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레이트의 미친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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량주
작품등록일 :
2024.08.23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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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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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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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선발 출장 (3)

DUMMY

라커룸 갔더니 선배들은 질문을 쏟아냈다.


누구냐? 여친? 애인?

미쳤다, 미쳤어 첫 인터뷰에서 무슨.

건방진 새끼, 내 저럴 줄 알았다.


분위기는 좋았다.

누군가는 놀렸고, 누군가는 사진 한번 보자며 졸랐다.


못 이기는 척 보여줬더니 다들 휘파람을 불었다.


“와··· 미인이네. 혹시··· 연예인?”

“이럼 인정. 나 같아도 자랑했다.”


그런 가운데 배 선배가 한마디 했다.


“부모님, 섭섭해하시는 거 아냐?”

“아뇨. 오히려 좋아하실 거예요.”

“······그래?”

“네. 아버지도 야구장에서 프러포즈하셨거든요.”

“······강학철 선배님? 아아아. 기억난다.”

“보셨어요?”

“어렸을 때. 누구지 진짜 대단하다 싶었는데··· 과연. 그럼 이해한다.”


바로 납득하는 배 선배.


“그 정도였나요?”

“물론. 경기 끝나자마자 마이크로 불러내더니 꽃다발을 탁, 하고 주더라고. 내가 봐도 멋지더라.”


그러더니 배 선배는 웃었다.


“그 뒤에 태어난 아이가 내 눈앞에 있으니··· 신기하다. 신기해.”


***


경기 끝나고, 나는 약속대로 주환이 형과 함께 이동했다.


“택시? 차는요?”

“얀마. 술 마시는데 차는 무슨. 안녕하십니까 기사님. 어시장 부탁드립니다.”


주환이 형은 마치 자기 집 안방처럼 안내했다.


“여기 꼼장어 맛있게 하거든. 장어 먹지?”


고개를 끄덕이자 가게 문을 여는 형.

사장님이 반기시는 걸 보니 단골인가 보다.


“사장님! 늘 먹던 걸로!”

“소주는? 좋은데이?”

“네.”

“맥주는?”

“오늘은 테라요. 그리고 보자··· 사이다도 한 병 주세요.”


익숙한 손놀림으로 술을 마는 주환이 형.

그러더니 내겐 사이다를 건넸다.


“술은.”

“주량이 맥주 한잔인 놈이 무슨. 그리고 계산서 내놔. 내가 산다.”

“약속이랑 다른데요.”

“내 마음이다. 왜.”


유니폼을 입은 소주환과 유니폼을 벗은 소주환은 달라 보였다.

엄밀히 말하면 이쪽이 진짜 같았다.


“대신.”

“?”

“질문에 답해.”

“···체인지업이요?”

“그래.”


주환이 형은 물었다.

왜 체인지업을 요구했는지.

왜 몇 개 던지지도 않은 공을 요구했는지.


타당한 질문이었다.


상대는 체인지업 귀신 권상열.

다른 포수라면 무난하게 투심이나 슬라이더를 제시했을 것이다.


숫자가 알려줬다고 할 순 없었다.

대충 넘어가기도 어려웠다.


술에 취했으나··· 주환이 형 눈은 진심을 바라고 있었으니까.


“···떡밥입니다.”

“떡밥? 낚시할 때 쓰는 그 떡밥?”

“네. 형과 1이닝이라도 더 던지고 싶어서요.”


그 말에 형은 웃었다.


“나 같은 놈이 뭐가 좋다고.”

“우리 팀 에이스잖아요.”

“에이스··· 에이스라.”


나도 귀가 있어서 안다.

형한테 다들 뭐라 하는지 안다.


‘맨날 엄살 피우는 놈.’

‘에이스? 5이닝만 채우면 내려가는 놈이 에이스?’

‘저 새낀 게을러서 안 돼. 게을러서.’


왜 그런지 묻고 싶었으나 참았다.

물어도 답 안 해 줄 거 같고.


“뭐, 시답잖은 감성론은 집어치우고. 정리하면 이건가? 공 받아봤으니 체인지업이 좋았다. 그래서 미끼로 던졌다?”

“네. 또 있습니다.”

“뭔데.”

“체인지업 상대 타율 4할이잖아요.”

“정확히는 4할 2푼 1리. 통산은 3할 9푼 5리. 4년 전부터 타율 바짝 끌어올렸지.”

“···그걸 외우세요?”

“당연한 거 아냐? 상대 타자잖아.”


역시.

주환이 형은 이쪽이 진짜였다.


“어쨌든. 4할이라 치고.”

“네. 그래봤자 여섯 번은 우리가 이기잖아요.”

“웃기는군. 그런 알량한 생각으로 야구 하냐? 아까도 안타···.”

“그럼 왜 웃으셨어요?”

“···왜 웃었냐고?”

“네. 표정이 반대였잖아요. 투수와 타자.”


그랬다.

안타로 출루했으나 투수는 웃고 있었다.


“설마 내기 이겼다고 그런 건 아니죠?”

“···아닌데.”

“그럼요.”

“······.”


나는 주환이 형을 응시했다.


“너 고1 말에 마스크 썼다며.”

“네.”

“애들이 안 귀찮아했냐? 이렇게 달라붙으면.”

“했죠. 싫어하는 애들도 있었어요.”

“근데도 이러냐?”


그런데도 투수를 알고 싶은 이유.

하나밖에 없었다.


“네. 저는 포수잖아요. 아니면 누가 해요?”


잔으로 향하던 손이 멈췄고, 형은 웃으며 중얼거렸다.


“···형들이 그러는 이유를 알겠군.”

“네?”

“아니. 됐다. 이제 일어서자. 댓거리에 양 꼬치 잘하는 데 있거든. 마음에 들 거다.”


주환이 형은 크게 외쳤다.


“사장님! 계산할게요!”


***


다음 날에도 관심은 이어졌다.


산처럼 쌓인 메시지와 전화.

이어지는 축하와 격려.


첫 안타가 결승타, 그것도 3루타였으니 그럴 법한데··· 어째 안타보다 별이 이야기가 더 나왔다.


배 선배는 고갤 끄덕였다.


“당연하지 인마. 첫 인터뷰에 고백 박는 놈이 어디 있냐. 어쨌든 연락 안 왔어? 남친이 사고 쳤는데.”

“안 그래도 카톡 엄청 받았어요.”

“제수씨는 뭐라고 하시던데.”

“···선배님 한 번만 더.”

“이 새끼 봐라. 제~수~씨.”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 커피는 제가 사겠습니다.”

“미친놈. 애들이 그런다. 야구장이랑 너무 다르다고.”

“제가요?”

“그래 인마. 형들한텐 시어머니처럼 달려드는 놈이 여친 이야기만 나오면 헤벌쭉.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

“음. 그건 어쩔 수 없어요.”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선배님은 임샛별이 아니니까요.”

“······지랄한다. 지랄. 경기 준비나 해!”


엉덩이를 뻥 걷어차인 나는 도망치듯 전력분석실로 향했다.


어제 경기는 이겼으나 아직 드래곤즈와의 경기는 두 번이나 남았다.

가을 야구를 논하기엔 너무 멀고 이르나, 적어도 탈꼴찌는 하고 싶었다.


1. 서울 카이저스

2. 서울 나이츠

3. 광주 호크스

4. 수원 라이트닝스

5. 대구 슬러거즈

6. 창원 드래곤즈

7. 대전 스타즈

8. 인천 파이터즈

9. 부산 돌핀스

10. 서울 피닉스


서울 두 팀은 초반부터 달리며 양강 구축 중이었고, 광주부터 인천까지는 엎치락뒤치락 싸우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피닉스는··· 부산 돌핀스와 함께 사이좋게 뒤에서 놀고 있었다.


“그런 말 들으면 돌핀스 애들 섭섭해한다.”


웃으며 말하는 황 선배.


음. 솔직히 그건 그렇다.

9위 돌핀스와는 다섯 게임 차니까.


아직 5월이라 모르나 만약 시즌 막판이었다? 깔끔하게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그건 그래. 돌핀스가 5연패 하고, 우리가 5연승 해야 동률이니까.”


아마추어 때는 잘 몰랐다.

평일엔 쉬고 주말 경기만 뛰어서 잘 몰랐다.


정규 시즌이 얼마나 길고 힘든지.

2주 안 된 나도 이러는데 144경기는··· 정말 길었다.


“그래서.”

“?”

“새 얼굴이 중요해. 실제로 네가 온 뒤로 우리 팀, 분위기 좋아졌잖아. 활력소란 뜻이지. 다들 웃는 일도 늘었고.”


나는 황 선배를 봤다.

2군에서도 느꼈지만··· 황도윤이라는 투수는 사람이 너무 좋았다.

계속 따르고 싶을 정도로.


“나 같이 야구 못 하는 놈을 무슨. 마음만 받을게. 고마워.”


황 선배는 서글픈 얼굴로 말했다.


***


인상에 남는 활약을 했으나 매번 선발로 나설 수는 없었다.


일단 우리 팀 주전 포수는 하용범 선배니까.


“아쉽지 않아? 선발 못 나와서.”


누군가 했더니 중견수 도규철 선배였다.

초구철이라 불리는 우리 팀 선봉대장.


공격적인 성향을 자랑하는 선배답게 질문도 공격적이었다.


“전혀요.”

“그래? 이틀 전엔 주인공이었잖아.”

“이야기에 주인공만 있으면 되나요. 조연도 있어야죠.”

“······호. 그래?”

“게다가 주장님한테 배우는 것도 많고요. 많이 알려주세요.”

“···주장님이 직접?”

“행동으로요. 그라운드에서 보여주시잖아요.”


그 말에 도 선배는 방긋 웃었다.


“미안하다. 내가 괜한 말 했네.”

“대신 알려주세요.”

“뭘.”

“타격이요.”

“마음은 기쁜데··· 나한텐 배우지 마. 욕만 먹는다. 욕만.”


도 선배는 그 대신이라며 커피 쿠폰을 보냈다.


선배 말대로 아직 주연은 아니었다.

하지만 타격 기회는 늘어났다.


창원 드래곤즈와의 주중 3차전.

어제 졌기 때문에 오늘은 총력전이었다.


8회 초 스코어는 10 : 8.

두 점 지는 상황에서 우리 팀은 찬스를 맞이했다.


-2사 1, 2루 2사 1, 2루입니다. 단타면 한 점이고 만약 장타면? 동점입니다. 동점!


“강마루!”

“네! 감독님!”

“너 상대 투수도 분석하지?”

“네!”

“몸은?”

“가볍습니다!”

“좋아. 가볍게 쳐. 가볍게. 아니지. 최소 담장은 맞춰라. 알았지?”


나는 웃으며 타석에 들어섰다.


-1차전 승리의 주역, 강마루 선수입니다. 하용범 선수 타석에 대타로 들어서네요.

-타격 보셨잖습니까. 힘이 있습니다. 힘이. 주력도 나쁘지 않고요.


나는 배트를 흔들며 타석에 들어섰다.


상황은 이틀 전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그때는 무사, 지금은 2사.

1, 2루 주자는 같으나 병살 신경 쓰지 않고 힘껏 휘두르면 된다.


팡!


장타가 신경 쓰였을까.

1구는 바깥쪽 슬라이더였다.


-초구는 뺍니다.

-의식하는 거죠. 이틀 전 장타를.


팡!


-2구는 들어왔습니다. 제구 좋네요.


1구는 바깥쪽 슬라이더 볼

2구는 바깥쪽 포심 스트라이크


슬슬 정해야 했다.

다음 공을 노릴지 말지.


부웅!


헛스윙. 나름 노려쳤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배트에 맞지 않았다.


-봐봐. 내 말이 맞지? 운이 좋았다니까

-야 류동수! 쫄지 말고 던져! 신인이다! 신인!


드래곤즈 팬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감독님을 봤다.


고개를 끄덕인 감독님은 자신 있게 휘두르란 사인을 보냈다.


‘그래. 내가 언제부터 노려쳤다고.’


1군 경험도 얼마 없다.

변화구에 약하고 타이밍도 잡기 어려웠다.


아직 성장하는 단계.

하지만··· 힘 하나는 자신 있었다.


휘릭!


어깨높이로 날아오는 포심을


따악!!!


나는 아무 생각 없이 후려쳤다.


-안타!!! 1루수 키를 넘기는 안타!!! 2루 주자 홈으로! 1루 주자도! 1루 주자도 홈으로 홈으로!! 동점!!!! 또 한 번 해냅니다! 서울 피닉스의 신인 포수 강마루!! 또 한 번! 팀을 위기에서 구해냅니다!!!


“으아아!!!”


2루에 들어간 나는 포효하며 세레머니했다. 감독님도, 선배들도 날 보며 웃고 있었다.


***


경기는 연장 승부 끝 11 : 10 서울 피닉스의 승리로 끝났다.


오늘 경기 MVP는 결승 홈런을 포함해 무려 5타수 4안타 4타점을 날린 애드리언 킹이 차지했으나.


-마루. 강마루 선수에게 고맙습니다. 신인인데도 주눅 들지 않고 휘둘렀어요.


감독 조덕출은 인터뷰에서 강마루를 언급하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강마루의 동점 2루타가 아니었다면 연장이고 뭐고 끝났을 테니까.


그리고 피닉스 팬들이 기분 좋게 서울행 KTX에 타는 사이.


“운 좋았네요. 거기서 왜 슬라를 안 던지고 포심을.”

“내 생각도. 주장한테 맡겨도 될 텐데.”


주장 하용범은 파리들이 앵앵거리는 걸 듣고 있었다.


“그러니까요. 주장님이었으면 홈런으로 끝났을···.”

“그만.”

“네?”

“그만하라고.”


하용범은 으르렁거렸다.


“너. 타율 몇이지?”

“···1할 7푼입니다.”

“너는? 어제 1사 만루에서 쳤나?”

“······못 쳤습니다.”


강마루 편드는 건 아니었다.

그저 화가 났을 뿐이다.

노력 없이 입만 산 놈들에게.


“어제오늘, 누가 제일 먼저 나왔는지 아나? 누가 제일 늦게 갔는지는?”


하용범은 목소리를 높였다.


“강마루다. 강마루. 이틀 전 타격감 유지한다고 배트 휘두르더군. 근데 너희는? 뭐 하고 있지? 집에 가려고? 백업인데?”

“······죄송합니다.”


둘은 그대로 사라졌다.


“흥.”


더그아웃에서 시끄럽다고?

이상한 답변 한다고?


그게 뭐 어쨌단 말인가.

점잖고 행실 바른 놈보다 시끄러워도 증명하는 놈이 훨씬 나았다.


야구 선수는 야구로 증명하면 된다.

그저 그뿐이었다.


‘강마루···.’


하용범은 구단 버스로 향하며 생각했다.

이제 미팅 때 말 정도는 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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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탈꼴찌를 향해 (1) +3 24.09.07 3,538 97 12쪽
13 늘어나는 기회 (3) +7 24.09.06 3,546 98 12쪽
12 늘어나는 기회 (2) +5 24.09.05 3,699 93 12쪽
11 늘어나는 기회 (1) +7 24.09.04 3,808 108 12쪽
» 첫 선발 출장 (3) +4 24.09.03 4,018 102 12쪽
9 첫 선발 출장 (2) +6 24.09.02 4,143 106 12쪽
8 첫 선발 출장 (1) +3 24.09.01 4,305 97 12쪽
7 갑작스러운 데뷔 (3) +4 24.08.31 4,611 100 13쪽
6 갑작스러운 데뷔 (2) +8 24.08.30 4,781 1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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