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변경백은 오거 마법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새글

쿼터갓
작품등록일 :
2024.08.21 11:16
최근연재일 :
2024.09.17 12:05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1,262
추천수 :
0
글자수 :
218,380

작성
24.09.04 10:00
조회
34
추천
0
글자
13쪽

017. 혜영의 세상(1)

DUMMY

017. 혜영의 세상(1)






*



“나는 너를 본다. 보고 있다. 그때처럼 눈을 돌리지 않아.”


혜영의 중얼거림에 와이얼드의 눈이 이채를 띄었다.


“눈싸움하자고? 흐흣. 좋아. 요 앙큼한 년. 네가 눈을 돌리면, 저놈들 다 죽이고, 진정한 여자의 행복을 알려주지. 크큿. 기대해.”


와이얼드는 흥분했는지 방망이를 검처럼 앞으로 세웠다.


겁에 떨며 애원하는 모습만 보았는데, 이렇게 대항하는 여자를 보니 짜릿했다.


덜덜.


광기 어린 미치광이의 눈.


보통 인간이 가졌다면 스스로 미쳐버릴 정신병자의 눈빛이다.


혜영은 그르누이의 냄새와 감촉에 집중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단단히 의지할 게 하나만 있다면 사람은 버틸 수 있다.


으드득.


‘봐야 해. 고개를 돌리면 다시 끔찍함 속에 갇혀버려. 속으로만 절규하는.’






혜영은 한국에서도 강간당했다.


친구라고 믿었던 아이들은 그녀를 꼬드겨 가출하게 만들고는, 남자들에게 끌고 가 강간당하게 했다.


한 번에 10만원.


년들은 돈을 챙기고 히히덕거렸고, 혜영은 몇 번이나 배 속의 아이를 지웠다.


당연하지만 병원에 가지도 않고, 배를 때리거나 옥상에서 밀었다.


그년들은 낄낄거리며 그녀를 욕했다.


착취하려면 혐오해야 한다.


혐오해야 양심을 마비시키고, 무자비하게 노예를 부릴 수 있다.


흑인 노예, 백정, 유색인 차별··· 모두 그런 마음의 법칙을 따른다.


「병신같은 년.」


몸이 완전히 망가지자, 그것들은 혜영을 사창가에 팔았다.


거기서 싼 값에 몸을 팔았는데, 다행이라면 다행인 게 속이 망가져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점이다.


피임약도 필요 없고 발을 걷어차일 걱정도 없다.


그렇게 1년간 몸을 팔다가 부모에게 겨우 구출되었다.


그리고.


「피고가 당시 미성년자였다는 점과 또 반성한다는 점에서··· 집행유예···.」


판사는 여느 법조인처럼 형량 바겐세일을 시작했고, 고급옷으로 치장한 그것들은 비웃으며 사라졌다.


가정은 박살 나고 어머니는 다른 남자와 결혼했고, 아버지는 일에 미쳤다.


혜영의 마음은 완전히 망가졌다.


그녀는 검정고시도 포기하고 방에서 히키코모리 생활을 했다.


그리고. 5년 후.


지구에 문이 생겼다.


[어제 후쿠오카 텐진역에 갑자기 검은색 대형 문이 생겼습니다.]


「!」


말 그대로 갑자기 생긴 것이다.


방송국은 0.1초 단위로 천천히 CCTV를 돌려보았지만, 빌딩만 한 문은 어떠한 예고 없이 공간을 차지했다.


-와아. 외계인 침공인가?

-이거. 스페이스 오디세이(2001)에 나오는 문같이 생겼다.

-혹시. 일본에서 사기 치는 거 아니야? 믿을 수 없는 나라잖아.


인터넷에서는 외계인이 지구를 방문하기 위한 포탈이라는 설부터, 침공이라는 설, 일본 특유의 깜짝 이벤트라는 설까지 왁자지껄했다.


폐인이었던 혜영도 흥미를 느낄 만한 정보였다.


그리고. 이틀이 지나자, 검은 빌딩에서 생명체가 나오기 시작했다.


「쿠오오오!」

「으아악!」


판타지 책에서나 보았던 괴수들이 선두로 나왔다.


독수리의 상체와 사자의 하체를 가진 그리폰, 여자 상체에 독수리 몸을 가진 하피, 익룡처럼 생긴 와이번, 그리고 그것을 타고 사람들을 도살하는 갑옷 입은 이계의 인간.


화면에서는 검은 문을 구경하던 일본인과 외국 관광객들이 도륙당하고 있었다.


-시발. 뭐야?

-하하. 쪽발이들 잘 죽는다!

-시발. 대한민국 만세다!

-판타지 세계가 열렸다!

-팔코니아!!


댓글 중에서도 온통 혐오와 광기로 가득 찬 글들만 상위에 올랐다.


혜영은 더 이상 댓글을 보지 않고 계속 컴퓨터를 보았다.


수만 명이 학살을 당하자, 그제야 총을 든 경찰과 군인, 나중에는 탱크와 장갑차까지 나왔다.


그러자.


탕탕탕.


「으앙아! #$@#%$!」

「&$#$!」


서양인 모습의 몬스터 라이더들이 비명을 지르고, 몬스터와 같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몬스터들도 총알에 몸을 웅크리며 공격을 멈췄다.


가죽이 두꺼운지 총을 맞으면서도 살점이 뚫리지는 않았다.


우우웅!


「@$#%$#%!」


화면에 비친 후드를 쓴 어떤 사람이 소리를 치자 탄알이 발사되지 않았다.


딸깍딸깍.


수만 명의 방아쇠 당기는 소리만이 울리고는 이내 반격이 시작되었다.


방패로 방어하던 기사들이 달려들어 검으로 탱크를 가르고, 군인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끄앙아!」

「니. 逃げろ(도망쳐)!」


탱크가 폭발하는 장면은 영화의 CG보다 더 선명하고 대단했다.


「뭐. 정말. 세상이 멸망하는 거야?」


혜영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죽을 용기가 없으니, 누가 죽여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미소가 지어졌다.


세상이 멸망한다면 그것들도 죽을 테니.


그 생각을 하자 좋아서 미칠 것 같았다.


그녀는 계속 화면을 응시하며 저들의 승리를 응원했다.


「다 죽여. 나도 세상도 전부.」






위성을 통해서 계속 뉴스가 전송되었다.


쿵. 쿵. 쿵.


검은 빌딩은 끊임없이 병력을 토해냈다.


각양각색의 깃발과 방패와 창을 든 병사, 그 병사들을 지휘하는 갑옷을 입은 기사.


흡사. 중세 유럽의 군대와 같다.


-도대체 얼마나 밀려오는 거야?

-50만은 넘었다고 보도하던데?

-이게. 잘못하다가는 일본이 멸망하는 거 아니야?

-쪽발이들 멸망하면 좋지!

-그러다가. 우리 쪽으로 오면?

-......


「くるな(오지 마)!」

「いや(싫어)!」


모자이크된 화면에서 외계 병사들이 일본인을 죽이고 강간해 댔다.


「@$%^^!」


서걱.


찌이익.


조금이라도 저항하면 무조건 칼로 배때기를 찌르고 갈랐다.


그렇게 토해지는 내장을 보고는 모두 울면서 저항하지 않았다.


야만 그 자체였다.


-시발. 화면이 왜 이렇게 뿌예!

-회피 사이트로 가봐. 거기는 노모야. 시발. 끝내줘. 야동 저리 가라야.

-오오. 땡큐.


댓글에 적힌 사이트로 들어가자, 노골적인 장면이 나왔다.


‘데드 캠프’나 ‘호스텔’ 같은 영화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잔인한 영화를 보고 꺼억꺼억 원숭이처럼 소리를 지르면, 분노가 어느 정도 가라앉는다.


혜영은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는 짐승처럼 소리 질렀다.


「끄으아아! 끄아악!」


뭔가. 인간을 포기한 듯한 잔인함이, 자신을 지켜주는 것 같아 황홀하다.


퍼엉!


F-2 전투기가 하얀색 막대를 막고 폭발했다.


콰아앙.


전투기는 빌딩에 부딪혀 화염을 만들었다.


낙하산으로 떨어진 조종사는 화살을 맞고 몸을 축 늘였다.


다행히 사람들은 피난을 갔는지, 유리창에 어떤 실루엣도 보이지 않았다.


-저거 매직 미사일이야.

-그래. 판타지 세상과 연결된 거야.

-야호! 나도 국적 포기하고 저기에 입대할 수 있을까?

-시발. 한국 군대 좆같아. 나와봐야 군혐질이나 당하고.

-한국으로 공격해 오면 바로 투항해야지.

-흐흐. 그전에 가진 돈 실컷 쓸까?

-얼마 있는데?

-시발. 묻지 마라.


F-15, F-16, F-35.


F 글자의 전투기들이 모두 흰색 막대에 격추당했다.


막대는 추적 미사일처럼 전투기에 악착같이 따라붙으며 기어이 구멍을 만들었다.


콰앙.

퍼엉.


-시발. 무슨 매직 미사일이 초음속 비행기를 격추하지?

-뭔가 다른 마법이 있겠지?

-나. 나도 마법을 배울 수 있을까?


이 사람들은 나처럼 한국이라는 나라에 미련이 없어 보였다.


경기 불황. 성차별. 물가··· 언제나처럼 미련이 있는 자는 ‘가진 사람’뿐이다.


인도의 하층민들도 파괴의 신인 시바를 믿지 않는가?


「재. 재미있어.」


폭죽처럼 터지고 떨어지는 전투기와 헬기가 세상의 멸망을 말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났다.


피유융!

팡!


미국에서 날아온 탄도 미사일이 공중에서 격추되었다.


물론. 모두가 격추되지는 않고, 1/10은 지상에 폭발해 병사들을 죽였다.


하지만. 죽은 만큼, 아니 그 몇 배의 병사들이 꾸역꾸역 검은 빌딩에서 나왔다.


이미. 나온 수만 해도 100만은 가뿐히 넘었다.


[UN은 일본의 구원요청에···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서 충분한 검토를··· 미국은 핵탄두 사용을 필요한 모든 조치를···.]


큐슈와 오사카가 함락당하고, 대마도에서도 판타지 세계의 군대를 볼 수 있을 때.


[아아. 긴급 보도입니다! 침략군의 지도부가 인터뷰를 허락했습니다! 3일 후 오후 3시에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그때까지 전투를 중지하기로 합의를 보고···. ]


「!! 이. 이렇게 끝나면 안 되는데···.」


혜영은 마음을 졸이며 두 손을 깍지 꼈다.






3일이 지났다.


아직 멀쩡한 오사카의 한 경기장 안.


번쩍번쩍.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세계 모든 나라의 기자들이 갑옷을 쓴 한 남자에게 마이크를 뻗었다.


190cm의 남자는 전형적인 백인을 생각나게 하는 푸른 눈을 가졌지만, 머리카락은 검정이었다.


검정 머리만 아니면 흡사. 유럽인이 갑옷을 입고 코스프레하는 것 같았다.


남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연합군의 임시 총사령관인 벨로디어스 공작이다.」


벨로디어스 공작은 영어로 말했는데, 입 모양과 소리가 다른 것이 마법을 사용한 것이다.


그는 사람들을 살짝 비웃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통보한다. 우리는 일본이라는 나라를 점령할 거고. 왕국을 세울 것이다. 최근 아메리카(미국)라는 나라에서 미사일이 날아왔다. 경고하겠다. 한 번 더 그런 상황이 일어나면, 그 빌어먹을 나라에 메테오 마법으로 운석을 떨어뜨리겠다. 물론. 텍사스보다는 작은 운석일 테니 인류가 멸망하지는 않을 거다. 아메리카 사람 1억 명 정도는 몰살당하겠지만.」

「!!!!」


그 순간 미국 출신 기자의 머리에서 떠오르는 건, 딥 임팩트(1998)라는 영화다.


머리에서 떠오르는 지구. 아니 아메리카에 부딪히는 운석의 장면에, 기자의 얼굴이 참혹하게 변했다.


메테오 마법이라니!


판타지 영화에서나 나오는 허구가 아닌가?


하지만. 이미 세상에 드러나 분석된 매직 미사일, 금지마법 등이 벨로디어스의 말을 단순한 허풍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게 했다.


벨로디어스 공작은 싱긋 웃으며 버러지 보듯이 두리번거렸다.


「오키나와까지 일본은 우리가 가진다. 한국이나 근처의 나라는 당분간 유보한다. 그리고. 우리 행성 사람과 비슷하게 생긴 유럽, 아메리카 지역은 적어도 100년간 점령하지 않는다. 공격은 할 수 있지만.」


이계의 존재는 짧은 시간 동안 지구에 대해서 많이 연구한 모양이다.


백인의 모습, 그것도 향수를 일으키는 중세 시대의 옷차림과 마법이라는 환상의 세계는 아주 매혹적이다.


그 모습 때문인지 백인 국가들은 겉으로는 침략을 규탄하면서도, 본격적인 군사행동에는 나서지 않았다.


일본을 싫어하는 많은 국가와 유색인종을 위해서 싸우기 싫다는 진영, 심지어 인권을 말하는 단체도 ‘메테오’라는 공포에 괜히 나섰다가 머리에 총알이나 박혔다.


5달 후. UN.


「살려주십시오. 제발! 도쿄가 함락되었습니다! 다음에는 당신들 차례야!」


일본대사가 울부짖었지만, 각국 정상들은 안쓰러운 표정만 지었지, 군대의 투입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동안 혈맹처럼 굴었던 미국도 북한의 일을 알기에 애써 외면했다.


며칠 전, 한번 호기롭게 방송한 평양에 운석이 떨어졌다.


평양 근처가 핵폭탄을 맞은 것처럼 폭발했고, 그 여파로 한반도 전체가 건물 유리가 깨지는 듯 난리가 났다.


그 이후로 누구도 ‘메테오’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지 않았다.


북한은 김씨 왕조는 무너지고 군벌들이 날뛰는 암흑지대가 되었다.


한국 정부에서는 북진할까 말까 소란이 일었고, 중국은 입을 꾹 다물고는 어떤 항의나 비판도 하지 않았다.


「제발! 제발! 아아. 이자나기노미코토(伊耶那美命)여! 신의 나라여!」


도쿄가 함락되기 전에, 덴노(일왕)를 비롯한 권력자들은 미국으로 망명했다.


홋카이도에서 마지막 항전을 하는 군대를 제외하고는 일본 전역이 1년 만에 식민지가 되었다.


거세가 저항하는 사람들은 검은 문에 끌려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고, 나머지는 각 지역에서 세워지는 왕국의 백성이 되었다.


복종 아니면 죽음.


칼을 찬 기사와 병사들이 돌아다니면 옛 일본인들은 허리를 숙이며 예의를 표했다.


그나마 도게자(土下座) 같은 걸 요구하지 않아서 좋다는 반응이 일었다.


일본인들은 의외로 순순히 복종했다.


국민들의 기질 때문인지, 두 번째 맥아더 왕국이라고 부르며 바짝 엎드렸다.


못 가졌던 사람일수록 더욱 복종하고, 그만큼 총애를 받고 작은 권력을 얻었다.


젊은이보다는 노인일수록 더욱 복종하고, 어떻게든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 발악했다.


좀 더 잘 먹고 잘살기 위해서 서로 싸우는 건, 나라가 멸망하기 전과 다를 게 없다.




고맙습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한국의 변경백은 오거 마법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앞으로 낮 12시 5분에 올리겠습니다. 24.09.09 11 0 -
40 040. 최초의 백성 NEW 17시간 전 5 0 12쪽
39 039. 대통령의 고민 24.09.16 6 0 12쪽
38 038. 동료를 제안하다. 24.09.15 7 0 12쪽
37 037. 5서클 흑마법사 24.09.14 11 0 12쪽
36 036. 대치하다. 24.09.13 10 0 12쪽
35 035. 흑마법사 김한남 24.09.12 15 0 12쪽
34 034. 동래성 24.09.11 17 0 12쪽
33 033. 권능 24.09.10 14 0 12쪽
32 032. 여해(汝諧) 24.09.09 16 0 12쪽
31 031. 지구로 24.09.08 15 0 12쪽
30 030. 찌르레기 용병단 24.09.08 19 0 12쪽
29 29. 자비(慈悲) 24.09.08 18 0 12쪽
28 028. 마공의 비밀 24.09.07 21 0 12쪽
27 027. 흑미륵마공 24.09.07 20 0 12쪽
26 026. 시술 24.09.07 19 0 12쪽
25 025. 정령사 줄리아 24.09.06 19 0 12쪽
24 024. 운명과 숙명 24.09.06 24 0 12쪽
23 023. 클레어 바이블 24.09.06 24 0 12쪽
22 022. 냄새(그르누이) 24.09.05 26 0 12쪽
21 021. 처음이자 마지막 마법 24.09.05 25 0 12쪽
20 020. 승리 24.09.05 26 0 12쪽
19 019. 혜영의 세상(3) 24.09.04 26 0 13쪽
18 018. 혜영의 세상(2) 24.09.04 28 0 12쪽
» 017. 혜영의 세상(1) 24.09.04 35 0 13쪽
16 016. 혜영과 와이얼드 24.09.03 34 0 12쪽
15 015. 검이 심장을 뚫다. 24.09.03 31 0 12쪽
14 014. 와이얼드와 대결하다. 24.09.03 37 0 13쪽
13 013. 콜로세움 24.09.02 36 0 12쪽
12 012. 대결 전날 24.09.02 40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