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신대륙의 거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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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식마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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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륙 (2)

DUMMY

내가 아즈텍 복속의 첫 대업을 시작하기로 한 곳은 원역사의 코르테스가 처음으로 상륙했던 지역과 완전히 똑같았다.


현대에는 베라크루스라고 불리는 지역인데 해안이 상대적으로 평탄해 상륙과 병력 주둔에 적합한 자연 환경을 지녔다.


게다가 내륙으로 진입하기도 쉬워 첫 거점으로 삼기에 이보다 더 적합한 지역을 찾기는 힘들다.


아마 코르테스는 그런 이유로 이곳에 왔겠지만, 내가 노리는 건 한가지 더 있었다.


바로 여기에 살고 있는 원주민인 토토낙 부족이 아즈텍의 지배에 엄청난 불만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코르테스가 아즈텍을 도모해볼만 하다는 생각을 품게 된 것도 이 토토낙 부족과 접촉한 덕이니 역사의 우연이라는 게 참으로 무섭다.


아니지. 사실 이 근방에 아즈텍에 호의적인 부족을 찾는 게 더 힘들테니 어찌보면 이건 우연이 아닌 역사의 필연이라 할 수 있겠다.


원주민들은 우리를 열렬하게 환영하며 쳄포알라라는 자신들의 마을로 안내했다.


최근에 부족장이 되었다는 청년 치코메코아틀의 입은 우리가 마을로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 단 1초도 쉬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저희는 여러분을 정말, 진심으로,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그냥 헛소문으로 취급하기도 했지만 저희는 그 소문이 제발 사실이기를 매일같이 기도했습니다.”

“그 정도로 아즈텍···그러니까 테노치카들의 억압이 심하다는 거로군.”

“예! 그렇습니다. 식량은 물록이고 직물이며 가축까지 놈들은 모든 걸 다 가져갑니다. 솔직히 그게 끝이었다면 어떻게든 견딜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놈들은···희생제물로 바쳐질 사람들을 계속 정기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희생제물이라면 인신공양을 말하는 건가?”


치코메코아틀이 고개를 끄덕였고, 통역에게 이야기를 들은 부하들의 표정은 실시간으로 썩어들어갔다.


“제독님···그 놈들 진짜 사탄의 혈육들이 맞는 거 아닙니까?”

“이슬람 놈들보다 더한 놈들이지 않습니까.”


악독하기로는 절대 어디가서 빠질 수 없는 콜럼버스와 벨라스케스마저 혀를 내두르는 것만 봐도 감이 오지 않나.


이 시기 유럽인들에게 인신공양이라는 건 상상만으로도 토악질이 나오는 금기 중의 금기.


양심이랑 담 쌓고 사는 인간들이 저렇게 격분하는 게 조금 웃기긴 했지만, 그만큼 병사들의 기분이 직관적으로 이해가 갔다.


“그런데 인신 공양의 제물은 보통 전쟁 포로들 중에 뽑히지 않나? 너희들은 그들의 지배 아래에 있는데도 제물을 내놓으라고 강요당한다는 말인가?”

“예. 당장 올해만 해도 제 지기 중 한명의 자식이 틀랄록께 바쳐질 제물로 선정 됐습니다.”

“어린 아이를 제물로? 설마하니 그 아틀리카우알코인가 하는 의식을 말하는 건가?”

“오오오! 역시 아시는군요. 바로 그렇습니다. 농사를 관장하시는 틀랄록께서 풍족한 비를 내려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어린이 일곱을 바치는 의식입니다. 비록 농사를 위해서라고는 하나 자식을 제물로 바쳐야 하는 부모의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그래. 당연히 잘 알고 있지.


저 인신 공양이야말로 주변 부족들이 가장 불만을 품고 있는 요소일테니 제대로 숙지하고 있어야 효과적인 선동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치코메코아틀의 말처럼 틀랄록에 제사를 지낼 때는 보통 어른이 아닌 아이를 바친다.


심지어 아이들이 크게 울수록 틀랄록이 더욱 기뻐하고 많은 비를 내린다고 믿었기에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클수록 모두가 기뻐한다고 한다.


이렇게 선택된 아이들은 의식이 끝난 뒤 가슴을 가르고 심장이 뽑혀 신에게 제물로서 바쳐진다.


시신은 신전 아래로 던져지거나 식인 의식의 일부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어린 아이를 먹었다는 기록이 전해지는 것도 바로 의식 때문이었다.


“미친 새끼들···애들을 제물로 바치고 먹는다고?”

“제독님, 그냥 더 볼 것도 없습니다. 성하께 권한도 받았으니 십자군을 선언하시죠.”

“맞습니다. 이 정도면 일단 십자군을 선포해도 무조건 사후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과거 예루살렘을 수복하겠답시고 설친 전형적인 십자군은 이제 찾아볼 수 없지만, 그럼에도 오스만과의 전쟁에서는 종종 십자군이라는 이름이 쓰인 적이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아즈텍 원정도 넓게 보면 십자군이라는 개념에 딱 들어맞기는 한다.


복음을 전하기 위해 이곳을 지배하고 있는 사탄의 권세를 쓸어내버리겠다는 명분이 있으니까.


다만 여기 온지 얼마나 됐다고 하루만에 십자군 어쩌고 하는 건 솔직히 너무 속이 뻔히 보이잖아?


그렇게 검은 의도를 투명하게 드러내면 후대 역사가들한테 딱 좋은 조리돌림 소재를 줄 뿐이다.


후대의 평가가 뭐가 중요하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원룸이 있는 한 나는 불로의 몸이니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십자군을 선포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다.


좀 더 상황을 살펴보고 시기가 무르익었다는 확신이 들면 그때 속전속결로 몰아쳐야지.


아직 아즈텍쪽 사람들과 얼굴조차 마주치지 못했는데 너무 앞서갈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그러나 내 십자군 선포 계획은 예상치 못한 변수로 긴급 조정에 들어가게 됐다.


딱히 나쁜 의미는 아니었다.


우리가 이끌고 온 함선과 생전처음 보는 무기들을 보고 흥분한 토토낙 부족이 아즈텍의 징수원들을 모조리 포박해 버린 것이다.


내 편에 서서 싸우라는 말을 하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먼저 선빵을 쳐버리다니.


사전에 퍼트린 가짜 예언이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 다시금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 * *



아즈텍의 수도이자 본체인 테노치티틀란에서 이곳 베라크루스까지는 직선으로 약 300km 정도 떨어져 있다.


중간 중간 돌아오는 길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400km가 넘는 거리였다.


수레도, 말도 없는 이곳의 특징을 고려하면 군대를 이동시키기엔 만만한 거리가 아니다.


아즈텍이 아무리 인구수가 많다고 해도 대규모 원정을 하는 건 부담이 될 테고, 그러면 우리와 협력해서 충분히 저들을 막아낼 수 있다.


토토낙 부족이 들고 일어난 건 대강 이런 계산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고 해도 대체 왜 이렇게 빠르게 일이 터진건가 했는데 원인은 공물을 가져가기 위해 온 아즈텍의 징수원들 때문이었다.


가뜩이나 불만이 팽배해 있는데 태어나서 본 적도 없는 어마어마한 대선단을 이끈 배들이 나타났고, 심지어 내가 자신들을 구원해주겠다는 호언장담까지 던졌다.


여기서 눈치없는 아즈텍 징수원들이 쫄래쫄래 나타나 ‘공물 받아가러 왔습니다~’라고 하니 원주민들의 눈이 뒤집힐 수밖에.


물론 홧김에 저지른 일이라 치코메코아틀은 어쩔 줄 몰라하며 연신 내 눈치를 살폈다.


“저기···구원자님, 그러니까 저건 제가 명령한 게 아니라······.”

“뭐 그렇게 당황하고 그러나. 아예 죽인 것도 아닌데.”

“그렇긴 한데 지금 부족민들 사이에서는 징수원들을 역으로 제물로 바쳐버리자는 이야기도 나오는 중입니다.”


그동안 억압 되어 있던 분노가 한꺼번에 터지니 눈에 뵈는 게 없는 건가.


흔히 인신공양하면 아즈텍만 떠올리긴 하지만 인신 공양 그 자체는 중남미에 보편적으로 퍼져 있던 전통이었다.


아즈텍이 유독 과격하고 심하게 했다 뿐이지 이 원주민들의 머리 속에도 인신공양은 원래 하는 거라는 인식이 박혀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원주민들을 달래주겠다고 아즈텍과 같은 수준으로 노는 건 하책 중에서도 하책이다.


내가 취해야 할 태도는 이 땅에서 인신공양 같은 악폐습을 뿌리뽑고 고통받는 이들을 구원해주는 것이지 절대 이들과 도매급으로 엮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애초에 나와 함께 온 부하들도 인신공양이면 학을 뗄 텐데 괜히 원주민들에 대한 호감도를 낮출 이유가 어디 있겠나. 이건 무조건 금지시키고 봐야지.


“너희들의 기분은 잘 알고 있다. 받은만큼 돌려주고 싶은 건 사람으로서 당연한 본능이니 저들을 모조리 주살하고 싶겠지. 허나, 우리가 믿는 신께서는 인간을 제물로 바치는 걸 엄격히 금하고 계신다.”

“······!”


이제부터 인신공양 같은 악습은 전면금지.


“인간을 제물로 삼는 건 그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 식인이야 말할 것도 없고.”

“그, 그렇지만···최소한의 제물은 필요하지 않습니까. 신께서 쇠약해지시면 가뭄이나 해일 같은 재앙이 끊이지 않을 텐데······.”

“그렇습니다. 신들께서 자연을 순환하게 만드려면 결국 근원이 되는 토날리를 바쳐야 합니다.”

“나도 너희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안다.”


치코메아틀과 그를 보좌하는 제사장들의 우려는 분명 미신이지만, 미신이라고 그냥 무시해도 되는 건 아니다.


아즈텍 문화권에서 인신 공양이라는 건 단순히 제물을 바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나도 처음에는 이걸 몰랐기 때문에 에잉 미개한 아즈텍 놈들 쯧쯧쯧 혀를 찼지만, 지금은 저들의 행동원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


아즈텍의 신화에서 신은 불멸의 존재가 아닌 유한하며 언젠가 힘이 다해 스러질 존재들이다.


신들이 쇠락하게 되면 태양이 빛을 잃고 비가 내리지 않고 곡식이 영글지 않는다.


즉, 단순히 신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신이 소멸하지 않도록 붙들어두는 개념으로 인신공양을 했던 것이다.


비유하자면 신이라는 거대한 연료탱크가 마르지 않게 정기적으로 기름을 보충하는 거라 보면 되지 않을까.


인간을 공양하는 이유는 천지만물을 순환하게 하는 토날리가 인간에게 가장 많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지 사람을 죽이는 게 좋아서가 아니다.


물론 이 과정이 심히 그로테스크하고 과격해서 점점 불만이 쌓이고 있었지만, 아즈텍 문화권에서 인신공양이 필요치 않다고 말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요약하자면 꼭 필요한 일이니 누군가는 해줬으면 좋겠는데 내가 하기는 무섭고 싫다라는 느낌?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아무리 그래도 미신 하나에 저렇게 벌벌 떠는 게 말이 되냐고 여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메소아메리카 일대는 아즈텍 이전에도 여러 선진문명들이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음에도 재해와 기근으로 멸망한 쓰라린 과거가 있다.


세상 대부분의 일은 인과로 이루어져 있으니 원인을 알고 나면 결과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곳의 문명권은 어째서 아직도 인신공양을 하고, 식인 풍습이 남아있는 것인지.


이들을 어떻게 이끌고 내가 바라는 모습으로 변화시킬지.


저들의 문화와 배경을 이해하면 내가 목표하는 곳까지 도달할 수 있는 최단거리 지름길이 자연스레 보이게 된다.


“확실히 짚고 넘어가는데 이제부터 이 땅에서 더 이상 사람을 공물로 바칠 필요는 없다.”

“···예? 아니, 그게 무슨······.”

“말하지 않았나? 우리는 너희를 구원해주기 위해 온 것이다. 너희를 지배하고 있는 그건 단순히 테노치카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이제 더 이상 살기 위해 인간을 제물로 바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말해주기 위해 온 것이기도 하다.”

“그, 그래서는 안됩니다! 그러면 언젠가 또 재앙이 온단 말입니다!”


오랜 세월 문화에 뿌리깊게 박힌 종교적 관습은 어지간해서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종교를 억지로 금지하려 해서 성공한 사례가 어디 있는가?


탄압해봐야 음지로 숨어들어가 수면 아래에서 활성화 될 뿐이다.


이런 종교적 미신을 뿌리뽑는 가장 간단하고 확실한 해결책은 새로운 종교로 덧씌워버리는 것이다.


원역사에서도 메소 아메리카 지역은 놀라울 정도로 가톨릭의 전파가 빨랐다.


그 이유는 이들의 인신공양의 교리가 기독교의 성체성사와 상당히 유사한 구석이 많기 때문이다.


세상을 안정시키기 위해 신을 제외한 가장 고귀한 존재인 인간을 제물로 바치고 그 인간의 몸을 먹는 게 바로 아즈텍.


그리고 사실상 신과도 다름없는 하느님의 아들을 대속제물로 삼고, 그의 피와 살을 받아들이는 성체성사.


누가 봐도 비슷할 뿐더러 후자가 전자의 상위호환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먼 옛날 우리도 너희처럼 신을 위해 제물을 바쳤다. 그러나 우리가 믿는 신인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너무나도 사랑하셔서 그분의 독생자인 그리스도를 보내주셨지. 그분께서 스스로 제물이 되어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죄를 사해주신 덕분에 우리는 이제 제물을 바쳐야 하는 운명에서 해방되었다.”

“예? 신을 제물로 바쳤다는 말씀입니까?”

“그렇다. 실제로 우리는 천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제물을 바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대신 우리는 그분께서 내리신 살과 피를 받아들여 육신과 영혼을 깨끗하게 한다.”


단순히 아즈텍의 압제로부터 벗어나는 것만이 아니라 인신공양의 공포와 영원히 작별할 수 있다.


실제로 원주민들 중에는 아즈텍을 밀어내도 어차피 그 자리를 차지한 이방인들이 자신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게 아니냐고 두려워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러니 우리는 다르다는 사실을 이렇게 꾸준히 인지시켜주는 거다.


아즈텍을 밀어버리고 그 자리를 우리가 차지하면 살림살이가 훨씬 더 나아질 거라고.


나는 혼란스러워하는 치코메코아틀에게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를 건네주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너희들이 이렇게 궁핍하게 살고 있는 이유는 육질을 보충할만한 가축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땅에서 가져온 이 가축들을 이 땅에서도 키울 생각이다.”

“이게 그 가축으로 만든 음식입니까?”

“그래. 한번 먹어볼텐가?”


아아, 이건 돼지고기라는 거다.


압도적인 번식율로 풍부한 고기를 제공해주는 인류의 동반자지.


“오오오···처음 맛보는 음식입니다. 그럼 앞으로 우리도 이 돼지라는 가축을 키우면서 이런 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되는 겁니까?”

“그래. 너희를 괴롭히는 테노치카로부터 해방되고, 인간을 제물로 바치는 대신 성체성사를 통해 세상의 멸망을 막은 하느님의 역사를 체험하며, 돼지나 양 같은 가축을 사육해 양질의 음식을 먹을 수 있을 거다. 그러니 굳이 저 테노치카 놈들과 같은 수준으로 떨어질 필요가 없다. 너희는 저들과는 다른 구별된 존재가 되는 것이다.”


단순히 뚝배기만 깨버리고 마는 건 그리 훌륭한 복수라 할 수 없다.


가장 통쾌하게 복수를 하려면 서로간의 위치가 완벽히 역전됐다는 걸 상대방에게 인식시켜야지.


지금까지 자신들을 지배하던 대상을 시대에 뒤떨어진 퇴물로 만들어 역으로 깔보고, 모멸한다면 얼마나 짜릿할까.


내가 토토낙족이라면 상상만으로도 웃음이 멈추질 않겠는데?


“구원자님의 말씀대로만 된다면 정말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하지만 그···부족민들을 설득하려면 좀 더 눈에 보이는 증거를···아니, 아니 증거라기 보다는 구원자님의 위용을 좀 더 드러낼 수 있는 그런 자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겠지. 그래서 징수원들을 죽이지 말라고 한 거다. 징수원들을 포로로 잡아뒀으니 데려가고 싶으면 이곳까지 알아서 오라고 테노치카에 전하도록.”

“테노치카의 사절을 접견하시겠다는 겁니까?”


그럼 당연히 그래야지.


입으로만 우리가 아즈텍보다 우월하다, 너희를 구원해주겠다 해도 말마따나 실제로 가진 힘을 보여주지 않으면 믿기 힘들 수밖에 없다.


그러니 아즈텍 사절단을 여기에 불러 보여주는 게 가장 직관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지금까지 원주민들을 지배해 온 제국이라는 게 얼마나 알량하고 허울뿐인 족속들이었는지.


다시 말해.

그쪽이 내 앞에서 쪽도 못 쓰는 모습을 연출해주고 이걸 사방팔방으로 퍼트리면 아즈텍의 위신은 순식간에 똥통으로 처박히게 된다.


“테노치카만이 아니라 그들과 적대하는 다른 부족에게도 함께 전해주었으면 좋겠군. 할 수 있겠지?”

“물론입니다! 인근 부족들은 물론 틀락스칼텍에도 사람을 보내보겠습니다. 저들은 수십년이 넘도록 테노치카와 대립하고 싸워왔으니 저희에게 크나큰 힘이 되어줄 겁니다.”


됐다.


이제 소문은 들불처럼 번져 나가고 밀물처럼 밀려들테니 그 누구도 멈출 수 없다.


남은 건 실제 아즈텍 사절단이 왔을 때 그들을 압도할만한 준비를 해두는 것뿐.


“벨라스케스, 대포와 총을 최대한 많이 깔아두고 전열에 세울 병사들에게는 전신 판금 갑옷을 입혀라.”

“투구와 흉갑만이 아니라 전신을 가리라는 말씀입니까?”

“그래. 어차피 선두에 설 일부에게만 입히면 되니 수량이 부족하지는 않을 거다. 그러니 보여주자고. 우리와 그들의 차이를.”


이제 막 청동기와 석기시대의 과도기에 접어든 아즈텍 제국과 현 유럽은 순수하게 기술적인 격차만 놓고 보면 대략 3천년 정도의 차이가 난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이 압도적인 격차를 시각적인 충격으로 치환하는 것.


이제 곧 여기로 올 아즈텍의 사절들은 3천년이라는 세월의 무게를 온 몸으로 느끼게 되리라.


작가의말

오늘도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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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태풍의 눈 (2) +13 24.09.11 2,544 168 15쪽
18 태풍의 눈 +9 24.09.10 2,728 16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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