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출이 연기력을 안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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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나
작품등록일 :
2024.08.2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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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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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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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조기 종영을 막아라(2)

DUMMY

내게 명함을 준 매니저들이 사라지고 난 뒤, 누나 박지연이 다가왔다.


“대체 이게 다 뭐야? 너를 TV에서 보는 것도 적응이 안 되는데 캐스팅까지?”


그러더니 내 손에 들려 있는 소속사 명함을 가지고 갔다.


“너 연기 못했잖아. 내가 본 게 있는데.”

“지금은 그래도 좀 낫지 않음?”

“그러니까 안 믿긴다는 거지. 연기에 재능 없어서 PD로 방향 틀었던 놈이 갑자기 신들린 것처럼 하니까.”


누나는 날 게슴츠레한 눈으로 보더니.


“너 내 동생 아니지? 너 누구냐? 악마에게 영혼 팔았어?”


이딴 소리나 했다.


“우리 소속사에서 널 두고 지켜봐야 할 신인 배우라고 말할 때 어찌나 할 말이 없던지.”


누나는 본인이 일하고 있는 오로라 엔터테인먼트 명함을 가장 위에 올린 뒤 다시 돌려줬다.


“여기가 제일 낫긴 하네. 근데 너 진짜 배우 계속 하려고?”

“기회만 된다면.”


내가 말한 기회라는 건 다른 작품에서도 연기 체험을 할 수 있는 파란 반짝이가 눈 앞에 보일 수 있냐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가볼 곳이 있었다.

소속사를 고르는 것보다 더 시급한 일.


“우리 회사로 와도 난 네 홍보는 안 해 줄 거니까 그렇게 알아. 홍보할 게 있어야 홍보를 하지.”

“바라지도 않음. 아까 내 사진, 이상하게 찍은 거 아냐?”

“그냥 생긴대로 카메라에 담았어. 자, 그리고 이거.”


누나는 쓰던 손풍기를 내게 내밀었다.


“그거 가끔 안 켜지긴 하는데, 그래도 작동은 돼. 야외 촬영장 너무 덥더라.”

“버리라는 거야?”

“아니, 쓰라고.”

“고장났다며.”

“가끔 되긴 한다니까? 지금도 돌아가긴 하잖아. 쓰든가 버리든가 맘대로 해라. 그리고 KZ 액터스는 거르고. 거기 순 양아치들 밖에 없어.”


***


“그러니까 류준영한테 협찬한 것 중 돌려받지 못한 제품이 꽤 된다는 거네요?”


연예 매체 어쎈 사무실.

고지혁은 분주하게 통화하며 이런저런 정보를 모으고 있었다.

류준영과 작품을 찍은 스텝들이 입모아 말하는 건 종종 촬영 소품이 사라졌다는 것.

다만 워낙 촬영 현장이 정신 없고 바빠서 그걸 문제라고 생각하진 못하는 듯 보였다.

협찬사 역시 가끔 물건을 분실하는 연예인들이 있기에 그냥 좋게좋게 넘겼다고.


“진짜 도벽이 있나.”


통화를 하면 할수록 박도준이 한 이야기가 점점 사실화 되어 가는 중.

마지막으로 최근 류준영과 함께 광고 촬영을 한 지인에게 전화를 넣었다.


“류준영이랑 촬영은 어땠냐?”

-애가 좀 까칠하긴 한데 그래도 프로패셔널하긴 하더라.

“그거 말고 문제는 없었고?”

-문제?

“뭐가 사라졌다거나.”

-형, 그걸 어떻게 알아? 우리 광고에서 꽤 중요한 소품이 흔적도 없이 증발해서 당황하긴 했지.

“뭐였냐, 그거?”

-별건 아니었어. 애들이 가지고 노는 모래 삽이랑 양동이. 클로즈업 씬 찍어야 하는데 사라져서 촬영 감독님이 황당해하긴 하셨는데 아마 모래에 파묻혀버린 것 같더라고.


아니야, 그거 아니다.

류준영이 가지고 튀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기에 서둘러 통화를 종료했다.


“진짜라고 하니까 더 어이가 없네.”


대체 이 기사를 어떻게 접근해서 써야 할지 또한 막막했다.


그러는 사이, 옆자리에 앉은 윤서영은 아까부터 연신 무언가를 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대충 보아하니 문희중의 SNS 사진이었다.


“넌 걔가 그렇게 좋냐? 연기도 못하는데?”

“얘요? 얘 연기 잘하는데?”

“콩깍지가 그렇게나 무섭다.”

“아니, 객관적으로 봐도 잘하잖아요. 선배도 박도준 씨 보고 차도운 생각났다 그랬으면서.”

“문희중이 아니라 박도준 보고 있는 거였어?”

“네. 저 희중이 팬클럽 회장직 내려 놓았는데요?”


무슨 문제라도 있냐는 듯 윤서영은 고지혁을 쳐다봤다.


“하. 그놈도 팬이 생기다니.”

“무슨 그런 서운한 말을 해요. 박도준 씨 요즘 인터넷에서 나름 이슈예요.”


윤서영은 마우스 몇 번 딸깍하더니 너튜브에서 영상 하나를 틀었다.


“저도 그래서 그 덕 많이 보고 있어요.”

“이게 다 뭐야?”


고지혁은 화려하게 교차 편집된 영상을 보며 입을 떡하니 벌렸다.

지금까지는 문희중 팬질 전용으로 운영하던 너튜브 채널.

하지만 이제는 그 대문이 박도준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거 네가 편집했어?”

“네. 박도준 씨, 이렇게 차도운이랑 붙여 놓아도 꿀리지 않죠?”


차도운이 지금껏 연기한 것과 박도준의 등장 장면 중 비슷한 것을 비교해 만든 영상.

놀랍게도 조회수도 꽤 나온 상태.


“박도준 배우 차기작도 벌써 제안 받은 것 같더라고요. 류준영 출연하는 드라마 같던데?”

“아, 그래서!”


류준영에 대한 소문 진위 여부를 알아달라고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제대로 배우 쪽으로 나갈 생각인가보네.’


박도준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많은 걸 도와주고 싶은 놈이었다.

우선은 류준영에 대해 조사한 걸 짤막하게 문자로 보냈다.


“서영아, 내가 박도준 배우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재미난 사실 몇 개 좀 알려줄까?”

“진짜요?”


윤서영의 눈이 미친 듯이 반짝였다.


***


곽슬기 PD의 배려로 들어온 ‘두 얼굴의 아내’ 촬영 세트장.


“반짝이가 보여야 할텐데.”


딱 한 작품만 하고 사라진 비운의 배우가 되고 싶지는 않다.

한 손에 소중하게 대본을 쥔 채로 내가 등장하는 씬의 배경이 되는 세트장을 하나씩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도착한 여자주인공의 신혼집 앞.


“오?”


너무도 다행히 푸른 빛의 반짝이가 그 근처를 부유하고 있었다.

나는 고민도 없이 반짝이를 건드렸다.


.

.

.


잠시 몸이 붕 뜨더니 입고 있던 옷이 달라졌다.

그리고 눈 앞에 나타나는 익숙한 글자들.


[드라마 ‘두 얼굴의 아내’에서 박도준 씨와 가장 적합한 배역은 서지훈입니다.]


순간 팔에 소름이 쫙 돋았다.

곽슬기 PD가 내게 제안한 여자주인공 내연남 역할이 바로 서지훈이었으니.


“다른 배역은 어울리는 게 없어? 예를 들면 남자주인공이라거나?”


[서지훈 역 외에는 없습니다.]


단호하기 짝이 없는 대답.

하지만 하나라도 나와 적합한 배역이 있다니 그게 어디야.


[서지훈이 등장하는 씬 중 어떤 장면을 체험해보시겠습니까?]


내가 고른 건 서지훈 캐릭터가 처음 등장을 하는 씬.

술에 취한 여자주인공을 신혼집에 부축해주며 남자주인공인 남편과 마주하게 된다.


“상대 배우는 류준영이 나오려나?”


‘달빛 위를 걷는 그림자’는 주인공들이 다 정해진 상태에서 연기 체험을 했는데 지금은 아직 남자주인공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

궁금한 마음을 품은 채로 우선 장면 속 캐릭터가 되어 움직였다.


딩동-

초인종을 누르고 잠깐 시간이 흐른 뒤, 문이 열렸다.


“······???”


모습을 드러낸 상대, 그러니까 ‘두 얼굴의 아내’ 남자주인공으로 등장한 배우는 류준영이 아니었다.


‘아니, 왜 뜬금없이 이 배우가 여기 있지?’


그런 의아함을 품은 것도 잠시.

내 입과 몸은 또 제멋대로 움직였고 그렇게 장면 체험이 끝났다.


.

.

.


아공간을 빠져 나와 세트장 바닥에 난 주저앉았다.


여자주인공은 지금 캐스팅 된 것처럼 김지윤.

하지만 남자주인공은 고려 대상인 류준영이 아니었다.


친한 PD 선배들이 ‘두 얼굴의 아내’ 조연출로 있어서 캐스팅 논의 단계 이야기를 전해 들은 바 있었는데 그때 고려 대상에도 없던 배우였다.


아공간에서 연기 체험을 하며 만난 상대 배우는 정민혁.

류준영과 비슷한 나이대의 배우로 무난한 연기력을 자랑한다.

다만 고려 대상에 없었던 이유는 정민혁은 주로 스릴러, 범죄 장르에만 출연하던 주조연급 배우였기에.

턱선이 각지고 이목구비가 무척 선명해 강한 인상을 주기 때문에 주로 그런 캐릭터를 맡아왔다.

경찰, 보좌관, 군인 등등.


“아직 캐스팅 되기 전이라면 배역과 가장 적합한 배우를 보여주는 시스템인가?”


그런 거라면 말이 된다.

갑자기 남자주인공에 정민혁이 튀어 나온 게.


하긴 나 역시 무율이라는 배역이 있기도 전, 복면 쓴 남자 연기 체험을 할 수 있었으니까.

적합도가 높다면 배정되는 그런 방식이려나?

반짝이, 은근 내게 많은 것들을 주네.


“근데 잘 어울리긴 하더라. 그런 연기도 잘할 줄은 몰랐네?”


아공간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남자주인공에 정민혁 배우를 떠올리지 못했다.

심지어 내가 1년 차 막내 조연출일 때 정민혁과 작업을 한 적도 있었는데도.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작품에서 남자주인공은 냉철하고 직감이 뛰어난 형사, 하지만 집에서는 아내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다정한 남편이라는 설정이다.

형사 연기야 정민혁 배우가 여러 번 해왔다고 치지만 그가 보여주는 멜로는 상상이 안 간다.

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제작진들이 그럴 터.

들어오는 대본이 다 피 튀기고 남자들끼리 우정을 담합하는 그런 류 밖에 없다고 본인 입으로 이야기까지 했을 정도이니 뭐 말 다 했지.

항상 짧고 단정한 헤어스타일을 고수하며 현장에서도 잘 웃지 않고 무표정을 유지하던 남자였다.


“내가 지금껏 봐온 것과 너무 달랐어. 아공간에서 본 정민혁은 제대로 연기 변신을 했었단 말이야.”


여운이 꽤 길게 남아 있을 정도로.


Rrrr-

생각에 잠겨 있는데 울리는 휴대폰.


[고지혁 형 : 류준영 도벽 있는 거 확실한 듯. 관계자 증언 땄고 내일 중으로 기사 낼거야.]


이렇게 되면 내가 노란 반짝이를 건드리고 본 미래가 조금 변하게 된다.

류준영의 도벽 행각이 밝혀지는 건 같지만 그 시기가 당겨지게 되니까.


“류준영 기사가 터지면 ‘두 얼굴의 아내’ 제작이 좀 미뤄지겠네.”


그렇다면 MBS 방송국에서도 대안이 없으니 우리 드라마 조기 종영은 입에 올릴 수 없을 거다.


“오히려 연장 편성을 해주면 또 몰라.”


일단 가장 큰 관문 하나는 넘었다.


[곽슬기 선배님 : 박도준, 대본 좀 봤어? 류준영 캐스팅 확정됐다. 내일 오전에 보도자료 뿌릴거야. 어때! 우리 드라마 들어오고 싶어졌어?]


이윽고 도착한 곽슬기 PD의 문자.

류준영을 캐스팅 했다는 데서 뿌듯함이 문자 그대로 전해졌다.


“아휴, 이럴 때가 아니네.”


나는 세트장을 박차고 나갔다.


***


MBS 드라마국 회의실.

곽슬기 PD는 늦은 시각, 내가 본인을 찾아온 게 배역에 대한 확답을 주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류준영 캐스팅 됐다고 하니까 구미가 확 당기지?”

“그거 관련해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류준영은 정말 아니에요.”


곽슬기 PD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날 쳐다봤다.


“너 류준영이랑 사이 안 좋아? 걔랑 PD로 만나서 작업한 거 없잖아.”

“네, 없죠. 본 적도 없어요.”

“그럼 류준영이랑 같이 부딪히는 씬에서 잡아 먹힐 것 같아서 두려워서 그래?”

“그런 것도 아닙니다. 그 친구 곧 기사 터져요.”

“기사? 류준영 사고 쳤어?”


곽슬기 PD가 꽤 격하게 반응했다.


“도벽이 있대요.”

“···도벽? 하하하. 야, 출연료를 회당 3억 씩이나 받아가는 놈이 무슨 도벽.”


곽슬기 PD는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다.

나 또한 이해가 안 가지만 이게 사실인 걸 뭐 어떻게 해.

옆에서 같이 웃던 조연출.


“어? 근데 그런 소문은 있긴 했어요. 류준영이 귀신 몰고 다닌다고.”


그가 있는 촬영장에서 가끔 사소한 소품이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고 덧붙였다.

곽슬기 PD는 정말 믿을 수 없다는 얼굴.

하긴 나도 그 사실을 알고 처음에는 너무 어이없었으니까.


“도준아, 진지하게 진실이라고 이게?”

“네. 친한 기자에게 들었어요. 내일 아침에 기사 터집니다. 그러니까 저희 측 보도자료 나가는 거 보류해셔야 해요.”

“하, 나 진짜 미치겠네! 이제와서 그러면 남자 배우 또 어디서 구하냐!”


우선 곽슬기 PD는 분주하게 홍보팀에게 연락을 넣었다.

그리고 난 뒤, 날 꽤 쓸모 있는 놈이라는 듯 쳐다봤다.


“도준아, 미리 귀뜸해줘서 고맙다. 너 아니었으면 내일 아침에 진짜 지옥이었겠네.”

“아닙니다. 이 드라마에 저도 애착이 많이 가서요.”

“남자주인공은 두 번째 후보이던 한준결에게 다시 연락할까? 근데 그 친구 뭔가 2% 부족한데.”


그 뒤로도 몇 명의 배우 이름이 거론되긴 했지만 거기에 정민혁은 없었다.


‘만약 아공간이 보장한 가장 적합한 배우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캐스팅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내가 본 미래에서 류준영이 주연을 맡았을 때 나온 시청률은 10%.

완벽하게 어울리지 않는 배우였음에도 그정도 나왔다?

정민혁이 출연한다면 반응이 더 좋을지도?

남자주인공에 정민혁을 슬쩍 언급해볼까, 말까 망설여졌다.


곽슬기 PD가 입술을 달싹거리고 있는 나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박도준, 할 말 있으면 해.”

“네?”

“남자주인공으로 추천하고 싶은 사람 있는 거 아냐?”


먼저 물어주니 너무도 고마울 따름.


“정민혁은 어떠세요?”

“누구? 주조연만 맡아온 정민혁?”

“네, 그 정민혁이요.”


곽슬기 PD는 잠시 말이 없었다.


“추천하는 이유는? 남자주인공이 우리 드라마에서 멜로 연기도 잘 해줘야 하는 거 알지?”

“네, 압니다.”

“지금까지 데뷔한 이후 정민혁은 한 번도 로맨스 들어간 작품 찍은 적 없잖아. 그런데 어떻게 자신있게 추천하는 건지 궁금하네?”


반짝이 만지고 들어간 아공간이 가장 적합한 배우로 인정했다며 말해줬다고 할 수도 없고.

머리를 막 굴리던 나.


‘아, 그게 있었지.’


내가 1년 차 조연출 일 때, 정민혁과 촬영장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었다.

오가며 나눈 대화와 그를 관찰하며 알게 된 사실을 이렇게 써먹게 될 줄이야.

나는 꽤 자신 있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정민혁 배우, 로맨스에 진심입니다. 촬영 쉬는 중간마다 좋아하는 로맨스 소설을 필사할 정도로요.”

“정민혁이 로맨스 소설을 쓴다고?”

“아뇨, 필사요.”

“그러니까 그게 그거지. 의외네. 그렇게 안 생겨서는.”

“그리고 로맨스 장르 죽기 전엔 꼭 한 번 맡아보고 싶다고 베개 밑에 로맨스 대본과 포스터 넣고 잠들기도 한대요. 대본 들어오기만 하면 아주 제대로 된 연기력 보여줄거라고 벼루고 있습니다.”


곽슬기 PD는 로맨스 연기를 하는 정민혁이 도무지 그려지지 않는지 혼란스럽다는 얼굴을 했다.

하지만 이내 결정을 내렸다.


“그렇게나 진심이라면 한 번 정도는 미팅 해봐도 되겠네. 연기력은 무난한 편이니까.”


나 또한 결과가 궁금하고 기대됐다.

아공간이 판단한 배우 적합도가 실제로 적용되는 게 맞을지.


“근데 도준아, 너 우리 드라마에 원래부터 그렇게 관심 많았니?”


굳이 내가 남자주인공 배역까지 콕 집어서 추천해 준 이유는 딱 하나, 이 작품에 들어가고 싶기 때문이다.

대본도 괜찮고 연출자 실력도 좋고 무엇보다 아공간이 증명해 준 것처럼 나와 적합한 배역도 있으니까.


서지훈이라는 캐릭터가 무척 탐났다.

무율과는 결이 달랐기에 보여줄 수 있는 것 또한 많으니.


“네, 많았습니다. 대본이 우선 재밌잖아요. 선배 섬세한 연출이야 말하면 입 아프고요.”


곽슬기 PD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날 향해 고개를 푹 숙였다.


“미안하다.”

“네?”

“그런 줄도 모르고 내가 진짜 몹쓸 짓을 하려고 했거든.”


지금 순항하는 우리 드라마 예산 빼달라고 징징거렸던 걸 사과할 줄은 몰랐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두 얼굴의 아내’ 제작 스케줄이 밀리게 되면서 조기 종영 이야기는 쏙 들어가게 됐으니 잘 된 일.


나 또한 배역 적합도가 가장 높은 정민혁이 캐스팅되면 여러모로 좋으니 추천한 것 뿐.


“남자주인공 캐스팅 마무리하고 네 배역 이야기 천천히 해보자.”

“네, 그래요.”


훈훈하게 회의실 분위기가 물들어가는 찰나.

벌컥- 문이 열리더니 무척이나 상기된 얼굴의 함 국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야! ‘달빛 위를 걷는 그림자’ 이거 시청률이 갑자기 왜 이러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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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 두 얼굴(4) +2 24.09.19 1,625 57 13쪽
25 #25. 두 얼굴(3) +4 24.09.18 1,988 50 12쪽
24 #24. 두 얼굴(2) +4 24.09.17 2,062 56 14쪽
23 #23. 두 얼굴(1) +4 24.09.16 2,101 56 12쪽
22 #22. 거물들의 집착(5) +2 24.09.15 2,146 55 14쪽
21 #21. 거물들의 집착(4) +2 24.09.14 2,164 53 12쪽
20 #20. 거물들의 집착(3) +3 24.09.13 2,221 57 11쪽
19 #19. 거물들의 집착(2) +3 24.09.12 2,284 54 16쪽
18 #18. 거물들의 집착(1) +3 24.09.11 2,352 63 13쪽
17 #17. 조기 종영을 막아라(3) +5 24.09.10 2,407 68 17쪽
» #16. 조기 종영을 막아라(2) +2 24.09.09 2,411 68 16쪽
15 #15. 조기 종영을 막아라(1) +2 24.09.08 2,486 63 14쪽
14 #14. 몸 잘 쓰는 신인 배우(2) +3 24.09.07 2,478 66 13쪽
13 #13. 몸 잘 쓰는 신인 배우(1) +9 24.09.06 2,536 57 14쪽
12 #12. 탁주 키스(2) +2 24.09.05 2,574 61 13쪽
11 #11. 탁주 키스(1) +2 24.09.04 2,567 68 12쪽
10 #10. 짜릿한 변화(5) +3 24.09.03 2,594 63 14쪽
9 #9. 짜릿한 변화(4) +3 24.09.02 2,627 69 12쪽
8 #8. 짜릿한 변화(3) +3 24.09.01 2,768 68 14쪽
7 #7. 짜릿한 변화(2) +4 24.08.31 2,897 68 15쪽
6 #6. 짜릿한 변화(1) +3 24.08.30 3,084 67 16쪽
5 #5. 반짝이는 꿈(5) +3 24.08.29 3,285 83 15쪽
4 #4. 반짝이는 꿈(4) +2 24.08.28 3,314 89 13쪽
3 #3. 반짝이는 꿈(3) +6 24.08.27 3,450 76 14쪽
2 #2. 반짝이는 꿈(2) +4 24.08.27 3,924 87 13쪽
1 #1. 반짝이는 꿈(1) +3 24.08.27 4,727 8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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