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출이 연기력을 안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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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나
작품등록일 :
2024.08.27 11:34
최근연재일 :
2024.09.2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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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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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짜릿한 변화(1)

DUMMY

혼자 운전해서 지방에 있는 ‘달을 걷는 그림자’ 세트장으로 내려가는 중.

너무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이 일어나서 머리가 터질 것만 같다.


“무율이라.”


우선 내가 연기한 배역에 이름과 서사가 생겼다.

카메오에서 조금 분량이 늘어난 단역이라 등장하는 비중이 크진 않겠지만, 극의 중반부를 끌고 가는 중요한 키가 되긴 할 캐릭터다.


“잘 하고 싶은데 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오디션을 보면서 탐났던 배역이 너무도 많았었지.

하지만 그건 다 내 것이 아니었다.

나는 내가 오디션을 본 드라마를 빠짐 없이 다 챙겨봤다.

처음에는 오기였다.

대체 어떤 놈이 그 배역을 얻었을까, 소속사의 힘으로 꽂아 넣은 놈들도 분명 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물론 백을 이용해서 배역을 따낸 이들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좋은 연기력을 보여주며 캐스팅에 의구심을 싹 지워버린 배우들이 더 많았다.

그런 걸 보며 나는 재능의 영역을 실감했다.

그렇게 하고 싶을 때는 조그마한 단역 오디션 한 번 통과한 적 없는데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람.


“내가 천재 배우라니. 차도운 같다니.”


상상도 못 한 칭찬을 너무 짧은 시간 안에 들어서 얼떨떨할 따름.

무려 스타 작가 최영인과 스타 감독 지철중이 날 캐스팅 하고자 한다.

시청률 1% 대의 드라마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볼품없고 초라한 작품은 절대 아니다.


우선 이 드라마 남자주인공은 월드 스타 아이돌 문희중.

미소 한 번에 벌어 들이는 수익이 어마어마한 놈이다.

그의 출연 하나로 해외 시장까지 들썩거리게 만들 정도.

연기력은 그냥 그렇지만, 문희중을 섭외한 이유도 해외에 드라마 판권을 잘 팔아보기 위함이었다.

물론 국내 시청률이 저조해서 조금 힘들어졌지만.


여자주인공을 맡은 서보람은 23년 차 배우다.

올해로 23살인데 대체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신생아 때부터 예쁜 미모를 자랑하며 TV에 얼굴을 들이 밀고, 그 길로 쭉 배우 외길 인생만 살아 왔거든.


그런 드라마에 카메오 출연을 한 것만으로도 내 인생에 길이 남을 일인데, 그보다 비중이 더 커진 단역 제안이라니.


“안 될 것도 없긴 하지. 반짝이만 있다면.”


그러고 보면 촬영장에서 내가 본 반짝이 종류는 두 가지였다.

서보람 머리 쪽에서 본 건 노란 반짝이.

고양이 내쫓으러 들린 집에서 본 건 파란색 반짝이.


“색깔만 다른 게 아니었어.”


노란색 반짝이를 건드렸을 때는 미래의 어느 날을 미리 보여주는 것 같았고, 파란색 반짝이를 터치하자 아공간으로 빨려 들어가 연기 체험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기억하는 게 맞다면 노란 반짝이는 한 번 건드리고 난 뒤 사라졌었다.

파란 반짝이는 남아 있긴 했으나 윤형진이 사고쳐서 다시 터치해 보진 못했었고.


“우선 지금 내게 필요한 건 파란 반짝이다.”


그 반짝이를 어떻게 불러내는 건지.

어디에 주로 나타나는 건지.

아공간에 들어가면 어떤 장면들을 연기할 수 있는 건지.

찾아내고 알아내야 할 게 너무도 많았다.


***


‘달빛 위를 걷는 그림자’ 촬영장에 일찍 도착해 있는 서보람의 밴.

바뀐 대본을 살펴보는 서보람의 표정이 점점 더 밝아졌다.


“확실히 재밌어졌어.”


무율 캐릭터가 투입되면서 자신이 맡은 연유정 캐릭터도 더 주체적으로 변화되었다.

세자에게만 모든 걸 의존하는 게 아니라 무율과 함께 자신에게 닥친 일을 주체적으로 알아 나가게 되니까.


그 모습을 보던 매니저가 물었다.


“네가 봐도 그렇지? 이번 작품은 최영인 작가스럽지 않아서 매니저들끼리도 아쉽다는 이야기가 많았거든. 수정된 5부에서는 최영인 역시 죽지 않았다 싶더라.”

“그러게. 무율 배역에 최 작가님 애정이 많이 들어간 것도 딱 느껴져.”


대본을 확인하던 서보람은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기대돼, 오빠.”

“시청률이 쉽게 쑥쑥 오르는 건 아니니까 너무 큰 기대는 하지마.”

“그거 말고 다른 게 기대 된다고.”


서보람은 눈을 스르륵 감았다.

머릿 속에서 박도준이 연기할 무율을 그려보는 그녀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


올해로 23년차 배우.

집이 아닌 현장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수많은 작품을 했고 많은 배역을 맡았다.

상대 배우와 같이 호흡하며 연기하는 과정이 너무도 즐거웠는데, 이번 현장은 그렇지 못했다.


가장 많이 부딪히는 문희중은 딱 맡은 부분만 연기하고 그 외에는 자신과 별다른 말을 섞지 않았다.

분명 드라마를 만드는 일은 함께 협업하는 일인데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던 와중, 막내 조연출인 박도준이 그 빈자리를 많이 채워줬다.

문희중을 대신해서 카메라 앞에서 대사를 쳐주는 건 물론 배역에 대한 고민이 있을 때에도 할 일을 다 제쳐두고 와서 머리를 맞대 주었으니까.


무엇보다 무율 캐릭터가 투입되면서 스토리에도 활력이 돌기 시작했기에 주연 배우로서 너무 만족스러웠다.

지금까지 촬영을 통해 많은 의지를 받았던 만큼, 서보람도 박도준에게 최대한 도움을 주고 싶었다.


“어? 박 PD님 오셨다!”


서보람은 벌컥 밴 문을 열었다.


***


차를 주차하고 내리자 바로 옆에 세워져 있던 서보람의 밴 문도 동시에 열렸다.


“박도준 PD님!!”

“일찍 왔네요, 서보람 씨? 콜타임 아직 남았을텐데.”

“PD님 보려고요. 우리 대본 바뀌었다면서요?”


바뀐 대본을 빨리 내어 놓으라는 거였군.

나는 여분으로 챙겨온 대본을 서보람에게 건넸다.


“네, 배역 하나가 추가됐습니다.”

“대본은 이미 받아서 다 봤어요.”


뭐야.

바뀐 대본 받고 싶어서 날 기다린 게 아니었어?


“무율 역, 박 PD님이 해주시는 거죠?”

“어떻게 될지 확실하게 모르겠네요.”


반짝이를 찾아야만 할 수 있을지 아닐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박도준 PD님 아니면 무율 할 배우 없다고 생각해요. 잘 어울려요.”


서보람은 얼굴만 예쁜 게 아니라 인성도 남달랐다.

대부분 저정도 톱급 여배우면 까칠하게 굴기도 하고, 특히 막내 조연출 같은 사람이랑은 말도 안 섞는다.

이름 기억해 주는 거?

그런 건 바란 적도 없다.

그런데 서보람은 처음 날 본 순간부터 사근사근하게 내 이름을 불러주더니, 쉬는 시간마다 찾아와서 조잘조잘 떠들었다.

사람이 참 부족한 게 없어, 인간미 없게 말이야.


“응원 감사합니다. 지난번 첫 촬영 때도 그러고 요즘 계속 받기만 하네요.”

“받기만 하다뇨. 저도 박 PD님께 받은 거 많아요. 긴장 많이 되시죠?”

“아뇨. 긴장은 하나도 안 됩니다.”


반짝이를 어디서, 어떻게 찾을까 지금 내 머릿 속에는 그 생각 밖에 없으니까.


“서보람 씨, 그럼 바뀐 대본 우선 살펴보고 있으세요. 전 바빠서 잠시.”


우선 나는 지난번에 고양이를 내쫓기 위해 갔던 집 쪽으로 냅다 달렸다.


“뭐야, 없네?”


지난번 파란색 반짝이를 발견했던 문고리를 잡고 흔들고 비틀어봐도.


“잠잠하잖아?”


고요했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로.

반짝이 같은 건 없었다.


“내가 헛걸 본 건 아니었는데.”


날렵하게 붕붕 날아다니던 내 몸이 꿈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 줬으니까.


터덜터덜 걸으면서 고개를 휙휙 돌리던 찰나.


“어???”


난 세트장 정중앙에 있는 커다란 나무에서 발견하고 말았다.


“저거다!!!”


때맞춰 촬영장에 도착한 지철중 감독.


“박도준 PD, 아니 배우. 이제 쟤를 뭐라고 불러야 하냐?”


날 애타게 부르는 소리를 들었는데 대꾸하지 않은 채로 냅다 나무 쪽으로 돌진했다.


조금 높은 곳에 뻗어 있는 나무 가지에서 반짝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지난번에 본 것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파란색 반짝이가.


“읏차!”


한 손에 대본을 쥔 채로 나는 제자리에서 점프했다.

반짝거리는 나뭇가지를 잡은 순간.


슈웅-

놀랍게도 지난번처럼 시야가 암전됐다.


.

.

.


“······???”


다시 눈앞이 밝아졌고, 나는 나무 아래에 서 있었다.

조금 전까지 입고 있던 청바지에 흰 티셔츠가 아니라.


“이건 무율이 입을 옷이잖아.”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갓까지 쓰고 있었다.


“지난번에도 예고 없이 입고 있던 옷이 휙휙 바뀌었지?”


그때와 똑같이 모든 시공간이 변해버렸다.


[‘달빛 위를 걷는 그림자’ 5부 연기 체험을 해보시겠습니까?]


“오?”


시스템창이 눈앞에 나타났다.


확실하다.

내게 생긴 기연이 맞다.


“해볼래!”


[5부에서 무율이 등장하는 씬은 S#20, S#23, S#35입니다. 어떤 장면을 체험해보시겠습니까?]


“씬 20이 뭐더라.”


대본을 외울 정도로 자세히 보진 못했다.


“근데 내 대본 어디갔냐?”


아공간에 들어오기 전, 나는 분명 한손에 대본을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온데간데 없었다.


“어? 휴대폰도 없네.”


하긴.

입고 있던 옷이 아예 바뀌었는데 청바지 뒷주머니에 넣어둔 휴대폰이 남아 있는 것도 이상하긴 하지.


“내가 갖고 있던 물건은 하나도 못 가지고 오는 건가?”


연기할 때 필요한 옷과 소품은 주니까 그나마 다행.

대낮에 알몸으로 도로 질주한 윤형진처럼 아무것도 안 입고 연기하라고 하는 건 아니니까.


“내 기억이 맞다면 씬 20은 세자랑 무율이 동시에 벼락 맞고 몸이 바뀌는 건데?”


연기 체험이 지난번처럼 생생하게 다 되는 걸까?

그럼 정말 벼락 맞는 느낌도 느껴지나?

몹쓸 궁금증이 도졌다.


그런 연기는 대체 어떻게 해야하지?

지금의 내 상상력으로는 도무지 실현할 수 없다.

발연기 하기 딱 좋은 장면 아닌가.

살면서 사람이 벼락 맞을 일은 없으니까, 그걸 실감나게 표현하는 건 극악의 난이도.


“그런데 그걸 아공간에서 체험해본다? 개이득이지. 좋아, 씬 20으로 간다!”


[S#20 연기 체험을 시작합니다.]


그와 동시에 갑자기 하늘에서 쏟아지는 폭우.

눈앞이 안 보일 정도다.

입고 있던 옷도 순식간에 홀딱 젖었다.

살수차로 이정도 비를 만들어 낼 수가 있긴 한가.

몰라, 내가 무율 역 맡으면 그건 다른 조연출이 알아서 하겠지.


그나저나 이게 진짜 되네.

소름 돋게도 오늘 막 수정된 5부 대본의 20번째 씬이 맞다.


내 옆에는 세자 이휘 역을 맡은 문희중이 서 있었다.


문희중 씨, 지금 나 보여요?


그런 말을 걸고 싶었으나 입에서 튀어 나온 건 내가 외운 적도 없는 대사.


“이 나무에 대해 흉흉한 소문이 떠도는 걸 아십니까.”


난 수정된 대본을 꼼꼼하게 보지 못했다.

그랬으니 당연히 대사를 외울 수도, 무율 캐릭터 분석을 할 시간도 없었다.

그런데 귀신, 아니 배역이 들린 것처럼 제멋대로 대사가 나가고 시선이 옮겨가는 게 아닌가.


“알고 있다. 그보다 오늘 이 잠행은······.”


문희중의 대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우르르 쾅쾅-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하늘이 번쩍번쩍 빛났다.

CG도 아니고 진짜로 리얼하게 천둥 소리가 들려서 신기해 하는 찰나.


“끄어억!!!!”


미친.

진짜로 벼락을 맞았다.


온몸을 정말 파들파들 떨었다.

아니, 제멋대로 그냥 떨렸다.

전신이 얼어붙은 것처럼 숨조차 쉴 수 없었다.


미친 거 아니냐, 아공간아!

진짜로 살아 있는 사람에게 벼락을 맞게 한다고?


전기의 충격을 받은 것처럼 수천 개의 바늘이 내 피부를 뚫고 찌르는 고통이 생생하게 전해졌다.

온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며 쥐어짜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눈앞이 순식간에 하얗게 변했다.


아공간에서 사망하면 산재 처리 해주나요?

아니, 그보다 나 꺼내주긴 하는 거야?

벼락 맞는 느낌만 알고 싶었지, 진짜 맞고 싶진 않았다고!


의식이 점점 멀어져갔다.

마지막에 내가 본 건 옆에서 나처럼 팔, 다리를 덜덜 떨고 있는 문희중이었다.


‘나의 죽음을 알려라! 여기저기 제발 알려라!’


그런 유언도 남기지 못한 채로 정신이 멀어졌다가 다시 돌아왔다.


[장면이 끝나 연기 체험을 종료합니다.]


미친 듯이 내리던 비는 멎었고,

축 늘어져 있던 몸에도 다시 힘이 들어오는 것 같더니.


툭-

다시 세상이 변했다.


.

.

.


시끌시끌한 스탭들의 목소리에 서서히 정신이 돌아왔다.


“박 PD야, 뭐하냐?”

“예?”

“폴짝 뛰더니 왜 그러고 서 있어. 몸은 또 왜 그렇게 떨어?”


주변의 모든 시선이 다 나를 향하고 있었다.

그 사이엔 조금 전까지 벼락 맞아 나와 같이 팔, 다리를 덜덜 떨던 문희중도 함께.


와.

아직도 진정이 안 되네.

몸이 막 제멋대로 떨린다.


나는 아무것도 아닌 척 슥- 스트레칭을 하며 놀란 마음을 달랬다.

벼락 맞은 느낌, 진짜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죽을 때까지 못 잊을 듯.


나뭇가지 쪽을 보자 여전히 근처에서 부유하고 있는 파란 반짝이.

내 예상이 맞았다.

연기 체험을 가능하게 하는 반짝이는 건드리고 나서도 계속 남아있다.

몇 번까지 저 반짝이가 존재할지는 모르지만 일단 지금은 다시 들어가서 또 벼락 맞고 싶지는 않다.

난 지철중 감독에게 물었다.


“감독님, 제가 방금 어떻게 했다고요?”

“팔을 위로 뻗고 폴짝 뛰더니 그냥 멍하니 서 있다가 팔을 덜덜 떨었잖아.”

“얼마나 멍하게 있었나요?”

“몰라. 한 3초?”

“그것 밖에 안 지났습니까?”

“더위 먹었어? 아니면 무율 역할에 영감이라도 세게 받은 거야?”


영감 정도가 아니라 아예 벼락을 몸에 새겨 버렸는데요, 지금.


“최영인 작가가 아까 작업실에서 다짜고짜 연기 부탁한 게 너무 미안한 모양이야.”

“아, 그건 괜찮습니다.”

“촬영장 보고 나니까 어떻게, 준비가 좀 됐어?”

“그럼요. 완벽하게 됐습니다.”

“그래? 잘됐다, 우리 출연자 계약서부터 쓰고 이야기 할까?”


지철중 감독은 한 손에 서류철을 들고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저 안에 진짜 출연자 계약서가 있단 소리?

늘 배우들의 출연 계약서를 관리하기만 했지, 내가 저기에 사인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하지만 우리 어머니가 그러셨다.

항상 사인은 신중하게 하라고.

그건 나 뿐 아니라 지철중 감독에게도 해당되는 소리일거다.


덜컥 출연하라고 계약했는데, 내 연기가 별로라면 꽤 곤란해 질 수 있으니.

물론 그럴 가능성은 낮디 낮겠지만, 그래도 확실한 게 좋으니까.


“계약 전에 먼저 제 연기부터 보시죠, 지철중 감독님.”


계약서에 사실 넣고 싶은 조항도 몇 개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 내 가치를 증명해보여야만 했다.


내 부탁에 지철중은 푸하하 크게 웃었다.


“박 PD, 내가 정말 너 때문에 못 살겠다. 그래, 해봐라. 어느 장면 해볼래?”

“씬 20이요.”

“벼락 맞는 부분? 가능하겠어?”

“네. 그럼요.”

“테스트 카메라 돌린다? 최영인 작가도 보고 싶어 하거든.”

“그러시죠.”


카메라 앞으로 내가 나가려는데 뒤에서 문희중이 껄렁거리며 말을 걸었다.


“지철중 감독님, 저도 그럼 옆에서 대사 쳐주겠습니다.”


이열, 저 자식이 웬일로?


지철중 감독 역시 의아하다는 얼굴을 했다.


“문희중 씨, 정말로 해주게? 지금 박도준 PD 그냥 연기톤만 볼 생각이었는데.”

“호흡이 궁금해서요. 같이 저랑 카메라에 담길 수 있는 급이 맞을지.”


문희중이 날 은근히 무시하며 말을 걸었다.


“박 PD님, 저랑 같이 화면에 잡히셔도 괜찮겠어요?”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원래부터 대충할 생각은 없었는데 더욱 의지가 활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미안하지만 이 씬은 지금 이 순간부터 내가 잡아 먹는다.


“너무 궁금하네. 박도준 PD랑 문희중 호흡.”


현장 소식을 듣고 스텝과 배우들이 우르르 뛰쳐 나왔다.


“자, 레디! 액션.”


뭐 당연하게도 막내 PD가 아니라 벼락 맞은 무율 그 자체가 되는데 단 3초도 걸리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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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 두 얼굴(4) +2 24.09.19 1,672 58 13쪽
25 #25. 두 얼굴(3) +4 24.09.18 2,021 51 12쪽
24 #24. 두 얼굴(2) +4 24.09.17 2,094 57 14쪽
23 #23. 두 얼굴(1) +4 24.09.16 2,132 57 12쪽
22 #22. 거물들의 집착(5) +2 24.09.15 2,178 56 14쪽
21 #21. 거물들의 집착(4) +2 24.09.14 2,195 54 12쪽
20 #20. 거물들의 집착(3) +3 24.09.13 2,252 58 11쪽
19 #19. 거물들의 집착(2) +3 24.09.12 2,315 55 16쪽
18 #18. 거물들의 집착(1) +3 24.09.11 2,380 64 13쪽
17 #17. 조기 종영을 막아라(3) +5 24.09.10 2,438 69 17쪽
16 #16. 조기 종영을 막아라(2) +2 24.09.09 2,438 69 16쪽
15 #15. 조기 종영을 막아라(1) +2 24.09.08 2,515 64 14쪽
14 #14. 몸 잘 쓰는 신인 배우(2) +3 24.09.07 2,508 67 13쪽
13 #13. 몸 잘 쓰는 신인 배우(1) +9 24.09.06 2,568 58 14쪽
12 #12. 탁주 키스(2) +2 24.09.05 2,604 61 13쪽
11 #11. 탁주 키스(1) +2 24.09.04 2,596 68 12쪽
10 #10. 짜릿한 변화(5) +3 24.09.03 2,624 63 14쪽
9 #9. 짜릿한 변화(4) +3 24.09.02 2,655 69 12쪽
8 #8. 짜릿한 변화(3) +3 24.09.01 2,800 68 14쪽
7 #7. 짜릿한 변화(2) +4 24.08.31 2,928 69 15쪽
» #6. 짜릿한 변화(1) +3 24.08.30 3,113 68 16쪽
5 #5. 반짝이는 꿈(5) +3 24.08.29 3,312 83 15쪽
4 #4. 반짝이는 꿈(4) +2 24.08.28 3,343 89 13쪽
3 #3. 반짝이는 꿈(3) +6 24.08.27 3,481 77 14쪽
2 #2. 반짝이는 꿈(2) +4 24.08.27 3,964 89 13쪽
1 #1. 반짝이는 꿈(1) +3 24.08.27 4,778 9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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