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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터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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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 냄새(그르누이)

DUMMY

022. 냄새(그르누이)






*



우우웅.


“역시 안 되네.”

“?”


내 마력이 줄리아(혜영)의 속으로 들어갔지만 이내 나왔다.


내 마력은 순수한 역혈심법의 마력이 아니다.


와이얼드의 마력을 흡수해서 나만의 색으로 변했다.


좀 더 상위의 마력이라서 성공률이 높은데도, 줄리아의 정신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듯 마력의 침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헉헉.”


1번을 더 시도하고 포기했다.


마력은 줄리아의 몸에 정착하지 못하고 아깝게 모공 밖으로 흩어졌다.


스윽.


가부좌를 한 줄리아의 등에서 손을 뗐다.


“그만하자. 마력을 다 썼어. 좀 잘게. 건드리지 마.”

“응.”


눈을 뜨자 몇 시간이 지났다.


확실히 예전보다 빨리 마력이 충전되었다.


“다시 해보자.”

“응. 미안.”

“닥쳐.”

“알았어.”


다시금 마력을 넣고 줄리아는 일그러지는 얼굴을 애써 폈다.


아프다는 고통보다 더러운 것이 들어왔다는 표정을 억지로 숨기려 했다.


스윽.


등에서 손을 뗐다.


“안 되겠어. 실패야.”

“응. 포기했어.”

“좀 잘게.”

“그래.”


다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눈을 뜨자 창문을 통해서 별빛을 보았다.


“헉. 헉.”

“?”


침대에서 상체를 세우자, 줄리아가 거실에서 팔굽혀펴기하는 게 보였다.


그녀의 팔이 천천히 내려가서 빠르게 올라갔다.


내려갈 때 3초, 올라갈 때 1초의 간격이었다.


‘내거티브 푸쉬업? 호오.’


흐뭇하게 줄리아의 움직임을 감상했다.


푸쉬업은 하체도 긴장시키기에 줄리아의 엉덩이는 성나있었다.


몸에 달라붙는 레깅스에 복부가 드러나는 민소매 티.


가만히 천천히 움직이는 몸을 감상했다.


‘아름다운 몸에 그것과 어울리는 옷과 움직임. 이 3개가 조화되니까 하나의 완벽한 이야기 같다. 역혈심법의 주문처럼.’


킁킁.


멀리 떨어져 있어서 줄리아의 냄새를 맡기 힘들다.


그렇다고 일부러 마력을 사용하지 않고, 뇌가 전해주는 가상의 냄새를 맡았다.


킁킁.


아름다운 이야기가 뇌에서 내가 아는 최고의 냄새들을 만들어 주었다.


“아아!”


흡향(吸香)의 기쁨에 감탄이 나오자, 이야기는 현실로 돌아왔다.


힐끔.


줄리아는 몇 개를 더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수건으로 땀을 닦았다.


“!”


성큼성큼.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달려가 수건을 빼앗고는 코를 박고 킁킁거렸다.


“아아. 좋다.”

“이. 이 변태야.”


이건 본능이다.


수컷 짐승이 좋은 암컷 엉덩이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는 것도, 배설한 분비물 냄새를 맡고 환하게 웃는 것도 본능이다.


냄새를 통해서 수컷은 암컷의 건강 상태를 체크한다.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는지 없는지를.


인간들은 그런 능력이 짐승이나 몬스터보다 많이 떨어진다.


하지만. 그 본능이 아직 남아있어 노골적인 분비물이 아닌, 이렇게 옷을 입은 암컷의 냄새를 맡고 싶다는 욕구는 존재한다.


인간은 노골적인 ‘킁킁’보다는 대화 등을 통해서 상대를 파악하는 능력을 더 발전시켰다.


“아아. 좋다. 킁킁.”

“······.”


몇 번 말리다가 이내 포기한 줄리아는 졌다는 듯이 더 이상 뭐라고 하지 않았다.


대신에 저번처럼 볼일 보는 걸 구경하겠다고 달려오지 말라고 타협을 시도했다.


몬스터나 짐승 암컷은 아무렇지 않은데, 인간 암컷은 거기에 큰 수치심을 느낀다.


인간 암컷은 본인의 정보를 숨기는 것에 극도로 발달 된 존재다.


자신이 원하는 제한된 정보만을 주고 싶어 한다.


“냄새 좋다니까!”

“싫어! 창피해!”

“.....”


강한 저항에 뭔가 답답했다.


몬스터와 짐승은 냄새에 아주 민감하고, 그건 생존과 크게 연관되어 있다.


산에는 나무와 언덕이 있어 시야가 막히지만, 냄새는 바람을 타고 언덕 너머로 흐른다.


강한 몬스터의 냄새를 맡으면 미친 듯이 도망치고, 약한 몬스터의 냄새에 달려가 사냥을 성공시킨다.


나는 몸은 인간이어도 정신은 몬스터여서 냄새의 쾌감에 극도로 발달한 몸으로 태어났다.


내 이름도 냄새(그르누이)가 아닌가?


나는 날뛰는 줄리아를 달랬다.


“저. 적어도 네 앞에서 그걸 먹지는 않잖아. 그건 만으로도 많이 참았어.”


그 말에 줄리아의 머리털이 쭈뼛 서고 몸이 얼어붙었다.


“!!”


그러고 10초가 흐르자,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와이얼드 앞에서도 이런 기세를 보이지 않았는데···.


“우웩! 싫어! 역겨워!”

“사랑하는 사람의 거잖아. 조금도 안 역겨워.”

“······.”


조금 감동하는 눈빛.


하지만. 줄리아는 단호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싫어. 창피해!”


나는 다시 졸랐다.


“너 보고 내 거 냄새 맡고 먹으라고는 안 하잖아. 그런데. 줄리아. 저번에 한 번 먹어 봤는데, 채소 섭취가 좀···.”

“으아아! 그만해! 언제 먹었어? 볼일 보고 깨끗이 처리했는데!”

“흐흐. 다 방법이 있지.”

“!!”


줄리아의 얼굴이 붉다 못해 피가 나올 것같이 변했다.


수치심과 창피함이 뒤섞인 오묘한 표정이었다.


“아아! 엉엉엉!”


줄리아가 갑자기 서럽게 울었다.


그러고는 내 가슴을 때리고는 울부짖었다.


“약속해! 다시 안 먹는다고! 약속 안 하면 지금 죽어 버릴 거야! 빨리!”

“..... !”


눈빛을 보니 장난이 아니다.


‘몬스터와 인간의 문화차이인가? 하아. 나의 즐거움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가?’


몬스터라고 아무 똥이나 먹지 않는다.


우선 냄새를 맡고, 코의 점막에 분비물의 알갱이가 흡수되었을 때, 뇌가 정보를 파악한다.


좋은 암컷이면 더 맡아보게 하고, 그렇지 않으면 관심을 끈다.


물론. 좋은 암컷의 분비물이라고 꽃냄새가 나는 건 절대 아니다.


확실히 악취다.


하지만. 썩은 냄새, 지독한 비린내 같은 그런 악취가 아니라, 계속 맡고 싶은 그런 악취다.


한마디로 무난한 악취.


그런 무난한 악취로 판단이 들면 손가락을 들어 찍어 먹는다.


그러고는 진짜 좋으면 몸을 뒹굴어 묻히며, 쾌락에 벅차서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이건. 짝짓기 수컷의 행복 중 하나다.


'플레멘 반응(flehmen response)이라고 했지?'


“하아. 줄리아. 내 말 들어봐. 그게 풀레···.”


지식을 말하고 설득하려고 했지만, 혀를 길게 빼낸 것이 줄리아는 이미 단호한 결의를 내린 상태였다.


‘빌어먹을.’


“하아. 알았어. 약속할게. 먹지 않을게.”


그제야 혀가 치아 안으로 들어갔다.


“마법으로 보지도 마.”

“그. 그게 네 건강을 위해서···.”

“죽을까? 내가 죽는 꼴 보고 싶어?”


추욱.


힘없이 어깨가 숙였지만, 그녀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알았어. 약속할게.”

“엉덩이 코박죽도 하지 마.”


그 말에 속에서 천불이 일었다.


“싫어! 절대 싫어! 싫어! 싫어!”

“!”


강한 저항에 줄리아는 결국 하나를 양보했다.






줄리아는 2시간 더 운동했다.


푸쉬업이 끝나자 스쿼트부터 런지 같은 맨몸운동을 아~주 느리게 했다.


이렇게 천천히 네거티브(저항)을 주면, 가벼운 몸을 무겁게 사용할 수 있다.


뭐. 한계가 분명하지만, 용병 생활을 하면서 근육을 단련시키려면 이런 방법뿐이다.


마탑이나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이곳에 헬스장 같은 건 없다.


운동이 끝났다.


“헉헉.”


줄리아는 상쾌한 표정으로 운동을 마무리했다.


나는 새 수건을 건네며 증기처럼 뿜어지는 냄새에 아찔했다.


더는 참을 수 없자 줄리아를 껴안고 정수리에 코를 박았다.


킁. 크킁. 킁킁.


적당한 기름 냄새와 시큼한 땀 냄새가 좋았다.


나는 정수리부터 겨드랑이, 발바닥까지 모든 냄새를 맡으며 황홀해했다.


특유의 옷감 냄새와 감촉이, 냄새의 의미를 확장 시켰다.


“하아. 마법사는 다 변태인가?”


줄리아는 포기했다는 듯 한숨을 쉬며 본인의 운명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표정은 한숨과는 다르게 웃고 있었다.






인간의 몸에서는 소화된 음식물 냄새가 난다.


트림을 통해서, 방귀, 피부의 체취를 통해서 음식물 냄새가 분비된다.


오래된 음식일수록 부패하고 냄새가 고약하다.


적당히 썩은 채소는 오히려 괜찮은 냄새를 풍기는데, 살짝 부패했을 뿐인데도 고기에서 나는 냄새는 구역질이 치밀게 한다.


줄리아는 고기만큼 채소 또한 많이 먹어서, 충분한 섬유질에 하루에 한 번 시원하게 배를 비웠다.


쾌변도 하나의 쾌락이다.


배가 텅 하게 비는 그 기분은 몇초밖에 되지 않지만, 사람을 아주 짜릿하고 평온하게 만든다.


그 배설감은 성적인 괘감과 비슷하다.


“오빠. 아침에 시원하게 비워야 행동하기 편해. 걷다가 갑자기 급하면 위험해. 볼일 볼 때 습격이라도 일어나면 바로 죽거든. 그럴 때를 기다려 죽인 적도 많고··· 능숙한 용병은 배변을 무기처럼 사용하지만, 웬만해서는 쪽팔려서 못해.”

“그러면 너는?”

“안 그러려고 식사에 신경 써. 손에 똥 묻히면서 싸우는 건 구역질 나. ”


줄리아는 저녁에 한 끼를 먹는다.


고기와 채소가 들어간, 지구의 지식으로 영양소를 맞추고, 그게 안 되면 비싸게 산 보충제로 배를 채웠다.


몸 관리가 철저한 만큼 돈은 모이지 않았다.


“소변은? 남자처럼 서서 싸, 아니면 바지 벗고 쭈그리고 싸?”

“··· 그. 그만 물어!”

“흐흐흐.”


줄리아의 약점을 잡았다.


그녀는 대소변 얘기에 약하다.


다른 여자들도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줄리아는 싫어하면서 아주 부끄러워했다.


줄리아가 방향을 전환하듯이 물었다.


“이제 시술은 포기했어? 나는 불가능해?”


아쉬움이 가득한 모습이지만 집착은 없었다.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식은 냄새를 맡았다.


“응. 그래도 상심 마. 네게 맞는 다른 좋은 게 있을 것 같으니까. 도서관에서 좀 더 알아보고 말해줄게. 너는 어떡할게? 그런데 옷 예쁘네.”

“여기 헬스장에 가고 싶어. 그리고. 크롭탑과 골반 레깅스야.”

“오오. 골반 레깅스? 좋아. 앞으로 이런 것만 입어.”


줄리아의 눈에서 이채가 흘렀다.


“다른 남자들이 볼 건데?”

“뭐. 실컷 보라고 해. 어차피 만지지도 못할 테니.”

“.....”


인간 남자라면 어떻게라도 애인에게 허름한 옷을 입히려고 하겠지만, 나는 줄리아를 믿었다.


뭐. 배신하면 죽이고 다른 여자를 찾으면 그만이고.


마음이야 엄청 아프겠지만.


“그러면 저녁에 봐.”

“으. 음.”


낮은 확률이지만, 헬스장에 다른 마법사가 있을지도 모른다.


손님이라 건드리지 않겠지만 내심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 생각에 나가려는 줄리아의 손을 잡았다.


“그냥. 전화해서 여기에 기구들 놓을까?”

“응? 아아. 일단 기구들 사용해 보고. 뭐가 좋은지 파악한 다음에 그럴게.”


줄리아는 헬스장만이 아니라 이 핑계에 마탑을 한번 돌아다니고 싶은 모양이다.


나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줄리아. 어차피 기껏 무거운 거 들어도, 나중에 운동 안 하면 근육이 줄어들 텐데. 그냥. 여기서 맨몸운동이나 하지?”


절레절레.


“아니야. 무거운 걸 들면 운동 세포가 늘어나. 근육이 줄어들어도 세포는 사라지지 않아서, 다시 운동할 때는 훨씬 빠르게 근육을 만들 수 있어. 그러니까 기회가 있을 때 만들래. 오빠도 내 엉덩이가 더 컸으면 좋겠지?”


엉덩이라는 말에 굴복했다.


그녀도 내 약점을 제대로 알았다.


“그래? 그래. 그럼. 조심해.”

“응. 사. 사랑해.”


철컥.


목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


혀와 목구멍·치아와 폐가 만든 물리적인 형상이, 공기 중에 태어나서 하루살이보다 더 빠르게 사라졌다.


하지만. 내 속에서는 사라지지 않았다.


“사랑? 사랑··· 사랑.”


입술이 히죽거려졌다.


몸이 들썩거려서 참을 수 없다.


와이얼드는 절대로 이 감정을 알 수 없을 거다.


킁킁.


줄리아가 벗어놓은 운동화에 코를 박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잡아먹지 않아서 다행이야.”


스읍.


찌릿찌릿.


침대에 묻은 냄새까지 실컷 맡고는 문을 나섰다.




고맙습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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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036. 대치하다. 24.09.13 10 0 12쪽
35 035. 흑마법사 김한남 24.09.12 15 0 12쪽
34 034. 동래성 24.09.11 17 0 12쪽
33 033. 권능 24.09.10 15 0 12쪽
32 032. 여해(汝諧) 24.09.09 17 0 12쪽
31 031. 지구로 24.09.08 15 0 12쪽
30 030. 찌르레기 용병단 24.09.08 19 0 12쪽
29 29. 자비(慈悲) 24.09.08 18 0 12쪽
28 028. 마공의 비밀 24.09.07 21 0 12쪽
27 027. 흑미륵마공 24.09.07 21 0 12쪽
26 026. 시술 24.09.07 19 0 12쪽
25 025. 정령사 줄리아 24.09.06 19 0 12쪽
24 024. 운명과 숙명 24.09.06 24 0 12쪽
23 023. 클레어 바이블 24.09.06 24 0 12쪽
» 022. 냄새(그르누이) 24.09.05 27 0 12쪽
21 021. 처음이자 마지막 마법 24.09.05 25 0 12쪽
20 020. 승리 24.09.05 26 0 12쪽
19 019. 혜영의 세상(3) 24.09.04 26 0 13쪽
18 018. 혜영의 세상(2) 24.09.04 29 0 12쪽
17 017. 혜영의 세상(1) 24.09.04 35 0 13쪽
16 016. 혜영과 와이얼드 24.09.03 34 0 12쪽
15 015. 검이 심장을 뚫다. 24.09.03 31 0 12쪽
14 014. 와이얼드와 대결하다. 24.09.03 38 0 13쪽
13 013. 콜로세움 24.09.02 3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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