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신대륙의 거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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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식마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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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돌리드 논쟁

DUMMY

중세 배경의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십중팔구 성직자들은 부패의 화신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광대한 땅을 가지고 세금도 내지 않으니 부를 축적하기가 얼마나 쉬울까.


사람이 배부르고 등 따스우면 자연스레 생각이 많아지는 법이니 타락한 종교인들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이치다.


특히 종교 개혁이 가까워진 15세기 말부터 16세기 초까지는 성직자들의 부패가 거의 정점에 도달한 시기였다


당장 지금 교황만 봐도 뇌물이랑 매관매직 같은 게 나쁘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지 않나.


하지만 그럼에도 절대적인 수로만 보면 여전히 신실하고 양심적인 성직자들의 수가 더 많았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건 신실하고 양심적이라는 말의 기준이 전적으로 지금 시대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나름 양심적이라는 신부들이라고 해도 선교를 위해서라면 원주민 부족 몇개쯤은 밀어버려도 어쩔 수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실제로 꽤나 많았다.


나야 처음부터 짜고치는 고스톱을 하려고 했으니 그런 사람들을 데려오지 않았지만, 체사레가 데려온 학자들은 조금 달랐다.


느슨한 회의에 긴장감을 주는 게 사명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처음부터 열성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주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신 앞에서 모든 사람들은 평등하다고. 하지만 여기서 눈여겨 봐야 할 건 사람이라는 단어입니다. 또한 성경에서 가라사대,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우리는 우리보다 열등한 자들을 보살피며 돌볼 권리를 신에게서 부여받았습니다.”

“다시 말해서 원주민들은 우리와 같은 사람이 아니라 원숭이와 다를 바 없는 존재라는 겁니까? 그건 너무 과장 된 것 같은데요.”

“인간이 아니면 원숭이다라는 이분법적 사고로 세상을 보아서는 안 됩니다. 저기 신대륙에 사는 야만족들이 당연히 원숭이보다는 똑똑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그들이 열등하다는 증거는 너무나도 많습니다.”


체사레의 말대로 원주민들이 열등하다고 주장하는 쪽은 그들 나름대로의 확실한 논거를 만들어왔다.


열등함 쪽으로 가닥을 잡는 걸 보니 어떤 주장을 위한 빌드업인지 대강 짐작이 가는데 세상 일이라는 게 참 신기하다.


조사를 하다가 알게 된 사실이지만 50년쯤 뒤에 열린 원역사의 바야돌리드 논쟁도 비슷한 흐름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다른 점은 있었다. 좀 더 극적인 요소를 부가하기 위해 진행 과정 자체를 조금 수정했으니까.


그 중 하나가 바로 팩트 체크를 위한 증인석의 존재다.


그 증인석에 앉아있는 사람은 당연히 바로 나.


신대륙 최고 전문가인 돈 디에고 리가 토론에 참가한 사람들이 주장하는 내용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을 추가해 놓았다.


이 회의의 주최자가 왜 증인석에 앉아 있느냐고?


그 무슨 흉참한 소리를 하고 있는 거람.

이번 회의의 주체자는 카스티야의 여왕 이사벨 폐하이시고 나는 전적으로 그분의 뜻을 받들고 있을 뿐이다.


이사벨은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참관인 자격으로도 회의장에 얼굴을 내밀지 않았으니 이번 회의의 중립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리고 지금 이 지구상에 나보다 신대륙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는 인간이 없는데 누가 이견을 제기하랴.


꼬우면 본인이 나보다 더 큰 공신력을 얻어보든가.


물론 그렇다고 내 존재만을 믿고 양측이 자료 수집을 게을리 한 건 아니다.


원주민들은 인간이 아니라고 강력하게 부르짖는 반대파들이 내쪽을 힐끔 보더니 재차 주장을 이어나갔다.


“우선 실제로 히스파니올라에 다녀온 여러 성직자들과 학자들의 증언으로 검증된 사실을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이번 회의의 증인이 되어주신 디에고 제독님께서 확인을 해주실 겁니다.”

“하느님의 이름으로 이 자리에서 사실만을 말할 것을 맹세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저희측에서 들은 증언에 따르면 히스파니올라 대륙은 문명이라는 게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수십만의 원주민들이 나라도 형성하지 못하고 돌로 만든 기구를 쓰며 제대로 된 글자도 없고, 법률 체계도 없다고 하는데 이게 사실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보십시오! 저들의 수준은 우리가 아는 그 어떤 지역보다 더 떨어져 있습니다. 단적으로 말해서 2천년도 더 전, 이 땅에 아직 제대로 된 국가가 성립되기 이전에도 저 정도 수준에 머물러 있는 부족은 없었습니다. 로마 시기, 아니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문명까지 거슬러 올라가더라도 우리는 저들보다 우월했을 겁니다.”


반대파들만이 아니라 순수한 관심으로 회의에 참관한 귀족들이나 학자들의 눈에도 은은한 비웃음이 서렸다.


“과거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적 노예라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타고난 본성상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해 있다는 겁니다. 원주민들은 열등합니다. 야만적이고 미개합니다. 우리가 그들을 지배해 복음의 길로 이끌어주지 않는다면 그들은 수천년이 지나도 지금 저런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할 겁니다.”

“그러니 그들을 노예로 다루자는 겁니까?”

“노예로 다루자는 게 아니라 그들은 스스로를 통치할 능력이 없다는 뜻입니다. 만약 그런 게 있었다면 당연히 최소한의 문명은 구축했어야지요.”


원 역사에서도 세풀베다라는 사람이 바로 저 아리스토텔레스의 개념을 들어 원주민을 지배하는 게 옳다는 논리를 폈었다.


딱히 놀랍지도 않은 게 19세기 말에 등장한 백인의 의무 같은 헛소리도 따지고 보면 저것과 비슷한 맥락이 아니던가.


우월한 백인종이 야만적인 아프리카와 아시아인을 계몽시키는 의무를 받았다는 거나 열등한 원주민을 지배해 바른 길로 끌어줘야 한다는 거나 다 거기서 거기지.


참고로 저게 순도 100퍼센트 욕망과 탐욕에서만 나온 주장은 아니다.


실제로 지금 저렇게 열변을 토하는 이들 중에서도 진심으로 원주민들을 위해 원주민들을 지비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 많을 테니까.


하지만 그건 그쪽 생각일 뿐이고 이미 역사의 스포일러를 잔뜩 당한 나는 이미 한참전에 찬성측에게 반박 논리를 한아름 안겨주었다.


그러니 참관인 석에서 흥미진진하게 앉아있는 우리 체사레 추기경님도 부디 앞으로의 전개를 보고 도파민이 한가득 충전되기를 바랄 뿐이다.


“원주민을 우리와 같이 대우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측의 논거는 잘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그저 지금 나타난 현상에만 집착한 결과론적 시각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 세상 모든 일은 하느님께서 안배하신 인과에 따라 돌아가게 되어 있습니다. 신대륙의 원주민들이 제대로 된 문명을 구가하지 못하는 건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해있기 때문입니다.”

“고작 환경 차이로 그렇게 된다고요? 제가 말씀드렸듯이 우리는 5천년도 더 전에도 저들보다 훨씬 우월한 문명을 향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문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우선 농업이 발전해야 합니다. 이집트도, 메소포타미아도 우월한 생산력을 바탕으로 문명을 확장했습니다. 그리고 이 농업에서 가축들의 존재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소나 말을 농사에 사용하기 시작하며 인간은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효율을 누릴 수 있게 됐다.


물론 이 동물들의 용도는 당연히 땅을 갈아 엎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가축을 이용하면 수레를 끌 수 있고 수레를 사용하게 되면 자연히 물류가 발전합니다. 물류가 발전하면 도로를 깔게 되고 이 도로를 통해 다른 부족이나 국가와의 교류가 한층 쉬워집니다. 이런 기본적인 조건을 갖추어야 문명이 생기고 발전할 수 있는 겁니다.”

“···문명의 발전이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얼토당토 않은 소리를.”

“저는 꽤나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진지하게 연구할 가치가 있어 보입니다.”


말이나 소와 같은 대형 가축의 부재가 신대륙 문명 발전에 영향을 끼쳤다는 주장은 20세기 이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때는 죄다 인종적 열등성이나 문화적 요인에 매몰되어 있던 시기라 저런 시각이 나올 구석이 아예 없었던 까닭이다.


지금 찬성측에서 내 대변인 노릇을 하고 있는 학자들도 처음에는 이 이론에 시큰둥한 반응이었으니 오죽할까.


“문명의 발전은 다양한 요인의 복합적 결과로 나타납니다. 아무것도 없는 환경에 인간을 던져 놓는다고 어떻게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겠습니까. 그건 인간의 영역이 아닌 신의 영역입니다.”

“그건···.”

“게다가! 신대륙이 정말 아무런 문명도 세우지 못한 건 아닙니다. 지금 히스파니올라 일대의 경우 여러 부족들로 쪼개져 살아가고 있는 원시 공동체 수준이지만 내륙으로 들어가면 수백만의 인구를 지닌 거대한 국가들이 존재한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뭐라고요?”

“그게 진짜입니까?”


반대파들은 물론이고 참관인들 사이에서도 일대 소란이 일어났다.


느긋하게 회의의 향방을 주시하던 체사레조차 생각지도 못한 폭탄선언에 눈을 휘둥그래 뜬 채로 고개를 두리번 거리는 게 보였다.


음음 통쾌하구만.


아즈텍에 관한 사실은 이사벨에게만 극비로 알려준 사실이었으니 이렇게 호들갑스러운 반응이 나와주는 게 당연하지.


오히려 그러지 않았다면 실망했을 거다.


“···국가가 있다고?”

“그렇다는 건 군대도 보유하고 있다는 말인가?”

“국가의 규모는? 무장 수준은 어떻습니까?”

“잠깐, 잠깐. 지금은 회의 중입니다. 그리고 신대륙에 정말로 그렇게 큰 문명이 존재할리가 없지 않습니까!”

“진짜로 그런 국가가 있다면 돈 디에고가 알겠지요. 디에고 제독님, 저 말이 사실입니까?”


잠시 아수라장이 됐던 실내 분위기가 다시 고요해지고 모두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나는 일부러 극적인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잠시 뜸을 들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입니다. 지금은 아직 조사 단계라 밝히지 않았으나 거대한 국가가 히스파니올라 서쪽에 있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직접 접촉한 적이 있다는 말씀입니까?”

“쿠바라는 섬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에게 들었습니다.”

“허어···그런 일이···.”


반대파들이 말문이 막힌 사이 찬성파측 자리에 앉아있는 페드로 신부가 좌중을 둘러보며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들으셨다시피 신대륙 가운데서도 환경에 따라 문명의 발전도가 차이를 보입니다. 아무것도 없었던 외딴 섬은 부족 단위의 문명이지만, 내륙으로 가면 거대한 국가가 있고 그들 나름대로 도시를 세우고 자신들만의 법률과 체계로 나라를 다스리고 있다고 합니다. 비록 말이나 소가 없어 유럽이나 아시아보다 발전의 속도는 느릴지라도 노예로 태어났다는 말을 들을만큼 열등한 존재들이 아닙니다.”

“크흠, 어쨌거나 중요한 건 그들에게 복음을 받아들일 수용능력이 있는가 하는···.”

“잘 말씀해주셨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저들이 우리와 같은 주님의 자녀라는 명명백백한 증거입니다. 모두 이걸 봐주십시오.”


페드로 신부가 자리에서 일어나 손짓을 하자 문이 열리고 콜럼버스가 마스크를 쓴 한 무리의 원주민들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다.


“여기 있는 콜럼버스는 처음에 원주민들을 저열한 야만인으로 취급하고 해서는 안 되는 짓을 저질렀습니다. 그러나 원주민들은 복음을 받아들이고, 그리스도의 말씀을 따라 사랑과 용서의 마음으로 우리를 향한 증오를 버렸습니다. 디에고 제독님께서 그리신 이 그림을 보십시오. 타이노족은 안식일마다 이렇게 예배를 드리며 거룩한 하느님을 찬양하고 있습니다!”


페드로 신부가 원주민들이 십자가를 향해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리는 사진들을 주르르 공개하자 곳곳에서 탄성이 일었다.


사진 자체에 대한 감탄사만이 아니라 십자가를 향해 원주민들이 기도를 올리고 있는 구도가 기독교인으로서 벅차오르지 않을 수 없는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히스파니올라에 있는 수십만의 원주민들이 하느님을 받아들이는데 걸린 시간은 3년도 채 되지 않습니다. 세상 그 어느 민족이 이렇게 빠르게 복음을 받아들였습니까? 지금 이 자리에 있는 타이노 원주민들은 모두가 자청해 세례를 받은 이들입니다. 감히 그 누가 이들을 하느님의 자녀가 아니라 할 수 있단 말입니까!”


페드로 신부가 목이 찢어져라 소리를 높이자 그걸 신호로 타이노 원주민들이 돌아가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들이시나이다!”


이런 연출을 앞에 두고 그 누가 ‘응 너그들은 아무리 그래봐야 노예가 어울리는 열등한 족속들이야’ 라고 할 수 있으랴.


모두가 아멘이라고 외치며 고개를 숙였고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체사레도 나를 향해 알겠다는 듯 고개를 까딱이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여러분들의 값진 토론을 잘 들었습니다. 그럼···.”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페드로 신부가 다시 언성을 높이자 마무리를 하려던 체사레가 뻘쭘한 표정으로 도로 앉았다.


성질도 급하시네.

진짜는 지금부터 시작인데 뭘 혼자 마음대로 끝내려고 하고 있어?


잠자코 끝까지 보고나 있으라고.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신대륙에는 거대한 국가들이 있으며 안타깝게도 이곳에는 아직 복음이 전파되지 않았습니다!”

“······.”

“하지만 여기 있는 이들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신대륙의 원주민들은 언제든 복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럼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게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사명이 아니겠습니까? 제 말이 틀렸습니까?”

“···그건 맞습니다. 그게 우리들의 사명이죠.”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복음을 전파하라.


선교는 신이 내린 지상명령이며 기독교인의 의무다.


이는 설령 추기경이나 교황이라 할지라도 부정할 수 없는 대사명이었으니.


“수백만이 넘는 무고한 영혼을 구하는 일입니다. 그 무엇과도 비견될 수 없는 이 중대한 임무를 맡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누가 있겠습니까? 저는 단 3년만에 30만의 히스파니올라 원주민들을 복음의 길로 인도한 디에고 제독님 외에는 적임자를 떠올리지 못하겠습니다!”


신부가 증인석을 가리키며 열정적으로 호소하기 시작하자 나는 짐짓 곤란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니, 주교님. 말씀은 감사하지만 지금은 그걸 논하는 자리가···.”

“맞습니다. 신대륙의 사람들을 하느님의 자녀로 인정한다는 건 당연히 본토에 있는 국가의 사람들 또한 동일하게 대우하겠다는 것. 우리는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파해야 합니다.”


암암, 그렇고 말고. 주교님의 논리정연한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가 없네.


아즈텍이 식인으로 종교의식을 거행한다면 이쪽이 사람 대신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로 미사를 하도록 교정해주면 될 일 아니겠는가.


“하지만 아직 그들과는 제대로 접촉한 적이 없을 뿐더러 원주민들의 국가는 그 옛날 로마 시대의 게르만처럼 호전적이고 위험할 수 있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그러니 더더욱 빠르게 복음을 전파해야하지 않겠습니까. 과거의 그 게르만이 지금은 신성로마제국이 되어 가톨릭의 검과 방패가 되었듯. 저 포악한 원주민들의 국가가 말씀으로 말미암아 새롭게 거듭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따라서!”


뭔가 흐름이 요상하게 돌아간다는 걸 자각했는지 이쪽을 바라보는 체사레의 눈매가 미묘하게 꿈틀거렸다.


“히스파니올라에서 3년간 지켜본 제가 단언하건데 제독님 외에는 이 중임을 맡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제가 감히 추기경님께 부탁드리건대 디에고 제독님을 신대륙 방면 선교 책임자로 삼는 걸 이번 회의에 추가 의제로 올릴 수 있도록 허가해 주십시오.”

“선교 책임자라하면 구체적으로 무얼 말하는 것입니까?”

“아직 다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땅인 신대륙에 카스티야가 가톨릭의 복음을 전파할 수 있도록! 또한 이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들을 카스티야가 독점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정식 권한을 내려달라는 요청입니다. 그렇게 만 해주신다면 여왕 폐하께서는 제독님을 대리인으로 삼아 하느님의 말씀이 저 드넓은 신대륙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수고와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파트로나토 레알.


원역사에서도 교황이 스페인에게 부여한 아메리카 대륙의 교회 관할권이다.


다만 이번에는 내가 스페인 왕실을 대리해 그 권한을 행사할 거라는 게 개미 눈꼽만큼 다를 뿐.


이게 다 사람 잡아먹는 아즈텍 제국에 복음을 전파할 우리 선교사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니까요?


거기에 우리 유능하신 추기경님이라면 이 위대한 임무를 교황이 부여했다는 구도를 만드는 게 그쪽에 얼마나 큰 이득이 될지 말하지 않아도 이해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그러니 이쪽이 그쪽과 협업관계를 맺는 게 도움이 될지, 아니면 역사 그대로의 최후를 맞이하게 등을 떠밀어버리는 게 나을지.


이번에는 내가 그쪽의 가치를 가늠해볼 차례다.


작가의말

오늘도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님들 모두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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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석판께서 가라사대 +14 24.09.12 2,248 150 18쪽
20 태풍의 눈 (3) +16 24.09.12 2,355 162 16쪽
19 태풍의 눈 (2) +13 24.09.11 2,495 167 15쪽
18 태풍의 눈 +9 24.09.10 2,677 164 15쪽
17 세계의 절반 +17 24.09.09 2,955 183 15쪽
16 대양 제독 (2) +17 24.09.08 3,241 183 14쪽
15 대양 제독 (수정) +13 24.09.07 3,498 18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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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신대륙 전문가 (2) +13 24.09.05 3,543 206 17쪽
12 신대륙 전문가 +13 24.09.04 3,662 194 15쪽
11 신세계에서 (2) +16 24.09.03 3,689 185 15쪽
10 신세계에서 +12 24.09.02 3,985 195 16쪽
9 즐거운 거래 +21 24.09.01 4,152 208 14쪽
8 여왕의 예술가 +11 24.08.31 4,203 21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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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높으신 분? +19 24.08.26 7,155 23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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