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신대륙의 거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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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식마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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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판께서 가라사대

DUMMY

“구원자님! 이리로! 이리로 오십시오!”

“오오오! 구원자님이 이쪽을 봐주셨어!”


솔직히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현대인과 15세기 사람들의 차이를 너무 과소평가해버렸다.


심지어 여기 사람들은 15세기 유럽인들도 아니고 신석기에서 청동기 수준의 문명에 머물러 있지 않은가.


현대인들의 경우 뭔가 신기한 걸 보면 ‘우와 이거 굉장히 신기하네 어떤 원리로 이렇게 되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한다.


현대인들이 지능적으로 훨씬 우월한 존재라서가 아니라 21세기를 지배하는 패러다임이 과학적 사고에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15세기의 유럽은 과학보다는 종교의 힘이 훨씬 더 강한 시기.


이 세상의 법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조차도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보면 신의 섭리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는 시대다.


하물며 여기 원주민들이야 말할 것도 없으리라.


“잠깐, 일단 진정 하고 이야기부터 좀 하지.”

“물론입니다! 구원자님, 자 이리로.”

“유카후의 대리인 디에고님께서 마을로 들어가신다!”

“와아아아!”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원주민들이 홍해바다 갈라지듯 주르륵 옆으로 갈라져 무릎을 꿇고 소리를 질렀다.


아니 대체 유카후가 뭔데 이 화상들아. 나도 좀 알고 환영을 받든 말든 하자.


급한대로 일단 화장실에 가겠다고 둘러댄 나는 아무도 없는 곳으로 와서 바로 스마트폰을 켰다.


“사라야, 타이노 원주민들이 말하는 유카후라는 게 뭔지 좀 알려줘.”


[유카후(Yukahu)는 15세기 후반 카리브해 지역에 살았던 타이노족이 믿었던 주요 신 중 하나입니다. 유카후는 자연과 풍요를 관장하고 농사와 관련이 깊은 신이었으며, 타이노족의 생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어쩐지 아까 재앙신이 어쩌고 저쩌고 하더니 유카후가 평화나 풍요와 관련이 있는 신인가 보네.


그래서 유카후의 대리네 뭐네 하는 이해가 가지 않는 소리를 해댄 것이고.


일단 대략적인 상황을 인지한 나는 함께 온 인원들을 라 이사벨라로 돌려보낸 다음 호위들을 이끌고 다시 원주민들을 만났다.


콜럼버스가 처음 왔을 때 그를 맞이했던 족장 과카나가릭스와 카스티야에서 나와 안면을 튼 포로 출신 원주민들이 또다시 넙죽 이마를 박았다.


“볼 일은 다 마치셨습니까?”

“그래. 그런데 이게 대체 무슨 소란이지? 나는 분명 카스티야에서 있었던 일만 전하라고 했던 거 같은데.”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과카나가릭스의 옆에서 머리를 박고 있던 타이노족 한명이 벌떡 일어났다.


“예! 명하신 대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상세히 족장님께 고했습니다.”

“그럼요, 그럼요. 다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좀처럼 믿기 힘들었습니다. 이 땅은 콜럼버스가 당도하기 전에는 카리브족을 제외한 외부인과 접촉한 적이 없는데 우리의 말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이방인이 있었다는 걸 어찌 쉽게 믿을 수 있었겠습니까.”

“그런데?”

“따로따로 면담을 해보았는데 놀랍게도 포로로 잡혀갔던 이들이 단 한명도 모순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저희를 탄압하려 했던 그 사악한 콜럼버스가 역으로 구원자님의 노예가 되었다는 말 역시 전해들었습니다. 방금 전에 보니 과연 그 자는 구원자님의 앞에서 제대로 고개조차 들지 못하더군요.”


그래 거기까지는 사실과 다를 바가 없긴 하네.

그런데 왜 갑자기 거기서 내가 신의 대리인으로 사고의 흐름이 퀀텀 점프를 해버린 거냐고.


다행히도 굳이 묻지 않아도 잔뜩 흥분한 과카나가릭스가 알아서 이야기를 술술 늘어놓기 시작했다.


“저 콜럼버스가 당도하고 이 섬에 알 수 없는 재앙이 덮쳐왔습니다. 지금까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증세로 앓고 있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는 말이 사방에서 들려옵니다. 이건 콜럼버스가 예언에서 말하던 그 재앙신의 하수인이라는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예상은 했지만 벌써부터 병원균이 퍼지기 시작한 모양이다.


천연두나 장티푸스, 홍역 뭐 하나 만만한 병이 없는데 이런 것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터지기 시작했다면 그건 인세에 강림한 지옥이 따로 없겠지.


“혹시 증상이 뭔지 알려줄 수 있을까?”

“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지고 심한 복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감기나 배탈인가 했는데 고작 그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은 무더운 날씨인데도 몸을 오들오들 떨 정도로 추워하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죽었습니다.”

“혹시 온 몸에 종기 같은 게 돋아나지는 않았나?”

“···그런 사람은 없는 거 같습니다.”


증상을 보아하니 장티푸스라고 보는 게 맞는 거 같은데 이걸 불행이라고 해야하나 아니면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천연두였다면 지금 상황에서는 손도 쓸 수 없었을 텐데 장티푸스라고 하니 그나마 최악은 피해갔다고 봐야겠네.


아니···좀 더 솔직히 말하면 하늘이 내편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운이 좋은 상황이다.


“그래. 대강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겠다. 그 재앙신의 하수인인 콜럼버스를 무릎 꿇렸으니 내가 그 재앙신을 막을 유카후의 사도라는 거겠지?”

“예! 게다가 구원자님은 저희와 단 한번도 접촉한 적이 없으신데 저희의 말을 자유롭게 구사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러니 자연과 풍요를 관장하는 유카후의 대리인일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그러길 바라는 거였군.”

“오오오오! 유카후까지 알고 계시다니. 역시 구원자님!”


지금까지 아무런 교류가 없던 이방인이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자신들의 문화에 대해 알고 있으면 당연히 충격을 받겠지.


이단심문 때문에 잠깐 간과하고 있었는데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이게 내게 나쁘게만 작용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어설프게 부정했다가 말이 잘못 새어나가기라도 하면 그거야 말로 이단심문소 직행 코스를 타지 않을까?


소문이란 와전되기 마련이고 그 방향은 열에 아홉은 부정적으로 흐르기 마련이니까.


이렇게 된 이상 아예 이들을 휘어잡아서 원주민들을 내 수족으로 부리는 게 정보 통제를 하기도 더 쉬울 것이다.


“혹시 너희들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부족들이 더 있나?”

“물론입니다. 이 일대의 부족들에게는 아주 빠르게 구원자님에 대한 소문이 퍼지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적대 중인 그 카오나보라는 자의 부족은?”

“그쪽에도 이야기가 들어갔을 겁니다. 구원자님께서 원하신다면 제가 인근 카시케(족장)들을 설득해 카오나보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보겠습니다.”


콜럼버스가 죽어라고 사람들을 족치고 다닐 때는 입을 모아 잘 모르겠다고 하더니.


역시 폭력 보다는 권위로 다가가는 게 훨씬 협상이 쉬워지는 지름길이다.


“그래, 그러면 수고 좀 하도록. 자네들이 노력하는 정도에 따라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미래의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구원···.”

“아, 그리고 구원자님이 아니라 제독님으로 불러주면 좋겠군. 콜럼버스 같은 자들은 이쪽의 문화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어서 도움이 되기는커녕 방해만 될 수 있거든.”

“예, 예! 명하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과카나가릭스를 이용해 카오나보를 끌어내고 그 자만 설득할 수 있다면 아이티와 도미니카 일대의 거의 모든 타이노족은 내 영향권 아래에 들어온다.


이건 즉 무력을 쓰지 않고도 고작 몇 개월만에 이 드넓은 섬을 사실상 복속시킨 거나 마찬가지.


무능한 전임자 콜럼버스와는 차원이 다른 내 유능함을 한층 더 부각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관건은 원래부터 이쪽에 호의적이었던 과카나가릭스와 달리 처음부터 적대적이었던 카오나보를 어떻게 무릎 꿇리느냐인데.


“사라야, 타이노족의 신화에도 메시아나 구원자 같은 존재가 비중이 클까?”


[타이노족 신화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남아있는 자료가 거의 없어 확답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구원자의 존재는 거의 모든 신화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요소이며, 남아메리카의 경우 아즈텍 신화에서 구원자 신앙에 대한 상세한 기록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타이노족도 환난이 닥쳐왔을 때 그들을 구해줄 구원자의 존재를 강하게 믿고 있었음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아쉽다.

답변의 내용이 아쉬운 게 아니라 타이노족에 관해 남아있는 구체적 기록이 적다는 게 대단히 아쉬웠다.


최소한 아즈텍이나 잉카만큼이라도 기록이 있었다면 내가 훨씬 더 수월하게 일을 진행할 수 있었을 게 아닌가.


이렇게 기록이 적은 이유는 이들이 카스티야와 접촉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전멸 했기 때문에···아니다. 이제 그 놈 탓을 하기도 지친다.


역시 세상 모든 흉악한 일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영국이 나온다는 말이 있지만, 중남미만큼은 예외다.


멀쩡히 존재하던 문명이 사라졌다?

기록이 소실되고 문화재가 증발했다?


이런 일들을 전부 조사해 거슬러 올라가면 대부분은 스페인의 소행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히 내 존재 덕분에 원역사처럼 최악의 결말로 흘러가지는 않을테니 어떻게 보면 내가 진짜로 구원자나 다름없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는 건 내가 약간의 이득을 챙겨도 이건 사리사욕이 아닌 정당한 대가라는 게 아닐까?


원래 세상이라는 게 다 기브 앤 테이크. 공짜는 없는 거 아니겠나.



* * *



“나는 당신을 믿지 않는다. 더러운 침략자들의 앞잡이.”


첫 만남부터 들이받다니 화끈하기도 하셔랴.


과카나가릭스의 중재로 협상장에 나온 카오나보는 딱 봐도 이쪽을 향한 적의로 온 몸을 불사르고 있엇다.


“그러니까 이 사람아, 여기 계신 분은 저 코쟁이들과 다르다니까? 딱 봐도 아예 다르게 생기시지 않았나.”

“그래봐야 저들과 같은 배를 타고 오지 않았는가!”

“우리들을 탄압하고 질병을 퍼트리던 콜럼버스가 저분의 앞에서 노예처럼 복종하고 있다고 몇 번을 말하지 않았나. 게다가 저분은 우리의 언어만이 아니라 신앙까지 정통하다는 걸 이미 확인을 마쳤네.”

“···어딘가에서 미리 조사하고 왔겠지.”

“그게 말이 안 된다는 건 그쪽도 알지 않나. 답답하기 짝이 없는 사람 같으니.”


카오나보는 콜럼버스의 부하들이 아녀자들을 납치하고 그 남편과 자식들을 죽이고 강제로 희롱하는 만행에 들고 일어난 부족장이다.


사실 그 어떤 도덕적 기준과 윤리를 가져다 대도 카오나보쪽이 정의의 사도고 콜럼버스는 빌어먹을 잡놈이 맞다.


단지 지금 이런 시대에서는 아무리 억울하다고 외쳐봐야 힘이 없는 자의 호소만큼 공허한 메아리는 없다는 게 문제일 뿐.


정의감과 도덕심으로만 살아갈 수 있었다면 식민지나 제국주의라는 단어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겠지.


“카오나보, 네가 무얼 말하려는지는 안다. 그리고 여기서 확실히 말하겠는데 난 너희들이 말하는 신의 대리인은 아니다.”

“···예? 구원자님 그게 무슨!”

“하, 솔직히 털어놓는 건 좋군.”

“하지만 너희들을 구원해줄 사람인 건 맞다. 너희의 문화와 언어를 어떻게 배웠냐고? 내가 선택받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걸 너희들이 믿는 신의 섭리라고 믿고 싶다면 굳이 말리진 않으마.”

“그게 무슨 말장난···.”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곳 신대륙의 원주민들의 신앙은 대부분 기독교로 대체 당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 지금부터 미리 작업을 해두어야 나중에 본국에 둘러댈 말이 생긴다.


나는 사이비 종교를 퍼트린 게 아니라 너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선교를 한 거라고요!


“자, 이걸 봐라. 지금 네가 하는 말과 행동이 전부 그분의 눈에 비치고 있지 않느냐.”


내가 스마트폰의 화면을 돌려서 보여주자 동영상으로 촬영한 카오나보의 얼굴과 음성이 선명하게 재생되기 시작했다.


-나는 당신을 믿지 않는다. 더러운 침략자들의 앞잡이···.


“뭐, 뭐야 이건···방금 내가 한 말이잖아? 아니, 내가 어떻게 여기 들어갔···이게 대체 무슨···..”

“이게 바로 우리의 신과 소통할 수 있는 신물이다. 다른 사람들은 다룰 수 없다, 오직 선택받은 나만이 그분에게 응답을 받을 수 있지. 못 믿겠으면 한번 만져봐라.”


내가 스마트폰을 넘겨주자 카오나보와 과카나가릭스는 내가 했던 것처럼 손가락을 대보기도 하고 손바닥을 문질러 보았지만, 당연히 화면에는 아무런 미동이 없었다.


“···아무 것도 안 나오는데?”

“말하지 않았느냐. 선택받은 존재만이 응답을 받을 수 있다고.”


다시 스마트폰을 넘겨받은 내가 화면을 바라보자 아까와는 다르게 바로 폰이 반응하며 잠금화면이 풀렸다.


아아, 이건 페이스 아이디라고 하는 것이다.


얼굴을 인식해 사용자를 판별하는 보안 시스템이지.


“저걸로 우리의 언어나 문화를 배웠다고?”

“그래. 방금 내가 보여주었듯 내가 아니라면 그 누구도 이 신물을 다룰 수 없다. 사라, 장티푸스에 면역이 없는 원주민들을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알려줄래?”


[장티푸스에 대한 면역이 없는 원주민이 장티푸스에 걸리면, 즉각적이고 적절한 치료가 필요합니다. 치료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항생제 치료: 장티푸스는 **살모넬라 타이피(Salmonella Typhi)**라는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데, 이 균을 제거하기 위해 항생제가 가장 중요한 치료 방법입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항생제는 **시프로플록사신(Ciprofloxacin)**이나 아지트로마이신(Azithromycin) 등이 있습니다.

2. 수액 및 전해질 보충: 장티푸스는 고열, 설사, 구토와 같은 증상을 동반할 수 있어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깨끗한 물 1리터에 소금 5g와 설탕 30g를 섞어 자가제작 경구 수액을 만들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3. 영양 관리: 장티푸스는 장을 공격하여 소화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으므로, 영양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적절한 영양 관리가 필요합니다. 부드러운 음식과 소화가 잘 되는 식단을 제공해야 합니다.

4. 위생 관리: 장티푸스는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통해 전염되기 때문에, 감염자의 위생 상태를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깨끗한 물과 위생적인 환경을 유지하며, 특히 화장실 사용 후에는 철저히 손을 씻어야 합니다.]


“으악! 뭐, 뭐야! 저게!”

“저, 저, 저 안에 사람이 들어있···.”


갑자기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기겁한 카오나보와 과카나가릭스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무슨 말인지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겠지만, 그래서인지 카오나보는 더욱 더 겁에 질린 모습이었다.


아까전만 하더라도 용맹하기 그지없었던 전사가 지금은 그냥 순하디 순한 어린 양이 되어버렸네.


현대인으로 치면 갑자기 나무나 돌이 말을 걸어온 상황일테니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겠지만.


“자, 이렇게까지 보여줬으니 믿을 수 있겠지? 내가 방금 물어본 건 과카나가릭스가 말한 오한과 복통을 동반하는 질병에 대한 치료법이다. 우리의 신께서는 아까 보여주었듯 내가 보는 모든 광경을 함께 보시고 물음에 답해주신다.”

“그럼···저 여신님께서 우리를 덮칠 재앙을 극복할 방법을 알려주신 건가?”

“그래. 하지만 안타깝게도 앞으로 이곳을 덮칠 재앙을 완전히 피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저 최악의 경우를 피할 수 있게 대비하는 것만 가능할 뿐.”


장티푸스야 항생제를 먹이면 어떻게 된다지만, 천연두나 홍역은 이걸로 커버되는 게 아니다.


특히 천연두의 경우 한번 환자가 발생하면 면역이 아예 없는 원주민들에게는 그냥 재앙이나 마찬가지다.


마을 하나, 심하면 부족 하나가 전멸해버릴 수도 있을 만큼 피해가 처참할 것이다.


홍역과는 다르게 종두법으로 예방은 할 수 있다지만 현실적으로 신대륙에서 종두법을 시행하려면 아무리 빨라도 년 단위로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그럼 우리는 얌전히 죽을 수밖에 없다는 말인가?”

“말하지 않았나. 대비를 하는 건 가능하다고. 그러나 대비를 하려면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다. 너희가 나를 믿고 따른다면 그 시간을 눈에 띄게 단축하는 건 가능하겠지.”

“··· 그러니까 우리는 그냥 그쪽의 말을 믿고 따르라고?”

“증거는 이미 보여줬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믿지 못하겠다면 하나만 더 보여주지. 카오나보, 혹시 너가 다스리는 마을 근처에도 과카나가릭스가 말한 복통 환자가 있나?”

“···있다. 과카나가릭스를 통해 치료법을 알아봤는데 그 누구도 모른다고 해서 일단 마을 한쪽 구석에 격리시켜두기만 했지.”


세균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지금 시대에서는 유럽도 감염성 질병에 대한 치료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이때는 감염병의 원인을 신의 징벌, 혹은 잘해봐야 나쁜 공기 탓이라고 하는 정도였으니까.


나는 설탕과 소금으로 임시 경구 수액을 만들고 챙겨온 상비약통에서 항생제를 꺼내 카오나보에게 건네주었다.


백문이 불여일견. 고대 시대에 병을 낫게 하는 것만큼 확실한 기적의 증거는 또 없다.


“환자가 갈증을 느끼면 이걸 마시게 해라. 한번에 많이 마시게 하지 말고 천천히, 여러번에 걸쳐서.”

“좋다. 일단···시키는 대로 해보지.”


이렇게 폼 잡았는데 환자가 죽어버리면 진짜 대참사겠지만 다행히도 해당 환자는 발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라고 했다.


항생제에 내성이 있을리가 없는 신체일테니 약빨도 아주 잘 받겠지?


예상대로 24시간이 지나도록 카오나보측에서는 아무런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사흘 정도가 더 지난 뒤.


“오오! 구원자시여!”

“···제독, 제독이라고 부르게.”


카오나보는 적대행위를 멈추고 나를 따르겠는 의사를 밝혔다.


콜럼버스가 박살낸 원주민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 걸린 시간 단 일주일.


히스파니올라가 나의 땅이 되는 건 이제 시간문제다.


작가의말

오늘도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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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태풍의 눈 (2) +13 24.09.11 2,494 167 15쪽
18 태풍의 눈 +9 24.09.10 2,676 16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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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신세계에서 +12 24.09.02 3,984 19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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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여왕의 예술가 +11 24.08.31 4,201 21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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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동방의 풍운아 +11 24.08.28 4,550 22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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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높으신 분? +19 24.08.26 7,153 23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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