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변경백은 오거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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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터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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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 권능

DUMMY

033. 권능






*



일년내내 성교를 나누는 건 인간이 거의 유일하다.


동물들은 발정기가 있고, 그건 몬스터인 오거도 마찬가지다.


발정기가 아닐 때는 암컷이 지나가도 어떠한 욕정도 느낄 수 없다.


그저. 새끼를 기르는 약한 동족 정도.


뭐. 색욕에 환장한 고블린은 예외지만.


‘발정기가 아닐 때의 느낌.’


음경과 고환 세포가 모두 죽고 번식의 마음 또한 죽자, 검은 더욱 빠르게 부딪혔다.


쾅.


여해가 껄껄 웃었다.


“오오. 콜로세움과는 다르게 강해졌군. 흑미륵마공 때문이기도 하지만··· 벽사검법이 더욱 발전했어. 규화보전의 마력이 아닌데. 놀랍군.”


콰콰쾅!


실드의 금이 더욱 커졌다.


힘은 무게와 순간 가속도의 곱이다(F=ma).


“크크큭! 이것도 막아봐라! 시발년아!”

“!”


다시 찌른 검이 실드에 부딪히기 직전, 베르반의 무게가 수십 배 늘어났다.


투콰쾅!


실드가 박살 났다.


“이. 이런! 실드! 실드!”


당황한 여해가 연달아 실드를 쳤다.


하지만. 빠르게 들어간 검이 그의 왼 어깻죽지를 꿰뚫고, 만들어진 실드에 끼어 멈춰졌다.


그리고.


휘이이.


반투명한 사람이 태어나 실드를 두들겼다.


줄리아가 소환한 바람의 정령이다.


약한 수준의 정령이지만, 온전하지 못한 실드라서 점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끼긱. 끼익.


내가 검 손잡이를 위아래로 흔들자, 어깨를 꿰뚫은 검신이 그에게 계속 고통을 주었다.


여해가 쓴웃음을 지었다.


“크으으. 내. 내가 방심했군. 싸움에서 절대로 방심하면 안 되는데. 하아. 충무공이여!”


전까지 장난 같았던 눈빛이 마법사 특유의 광포함으로 일렁거렸다.


그가 입을 들썩이며 주문을 외웠다.



석 자 검으로 하늘에 맹세하니, 산과 강이 떨고(三尺誓天 山河動色),

한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강산을 물들이도다(一揮掃蕩 血染山河).



우우웅.


주문과 함께 바닥에 널브러진 검이 검집에서 뽑혔다.


뽑힌 검신에 그의 주문이 적혀있었다.


화르르.


검은 붉은색으로 이글거리며 내게 쏘아졌다.


‘이기어검!’


무협지에 나오는 것처럼 내공으로 움직이는 게 아닌, 주문과 마력이 쓰이는 마법이다.


“시발.”


나는 다급히 검을 빼고는 그의 검을 섬전처럼 내려쳤다.


하지만 검은 눈이 달린 것처럼 내 공격을 피하더니, 이윽고 눈앞에서 멈췄다.


화르르.


이글거리는 검이 언제라도 나를 태울 듯이 이글거렸다.


그렇게 공격이 멈추자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아. 하마터면 죽을뻔했군.”


우두둑. 찌이익.


“!”


그가 꿰뚫린 왼팔을 잡고는 그대로 뜯었다.


“자아.”

“?”

“영상으로 봤어. 와이얼드가 자네 입에 손가락 하나를 물려주는걸.”

“······.”


여해는 기묘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자네의 마력은 2서클의 기운이 아니야, 마력에서 와이얼드의 기운이 느껴져. 그렇다고 흡성대법도 아니고. 흡성대법은 이렇게 완벽하지 않거든. 이거 자네가 만든 마법인가? 겨우 2서클이? 아니면 클레어 바이블?”

“······.”


뚝뚝.


찢어진 어깨에서 흐르는 피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듯 그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아니면. 마법사로 각성할 때 얻은 축복인가? 소수의 마법사가 얻는 권능 같은? 최초의 마법인 파이어볼도 그렇게 만들어졌지. 무협지에 환장한 놈들은 무공이라는 마법을 얻고. 나는 이 권능을 얻었고···. 각성 때, 나도 모르게 정신이 선택한 마법인 거야. 수억 개가 넘는 것 중에서 내가 갈구하는 마법을. 하하. 권능은 반칙 같은 거야. 누구는 못생기게 태어나고, 누구는 잘생긴 외모로 태어나는 것처럼. 못생긴 놈이 잘생겨지려면 어마어마한 돈과 위험을 감수하고 얼굴을 뜯어고쳐야 하지. 자네는 많이 부럽군.”


슈슉.

슈슈슉.


검이 여해를 호위하듯 주변을 돌았다.


빈틈을 찾아보았지만, 검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여해는 내 손에 자기 팔을 쥐여주었다.


“자네의 권능은 먹으면 신체에 있는 마력을 흡수하는 건가?”

“권능?”

“먹어보게. 그러면 적어도 오늘 자네를 죽이지는 않을 테니까.”

“....”


쿵.


바람의 정령이 사라지자, 친화력이 바닥난 줄리아가 바닥에 쓰러졌다.


그녀는 거칠게 호흡하며 벽에 기댔다.


용병 대장들과 만프레드는 그의 기운에 공격조차 하지 못했다.






스릉.


검을 넣고 팔을 잡았다.


으적으적.

꿀꺽.


‘맛있다.’


와이얼드의 것과는 비슷하지만 다른 맛이 느껴졌다.


식인의 모습을 많이 본 용병 대장들과 나를 사랑하는 줄리아와는 다르게, 만프레드와 모집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나는 내심 그 표정을 즐기며 뼈까지 우두둑거리며 씹어먹었다.


그렇게 20분이 지나자 팔 하나를 다 먹었다.


우우웅.


“!”

“!”


마력의 순도가 조금 더 높아졌다.


여해는 탐지마법으로 나의 마력을 살피더니 활짝 웃었다.


“그르누이. 역시 내 마력을 일부 흡수했군. 나를 다 잡아먹으면 내 마력을 완벽하게 흡수하는 건가? 어쩌면 내 마법도?”

“그건 모르지. 아직 마법사를 통째로 먹어본 적이 없으니까.”

“그러면 나를 잡아먹으면 되겠군.”

“!”

“아니면. 일단은··· 저 정령사를 먹던가. 정령을 부릴 수 있는지 궁금하군.”


그 말에 분노가 치밀었다.


먹어도 내가 먹는 거다.


애완견처럼 명령에 먹는 게 아니라.


“닥쳐! 죽인다!”


검 손잡이를 꽉 잡고 으르렁거리자, 그의 얼굴에서 이채가 흘렀다.


“호오. 일반 마법사들하고는 다르군. 사람을 가려서 잡아먹는 모양이지?”

“··· 나쁜 것들만 먹기로 했어.”


씨익.


여해는 흡족하다는 듯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미소 지었다.


“역시. 내가 선택한 남자답군. 확실히 자네는 일반 마법사와는 달라. 충무공보다는 못하겠지만 선악이 확실하군.”

“?”


그의 말에 물었다.


“선택? 저 모집관이 농간을 부린 게 아니고? 너는 그저 돕는 놈이 아니었나?”


그가 작게 고개를 흔들었다.


“후후. 아니야. 저 사람은 그저 나의 명령에 복종한 것뿐일세. 자네는 모르겠지만 최근에 페르미에서 자네를 감시했어. 저 여자가 모집관과 대화할 때부터.”

“!”


눈치채지 못했다.


그렇다는 건 무방비로 습격당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그는 내 마음을 모르는지 계속 말했다.


“인상적이었어. 자네는 나쁜 놈만 죽였거든. 시체를 인벤토리에 넣는 걸 보니까 마탑에서 만찬을 즐긴 모양이지?”

“흥.”


흑미륵마공의 비밀을 알려줄 수는 없다.


그는 자기 말이 맞는다는 듯 알아서 고개를 끄덕였다.


“합격이야.”

“!”


휘이익.


여해의 검이 빛을 잃고 다시 검집으로 돌아갔다.


공격할지 생각했지만, 바로 죽는다는 느낌에 멈췄다.


“자네는 의(義)와 협(俠)이 있어. 욕심에 여자를 죽이지도 않았고. 약속하지. 5년 후에 자네의 음식이 될 테니까, 그때까지 나를 도와주게.”


그러면서 그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마법사의 약속.


“계약하면, 일주일에 한 번씩 내 팔이나 다리를 잘라 주지. 어때? 맛있지? 어차피 자네는 인육이 아니면 그다지 맛이 없잖아.”

“······.”


조건이 너무 좋다.


마법사가 아니라면 거짓말이라고 목을 베었을 정도로.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어. 어떻게 도와달라는 거지? 네 부하가 되라고?”


그 말에 여해가 쓴웃음을 지었다.


“원래는 그럴 생각이었는데··· 불가능할 것 같군. 그냥 부산의 변경백이 되어주게나. 뭐. 그곳을 다스리는 흑마법사를 죽여야 하겠지만, 그렇게 강한 놈도 아니니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거야.”

“흑마법사.”


일명 악마 숭배자.


마법사가 될 능력이 없는 놈이 마왕과 계약해서 힘을 얻는 경우다.


흑마법사는 마법사가 되기 충분한 비참함을 가지고 있지만, 전환하지 못하고 마왕의 도움을 받는다.


그렇다고 아무나 흑마법사가 될 수 없다.


제물과 함께 마법사에 버금가는 고통을 가지고 있어야, 마왕도 자신의 힘을 빌려주니까.


우우웅.


여해의 팔이 점점 재생되기 시작했다.


“궁금하군. 흑마법사를 잡아먹으면 어떻게 변할지 말이야. 자네도 궁금하지 않아?”

“··· 부산에서 네 명령에 복종하는 건가?”


여해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그러면 거절할 것 아닌가? 그냥 부산에서 적들을 막아줘. 흑마법사 놈은 도대체 믿음이 안 가. 불리하다 싶으면 도망이나 치거든. 놈 때문에 한양(서울)이 함락당한 적도 있어.”


열도의 왕국들은 서로 견제하기 바쁘고, 이제 한국을 노리는 건 해적들뿐이다.


해적들은 제주도를 차지하고는 중국과 한국의 해안, 멀리는 대만이나 인도네시아까지 들어가 약탈했다.


약탈하다가 저항이 적으면 내륙 깊숙이 들어와 죽이고 빼앗고, 노예로 끌고 와 열도나 메텔란 행성에 팔았다.


순간 의문이 들었다.


“네가 제주도로 가서 모두 처리하면 되잖아. 거기도 마법사가 있나?”


내 말에 여해는 쓴웃음을 지었다.


“뭐. 가끔 있을 때도 있지만, 중요한 건 이순신은 제주도에 간 적이 없다는 점이야.”

“?”

“나는 호랑이처럼 한산도에 버텨서 적 수군을 막을 뿐이야. 그렇다고 모든 해안을 다 막을 수도 없으니, 부산 쪽은 자네가 지켜줘. 서해는 내 알 바 아니고.”


부산과 서해는 일부러 뚫리게 놔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서울로 침범한 적들은 한국 정부에서 어마어마한 금액을 제시하고서야 물러났다.


“하. 하하.”


실소를 지은 줄리아가 일어나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지 중얼거리듯 말했다.


“오. 오 년 후에 죽는다는 것도? 당신이 한국에 온 지 2년이 지나서?”

“그래요. 이순신은 임진왜란 7년 후에 죽으니까, 나도 5년 후에 죽어야 맞지.”

“미. 미쳤군.”


줄리아가 작게 비명을 질렀지만, 나는 그가 온전히 이해되었다.


마법사는 그런 존재다.


나도 인육에 미치지 않았나.


고기에 옷을 입히고, 살을 비비고, 감상하고, 사랑에 빠지고······.


여해는 줄리아에게 시선을 떼고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5년 후에 나를 잡아먹게. 그때까지 부산을 지켜줘.”

“네 명령 따위는 듣지 않아도 되고?”

“그렇네. 부산만 지켜주면 돼.”

“5년 후에 한국은?”

“그거야 내 알 바 아니지. 조선이 망하든 말든.”

“······.”


줄리아를 보았다.


그녀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뜻을 알렸다.


줄리아는 아직 풀지 못한 원한이 있다.


여기서 죽을 수 없다.


“변경백이라··· 그러면 부산 전체가 내 거인 거지?”


히죽.


여해는 짓궂게 웃었다.


“맞는 말이지만 별 기대는 하지 말게나. 자네가 잡아먹기 충분하다 못해 넘칠 만큼의 나쁜 놈이 다스리는 지역이니.”

“끄응.”


흑마법사가 관리한다니 어떤 꼴일지 예상이 되었다.


‘그런 놈을 죽이면 흑미륵마공의 연성도 높겠지?’


뜻을 정했다.


“좋아. 대신에.”


휙.

서걱.


“끄. 아아악! 아. 아파!”


데굴데굴.


모집관이 잘린 팔꿈치를 잡고는 바닥을 뒹굴었다.


“어쨌든 나를 속였으니까 벌은 받아야겠지.”

“끄응. 힐링.”


우우웅.


여해의 손에서 나온 빛이 고통에 괴로워하던 남자를 제정신으로 만들어줬다.


다시 팔이 재생된 모집관은 두려움에 질린 표정으로 나를 보다가, 내가 자른 팔을 과자처럼 씹어먹자 공포에 까무러쳤다.


“퉤. 더럽게 맛없군. 오염된 고기군.”


내 말에 여해가 이해한다는 듯 말했다.


“뭐. 이곳 인간들은 다 그래. 항생제나 담배 등에 찌들었지. 그래. 그르누이. 계약할 건가?”

“조건이 있어.”

“조건?”


나는 잘생긴 15명의 청년을 떠올렸다.


“모집관이 구매한 오빈을 줘.”




고맙습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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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037. 5서클 흑마법사 24.09.14 11 0 12쪽
36 036. 대치하다. 24.09.13 10 0 12쪽
35 035. 흑마법사 김한남 24.09.12 15 0 12쪽
34 034. 동래성 24.09.11 17 0 12쪽
» 033. 권능 24.09.10 15 0 12쪽
32 032. 여해(汝諧) 24.09.09 16 0 12쪽
31 031. 지구로 24.09.08 15 0 12쪽
30 030. 찌르레기 용병단 24.09.08 19 0 12쪽
29 29. 자비(慈悲) 24.09.08 18 0 12쪽
28 028. 마공의 비밀 24.09.07 21 0 12쪽
27 027. 흑미륵마공 24.09.07 20 0 12쪽
26 026. 시술 24.09.07 19 0 12쪽
25 025. 정령사 줄리아 24.09.06 19 0 12쪽
24 024. 운명과 숙명 24.09.06 24 0 12쪽
23 023. 클레어 바이블 24.09.06 24 0 12쪽
22 022. 냄새(그르누이) 24.09.05 26 0 12쪽
21 021. 처음이자 마지막 마법 24.09.05 25 0 12쪽
20 020. 승리 24.09.05 26 0 12쪽
19 019. 혜영의 세상(3) 24.09.04 26 0 13쪽
18 018. 혜영의 세상(2) 24.09.04 29 0 12쪽
17 017. 혜영의 세상(1) 24.09.04 35 0 13쪽
16 016. 혜영과 와이얼드 24.09.03 34 0 12쪽
15 015. 검이 심장을 뚫다. 24.09.03 31 0 12쪽
14 014. 와이얼드와 대결하다. 24.09.03 37 0 13쪽
13 013. 콜로세움 24.09.02 36 0 12쪽
12 012. 대결 전날 24.09.02 4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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