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레이트의 미친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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량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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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3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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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위상 (3)

DUMMY

서울 카이저스.

통합우승 3연패를 자랑하는, KBO 최강팀.


잠실의 주인, 왕조, KBO의 다저스··· 수많은 별명을 자랑하는 만큼 선수들의 자부심은 하늘을 찔렀다.


그리고 그런 카이저스의 에이스는


“처남! 잘 지냈냐?!”


별이의 친오빠 임찬솔이었다.


“형도 잘 지냈죠?”

“당연히! 하이라이트 봤지? 이 몸의 피칭을!”


나도 한 자신감 하는 편이나 형의 자존감은 하늘을 찔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형에게 영향받았다.


야구도 먼저 시작했고 전체 1번으로 뽑혀 신인왕에 오른 뒤 팀을 우승으로.


나는 찬솔이 형을 보며 야구의 매력을 알았고,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알게 됐다.


즉 길라잡이나 다름없었다.


같은 직업에 대화도 잘 통하는 사이.

연결점은 또 하나 있었다.


“우리 세라 누님은 잘 지내시지?”

“형. 침팬지가 그렇게도 좋아요?”

“반사. 너야말로 유인원이 그렇게도 좋냐? 뭐가 예쁘다고.”


그렇다.

우리는 서로의 동생과 누나를 좋아했다.


강마루는 임샛별을

임찬솔은 강세라를


무슨 드라마도 아니고 진짜.


“똑같아요. 야구는 여전히 관심 없지만.”

“나 어제 완봉승했잖아. 그래도?”

“네. 그런 공놀이가 뭐가 좋냐고 하던데.”

“멋져. 우리 누님은 그런 점이 참 매력적이라니까···.”


왠지 기시감이 느껴졌으나 일부러 모른 척했다.


“형은 안 쉬어도 돼요?”


지금은 금요일 오전.

보통 야구 선수라면 느지막이 자고 있을 시간대.


더군다나 찬솔이 형은 어제 완봉승을 기록했다.


“한국시리즈도 아니고 고작 정규시즌에 그러면 쓰냐? 그보다.”

“?”

“우리 처남, 많이 유명해졌더라. 애들이 물어본다. 어떤 친구냐고.”

“칭찬했어요, 깠어요.”

“당연히 전자. 앞으로 국대에서 내 공 받을 거라고 큰소리쳤지.”


형은 늘 그런 식이었다.

나도 천재지만, 너도 나 못지않은 천재라고.


별이도 내가 포지션 변경하는 걸 반겼으나 형도 반겼다.


‘그럼 네가 내 공 받으면 되겠다. 어때? 괜찮지?’


“언제쯤 올래. 아겜? 올림픽? WBC?”

“올해 APBC는요.”

“나 나이 걸리잖아. 이 몸이 굳이 와카까지 쓰면서 갈 필요 있냐. 저번에 나가서 박살 냈는데?”


그건 그렇다.

저번 APBC에 나간 형은 연달아 호투하며 대회 MVP에 선정됐다.


“뭐, 그래봤자 그건 예선이지만. WBC에서 이겨야지. WBC에서. 빨리 실력 끌어올려라. 그래야 같이 가지.”

“······네!”


눈에 불을 켜던 형은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오늘 전력강화위원회에서 온다며?”

“네. 안 그래도 들었어요. 감독님께서 그러셨어요. 기회 잡으라고.”


리그 최강팀 서울 카이저스와 맞대결.

그것도 원정에서 선발로.


오늘 잘하면 눈도장 확실히 받을 수 있었다.


“힌트 줄까. 어르신들 어떤 플레이에 뿅 가고 어떤 모습에 환호하는지.”

“아뇨. 이미 준비 끝냈습니다.”

“······역시. 우리 처남. 너라면 잘할 거다. 늘 그래왔으니까.”

“고마워요.”

“하지만.”

“?”


형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것과 이건 별개. 나 없다고 방심하지 마라. 우리 팀, 강하거든.”


***


스타즈와 주중 3연전에서 위닝 시리즈.

지난주 연속 루징을 만회할 좋은 기회이나 대진은 안 좋았다.


리그 최강팀 서울 카이저스.

그것도 우리는 오늘 불펜데이였다.


-어쩔 수 없죠. 원래도 선발진이 얇았는데 외국인 투수 데니 파머가 나갔으니까요.


현재 확실한 선발은 원투 펀치 주환이 형과 맷 라이언뿐.

그 외엔 돌려막기 중이었다.


2군에서 올리고 롱릴리프를 임시 선발로 돌리고.

분명 자질 좋은 투수도 많았고 감독님도 고민 많이 했으나 없는 선발이 하늘에서 뚝 떨어질 리 없었다.


그만큼 선발은 키우기 어려웠다.


오늘 상대 선발은 빅터 르위키.

큰 키에서 내리꽂는 150 초반의 포심과 각이 큰 슬러브가 주무기였다.


팡!

뻐엉!

딱!!


선두타자 도규철 선배는 3구까지는 버텨냈으나 4구는 결국 이겨내지 못했다.


부웅!


-헛스윙! 삼진!! 르위키가 도규철을 삼진으로 돌려세웁니다!!

-연달아 150 포심 날아오다 투 스트에서 몸쪽 슬러브··· 저걸 어떻게 참습니까!


“아, 젠장···.”


도 선배는 아쉬운 듯 뇌까렸으나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다. 그만큼 상대 공이 좋았으니까.


2번 타자 유격수 황금민도

3번 타자 지명 애드리언 킹도 그대로 무너졌다.


-K!K!K!! 르위키가 쾌조의 출발을 선보입니다!!

-공 정말 좋네요! 정말! 오늘 피닉스 타자들이 이기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팀마다 투수진 전력은 달랐다.


선발이 강한 팀.

선발은 약하나 불펜이 강한 팀.

둘 다 약하나 적재적소에 잘 쓰는 팀.


이런저런 투수들을 봐왔으나 르위키의 구위는 그중에서도 최상급이었다.

문제는.


“···찬솔이가 어제 나와서 정말 다행이다. 다행. 만약 오늘부터 나왔으면.”


그렇다.

르위키는 카이저스의 에이스가 아니었다.

바로 찬솔이 형이 에이스였다.


르위키가 1선발이 아니라 2선발이라는 점에서 마운드의 높이를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선배. 우리는 우리 일에 집중하면 돼요.”

“···그래. 네 말이 맞다.”


나는 백 선배를 다독인 뒤 그라운드로 향했다.

감독님이 선배에게 부탁한 이닝은 짧으면 2이닝, 길면 3이닝.


언더핸드에게 오프너라니.

위험했으나 어쩔 수 없었다. 마종수 선배와 석구 형을 제외하면 불펜 중엔 구위가 제일 좋았으니까.


마무리는 말할 것도 없고 필승조를 냅다 1회부터 올릴 순 없었다.


“···좋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가보자!”


***


1회 말.

카이저스는 선두타자부터 출루했다.


2번 타자는 잡았으나 3번 헥터 루이스는 안타. 단숨에 1사 1, 3루가 됐다.


“어떻게 보십니까 위원장님.”

“······.”


손기웅은 답변하지 않았다.

아직 판단할 거리도 없단 뜻일 터.


자리에서 일어선 강마루는 양팔을 벌렸다.

넓게 가잔 뜻이었다.


-타석에 윤정호가 들어옵니다. 윤정호 선수면 기대해도 되겠죠?

-그렇습니다. 카이저스가 자랑하는 중심 타자니까요. 믿을 수 있습니다.


윤정호.

카이저스의 중심이자 현 KBO 최고 포수.


노련미는 피닉스의 하용범이 앞서나 공격력을 포함하면 윤정호가 한 수 위였다.


포수로서 통산 OPS 0.871

12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공수 양면 모두 완벽했다.


팡!

파앙!


1, 2구는 살짝 빠지는 볼.

언더핸드에 우타자라 해도 윤정호는 무서웠다.


-이제 들어가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만약에 볼넷이면··· 1회부터 넘어갈 수 있어요.


싱커, 슬라이더, 체인지업.

우타자에겐 몸쪽, 낮은 쪽 싱커

혹은 바깥쪽 슬라이더가 정석이었다.


뭘 던질까.

구위만 믿고 정석대로 갈까.


팡!


몸쪽 체인지업이었다.

윤정호는 움찔했고 주심은 스트라이크를 선언했다.


4구도 마찬가지로 체인지업.

윤정호는 노려쳤으나 다행히 파울이었다.


“···식겁했다. 식겁했어.”

“······와 저거 만약에 풀렸으면.”


체인지업은 던지기 까다롭다.

포심과 잘 섞으면 그만한 공도 없으나 몰리거나 손에서 풀리면 바로 장타였다.


근데 윤정호를 상대로 투 볼에서 몸쪽 체인지업을 연달아 던진다고?

아무리 언더핸드라 역회전으로 살짝 꺾여도?


“···백준범이 체인지업을 주로 던졌던가?”

“아뇨. 아닙니다. 사실상 싱커, 슬라이더 투피치입니다.”

“···흠.”


손기웅은 궁금해했다.

다음 공은 과연 뭘지.


팡!


바깥쪽으로 흘러나간 슬라이더를 던진 백준범은, 또 몸쪽 체인지업을 던졌다.


딱!


-타구가! 투수 정면으로! 2루! 1루!!! 더블아웃! 병살타로 위기에서 탈출합니다!!


“······아깝다.”

“운이 좋았네. 운이.”

“재수 좋네 저놈들.”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아쉬움.

카이저스 팬들은 그저 운이 좋았다며 별것 아니라는 듯이 넘겼다.


하지만 손기웅 생각은 달랐다.


몸쪽 체인지업으로 투 스트라이크를 잡고 바깥쪽 슬라이더 뒤에 또 체인지업?


보통은 싱커나 슬라이더 아닌가?

아무리 오늘 체인지업이 좋아도··· 신뢰 없이는 던질 수 없는 공이었다.


“······신뢰라.”

“위원장님?”

“신경 쓰지 말게.”


접근을 차단하는 손기웅.

근거는 또 있었다.


더그아웃에 들어간 백준범은 강마루의 어깨를 두들기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마치 너 때문에 막았다는 듯이.


***


빅터 르위키는 오늘도 잘 던졌다.

포심은 묵직했고 슬러브는 날카롭게 무릎 아래로 떨어졌다.


삼진 아니면 땅볼.

베테랑 배선호가 노히트 행진을 깼으나 여전히 피닉스 타자들은 헤맸다.


하지만 카이저스 팬들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아직도 무득점···?”

“뭔데 진짜. 뭐냐고. 타자들 단체로 미쳤냐?”


6회가 끝난 현재 스코어는 0 : 0.

점수만 봐선 팽팽해 보이나 속 내용은 전혀 달랐다.


피닉스는 1안타 1볼넷이 끝이었고 반면 카이저스는 안타 여섯 개, 볼넷 세 개를 얻었다.


그런데도 0 : 0이었다.


-무엇보다 말이죠. 매 이닝 출루했는데도 점수를 못 뽑은 게 큽니다. 점수를.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결국 분위기 싸움이니까요. 르위키 선수 잘 던지죠? 단단하고 튼튼합니다. 근데 그럴수록 부러지기 쉬워요.


물론 야구는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법이다. 변수도 많았고 운도 따라줘야 했다.


‘하지만 이 정도면··· 운이 아니지.’


카이저스 감독 황동진은 윤정호를 불렀다.


“정호야.”

“네, 감독님.”

“너희, 나한테 불만 없지.”


윤정호는 바로 대꾸했다.


“없습니다. 그런 질문 하시는 것만 빼곤.”

“그거 말고.”

“커피만 줄이셨으면 좋겠습니다.”

“잔소리는. 어쨌든··· 저 포수 어때?”


황동진은 강마루를 가리켰다.


피닉스 투수가 한 명이었다면 몰랐다.

하지만 오늘은 불펜 데이.


4명의 투수와 합을 맞춘 강마루는 무너질 듯하면서도 결국 무너지지 않았다.


“볼배합이 다릅니다.”

“어떻게.”

“투수들이 평소 던지지 않았던 구종을 던집니다.”

“상대 더그아웃 전략이 바뀐 건 아니고?”


윤정호는 고갤 저었다.


“최종적으로 수정하는 건 강마루입니다.”

“······.”


이걸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까.

올해 데뷔한 초짜 포수가 최종적으로 손을 대?


KBO 최고 포수인 윤정호도 모든 볼배합을 본인이 정하지 않는다.

결국 던지는 사람은 투수니까.


“오늘 처음 만나서 확실히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어렵습니다만.”

“말해.”

“신뢰받고 있습니다.”


신뢰.

포수로선 그 무엇보다 간절한 단어.

반면 신인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다.


“피닉스 투수들이 컨디션 좋은 건 아닙니다만.”

“위닝샷은 확실히 던진단 거지?”

“네 그렇습니다. 게다가.”

“?”

“감독님 생각도 같지 않으십니까.”

“이유는?”

“그랬다면 강마루가 아니라 타자들을 타박하셨을 테니까요.”


정답이었다.

타자가 못 쳐서 지는 경기도 많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뭐라 말할 수 없는 벽에 막힌 느낌이었다.


일시적인 현상?

전력강화위원회 어필?


물론 하용범이란 포수도 까다롭고 상대하기 어려웠으나, 강마루라는 포수는 궤가 달랐다.


생각에 잠긴 황동진은 결론을 내렸다.


“강마루. 목표는 강마루다. 저 친구 한번 흔들어 보자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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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늘어나는 기회 (3) +7 24.09.06 3,556 100 12쪽
12 늘어나는 기회 (2) +5 24.09.05 3,706 94 12쪽
11 늘어나는 기회 (1) +7 24.09.04 3,815 109 12쪽
10 첫 선발 출장 (3) +4 24.09.03 4,024 103 12쪽
9 첫 선발 출장 (2) +6 24.09.02 4,149 107 12쪽
8 첫 선발 출장 (1) +3 24.09.01 4,311 98 12쪽
7 갑작스러운 데뷔 (3) +4 24.08.31 4,617 101 13쪽
6 갑작스러운 데뷔 (2) +8 24.08.30 4,785 1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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