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신대륙의 거물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새글

폭식마왕
작품등록일 :
2024.08.21 12:59
최근연재일 :
2024.09.19 17:20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96,177
추천수 :
5,013
글자수 :
197,929

작성
24.09.15 17:20
조회
1,728
추천
136
글자
17쪽

인간과 비인간 (2)

DUMMY

1495년 이탈리아.


신대륙에서 설탕이 들어오네 마네로 한창 시끄러운 서쪽과 달리 이곳은 피비린내가 나는 전쟁이 한창이었다.


나폴리 왕국을 노리고 침공한 프랑스 군에 맞서서 신성로마나 베네치아, 심지어 카스티야-아라곤까지 참전하며 벌어진 국제전.


보통 전쟁 규모가 커지면 다 그렇듯 이번에도 뚜렷한 승자는 없었다.


프랑스는 전술적 승리는 거뒀으나 나폴리를 완전히 손에 넣지는 못했고, 카스티야는 프랑스에 꼴사나운 대패를 당하며 체면을 구겼다.


반면 이탈리아는 오랜기간 영향력을 자랑했던 메디치 가문이 쇠퇴했고 나폴리 왕국은 전쟁으로 피폐해졌다.


이탈리아 한복판에서 일어난 전쟁이다 보니 교황 역시 이 거대한 파도에 휩쓸릴 수밖에 없었다.


비록 어찌어찌 수습은 했으나 교황이 세속군주를 제어할 수 없다는 쓰디쓴 현실이 또다시 만천하에 알려졌다.


아니, 까놓고 말해서 그렇게 된 지는 이미 한참이나 오래 됐으니 또다시 증명되었다고 보는 게 맞으리라.


하지만 현 교황 알렉산데르 6세는 대단히 유능한 인물이었다.


그 유능한 영역이 신앙이 아닌 권모술수에 집중되어 있었으나, 그렇기에 날로 실추되어 가는 교황의 권위를 어떻게든 붙들고 있을 수 있었다.


“성하, 카스티야에서 특사를 파견해 달라는 요청이···.”

“이미 보았다. 다른 곳도 아니고 카스티야에서 해온 부탁이니 최대한 빠르게 답을 줄 필요가 있을텐데 검토는 마쳤나?”

“예. 일단 우리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다는 게 중론입니다.”

“허나 신대륙 식민지 정책은 당연히 왕실의 관할일텐데 내게 특사를 보내달라고 먼저 제의한 건 분명히 어떤 노림수가 있다는 것인데···.”


교황 알렉산데르 6세는 발렌시아의 대귀족 보르자 가문의 출신이다.

당연히 카스티야 왕실과 밀접한 유대가 깊었으며 이 때문에 포르투갈과의 분쟁 때도 대놓고 카스티야 쪽을 밀어주었다.


카스티야도 역시 현 교황을 지지해줬으며 페르난도 2세가 이탈리아 전쟁에 직접 개입하면서까지 교황청의 편을 들어주었다.


그러니 서로간에 도움을 주고 받는 건 어색하지 않지만 그에게는 이사벨의 노림수가 어느정도 보였다.


역사상 가장 타락한 교황이라는 매도를 받기도 하지만 그는 자신이 역대 모든 교황 중 가장 권모술수에 능하다는 걸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전임자들과는 다르게 어느 한쪽과도 결정적으로 틀어지지 않는 균형잡힌 외교정책.

가문을 앞세워 이탈리아 전역을 교황청의 발 아래에 두려는 야심과 이를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 통찰력까지.


혹자는 그게 성직자인 교황에게 무슨 소용이냐는 비판을 하겠지만, 그건 너무나 순진한 소리다.


교황청은 그 존재만으로도 더없이 정치적이며 막대한 이권을 움직일 권한과 자격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교황이 힘이 없다면 다른 세속군주들의 노리개가 되어 더더욱 정치적인 도구로 쓰이기 십상이다.


그러니 교황의 힘이 강하면 강할수록 교회가 본연의 목적에 충실할 수 있으니.


뇌물 좀 먹이고 매관매직을 숨 쉬듯 자연스럽게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다 교황청을 위한 일이다.


물론 이 모든 건 알렉산데르 6세 개인의 의견일 뿐이고, 다른 이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남이 뭐라고 하든 그건 하나도 중요치 않다.


알렉산데르 6세의 집권 이후 교황청이 날로 안정되어 가고 있다는 건 누구도 부정 못할 사실일 테니까.


그런 그이기에 카스티야의 요청에 녹아들어 있는 의도를 간파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일단 페르난도는 이 일에 별 관심이 없을 거다. 그의 관심사는 나폴리 쪽에 쏠려 있고 신대륙은 애초에 그의 관할도 아니니까. 그럼 이사벨 여왕인가? 생각해 보니 그녀는 이전에도 원주민들을 학대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했었지.”

“예. 실제로 지금 카스티야는 원주민들을 어르고 달래가면서 사탕수수 농사의 규모를 확대 중이라고 합니다.”

“···그런가. 그럼 이사벨 여왕과 그녀가 수족으로 부리고 있다는 동방 귀족이라는 자···아니, 잠깐.”


머릿속으로 신대륙을 중심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권의 흐름을 되짚어 가던 교황은 순간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카스티야가 신대륙에 진출한 지 얼마나 지났지?”

“3년에서 4년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고작 3년만에 이 정도 성과를 냈다고?”


이탈리아에서 일어나는 전쟁에 온 신경을 빼앗겨 있던 탓에 알아차리는 게 늦었다.


“이사벨 여왕이 그만큼 유능한 군주라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그걸 부정할 마음은 없지만 그것과 이건 별개다.”


생전 처음보는 새로운 땅에 상륙해 거점을 만들고 탐사를 하는데만 년 단위 시간이 우습게 걸린다.


심지어 거기에는 수십만의 원주민들이 살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들과 접촉하고 교화를 시키고, 심지어 그들을 동원해 사탕수수 농사까지 짓는 걸 이 짧은 시간안에 다 해냈다고?


“처음에 그 신대륙이라는 곳을 발견한 자는 디에고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맞습니다. 콜럼버스라는 제노바 출신의 항해사가 원래 신대륙 항로의 독점권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걸 저 디에고라는 사람이 넘겨 받은 겁니다.”


카스티야 태생은커녕 유럽 출신조차도 아닌데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나 카스티야의 요직에 앉은 사람.


여왕과 부적절한 관계로 거머쥔 자리라고 하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성과가 좋고 빠르기까지 하다.


“이번 회의를 개최한 이유는 카스티야가 훗날 합류할 경쟁자들을 미리 견제하려는 의도일 테고···그럼 이 체스판의 기물을 움직이는 이는 여왕이 아닐 수도 있겠어.”

“여왕이 디에고라는 자에게 조종 당하고 있다는 뜻입니까?”

“아니, 그럴리가. 다만 아직 정보가 부족하니 이 이상의 추론은 상상의 영역을 벗어날 수 없겠지.”

“그럼 상세한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서라도 이사벨 폐하의 요청을 받아들여야 하겠군요.”


그거야 처음부터 정해져 있던 답이었으니 굳이 고민할 가치도 없다.

이런 중대한 사안의 결정권이 교황청으로 넘어온 건 그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호재였으니까.


“그래. 하지만 그 원주민들이 정말로 우리처럼 하느님의 자녀인지는 직접 보고 들은 뒤에 면밀한 판단을 거쳐야 할 것이다. 잘못된 결정을 내려 후대에 비웃음을 당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카스티야의 노림수가 뭔지 대강 파악은 됐지만 여기서 바로 알겠다는 답을 하는 건 하수들에게나 어울릴 행동.


이 잘 짜여진 무대 위에서 최대한의 이득을 가져갈 수 있는 수를 강구해야만 한다.


“그럼 특사로는 누구를···.”

“카스티야에서 열리는 회의이니 카스티야와 연이 있는 사람을 보내는 게 좋겠지. 발렌시아 추기경을 보내면 어떨까?”

“발렌시아 추기경은 아직 너무 젊은데 그 점을 문제 삼지는 않을까요?”

“젊긴 하지만 그만한 인재도 또 없어. 그건 그쪽도 조금만 이야기를 해봐도 알 수 있을 테니 걱정 말게.”


발렌시아 추기경이 알렉산데르 6세의 사생아라는 건 교황 본인조차 공공연한 비밀로 인정한 사실.


특히 외적으로는 빈말로도 좋다고 말 못할 교황과는 달리 발렌시아 추기경은 지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는 미남이었다.


교황청의 얼굴을 대표하는 특사로 이보다 더 어울리는 사람이 없다는 건 과장이 아니었으니.


“알겠습니다. 그러면 카스티야측에 발렌시아 추기경을 특사로 보내겠다는 답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아들을 향한 교황의 신뢰는 요새 날이 갈수록 더 두터워지는 중이었다.


‘디에고라는 자가 어느 정도의 그릇을 가지고 있는지는 그 아이가 잘 판단해주겠지.’


그 자가 여왕에게 바치는 충성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여왕의 동업자라는 위치로 만족하는지, 아니면 신대륙을 기반으로 자신의 세력을 확장해보려는 야심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활용할 수 있는 카드의 수는 곧 가지고 있는 정보의 양에 따라 달라지는 법.


알렉산데르 6세는 아들 체사레 보르자의 보고를 기다려 보기로 했다.



* * *




신대륙을 유럽과 평화롭게 연결 지으려는 나의 눈물겨운 분투.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아직 유럽의 지식인들은 원주민들에 대한 제대로 된 지식이 없다.


굳이 꼽자면 항로가 안정 된 다음에 자신들도 원주민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연구하겠다며 찾아온 몇몇 정도?


실제로 콜럼버스가 찾아낸 땅이 인도라고 알려져 있던 게 고작 수년 전의 일이다.


나는 여기에 고의적으로 계속 더 많은 정보를 밀어넣었다.


-사실 콜럼버스가 찾아낸 땅은 인도가 아닌 신대륙이었다


-사실 신대륙에는 수많은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다


-사실 이 신대륙은 설탕을 만드는데 있어 최적의 땅이며 실제로도 사탕수수를 재배하는데 성공했다


-사실 이 원주민들은 문명이 발전하지 못했을 뿐이지 누구보다 순박하고 우리의 종교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원래 사람들은 동시다발적으로 수많은 정보가 들어오면 하나하나 판별하려 들기보다는 그냥 있는 대로 수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사람도 국가도 원래 첫 인상이 좋으면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법.


바야돌리드에서 열릴 기념비적인 인권 회의는 이미 개최 되기도 전부터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어차피 카스티야 왕실과 실제로 설탕을 공급하고 있는 내 의견이 합치 된 이상 이건 하나의 거대한 엔터테인먼트나 마찬가지.


원주민을 짐승이라고 주장하는 쪽이 기술을 걸어주면 이쪽에서 그걸 카운터 친다.


그럼 반대파는 크아아악! 소리를 지르며 바닥에서 나뒹굴고 그대로 1, 2, 3 카운트가 올라가면 경기는 끝.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교황청에서 온 특사가 ‘이야기를 들어보니 원주민들도 우리와 같은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라고 선언하는 게 내가 그리고 있는 그림이었다.


그렇기에 교황청의 특사가 먼저 나를 찾아왔을 때도 그리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안녕하십니까. 주님의 은혜가 함께하시길. 발렌시아 추기경 체사레 보르자라고 합니다.”

“추기경께서 이렇게 먼저 찾아주시다니 더없는 영광입니다. 기별을 주셨다면 제가 바로 찾아갔을 것을 괜히 번거롭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참으로 인상적인 방이로군요.”


체사레는 저명한 교회들과 기독교 관련 예술품의 사진으로 도배가 된 내 저택을 바라보며 탄성을 흘렸다.


이것이야말로 나의 독실한 신앙심을 증명해주는 무엇보다 확실한 증거.


“하하하, 눈길을 끄는 소재를 볼 때마다 붓을 들다보니 이렇게 되었습니다.”

“교황청에도 디에고 님이 그린 작품이 하나 있습니다. 정말 사실적인 그림이라 감탄하면서 보았었는데 이렇게 모아놓은 걸 보니 장관이 따로 없군요.”


나야 그냥 각도를 잘 맞춰서 손가락을 까딱까딱 움직였을 뿐이지만, 다른 사람들은 내가 일일이 이 모든 걸 그렸다고 생각하겠지.


생각해보라.

다른 누구를 위해서도 아니고 오롯이 용솟음치는 신앙심의 발로로 작품을 그려낸 나야말로 참된 신앙인이 아닌가.


체사레 보르자라고 하면 AI가 말해주기를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서 냉혹하고 추진력 있는 군주의 모델로 제시된 이라고 한다.


추기경이 왜 뜬금없이 군주론의 모델이 되느냐하면 체사레는 훗날 역사상 최초로 추기경직을 사임하고 속세의 인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뛰어난 전략과 외교력까지 겸비해 시대를 풍미한 걸물이라고 하니 교황의 특사로 오기에 부족함이 없는 인물이라 할 수 있겠다.


어쩐지 처음 들었을 때 왠지 모르게 귀에 익은 이름 같더라니.


“체사레 님의 소문은 저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교황 성하께서 누구보다 신뢰하시는 교황청의 기둥이시라고요. 이제 스무살이 되셨다는 걸 알았을 때는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저야말로 디에고 님의 일화를 들었을 때는 사실이 아닐거라 의심했을만큼 놀라움이 컸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와서 보니 놀라운 업적에 신앙심까지 겸비한 분이었다는 걸 알게 되어 기쁩니다.”

“저야 신앙의 길로 들어선 지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더더욱 날마다 은혜로 충만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아, 그래서 신대륙의 원주민들에게도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파하고 계신 거로군요. 어째서 이런 숭고한 자리가 개최된 건지 바로 이해가 갑니다.”


거두절미하고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자 이건가.

실무진 타입인 나로서는 이렇게 바로 들어와주면 오히려 더 편하지.


“예. 제가 직접 건너가 오랜 기간 살펴본 결과 원주민들은 문명의 수준이 조금 떨어질 뿐 우리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개종의 여지는 있던가요?”

“이미 히스파니올라의 원주민들 대다수는 그리스도를 믿고 매일매일 찬송가를 부르며 예배도 열심히 참가하고 있습니다. 이건 군종 신부로 참가한 페드로 신부님이 증언해주실 겁니다.”

“주님의 독실한 신도라면 누구라도 우리의 형제라 불릴 수 있겠지요. 그런데 조금 다른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어서 그 부분은 걱정이 됩니다.”


반대쪽 배우들도 이미 섭외가 끝난 걸 알텐데 굳이 여기서 우려를 표한다고?


하지만 대놓고 이러는 걸 보면 진심으로 훼방을 놓겠다는 뜻은 아니다.


교황청이 카스티야 왕실과 척을 질 이유도 없고, 설령 그럴 거였다면 이렇게 미리 말하지도 않았을 테니까.


“어떤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지 혹시 들어볼 수 있겠습니까?”

“우선 카스티야만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드넓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인데 참가하는 쪽이 전부 카스티야 인원 아닙니까. 그렇게 결론을 냈을 때 신성로마나 프랑스가 네 그렇군요 하고 납득할 수 있겠냐는 거죠.”

“그래서 성하께 특사를 보내달라고 요청한 겁니다. 추기경님께서 공명정대한 눈으로 보시고 판결하신다면 그 누가 이견을 제기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 사람은 참된 기독교인이 아니겠지요.”


내 성향을 시험해보려는 건가 싶어 교황의 권위를 부정하는 놈은 기독교인이 아니라는 립서비스를 잔뜩 늘어놓았다.


성경의 어떤 구절이 마음에 든다, 유명한 기독교 성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렇게 살고 싶다, 나중에 교황청도 한번 꼭 가보고 싶다 등등.


가히 감동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신앙간증을 한 30분간 이어나가자 체사레가 고개를 끄덕였다.


“디에고 님의 신실함을 보고 있자니 저도 성직자로서 더욱 정진해야겠다는 걸 느낍니다.”


응, 너 추기경 때려치우고 이탈리아를 통일하겠다고 설칠 거잖아.


“과찬이십니다. 다 여왕 폐하께서 저를 잘 이끌어주신 덕분이죠. 그러니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성하의 결정에 누군가 칼을 들이댄다면 여왕 폐하께서 방패가 되어 막아서실 테니까요.”

“···그렇군요. 하지만 역시 대외적으로 더욱 공정하게 보이기 위해서라도 이탈리아쪽에서 온 학자들도 참가시키는 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게 했을 때 성하의 결정도 보다 더 객관적으로 보이지 않을까요?”


딱히 틀린 말은 아니라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디에고 님이 신대륙 원주민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복음을 전하고, 협력했는지 상세한 과정을 들을 수밖에 없게 되겠지만, 신실한 디에고 님이라면 모든 걸 주님의 뜻대로 행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믿어주시니 영광입니다.”


어쩐지 아직 젊다고 해도 너무 거물이 왔더라니 이제야 어떤 의도로 이러는 건지 이해가 가네.


일부러 변수를 추가해서 내가 어떻게 나오는지 떠본 뒤에 정보를 왕창 뽑아가시겠다?


그리고 그걸 굳이 숨기지도 않고 넌지시 흘린다는 건 뻔하지 않나.


나를 견제하거나 발목을 잡겠다는 게 아니라 이쪽의 능력을 가늠해보겠다는 일종의 예고다.


덤으로 교황의 결정에 더 큰 공신력을 부여하고 싶다는 말도 거짓은 아닐테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계산이겠지.


물론 순순히 저 의도에 따라준다고 해서 내게 해가 될 일은 없지만 솔직히 좀 마음에 안 드는데?


지들이 뭔데 와서 내 능력을 떠보네 마네 하고 있는 거람.


교황의 권위를 끌어들여서 기반을 공고히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건 맞지만, 그게 내가 숙이고 들어가야 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 다.


내 능력을 보고 무언가를 같이 해보자고 제안할 생각이라면 거절할 마음은 없다.


다만, 그럴거면 내 가치에 어울리는만큼의 대가를 뜯어가도 상관없겠지?


나는 체사레를 보내자마자 바로 콜럼버스를 호출해 이사벨에게 전할 쪽지를 건네주었다.


“제독님, 그럼 이걸 전해드리고 바로 항구에 있는 원주민들을 데리러 가보겠습니다.”

“그래. 절대 마스크를 벗기면 안 된다는 거 잊지 말고.”


원래는 원주민들의 노예화 금지 정도만 끌어낼 계획이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분명 그쪽이 교황 나으리의 결정에 더욱 큰 공신력을 부여하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추기경님!


제가 당신의 바람을 이뤄드리겠습니다.


걱정 말고 편하게 지켜봐주십시오.


작가의말

오늘도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AI로 신대륙의 거물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을 변경했습니다 +1 24.09.03 262 0 -
공지 연재시간을 오후 5시 20분으로 변경하겠습니다 24.08.26 1,850 0 -
28 상륙 (2) NEW +5 57분 전 207 25 17쪽
27 상륙 +9 24.09.18 1,008 127 15쪽
26 바야돌리드 논쟁 (2) +13 24.09.17 1,375 126 20쪽
25 바야돌리드 논쟁 +8 24.09.16 1,543 136 17쪽
» 인간과 비인간 (2) +8 24.09.15 1,729 136 17쪽
23 인간과 비인간 +12 24.09.14 1,943 143 16쪽
22 풍문으로 들었소 +24 24.09.13 2,062 150 17쪽
21 석판께서 가라사대 +14 24.09.12 2,248 150 18쪽
20 태풍의 눈 (3) +16 24.09.12 2,355 162 16쪽
19 태풍의 눈 (2) +13 24.09.11 2,495 167 15쪽
18 태풍의 눈 +9 24.09.10 2,677 164 15쪽
17 세계의 절반 +17 24.09.09 2,954 183 15쪽
16 대양 제독 (2) +17 24.09.08 3,241 183 14쪽
15 대양 제독 (수정) +13 24.09.07 3,498 181 16쪽
14 신대륙 전문가 (3) +15 24.09.06 3,522 199 16쪽
13 신대륙 전문가 (2) +13 24.09.05 3,543 206 17쪽
12 신대륙 전문가 +13 24.09.04 3,662 194 15쪽
11 신세계에서 (2) +16 24.09.03 3,689 185 15쪽
10 신세계에서 +12 24.09.02 3,985 195 16쪽
9 즐거운 거래 +21 24.09.01 4,150 208 14쪽
8 여왕의 예술가 +11 24.08.31 4,203 215 14쪽
7 예술 논쟁 +16 24.08.30 4,284 203 16쪽
6 배신의 위인전 +15 24.08.29 4,376 223 14쪽
5 동방의 풍운아 +11 24.08.28 4,554 220 13쪽
4 극극극 극사실주의 +19 24.08.27 5,178 208 17쪽
3 주머니 속 기계장치의 신 +27 24.08.26 5,970 215 15쪽
2 높으신 분? +19 24.08.26 7,154 236 13쪽
1 개천에서 난 용 +25 24.08.26 8,545 27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