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변경백은 오거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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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터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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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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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8. 마공의 비밀

DUMMY

028. 마공의 비밀






*



삐삐삐!!!


눈을 뜨자 익숙한 역혈심법의 마력이 느껴졌다.


“시발.”


알람을 세게 맞춰도 하루를 그냥 건너뛰고 잠에 잠겼다.


“하아. 미치겠군.”


매일매일 운동하지 못하면 그것으로 연공은 끝이다.


“미친 새끼. 좆같은 마공.”


흑미륵마공은 저자의 이름이 적혀있지 않다.


50년 전에 누가 만들었다는데, ‘이렇게 욕을 먹을까 이름을 감추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발. 졸음을 이기는 존재는 없다.


영웅이라는 길가메시도 졸음에 굴복하지 않았던가?


“하아. 클린.”


우우웅.


방을 깨끗하게 만들고 할프킨의 찌꺼기는 봉지에 싸서 문밖에 놓았다.


폰을 들어 전화했다.


-그르누이님. 전화 받았습니다. 데스크입니다.

-아아. 내일부터 아침에 나 좀 깨워주러 와. 늦잠 때문에 안 되겠어.

-......


잠시 침묵이 흐르다가 직원이 이내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그건 마탑의 규칙에 어긋납니다.

-규칙?

-예. 노크라면 모를까, 문을 열고 들어갈 존재는 오직 그 방의 주인뿐입니다. 저희가 들어갈 수 있다면 다른 이도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고, 그건 프라이버시에 심각한 침해입니다.

-.....


마법사는 의심이 많다.


본인만이 들어갈 수 있다는 법칙이 깨어지면, 마탑에서 서로 의심하며 심지어 내전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마족을 소환하는 것 같은 것만 아니면, 강제로 문이 열릴 경우는 없다.


그것도. 원래부터 있던 법칙이 아니라, 예전에 어느 마법사가 마족을 소환한 후에, 마법사들의 지지를 받고 만들어진 법칙이다.


-죄송합니다. 그르누이님.

-하아. 아. 아니. 음식이나 좀 가져와. 평소에 먹던 걸로. 아. 그리고. 탁자가 망가졌어.

-예.


딸깍.


전화를 끊었다.


더러운 기분과는 반대로 신체는 상쾌했다.


몸은 완벽하게 회복되어 있다.


소멸하기 전에 마력이 완벽하게 회복시켜 놓은 거다.


흑미륵마공의 마력만 없을 뿐, 포즈를 취하고 힘을 줄 때마다 압축된 근육섬유의 질감이 강하게 느껴졌다.


일반인이 칼을 찌르면 1mm도 들어가지 않을 것 같다.


내심 불끈거리는 강철 근육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 완벽하게 헛수고는 아니야. 적어도 근육은 생겼으니까.”


‘차라리. 규화보전이나 익힐까?’


자기 전에 규화보전에 대한 나만의 방법이 깨달아졌다.


어설플지 모르겠지만 가능할 것 같다.


“아니야. 아니야.”


절레절레.


“먼저 몸을 제대로 만들어야 해. 기초부터 튼튼하게.”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똑똑.


문과 방 전체를 어떤 마법으로 만들었는지, 노크하기 전에는 어떤 인기척도 느끼지 못했다.


그러고 보면, 그렇게 베르반을 휘둘렀는데, 탁자 같은 것만 망가졌지, 바닥이나 벽 같은 건물 자체는 조금도 망가지지 않았다.


‘도대체 어느 정도의 마력을 씌운 거야?’


철컥.


문을 열자 검은 머리의 살구색 피부의 남자가 수레를 밀고 들어왔다.


남자 뒤에는 두 명의 직원이 새 탁자를 들고 들어왔다.


살구색은 줄리아의 색이다.


나도 모르게 약간의 친근감으로, 탁자에 음식을 나르는 남자를 보았다.


킁킁.


음식 냄새와 인간의 냄새가 동시에 풍겼다.


‘맛있겠다.’


음식보다는 저 남자를 먹고 싶었다.


탁자를 옮긴 두 명이 사라지고, 나는 인사를 하고 떠나려는 살구색 직원을 잡았다.


“혼자 먹기 그러니까 반대편에 앉아.”

“예?”


직원의 공포에 질린 눈동자가 좌우로 흔들거렸다.


“후후. 그냥 앉으라고.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잡아먹을 테니까.”


타타탓.


잡아먹는다는 말에 직원은 빠르게 내 앞에 앉았다.


20살 정도로 보이는 몸이지만, 느껴지는 감각이 60살은 넘은 것 같다.


오물오물.


“포션 냄새가 나는 걸 보니까, 제법 좋은 집에서 태어난 모양이군.”

“아. 아닙니다.”

“심심하니까, 말해봐. 네 인생을.”

“예? 아아. 예.”


마법사 중에 괴상한 존재가 너무 많기에, 직원은 이해하는 걸 포기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저는 한국 출신입니다.”

“?”



직원은 한국 출신의 노인이었다.


6·25 전쟁(1950) 때 태어나서 언제나 굶주리고 배고팠다.


10대 때부터 먹고살기 위해서 노예처럼 일했다.


그 당시 한국은 그런 나라였다.


“나이를 먹자, 남은 건 늙고 병든 몸뚱이와 종이 담는 수레 하나가 전부였습니다.”


남자는 자신의 인생에 취해 이제는 나를 보고도 떨지 않았다.


“늙어서 좋은 건 하나도 없습니다. 늙으면 그냥 하나씩 몸이 아플지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늙는다는 건, 한꺼번에 모든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거죠. 관절은 언제나 아프고, 밤마다 화장실에 들락거리고, 팬티에는 언제나 오줌이 고이고, 그 모습에 무기력하고 우울하고··· 죽지 못해 사는 삶이 바로 제 인생입니다. 이었습니다.”


한국은 이곳과는 다르게 노인에 대한 존중 따위는 없다.


보기 거북한 폐기물 취급이나 당하고 그렇게 수치를 참으며 살았는데, 어느 날 침공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건물에서 나오는 영상을 보고, 영화 같은 건 줄 알았습니다.”


진실을 알게 되자 엄청나게 놀랐다.


하지만. 그게 자신의 삶을 바꾸지는 못했다.


그는 여전히 인도와 차도를 오가며 종이박스를 수레에 채우고 비우며 돈 몇 푼을 벌었다.


그의 인생이 달라진 건 몇 년 후부터였다.


침공으로부터 몇 년이 지나자, 대마도에서 병사들을 뽑는다는 정보가 나왔다.


그것도 놀랍지만, 자격요건에 노인은 크게 놀랐다.



병사 모집.

65세 이상의 한국인만 가능.



웬만한 노인들은 모두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


노병을 뽑는다는 말에 노인들은 흥분에 휩싸였다.


「이봐. 우리 같은 노인들보고 군인이 되라고 하네.」

「젊은이도 아닌데 왜?」

「그거야 모르지. 하지만 흘러나오는 소문이 우리를 젊게 만들어 준다고 해.」

「저. 젊게?」


가운데 머리가 벗겨진 노인이 흥분하며 중얼거렸다.


「이런 몸뚱이로 무슨 군인이 되겠어? 저들이 마법인가 그런 걸 한다니, 우리를 젊게 만들어 주겠지.」

「저. 정말? 그런데 왜 한국인만 되는 거지?」

「뭐. 대마도에 가까워서 그러겠지.」



직원은 과거에서 벗어나 나를 보았다.


“저도 모아놓은 모든 돈으로 간신히 어선을 타고 대마도로 갔습니다. 대마도는 정말 노인들 천국이었습니다. 한국의 모든 노인이 온 것 같았습니다. 한국 정부에서 아무 간섭도 안 한 것처럼요. 뭐. 우리 같은 노인들이 없어져 주면, 연금이나 건강 보험으로 나가는 돈이 절약돼서 좋겠죠. 크크.”


용병은 히타카츠에 노인들은 이즈하라에 모이기에 줄리아는 노인들을 보지 못했을 거다.


“그때부터 지옥이었죠.”


용병을 교육하는 것과 비슷했다.


창과 방패가 아닌, 여러 시중을 들고 물건을 옮기는 것이 다를 뿐이었다.


“많이 죽었죠.”


「나. 돌아갈래! 집에 돌아갈 거야!」

「지금이 5공이야? 삼청교육대냐고!」

「예전 군대에서도 이렇게는 안 해! 」


푸욱.

퍼억.

서걱.


창에 찔린 노인들이 입에서 피를 게우고는 축 늘어졌다.


병사들은 능숙하게 목을 자르고 옷을 다 벗기고는 바다에 던졌다.


덜덜덜.


혈압약을 찾으며 죽는 노인.


인공 관절이 부서져 통증에 걸을 수 없는 노인.


감기에 걸려 종일 콜록거린 노인은 다음날 시체가 되었다.


하루에도 수백 명씩 많이도 죽었다.


부자 출신일수록 빨리 죽었고, 수레를 끌던 하층민들은 오히려 잘 적응했다.


“군사독재 시절 다시 왔다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밥도 맛있고, 막사도 춥고 쪄 죽는 그 방보다는 좋았고요.”


그렇게 1년간 교육이 끝나자, 1% 정도가 합격하고 나머지는 모두 죽었다.


“상으로 포션을 먹고 젊어질 때, 너무 기뻐서 울었습니다. 그렇게 젊음을 얻고 이곳으로 배치되었습니다.”


남자는 아주 행복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마탑의 직원들은 제법 잡아먹히고, 능욕당하는 여자들도 많다.


그래도. 젊은 노인은 자신의 삶을 만족스러워했다.


여기서 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았단다.


“봉급도 많고, 죽으면 위로금도 상당합니다. 저는 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았습니다. 처자식들은 이 근처에서 떵떵거리며 잘살고 있고요.”


자유민 아내와 자식과는 달리, 직원들은 마탑이 관리하는 노예여서 벗어날 수 없다.


나는 마탑이 한국 출신의 노인을 선호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노인의 정신이 되어야 헛바람이 들어가지 않는다.


식사가 끝났다.


‘음식이 맛없군. 역시.’


음식의 절반도 먹지 못했다.


종이 대신 접시를 수레에 옮기는 직원을 물끄러미 보았다.


‘잡아먹을까? 하지만. 사냥하기에는 너무 약한데···.’


하는 수 없이 금화를 꺼내어 마음을 정하고는 엄지손가락으로 튕겼다.


‘앞면이면 잡아먹는다.’


휘리릭.


동전이 수백 번 돌면서 위에서 아래로 내려왔다.


착.


꽉 쥔 주먹을 폈다.


앞면이 나왔다.


나는 인사하는 노인을 보며 물었다.


“이름이 뭐지?”


직원은 공손하게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스칼지입니다. 원래는 존으로 하려고 했는데··· 너무 평범해서요.”

“응? 한국식 이름이 아니네?”

“예. 저는 이제 메텔란 사람이니까요. 한국의 이름은 고통뿐이라서 싫습니다.”

“으음. 그러면. 그냥. 존 스칼지라고 하지?”

“예?”


털썩.


직원은 화들짝 놀라며 무릎을 꿇었다.


흡사 자신이 지독한 시험을 받는다는 듯이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성(姓)은 오직 귀족들만 가질 수 있습니다. 저따위가 어떻게 두 가지 단어를 만들겠습니까.”

“.....”


굴종하는 자세에 미약한 투기마저 사라졌다.


입맛이 떨어졌다.


지금 잡아먹으면 방금 먹은 음식보다 더 맛이 없을 것 같다.


“하아.”


‘입으로 먹는다고 안 한 게 다행이군.’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손을 내밀었다.


“자아.”

“예?”


직원의 손에 금화를 하나 쥐여주었다.


그는 화들짝 놀라다가 이내 정신없이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그르누이님! 감사합니다!”

“그래. 꺼져.”

“예!”


젊은 노인이 사라졌다.


나는 한동안 나의 이 물렁함을 생각하다가 피식 웃었다.


오거도 가끔 심심하면 새끼 짐승을 놔준다.


그러다가 어른이 되면 잡아먹는다.


‘뭐. 내게 조금의 위협도 안 되고. 약해진 게 아니야. 그냥 인간처럼 장난을 친 것뿐이야.’


뭔가 기분이 묘하다.


정돈되지 않는 혼란스러움.

이상한 수치심.

싫지 않은 간지러운 쾌감.


“뭐지, 이 느낌? 시발.”


지금 문제는 그게 아니다.


흑미륵마공을 다시 익혀야 하는데, 잠 때문에 연공하기 힘들다는 거다.


그때였다.


위이잉.


“!”


완전히 소멸했던 마력이 다시 나타났다.


마력은 삽시간에 역혈심법의 마력을 없애버리고는 원래의 마력으로 바뀌었다.


“무. 뭐지?”


‘책에 없는 내용인데? 왜?’


마력은 전보다 빠르게 몸을 돌고 정신으로 돌아갔다.


전과 같은 파괴적인 느낌이 아닌, 평온하고 감동적인, 흡사 정공을 익힌 것 같았다.


“왜?”


나는 도서관으로 가서 책을 다시 샅샅이 읽었다.


하지만. 이 상황에 대한 설명이 없다.


그렇게 돌아가다가 지나가는 그 직원을 보았다.


직원은 나를 보며 활짝 웃으며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


‘스칼지.’


이름을 알자, 여러 직원 중의 하나가 아니라, 한 사람으로 보였다.


뭔가 기분이 좋았다.


‘죽이지 않아서 다행이군. 응?’


마력이 다시 진동했다.


“!”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자비.’




고맙습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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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038. 동료를 제안하다. 24.09.15 7 0 12쪽
37 037. 5서클 흑마법사 24.09.14 11 0 12쪽
36 036. 대치하다. 24.09.13 10 0 12쪽
35 035. 흑마법사 김한남 24.09.12 15 0 12쪽
34 034. 동래성 24.09.11 17 0 12쪽
33 033. 권능 24.09.10 15 0 12쪽
32 032. 여해(汝諧) 24.09.09 17 0 12쪽
31 031. 지구로 24.09.08 15 0 12쪽
30 030. 찌르레기 용병단 24.09.08 19 0 12쪽
29 29. 자비(慈悲) 24.09.08 18 0 12쪽
» 028. 마공의 비밀 24.09.07 22 0 12쪽
27 027. 흑미륵마공 24.09.07 21 0 12쪽
26 026. 시술 24.09.07 20 0 12쪽
25 025. 정령사 줄리아 24.09.06 19 0 12쪽
24 024. 운명과 숙명 24.09.06 24 0 12쪽
23 023. 클레어 바이블 24.09.06 24 0 12쪽
22 022. 냄새(그르누이) 24.09.05 27 0 12쪽
21 021. 처음이자 마지막 마법 24.09.05 25 0 12쪽
20 020. 승리 24.09.05 26 0 12쪽
19 019. 혜영의 세상(3) 24.09.04 26 0 13쪽
18 018. 혜영의 세상(2) 24.09.04 29 0 12쪽
17 017. 혜영의 세상(1) 24.09.04 35 0 13쪽
16 016. 혜영과 와이얼드 24.09.03 35 0 12쪽
15 015. 검이 심장을 뚫다. 24.09.03 31 0 12쪽
14 014. 와이얼드와 대결하다. 24.09.03 38 0 13쪽
13 013. 콜로세움 24.09.02 36 0 12쪽
12 012. 대결 전날 24.09.02 4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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