야 한다. 사랑의 대상은 실재하는 사람이 아니어도 좋다. 짝사랑이라도 좋고, 내가 만들어 낸 가상의 인간이라도, 짐승이나 몬스터라도 상관없다.]


이건. 줄리아의 세상이다.


[가짜여도 상관없다. 사랑하는 감정만으로도, 사랑받고 있다는 마음으로도 인간은 고통에서 완전히 망가지지 않는다. 사랑의 마음을 계속 유지하고, 그것에 의지해 계속 고통을 쾌락으로 전환 시키면, 정령사의 정신이 만들어진다. 인간의 경우 끊임없이 노력하면 10년이 걸린다.]


턱.


책장을 덮었다.


그리고. 옆에 있는 책들을 하나씩 읽었다.


신규 책에는 친화력에 도움이 되는 사랑의 시나 노래들이 적혀있었다.


어떤 책에는 지구의 여러 노래를 추천했고, 다른 책에는 영화와 소설을 추천했다.


책은 정령사에게 대가를 지급하고 얻은 지식과, 마법사의 순수한 탐구욕이 뒤섞여 있어서 읽기 힘들었다.


그렇게 저녁이 되자 책을 모두 읽었다.


띵동띵동.


마력폰에서 알람이 울렸다.


소리음을 끄고 서둘러 도서관에서 벗어났다.


다시 사랑을 나누어야겠다.




고맙습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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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034. 동래성 24.09.11 1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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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025. 정령사 줄리아 24.09.06 19 0 12쪽
24 024. 운명과 숙명 24.09.06 23 0 12쪽
» 023. 클레어 바이블 24.09.06 24 0 12쪽
22 022. 냄새(그르누이) 24.09.05 26 0 12쪽
21 021. 처음이자 마지막 마법 24.09.05 24 0 12쪽
20 020. 승리 24.09.05 25 0 12쪽
19 019. 혜영의 세상(3) 24.09.04 25 0 13쪽
18 018. 혜영의 세상(2) 24.09.04 2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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