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출이 연기력을 안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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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나
작품등록일 :
2024.08.2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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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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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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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거물들의 집착(2)

DUMMY

시야가 암전됐다 서서히 밝아지더니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거실이 보였다.

편한 차림으로 김복수 대표와 이정훈 배우가 앉아 있다.

술 한 잔 하면서 가볍게 대화하고 있는 중.


“복수 형, 난 아직도 박도준 처음 본 날을 잊을 수가 없어.”

“살면서 그런 신인 배우는 처음이었지. 내가 자신감 넘치는 놈 좋아하는 거 알지? 걔가 딱 그렇더만.”

“잘 보이고 싶다고 깔고 저자세로 들어오는 게 아니라 당당해서 그 점도 좋아했잖아.”


자신감. 당당함.

두 가지 단어가 내 귓가에 콕 들어와 박혔다.


“정훈아, 첫 미팅 때 박도준보는데 옛날 생각이 참 많이 나더라.”

“형, 걔 내보내고 우는 영상 아직도 휴대폰에 남아 있어.”

“야! 그건 좀 지워줘라.”


김복수 대표가 울었어?

나와 한 미팅이 너무 최악이라 그런 건 아니겠지.

미팅 내용을 더 듣고 싶었는데, 대화 주제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김복수! 너 같은 놈은 절대로 배우할 수 없다면서 악담 퍼부었던 감독이랑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만나고 어찌나 통쾌하던지.”

“그 날도 울었잖아. 형이 눈물 많다고 공개적으로 밝혀도 아무도 안 믿을 걸.”

“감격스러운 일을 겪을 때마다 네가 옆에 있어서 그런거지! 영화제에서 우리 소속사 배우가 다 해 먹을 때 진짜 배우 때려치우고 소속사 차리길 잘했다 싶더라.”


다시 생각해도 마음이 뭉클한지 김복수 대표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두툼한 손으로 대충 슥슥 닦더니 말을 이어갔다.


“정훈이 네가 쓴 시나리오를 박도준이 그렇게나 잘 살릴 줄이야.”

“맞아. 그 영화는 박도준이 다 한거나 마찬가지지. 걔 없으면 영화 제작도 못했을 걸?”


저건 또 무슨 말이지?

영화?

내가 영화를 찍게 되는 건가?


그 의문에 대해 자세한 대답을 내려주지 않은 채로 다시 시야가 암전됐다.

괜찮아.

그래도 오늘 이 미팅에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 대충 감은 잡았으니까.


.

.

.


감도 잡고 김복수 대표의 엉덩이도 잡았다.


와, 진짜 어쩌지.

반짝이 건드려 보겠다고 한 아찔한 실수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우선 빠르게 손을 회수했다.


“브루스 킴 대표님, 죄송합니다. 여기 뭐가 있어서요.”


거기 뭐가 있냐며 당연히 불쾌해 할 줄 알았는데 김복수 대표는 유쾌하게 웃었다.


“그걸 봤어요?”

“예? 아, 네.”


대충 먼지 같은 게 붙어 있어서 떼어주려고 하던 거라고 변명하려는 찰나.


“박도준 씨는 참 눈도 좋아.”


김복수 대표는 뒷주머니에서 꽃무늬가 그려진 분홍색 종이를 꺼냈다.

그와 굉장히 안 어울리는 물건이었다.


“흠흠. 미팅 끝나고 줄까 했는데 이미 봤다니까 지금 줘야겠어.”

“뭡니까, 이게?”

“그냥 내 소소한 마음.”


김복수 대표가 준 걸 받아 들고 오히려 당황한 건 나.


‘손편지가 왜 거기서 나와? 그보다 직접 편지를 썼다고?’


대체 뭘 적었나 궁금해 편지를 보려고 하니 김복수 대표가 커다란 손으로 날 말렸다.


“부끄러우니까 그건 나중에 집 가서 봐요.”

“네, 그러겠습니다.”


그러니까 노란색 반짝이는 김복수 대표 엉덩이가 아니라 뒷주머니에 꽂아둔 편지에서 나온 거였어?

조금만 참을걸. 제길.

근데 그랬으면 미팅 끝나고 나서야 미래를 봤겠지?

그래, 미리 본 걸 후회하진 않는다.


“박도준 배우 데리고 가려고 혈안된 소속사가 엄청 많을텐데 우리랑 미팅해줘서 고마워요.”


자리에 앉기 무섭게 김복수 대표는 포장된 무언가를 내게 줬다.


“별건 아니고 전화가 워낙 많이 걸려와서 배터리가 남아나질 않는다며? 앞으로 더 그럴 거니까 하나 정도 가지고 다니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휴대용 보조 배터리라고 김복수 대표가 덧붙였다.


‘보이스피싱이라 오해해서 브루스 킴의 전화를 전화 끊었던 거라고 죽어도 말 못하지.’


나는 유쾌하게 웃으며 보조배터리 선물을 챙겼다.


“제 가치를 알아봐 주는 곳이 많긴 했습니다.”


나는 김복수 대표를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노란 반짝이를 만지고 얻은 힌트를 이용해 승부를 봐야 할 타이밍이었다.


“오로라 엔터테인먼트와 세부 계약 조건 논의하기 전에 몇 가지 요청을 드려도 될까요? 거절하시면 계약을 조금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서요.”


당당하게, 하지만 예의는 갖춘 채로 물었다.

김복수 대표가 흥미로운 눈빛을 보였다.


“그래요, 우선 들어봅시다.”

“저는 작품의 촬영지나 세트장에 직접 가서 보고 영감을 받는 스타일입니다.”


지금까지 경험해본 바, 반짝이는 작품 속 배경이 되는 장소에 주로 나타났으니까.

앞으로도 그런 식으로 연기 체험을 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매번 소속사에 상황 설명하는 것도 번거로우니 미리 못 박고 가야한다.


“그렇게 작품 준비하는 제 방식을 존중해주셨으면 합니다. 가능할까요?”


충분한 시간 확보 및 방문하는 장소에 대해 제약을 걸지 말라는 뜻.

김복수 대표는 재밌다는 듯 호탕하게 웃었다.


“두 번째는?”

“작품은 제가 들어가고 싶은 것만 골라 작업하고 싶습니다.”


아공간이 확인해주는 배역 적합도가 있는 작품만 들어가고 싶다는 소리.

애초에 그게 아니라면 사람들을 홀려버린 엄청난 연기력을 보여줄 수 없으니까.

저 조건을 내걸면서 사실 조금 걱정되긴 했다.

보통 신인 배우라면 소속사에서 물어 오는 작품에 별 말 없이 들어가는 게 관례였으니.


“박도준 배우가 원하는 건 그 두 가지?”

“네, 맞습니다.”


김복수 대표는 잠시 말이 없다.

이정훈 역시 생각에 잠긴 듯 날 그냥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너무 내 요구 조건만 들이민건가?’


하지만 나 역시 이 두 가지는 포기하고 갈 수 없는 조건.

오로라 엔터테인먼트와 가장 계약하고 싶긴 하지만, 들어줄 수 없다고 하면 고민을 해봐야 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 조건을 들어줄 가치가 있는 놈이라는 걸 보여주긴 해야겠지.’


노란 반짝이를 건들고 본 미래에서 김복수 대표가 한 말이 하나 있었다.

언젠가 읽었던 인터뷰를 떠올리며 나는 입을 열었다.


“대중들은 제가 갑작스럽게 TV에 나와 혜성처럼 등장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은 아닙니다.”

“MBS 드라마 PD였던 것 까지는 내가 알고 있는데. 그 전에 배우 준비를 했던 건가요?”

“네. 꽤 오래요.”

“허어. 그랬어요?”


김복수 대표가 조금 전보다 더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가족과 절친들이 아니면 알지 못하는 정보를 기꺼이 공개한 이유는 딱 하나.

김복수 대표는 험상궂게 생겼으나 직접 손편지를 써서 줄 정도로 낭만 있는 사람 같았다.

그의 곁을 쉽게 파고 들기 위해 공감대 형성이 필수였다.


“너 같은 놈은 절대 배우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오디션 보러 갈 때마다 들었었죠.”

“······!”


확연하게 커진 김복수 대표의 눈.

옆에 있던 이정훈까지 몸을 당겨 앉으며 날 쳐다봤다.


“아니, 대체 어떤 흐리멍덩한 눈깔을 가진 연출자가 박도준 배우에게 그런 소리를 한 겁니까?”

“그때는 많이 부족했던 게 사실입니다.”


실제로 그랬다.

반짝이를 만나 연기력을 얻기 전에는 발연기의 끝판왕이었으니.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많이 달라졌습니다. 잘 어울리는 작품을 만나면 좋은 연기력 보여드릴 수 있으니까요.”

“그랬구나! 그런 거였어.”


당돌하게 내뱉는 내 말을 듣고 혼자서 뭐라고 중얼거리던 김복수 대표.

내 손을 예고도 없이 덥석 잡았다.

아, 깜짝이야.


“그동안 많이 힘들었죠? 어디서 이런 괴물 같은 신인 배우가 떨어졌나 궁금했는데 그런 힘든 시간들이 있었을 줄이야.”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하지만 난 그냥 말없이 웃었다.


“박도준 씨, 우리는 아마 반드시 만나게 될 운명이었던 것 같아. 어쩌면 내가 여태껏 걸어온 길이 박 배우를 만나기 위해서였을지도!”


김복수 대표는 커다란 덩치와 어울리지 않은 감성적인 말을 내뱉었다.


“박도준 배우가 원하는 조건 두 가지 다 들어줄 수 있지요. 우리와 계약 합시다!”

“감사합니다. 계약금 같은 경우는······.”


다른 소속사에서는 준다며 유혹하긴 했으나, 그런데 넘어가지 않았다는 걸 어필하려는 찰나.


“어어. 그 부분은 내가 먼저 이야기를 할게요.”


김복수 대표는 사전에 만들어 온 계약서를 내밀었다.

무심코 쳐다본 계약서.

계약금 3천만 원, 정산 비율 7:3 이라고 적혀 있는 걸 보고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신인에게 이런 조건을 준다고?’


“우선은 계약 기간 1년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오래 묶어두고 싶지만 우리 오로라 엔터와 해보고 마음에 들면 그때 재계약 하는 거 어떤가요?”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계약이다.


“좋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내가 요구한 조건을 추가해서 계약이 빠르게 이어졌다.


***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고급 주택.

평일 낮이지만 취재를 마치고 곧장 집으로 귀가한 윤서영 기자는 거실에 앉아 연신 휴대폰을 붙잡고 있었다.


“소속사 계약은 한 걸까? 방송국은 퇴사했다고 하던데.”


커뮤니티와 포털 사이트를 오가며 박도준의 이름 세 글자를 검색 중.


“다음에는 또 어떤 작품을 들어가시려나? 그때까지 보고 또 본 것만 돌려봐야 해? 하, 아쉬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윤서영은 외울 정도로 본 박도준의 영상을 틀었다.


“흐흐흐.”


때맞춰 미팅을 하고 잠시 집에 들린 윤서영의 부친 윤중찬.

그는 문화콘텐츠 투자 및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JC 파트너스의 대표다.

지금껏 그의 손이 닿아 펑펑 터진 영화, 드라마는 수도 없이 많다.

손만 대면 터뜨리는 투자와 제작의 귀재라고나 할까.

투자한 영화, 드라마에 대해 호의적인 언론 반응을 만들어보려고 연예 매체 어쎈도 인수한 바 있다.

물론 딸이 인간답게 사회생활을 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 좀 더 컸고.


“또 그 친구 영상 보고 있니.”


윤서영이 문희중에 반쯤 미쳐 살아서 윤중찬 대표 역시 그에 대해 모르는 게 없을 정도다.

문희중이 기분 좋을 때 나오는 버릇까지도 달달 외울 정도였으니 말 다 했지.


JC 파트너스가 드라마 ‘달빛 위를 걷는 그림자’에 투자하기도 했다.

윤서영이 문희중을 좋아해서만은 아니었다.

월드 스타 아이돌 출신인 문희중이 주연을 맡았고 작가, 감독 역시 이름값 있는 사람들이었으니까.

초반에 영 힘을 못써서 이번 투자는 망했나 싶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시청률이 반등한 탓에 다행이었다.

다만 너무 바쁜 나머지 왜 망한 드라마가 살아났는지까지 알진 못했다.

본디 결과가 중요한 거니까.


“그 친구? 누구 희중이?”

“네가 희중이 말고 다른 애 영상을 보고 그렇게 웃을 리가.”

“나 이제 희중이 안 좋아해. 아빠도 얘 알지?”


윤서영은 보고 있던 휴대폰 화면을 윤중찬 대표에게 보여줬다.


“모르는 얼굴인데.”


처음 보는 남자였다.


“이번에 새로 데뷔한 아이돌이니?.”

“아니! 배우야. ‘달빛 위를 걷는 그림자’ 출연한 배우인데 몰라?”

“나는 너처럼 그렇게 한가하지 않아서 일개 신인 배우까지 다 알 수는 없지.”

“아빠, 그렇게 그냥 평범하게 치부할 사람이 아니라니까. 앉아봐.”


윤서영은 바쁘다는 윤중찬 대표를 옆에 앉히더니 쫑알쫑알 떠들었다.

처음에는 대충 장단만 맞춰주다 떠날 생각이었던 윤중찬 대표.

하지만 딸이 계속해서 보여주는 여러 영상을 볼 때마다 저도 모르게 빠져 들었다.


“얘가 신인이라고?”

“그렇다니까! 연기 경력 없다고 무시하지 마.”

“무시하는 게 아니라···. 이 배우 이름이 뭐라고?”

“박도준. 박! 도! 준! 외웠어? 따라 해 봐!”

“어어 그래. 외웠다.”


윤중찬 대표는 들고 있던 브리프 케이스에서 시나리오 하나를 꺼냈다.

휴대폰 화면과 시나리오 표지를 번갈아 쳐다봤다.


“뭔데, 그건?”

“추한길 감독 신작.”

“이번에도 재밌어?”

“그 양반이 쓰는 건 다 재밌지. 괜히 쌍천만 감독이 아니야.”

“아빠 회사에서 투자해? 배우 캐스팅은?”

“아직 진행 단계이긴 한데.”


시나리오를 만지작거리던 윤중찬 대표는 황급히 일어났다.


“아빠 이제 진짜 회의하러 가야겠다. 아까 나한테 보여준 박 배우 영상 있잖아. 그거 하나만 톡으로 보내줘 봐.”


***


오로라 엔터테인먼트 대표실.

긍정적으로 계약을 끝내고 차까지 호로록 다 마시고 난 뒤, 일어나려는 찰나.

이정훈 배우가 내 앞에 시나리오를 하나 내밀었다.


‘마지막 한 발’ 이라는 제목 아래 연출, 극본에 이정훈이라는 이름이 쓰여 있었다.


“차기작 제안 받은 거 있겠지만 내 시나리오도 한 번 봐줘요.”


어? 이게 단편영화제에 나갔다는 그 영화인가?


“이정훈 배우님께서 직접 쓰신 겁니까?”

“맞아요. 어울리는 배우가 없으면 제작 안 할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눈 앞에 딱 나타날 줄은 몰라서 기분이 좀 묘합니다.”

“제안 감사합니다.”


나는 우선 시나리오를 받았다.

아마도 노란색 반짝이가 거짓말을 하진 않을테니 이 작품에는 내게 어울리는 역할이 있긴 할 거다.


“‘달빛 위를 걷는 그림자’ 너무 인상 깊게 봤습니다. 박도준 배우님은 원래 몸을 잘 쓰는 편인거죠?”

“언젠가부터 그렇게 됐습니다.”

“혹시 그럼 사격도 할 줄 알아요?”


사격?

궁금해서 나는 이정훈이 같이 준 기획안 첫 장을 열었다.


‘승부를 위해 넘어야 하는 건 상대 선수도 아닌 바로 나. 잃어버린 걸 되찾기 위해 다시금 총구를 겨누게 되는 남자의 이야기.’


왜 내게 사격을 할 줄 아냐고 물은 건지 이해가 됐다.


“군대에서 몇 번 쏴본 것 외에 따로 훈련 받은 적은 없긴 합니다만.”


이정훈의 얼굴에 실망이 깃들려는 찰나.

내가 빠르게 입을 움직였다.


“기회가 잘 주어진다면 어렵진 않을 것 같습니다.”


내가 보인 자신감에 이정훈의 표정이 조금은 밝아졌다.

그런데 그 기회라는 걸 어떻게 만들어야 하려나.


“주인공을 가르치는 사격 코치 배역에 저를 캐스팅하고 싶으신가요?”

“아뇨. 주인공이요.”

“네, 그러니까 주인공··· 네?”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싶어 내가 되물었다.


“당연히 주인공을 맡겨야죠.”


내게 주인공을?

단편 영화라고 하지만 확 부담감이 찾아왔다.

물론 반짝이만 잘 찾는다면 연기력 얻는 거야 어렵진 않은데, 그래도 영화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끌고가는 거니까 부담이 안 될 수는 없다.


우선은 반짝이를 찾아야 한다.

다만 사소한 문제가 있었는데.

캐스팅을 이제 진행하는 거면 촬영 세트장은 당연히 짓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예산이 널널한 상업 영화도 아니고 단편 영화니까.


‘오우. 난 그럼 반짝이를 대체 어디서 찾지?’


실제로 사격 훈련을 하는 곳들은 쉽게 출입 허가가 나지 않을 텐데.


심각하게 고민하는 날 보며 이정훈이 물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촬영은 어디서 할 계획이신가요?”

“실제 사격장은 안전 및 규제 때문에 협조 받기가 힘들고 세트장을 짓긴 해야 합니다. 캐스팅 마무리 짓고 나면 이제 슬슬 착수하겠지만···.”


이정훈은 잠깐 말 끝을 흐렸다.

내가 계약할 때 내건 조건을 들었기 때문에 저러는 것일 터.

김복수 대표가 중간에 끼어 들었다.


“박도준 배우가 작품 해준다고만 하면 세트장 먼저 짓는 건 일도 아니니까 시나리오 보고 편하게 이야기 해줘요.”


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문제에 봉착했다.


반짝이를 찾지 못하면 좋은 연기력을 보여줄 수 없다.

연기력만 문제가 아니지.

사격이라고는 군대에서 탕탕 몇 번 쏴본 게 전부고 그마저도 내 실력은 비참했다.

그걸 보면 캐스팅 하려다가도 마음이 쏙 들어갈거다.

그러니 반짝이를 찾기 전에 나는 이 영화에 출연하겠다고 결정을 내릴 수 없다.

적합한 배역이 있을지 확인도 해봐야 하니까.


노란 반짝이를 통해 본 미래에서 내가 이 영화를 맡아 잘 되었다고 하긴 했지만, 그건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거다.

내가 류준영 사건을 일찍 터뜨려서 바꾼 것처럼.


‘미치겠네.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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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 두 얼굴(4) +2 24.09.19 1,624 57 13쪽
25 #25. 두 얼굴(3) +4 24.09.18 1,988 50 12쪽
24 #24. 두 얼굴(2) +4 24.09.17 2,062 56 14쪽
23 #23. 두 얼굴(1) +4 24.09.16 2,101 56 12쪽
22 #22. 거물들의 집착(5) +2 24.09.15 2,146 55 14쪽
21 #21. 거물들의 집착(4) +2 24.09.14 2,162 53 12쪽
20 #20. 거물들의 집착(3) +3 24.09.13 2,221 57 11쪽
» #19. 거물들의 집착(2) +3 24.09.12 2,282 54 16쪽
18 #18. 거물들의 집착(1) +3 24.09.11 2,351 63 13쪽
17 #17. 조기 종영을 막아라(3) +5 24.09.10 2,406 68 17쪽
16 #16. 조기 종영을 막아라(2) +2 24.09.09 2,407 68 16쪽
15 #15. 조기 종영을 막아라(1) +2 24.09.08 2,483 63 14쪽
14 #14. 몸 잘 쓰는 신인 배우(2) +3 24.09.07 2,478 66 13쪽
13 #13. 몸 잘 쓰는 신인 배우(1) +9 24.09.06 2,536 57 14쪽
12 #12. 탁주 키스(2) +2 24.09.05 2,574 61 13쪽
11 #11. 탁주 키스(1) +2 24.09.04 2,566 68 12쪽
10 #10. 짜릿한 변화(5) +3 24.09.03 2,594 63 14쪽
9 #9. 짜릿한 변화(4) +3 24.09.02 2,627 69 12쪽
8 #8. 짜릿한 변화(3) +3 24.09.01 2,767 68 14쪽
7 #7. 짜릿한 변화(2) +4 24.08.31 2,895 68 15쪽
6 #6. 짜릿한 변화(1) +3 24.08.30 3,083 67 16쪽
5 #5. 반짝이는 꿈(5) +3 24.08.29 3,284 83 15쪽
4 #4. 반짝이는 꿈(4) +2 24.08.28 3,314 89 13쪽
3 #3. 반짝이는 꿈(3) +6 24.08.27 3,449 76 14쪽
2 #2. 반짝이는 꿈(2) +4 24.08.27 3,921 87 13쪽
1 #1. 반짝이는 꿈(1) +3 24.08.27 4,724 8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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