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변경백은 오거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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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터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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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 여해(汝諧)

DUMMY

032. 여해(汝諧)






*



찌르레기 용병단은 모노리스에서 벗어나 근처의 식당으로 갔다.


5층 높이의 커다란 식당과 여관들이 모노리스 근처에 가득 모였고, 갈 때와는 다르게 별다른 심사도 없이 거리로 쏟아졌다.


무장한 병사들이 주변을 경계했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을 막거나 적대적이지는 않았다.


웅성웅성.


거리에는 용병과 상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붐볐다.


큰개부랄풀 여관.


모집관이 안내한 여관에서 짐을 풀자, 일반 용병들은 배를 채우고는 바로 시시덕거리며 사창가로 사라졌다.



찌르레기 용병단.


단장 그르누이.

부단장 줄리아.

호위 및 검술 교관 만프레드.


1번대 대장 토르켈.

2번대 대장 폴리드.

3번대 대장 베켐프.



용병단을 3개로 나뉘어 각 대장이 통솔하게 했다.


대장들은 그동안의 관록이 있기에 별다른 무리 없이 용병들을 관리했다.


모집관까지 포함해서 7명이 모인 방에서, 모집관이 그르누이에게 물었다.


“그르누이님. 한국으로 가시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응? 돈 받고 용병질하는 거지. 사소한 볼일도 보고.”


그러면서 살짝 줄리아를 보니 그녀가 슬쩍 웃었다.


“너에게 돈을 받았으니 한 달 동안은 싸워줄 거다. 그다음에는 따로 또 계약해야겠지.”


모집관이 침을 삼키며 물었다.


“계약은 선불이겠죠?”


나는 느긋한 마음으로 그를 보았다.


“뭐. 후불로 해도 상관없어. 돈이 급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돈을 떼먹을 생각을 하지 마. 돈을 못 주면 용병의 법칙을 따를 테니까.”

“용병의 법칙이라면?”


나는 히죽 웃으며 남자를 보았다.


“모르고 묻는 거야? 돈이 되는 걸 약탈하는 거지.”

“아아. 그렇군요.”


그때였다.


우우웅.


“!”


강한 마력이 내 몸을 눌렀다.


“마법사!”


쿵.


일어나 바로 전신에 마력을 돌렸다.


흑미륵마공의 마력이 몸을 누르는 압력을 찢어버렸다.


줄리아도 눈치챘다.


“오. 오빠!”


쿠쾅.


만프레드와 일행들이 나의 모습에 일어나 자세를 잡았다.


꽈악.


“케. 케켁.”

“이 시발 새끼가. 함정을 파?”

“제. 제발. 제 말을 듣고···.”

“닥쳐.”


모집관의 목을 잡은 손에 힘을 주려는 순간.


“오늘 그놈을 죽이면 자네는 내 손에 죽는다.”

“······.”


중후한 남자의 목소리가 점점 강하게 들리더니 이윽고 문이 열렸다.


‘강하다.’


2미터 정도의 키에 무서운 호랑이 같은 얼굴을 가진 남자.


허리가 표범처럼 잘록하게 들어가고 어깨는 곰처럼 넓었다.


허리에 찬 환도는 키만큼 컸다.


남자는 나를 살펴보더니 슬며시 웃으며 말했다.


“호오. 흑미륵마공? 이 마공을 성공시킨 사람이 있었군. 대단하군.”

“너. 누구지?”


남자는 바로 답하지 않고 주변에 빈 의자 하나를 꺼내어 내 쪽으로 가져와 앉았다.


순간. 와이얼드와의 첫 만남이 떠올랐다.


그는 나를 올려다보며 눈을 빛내며 말했다.


“저 사람을 잡은 손을 놓게. 나도 공모자니까. 자네도 마법사라면 알겠지. 마법사는 한번 뱉은 말을 반드시 시킨다는 걸.”


눈에서 흘러나오는 안광이 당장이라도 나를 찢을 것 같다.


‘와이얼드보다 강할까?’


와이얼드는 대충 나를 상대했기에 그 강함을 제대로 알기 힘들다.


하지만. 이 남자에게 느껴지는 기운은 와이얼드에 비교해도 밀리지 않았다.


“탐지.”

“?”


우우웅.


그의 마력이 나를 훑는 더러운 기분이 느껴졌지만, 내 마력이 그것을 떨칠 수 없었다.


마법사는 기쁜 표정을 지었다.


“호오. 벌써 2서클인가? 마법사가 된 지 겨우 한 달이 조금 넘었는데. 흑미륵마공도 50% 가까이 완성되었어. 허허. 복이로구나. 조선의 복이야.”

“조선?”

“참고로 나는 4서클일세.”

“!”






“내 이름은 여해(汝諧)일세. ‘너로 인해 세상이 평온해진다’라는 뜻이야.”

“여해?”


피부색부터 한국인은 고사하고 지구인도 아니다.


메텔란 행성인 고유의 흰 피부는 지구의 백인과는 다르다.


이곳 백인의 피부가 창백한 느낌이라면, 메텔란인의 피부는 희고 건강한 색이다.


남쪽 지역을 내려가도 모두 희고 건강한 피부인 것은, 메텔란 행성 사람의 멜라닌 색소가 흰색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잡티나 기미 같은 것도 없어서 피부 하나는 깨끗하다.


여해라고 이름을 밝힌 마법사가 나를 보고는 만족스럽다는 듯 웃었다.


“지구인 출신의 마법사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네 피부색도 그렇고. 뭐. 마법사가 되면 모습이나 피부색이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지만.”

“후후. 내가 메텔란 행성 출신인 건 맞아.”


우우웅.


그는 자신의 인벤토리에서 잔과 술을 꺼냈다.


졸졸졸.


8개의 잔이 채워지자, 나와 용병들은 마지못해 자리에 앉아 잔을 잡았다.


술에서 향긋한 꽃냄새가 풍겼다.


그는 세상 행복하다는 표정으로 냄새를 맡았다.


“매화주일세. 밤에 매화꽃를 보고 마시면 아주 좋아.”

“매화꽃? 이미 계절이 지났잖아.”

“후후. 자네는 내가 마법사라는 걸 잊은 모양이야.”

“······.”


꿀꺽.


오기로 잔을 비우자 향긋한 봄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마법이 깃들어서인지 몸이 따스해지고 안정되는 느낌이 들었다.


“맛있지? 위스키 같은 것보다 이게 훨씬 맛있어.”

“마법을 썼으니까?”

“후훗. 이 매화주를 만드는 마법은 나만의 것이야. 아직 마탑에도 알리지 않았어.”

“.....”


꿀꺽.


“아아.”

“맛있다.”

“최고다.”


일행들이 모두 술을 비우고 황홀해했다.


흡사. 만화에 나오는 과장된 감탄의 장면처럼, 모두 미소를 지으며 늘어졌다.


그 나른함이 침입한 마법사에 대한 경계심을 낮추었다.


스윽.


모집관을 잡은 손을 놓고는 그를 뚫어지게 보았다.


“그래. 목적이 뭐지? 이렇게 술 한 잔 주려고 온 건 아닌 것 같은데.”


단도직입적인 물음에 여해가 말하려는 순간.


“여. 여해? 그건. 이순신 장군의 호(號)잖아!”


줄리아의 외침에 여해가 반색했다.


“호오. 흰 살구색 여인. 이순신 장군에 대해서 아는가?”

“한국인이라면 다 알잖아요.”

“크큭. 그래. 그래. 수업 시간에 안 잔 모양이야. 하하하.”


여해는 뭐가 그리도 좋은지 기특하다는 듯 줄리아를 보았다.


정령의 냄새를 맡았을 텐데도 역겨워하는 눈빛이 아니었다.


“요즘 어린 것들은 잘 모르거든. 세상이 흉흉해서인지 학교 공부도 제대로 안 하고.”

“아아. 예.”


그가 줄리아에게 넋두리를 토로하는 동안 마력폰을 검색했다.


그의 이름을 치자 정보가 나왔다.



여해(60).


본명은 ‘엔키’로 떠돌이 출신 용병.


어느 서점에서 이순신에 대한 책을 구매하고는 평생을 읽고 다님.


일반 용병에서 용병단 단장까지 오른 입지적인 사람.


무리한 귀족의 명령으로 용병대가 소멸했고, 다리와 팔이 잘리는 상처를 입음.


부상에서 각성하고는 귀족을 죽이고 마탑으로 들어감.


수십 년 동안 마법을 수련하고는, 대륙을 떠돌아다니며 기량을 쌓음.


58살에 모노리스를 통해 지구의 한국으로 들어감.


한국 정부로부터 삼도수군통제사(三道水軍統制使)라는 직위와 남해백(南海伯)이라는 작위를 획득.


통영 한산도에 군영을 차리고 바다로 들어오는 해적과 왕국군을 막음.



한마디로 이순신이라는 인물에 미친놈이다.


짝퉁 이순신이 자기에게 취하며 말했다.


“조선으로 온 지 2년이 조금 지났어. 오자마자 이순신의 후예들을 찾아봤는데 대부분 전쟁터에서 죽었어. 그나마 남은 후손들을 챙겨서 메텔란 행성에서 잘 먹고 잘살게 했지.”


확실히 이상한 놈이다.


대부분은 각성하면 식색(食色 식욕·성욕)에 집착하는데, 이놈은 한 남자에게 집착한다.


그의 시선에 줄리아에게서 내게로 이동했다.


“내 바라는 바는 조선을 지키는 거고, 너의 협력이 필요하다.”

“.....”


여해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나를 뚫어지게 보았다.


나는 허리에 찬 검과 그의 간격을 계산했다.


마력폰에는 그가 익힌 무공이 나오지 않았다.


일반 마법을 제외하고는 활을 잘 쏜다는 정도가 전부다.


‘전투마법사가 아닌가? 그러면.’


마력를 돌리며 최적의 상태로 만들었다.


그러고는 비웃으며 물었다.


“협조를 안 하면 모두 죽일 건가?”


여해는 뜻밖에 내 말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건 나의 명예에 맞지 않아. 여해라는 이름을 더럽힐 수는 없어.”

“명예? 대외적인 평판이나 자긍심과 같은 추상적인 가치?”


평판 따위야 지금 모두 죽이고 입막음하면 그만일 텐데?


그것보다 마법사가 힘이 아니라 평판 따위를 따진다고?


여해는 나의 눈빛을 읽고는 자기 잔에 술을 따르고 한잔 마셨다.


꿀꺽.


탁.


잔을 소리 나게 놓고는 그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르누이. 명예는 누군가 나를 위해 헌신하게 만드는 힘이야. 권력과는 달라.”

“!”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다.


용병대장들도 그렇고 줄리아까지 인상을 찌푸렸다.


“무슨 개소리지?”


여해가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권력이란 내 명령에 복종시키는 힘이야. 공포나 대가가 수반되지. 그리고. 언제나 배신이 뒤따르고. 하지만 자발적인 힘은 그 모든 걸 능가해.”

“··· 무. 무슨 개소리냐고.”


권력이라는 건 확실히 안다.


힘이 곧 권력이고, 그 힘은 상대를 복종시켜 나를 편하게 만든다.


“자발적으로 복종한다고? 정신마법인가?”

“크크. 역시 마법사 출신이군.”

“시발. 너도 마법사다.”

“끄응.”


여해는 술을 따라주며 계속 지껄였다.


“권력도 좋지. 내 명령에 복종하는 모습에 짜릿하고 기분이 정말 좋거든. 하지만 진심으로 나를 따르고 대가 없이 나를 위해 죽어주는 모습은 짜릿하게 걸 넘어서서, 감동스럽고 한없이 나를 평안하게 만들지.”

“감동? 평안?”

“내가 인간일 때, 나를 살리려고 얼마나 많은 용병이 목숨을 버렸는지 자네는 모를 거야. 그저 책에 적힌 이순신을 흉내 냈을 뿐인데.”


그가 웃음기를 거두고 진중하게 말했다.


“그때부터 책이 더 잘 읽히더라고. 나는 어느 순간 그가 된 거야.”


삼국지라는 소설을 보면 유비라는 놈이 그런 놈이다.


나는 도저히 그놈의 헛짓거리에 감격하는 인간들이 이해되지 않는다.


머리로는 대충 알겠지만, 가슴으로는 조금도 느낄 수 없었다.


“사이비 교주 같은 놈인가? 허약한 놈들 이용하는?”

“아니! 이순신은 그런 게 아니야!”


쿠우우웅.


마력이 이글거리며 모두의 몸을 옥죄었다.


“크으으.”

“시발.”

“아아. 미안.”


여해가 바로 마력을 거두자 모두 콜록거리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콜록콜록.”

“헉헉.”


나를 포함한 모두가 한순간 투지를 잃었다.


‘이기기 힘들겠군.’


“미안하군. 사과하겠네.”


여해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모두에게 사과했다.


““!!!!!!!””


마법사가 사과하자 모두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사과하는 마법사라니?


“사과하는 마음으로 다시 술을 대접하지.”


여해가 인벤토리에서 다시 매화주를 한 병 꺼내어 탁자에 놓자, 용병들의 얼굴도 조금 부드러워졌다.


그는 나를 다시 보았다.


“이런 술을 매일 마시게 해주지. 어떤가?”


그의 말에 오거 특유의 자존심이 부글거렸다.


“그래서. 네 밑으로 들어오라고?”


검 손잡이를 잡고 으르렁거렸다.


복종하는 순간 오거의 정신이 붕괴할 거다.


오거는 도망은 쳐도 복종하지 않는다.


위이잉.


흑미륵마공으로 단련된 육체가 꿈틀거리며 검을 뽑기를 갈구했다.


저 재수 없는 대가리를 자르라고.


투툭.


“크으윽.”


마력이 고환과 음경을 말려 죽였다.


‘비발정기의 마음. 그때의 마음.’


여해는 나의 상태를 파악하고는 놀라했다.


“이. 이봐. 서. 설마. 거기를?”

“죽어!”


휘익.


검집에서 나온 검이 벼락처럼 여해의 목덜미를 때렸다.


하지만.


탱.


예상대로 검은 녀석의 쉴드에 맞고는 검이 튀었다.


벌떡.


일어난 나는 검을 역수로 잡고는, 온 힘을 집중해서 쉴드의 한 점을 내려쳤다.


파앗!


찌지직.


쉴드에 미세한 잔금이 갔다.


“그. 그만하게.”

“닥쳐.”


검의 속도가 전보다 빠르다.




고맙습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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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037. 5서클 흑마법사 24.09.14 11 0 12쪽
36 036. 대치하다. 24.09.13 1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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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034. 동래성 24.09.11 17 0 12쪽
33 033. 권능 24.09.10 15 0 12쪽
» 032. 여해(汝諧) 24.09.09 17 0 12쪽
31 031. 지구로 24.09.08 15 0 12쪽
30 030. 찌르레기 용병단 24.09.08 19 0 12쪽
29 29. 자비(慈悲) 24.09.08 18 0 12쪽
28 028. 마공의 비밀 24.09.07 21 0 12쪽
27 027. 흑미륵마공 24.09.07 20 0 12쪽
26 026. 시술 24.09.07 19 0 12쪽
25 025. 정령사 줄리아 24.09.06 19 0 12쪽
24 024. 운명과 숙명 24.09.06 24 0 12쪽
23 023. 클레어 바이블 24.09.06 24 0 12쪽
22 022. 냄새(그르누이) 24.09.05 26 0 12쪽
21 021. 처음이자 마지막 마법 24.09.05 25 0 12쪽
20 020. 승리 24.09.05 26 0 12쪽
19 019. 혜영의 세상(3) 24.09.04 26 0 13쪽
18 018. 혜영의 세상(2) 24.09.04 29 0 12쪽
17 017. 혜영의 세상(1) 24.09.04 35 0 13쪽
16 016. 혜영과 와이얼드 24.09.03 34 0 12쪽
15 015. 검이 심장을 뚫다. 24.09.03 31 0 12쪽
14 014. 와이얼드와 대결하다. 24.09.03 38 0 13쪽
13 013. 콜로세움 24.09.02 36 0 12쪽
12 012. 대결 전날 24.09.02 4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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