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레이트의 미친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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량주
작품등록일 :
2024.08.23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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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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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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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데뷔 (2)

DUMMY

배터리 코치님과 간단히 이야기를 나눈 후 마운드로 향했다.


“요. 신입. 어때 기분은?”

“좋습니다.”

“떨리진 않아?”

“전혀요.”

“오, 정말?”

“네. 그럼 못 막잖습니까.”


그 순간 들렸다.


“강마루!!! 무조건!! 막아!!!!”


이 목소린··· 별이였다.

내 사랑, 내 우주 우리 별이.


마종수 선배는 내 얼굴을 뻔히 보며 말했다.


“여친? 애인?”

“아뇨. 저흰 그런 시시한 관계가 아닙니다.”

“그럼?”

“그 이상의 관계죠. 아가페라고 아십니까?”


그러자 선배는 빵 터졌다.


“너 좀 웃긴다.”

“칭찬 감사합니다. 그리고 선배님.”

“?”

“되면 이 이야기 좀 널리 알려주십쇼.”

“···비밀이 아니라?”

“네. 다들 물어볼 거 같아서. 목소리, 예쁘지 않습니까.”

“크크크 미치겠다 알았다. 알았어. 후딱 막고 내려가자!”


내 등을 팡 치는 마 선배.

나는 힘차게 홈플레이트로 돌아갔다.


“적당히 좀 해라. 놀러 왔냐?”


상대 타자 오경제였다.


과연, 듣던 대로 수원 라이트닝스는 분위기가 빡빡해 보였다.

대화 좀 했다고 생면부지의 신인에게 한마디 하다니.


뭐, 전략적으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나는 신인. 멘탈 흔들기엔 딱 좋으니까.


“죄송합니다. 주의하겠습니다.”

“···말투는 전혀. 하, 됐다.”


자세를 잡는 오경제.

저쪽도 길게 끌어 봐야 역효과다.

어쨌든 우리가 한 점 앞서고 있으니까.


나는 자세를 잡은 뒤 마 선배를 봤다.


50|55|20|25|50


좋아. 실전에서도 숫자는 뜬다.

마 선배의 포심은 평균.

주 구종 스플리터는 리그 평균 이상.


내가 파악한 것과 비슷했다.

다만 문제는··· 제구였다.


팡!

파앙!


2구 연속 존에서 벗어나는 볼.

선배의 포심과 스플리터는 구위가 좋았으나 문제는 제구였다.


좋은 날에는 카이저스의 국대 마무리 원재호 못지않으나 문제는 그날이 언제 올지 아무도 모른단 뜻이었다.


즉 맞지 않는 대포였다.


-볼넷! 아, 볼넷입니다! 오경제가 볼넷으로 걸어갑니다!

-좋지 않아요. 선두 타자에게 볼넷이라니.

-강마루 선수와 첫 호흡이라서 그럴까요?

-글쎄요. 포구는 괜찮아 보이거든요.


오경제가 나를 보더니 씩 웃고 1루로 걸어갔으나 무시했다.


예상 못 한 건 아니니까.


빈말이 아니다. 2군에서 연구했는데 마종수라는 투수는 정말 특이했다.


구위 좋으나 제구는 랜덤.

덕분에 삼진율 높고 WHIP도 높다.


대신··· 주자가 차면 찰수록 제구도, 구위도 올라갔다.


이걸 뭐라 칭해야 할까?

만루 변태? 마조히스트?


-무사 1루. 그럼···.

-대야죠. 아무리 라이트닝스라도.


번트 자세를 취하는 다음 타자.

나는 일어서 오른손으로 가슴을 쳤다.

순리대로 가잔 뜻이었다.


딱!


1루 쪽으로 구르는 타구.

재빨리 공을 잡고 2루를 봤으나 이미 늦은 상태.


나는 침착하게 1루로 송구했다.


-아웃! 원 아웃입니다!

-강마루 선수 침착하게 잘하네요. 일단 지금까지는 좋아 보입니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타석엔 9번 허윤섭.

만약 허윤섭이 나가면 버틀러와 천재윤으로 이어진다.


최악이었다 그건.


-승부 들어가야 합니다. 1루 채우면 안 됩니다. 역전 주자에요.


나는 더그아웃을 본 뒤 사인을 냈다.

고개를 끄덕인 뒤 팔을 휘두르는 마 선배.


팡!


초구 스플리터는 스트라이크였다.

2구 포심은 볼이었으나 전보다는 확실히 탄착군이 형성되었다.

정말 마조히스트 맞았다. 주자 나갔다고 제구가 잡히다니.


문제는 다음이었다.

원 볼 원 스트라이크. 제구가 어느 정도 잡힌 걸 봤으니 적극적으로 타격할 것이다.


정직하게 들어가면 맞고, 1루도 채울 수 없는 상황.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계속 상기했다.

좋은 포수란 무엇인가.


‘강마루. 잘 들어. 그럴 땐 그냥 투수한테 맡겨야 해. 투수가 가장 좋아하는 공을, 자신 있게 던질 수 있게 해야 해.’


나는 스플리터 사인을 냈다.


휙!

부우웅!


크게 헛스윙하는 타자와 옆으로 크게 튀는 공. 2루 주자 오경제는 놓치지 않고 3루로 뛰었으나···.


“흐압!”


나는 물 흐르듯이 슬라이딩하면서 3루로 강하게 송구했다.


팡!


-아··· 아웃! 아웃입니다!! 3루 주자 오경제!! 3루에서 아웃입니다!!!


놀라서 펄쩍 뛴 오경제는 재빨리 비디오 판독을 요구했다.


-바로 비디오 판독을 요구하는 라이트닝스. 승부처입니다. 만약 원심 유지면 경기는 피닉스 쪽으로 흘러갑니다!


숨을 고르는데 마 선배가 다가왔다.

선배는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었다.


“야 신입! 아니, 그러니까 그.”

“마루입니다. 강마루.”

“그래! 마루야! 방금 뭐냐 진짜!”


의도한 건 아니었다.

내가 신도 아니고 어떻게 노릴 수 있을까.


다만.


“선배는 좋은 공을 던졌고, 저는 던졌을 뿐이에요. 그저 그뿐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방금은 와···.”


선배가 흥분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으나 결과는 누가 봐도 뻔했으니까.


헤드폰을 벗은 주심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원심 유지, 아웃이었다.


-아웃!! 아웃입니다!!! 루상의 주자가! 주자가 사라졌습니다!!!


“으아아아!!”

“됐다!!!!”

“미친! 방금 송구 봤어?! 송구 봤냐고!!”


1사 2루가 2사 주자 없음으로.

분위기는 급격하게 우리 쪽으로 기울었다.


“강마루!!!! 멋지다!!!!”


천지를 흔드는 외침.

나는 웃으며 별이를 향해 주먹을 쥐었다.


다음에 만나면 뭐라고 놀려야 할까?


***


끝났다고 생각했다.

타자 헛스윙과 함께 옆으로 튀는 공.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3루로 뛰는 주자.


3루에 들어가면 1사 3루.

동점 허용에 역전으로 이어지는 분위기.


하지만 신인 포수는 미끄러지듯 슬라이딩하더니 강하고 정확하게 3루로 던졌다.


계산된 행동이라기보단, 그저 한 마리의 맹수 같았다.


팡!


주심의 아웃 선언에 관중석은 말 그대로 난리가 났다.


“와! 방금 봤어! 봤냐고!!”

“쟤 이름이 뭐라고? 강마루? 강마루라고 했나?”

“······미친. 어깨 진짜 좋다.”


그 순간 누군가 외쳤다.


“안녕하십니까! 방금 멋진 플레이를 보여준 강마루의 아버지입니다. 제 아들 많은 응원···.”

“여보!”


등을 찰싹 때리는 강마루 어머니 주현옥.

빵 터진 팬들은 박수로 화답했고, 강학철은 어떠냐는 듯 웃었다.


“왜 그래 당신. 내가 하루 이틀 이랬던 것도 아니고.”

“그걸 자랑이라고 해요. 아니 그보다 경기 아직 안 끝났잖아요.”


강학철은 고갤 저었다.


“아니, 끝났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헛스윙 삼진으로 경기 끝. 서울 피닉스가 3 : 2로 이겼다.


“아웃카운트 하나 날리면서 주자를 2루로 보냈어. 홈런 군단 라이트닝스가 말이지. 근데 주자는 사라졌고 2사에 원 볼 투 스트라이크··· 여기선 유인구 하나면 끝이지 뭐.”

“여보.”

“응?”

“당신, 해설 위원으로 가지 그래요? 저번에도 제안받았다면서.”


강학철은 웃었다.


“난 지금이 좋아. 그리고 해설 위원 하면.”

“?”

“편파 응원도 못 하잖아. 안 그래?”


아들 바보 강학철다운 대답이었다.


“맞아요 형수님. 이놈 해설 위원 시켜봐요. 바로 난리 날걸요? 아마 스포츠신문 1면에 대문짝만하게 실릴 겁니다. 선수 때도 못 해본 1면을.”

“이 시끼. 또 멕이네.”

“억울하면 야구를 잘했어야지.”

“오냐. 내일 당장 배트 들고 나와라. 3구 삼진으로 죽여주마.”


아저씨들이 애처럼 투덕투덕 싸우는 사이, 피닉스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했다.


“잘했다! 이제 좀 치고 올라가자!!”

“오늘처럼만 하자! 응? 제발!!!”


숫자는 많지 않았으나 피닉스 팬들은 목놓아 외쳤다. 가을야구는 사치인 거 안다. 제발 탈꼴찌라도 하자고.


속에 천불 나고 열받는 일도 많지만 다들 힘껏 격려했다.

잘한 날에는 잘했다고 칭찬해야 하니까.


그러다 문득 임창섭이 강학철에게 물었다.


“세라는? 연락했어?”


강세라. 강마루의 누나였다.


“놔둬. 걘 야구 안 좋아하잖아.”

“온 집안이 야구 선수에 관계자인데?”

“무슨 상관. 안 좋아하면 안 좋아하는 거지. 그보다 방금 소리친 사람, 샛별이 아냐?”

“어. 지 엄마아빠 물건 싹 들고 가더니 따로 앉았다. 마루한테 들키면 안 된다면서.”


그 말에 어른들 모두 웃었다.


“샛별이도 참 솔직하지 못해서 큰일이다, 큰일.”


***


경기가 끝나자 칭찬이 쏟아졌다.

잘했다, 좋은 송구였다, 안 떨렸냐 대단하다 등등.


특히 배 선배님과 황 선배님은 보란 듯이 날 칭찬했다.


“음. 선배님들.”

“왜.”

“고생해서 그런가. 배가 좀.”

“하··· 이놈 뻔뻔한 거 봐라. 고작 1이닝 뛰고. 좋아. 갈비 콜?”


그러자 여기저기서 손을 들었다.


“배쌤! 저도!”

“형님! 저도 갈게요!”

“잘 먹겠습니다!”


배 선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기생충 같은 놈들이라고 진짜··· 커피는 너희가 사라. 알았지?”

“당연하죠!”


우르르 뛰어가는 사람들.

오늘 같은 날만 이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고개를 돌려 그라운드를 봤다.


첫 1군 데뷔전.

안타를 친 것도 아니고 고작 1이닝이었으나··· 손의 감각만큼은 분명히 남아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 뛰고 싶다.

1군에서 쭉.


“뭐해? 회상 중?”


마무리 투수, 마종수 선배였다.


“폼 좀 잡는 거죠. 유튜브 각이니까.”

“웃기는 새끼··· 자.”


공이었다.


“마지막 삼진 볼. 너 가져.”

“선배님 안 가져가셔도 돼요?”

“난 많아. 게다가 사실상 네가 막은 거잖아.”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내 송구에 흐름이 확 바뀌었으니까.


만약 세잎이거나 공이 빠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 뒤는 뻔했다.


“음. 선배님.”

“왜요. 후배님.”

“다음엔 주자 없는 상황에서도 좀···.”

“와 이 새끼 봐라. 칭찬 한 번 했다고 어딜!”


내 등을 때리는 선배.

하지만 기분은 좋아 보였다.


“건방지단 소리 많이 듣지?”

“숫기 없는 것보단 낫지 않나요.”

“크크··· 그래 맞다. 맞아. 포수가 그럼 실격이지. 실격.”


마종수 선배는 어디선가 펜을 구해오더니 공에 끄적였다.


- 25.05.02 VS 라이트닝스 데뷔전 첫 삼진 볼


“소중하게 간직해. 이 몸이 직접 써준 거니까.”

“······감사합니다.”

“그래. 고생했다. 쉬어라.”


마 선배는 기분 좋은 미소와 함께 사라졌다.


***


포탈 메인을 장식하진 않았다.

끝내기 홈런도 아니고 고작 1이닝을 막은 것뿐이니까.


게다가 피닉스는 흥참동의 일원이라 커뮤니티에서도 별 화제 없었다.


하지만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안다.


선두 타자 스트레이트 볼넷

흔들리지 않고 번트 수비

바운드가 크게 튀었는데도 동물적인 감각과 어깨로 3루 주자 아웃


범상치 않은 데뷔전에 다들 흥분했다.


임샛별도 마찬가지였다.

혹시나 했는데 설마 데뷔할 줄이야.

게다가 침착하게 1이닝을 막아?


누나로서 응원은 당연하나 그 바보 성격상 쓸데없이 흥분하거나 이상한 소릴 할 게 뻔했다.


포수는 팀의 중심.

누구보다 냉정해야 하는데 흥분한다?

그럼 답은 뻔했다.


그래서 일부러 조용히 간 거였는데··· 이놈의 입이 문제였다.


아니나 다를까.

폰이 미친 것처럼 울었다.


-바보 : 임샛별 씨. 계시죠?

-바보 : 자는 척하지 말고요

-바보 : 어때? 나 멋졌지? 최고?


아 정말. 무슨 애도 아니고 진짜.

어떻게 답해야 하나. 잘한 건 잘한 거니 칭찬은 해야 하는데.


망설이다가 답했다.


-나 : 10점

-바보 : ????? 와이??

-나 : 1이닝 막았잖아

-바보 : 그럼 나머지 10점은??

-나 : 안타 치면 봐줌

-바보 : 결승타는??

-바보 : 홈런 치면 보너스 점수 줘??? 어... 그럼 몇 점이지???


임샛별은 웃었다.

이 바보 동생을 어찌하면 좋을까, 하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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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탈꼴찌를 향해 (2) +7 24.09.08 3,508 105 11쪽
14 탈꼴찌를 향해 (1) +3 24.09.07 3,550 99 12쪽
13 늘어나는 기회 (3) +7 24.09.06 3,556 100 12쪽
12 늘어나는 기회 (2) +5 24.09.05 3,706 94 12쪽
11 늘어나는 기회 (1) +7 24.09.04 3,815 109 12쪽
10 첫 선발 출장 (3) +4 24.09.03 4,024 103 12쪽
9 첫 선발 출장 (2) +6 24.09.02 4,149 107 12쪽
8 첫 선발 출장 (1) +3 24.09.01 4,311 98 12쪽
7 갑작스러운 데뷔 (3) +4 24.08.31 4,617 101 13쪽
» 갑작스러운 데뷔 (2) +8 24.08.30 4,786 1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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