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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우
작품등록일 :
2024.08.2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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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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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 인재라 해도 짝을 잘 만나야 한다.

DUMMY

인재라 해도 짝을 잘 만나야 한다.


누구와 함께 일하느냐에 따라 능력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세종대왕 휘하의 이순신은 생각만 해도 벅차오르고, 선조 휘하의 정약용은 상상만으로도 답답하지 않은가.


그처럼 나의 공신들도 궁예 때보다 더 진가를 발휘하고 있었다. 활동을 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종간이 성과를 들고 온 것을 보면 말이다.


“왕건이 아닌 마군 장군 홍유의 행보를 주시해야 합니다.”


장귀평과 은부가 모아온 정보를 취합한 결론이었다.


“왕건의 사적인 독대는 오직 홍유하고만 이뤄졌습니다. 이에 순군부령은 그가 나머지를 대표할 자격과 역량이 있음을 깨닫고 집중적으로 살펴보았다 합니다.”

“어떻다던가?”

“순군부령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자면, 일개 마군 장군에 머물러 있을 인물이 아니다. 만일 폐하의 숙적이었던 양길의 휘하에 홍유가 있었다면 태봉은 아직 건국되지 못했다.”


이야.


나는 장귀평의 통찰력보다 다른 부분에 감탄했다. 궁예에 의해 죽을 뻔한 이유 말이다. 그야말로 거침없는 언사로 내린 평가는 주군의 눈치를 전혀 살피고 있지 않았다.


저 말을 배배 꼬인 자세로 듣는다면.


나는 홍유 한 명도 상대하기 벅찬 군주다. 태봉이 건국된 건 홍유가 적국으로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홍유를 기용해야 한다! 추대하라!


라고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하지만 나는 배배 꼬인 궁예가 아니었기에 순수하게 감탄하고 있었다. 비교적 짧게 관찰한 결과치고는 정확했으니.


“홍유는 그 능력을 인정받아 작당 모의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잦은 만남을 가지는 인물로는 말씀해 주셨던 배현경과 신숭겸이 단연 눈에 띄었습니다.”


당연하지.


재능이라는 게 숨긴다고 숨겨지는 게 아니거든.


먼저 배현경 같은 경우에는 특출난 장점이 없다는 게 유일한 단점이었고, 조금의 약점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었다.


병사 출신으로 장군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었으며, 성격과 품행 또한 모난 곳이 없어 일을 맡기기에 주저할 구석이 없었다. 그야말로 바른 생활 사나이라 생각하면 된다.


그에 반해 신숭겸은 홍유, 배현경과는 조금 유형이 달랐다.


왕건을 대신해 죽음을 자청했을 만큼 깊은 충성심과 장대한 기골을 기반으로 뛰어난 무예를 자랑했다. 그중에서도 궁술에 관한 일화가 남아있을 정도로 활에는 일가견이 있었다.


역시, 종간의 보고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이후로도 홍유를 기준으로 주변 인물을 파헤쳐 나갔다. 대부분은 한 번쯤 이름을 본 것만 같은 공신들이었으나, 의외의 문제는 전혀 다른 곳에서 터졌다.


“그게 사실인가?”


궁예를 찬양하라며 퍼트린 소문에 반응한 자들이 주요 관료에 국한되지 않았다. 전투에도 내정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직업군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숙수, 궁녀, 제초꾼, 악공 등등.


“단순히 폐하를 겨냥하여 여론전을 펼칠 의도라고 보기에는 기묘한 조합임이 사실입니다.”

“그렇지. 하물며 지금까지의 성향으로 보아 마구잡이식으로 우군을 늘리지는 않았을 터. 반드시 해답을 찾아야겠군.”

“다방면으로 알아보고 있사오니 심려 놓으시옵소서.”


믿지. 믿는데.


어쩐지 영 기분이 나쁘단 말이야.


왜지?


궁예는 답을 알고 있는 걸까? 왕건이 노리는 암계를 간파하려면 나를 돌아봐야 하는 건가?


처음으로 날 감싸는 이상한 기운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예감이 들었다. 아무래도 종간을 내보내고 홀로 생각에 잠기려는데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님 폐하!”


**


“견훤이 군사를 일으켰습니다.”


모두를 불러 모은 왕건의 첫 마디였다.


“세작에 의하면 완산에 집결한 부대는 모두 이천으로, 출정만을 앞두고 있다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


마침내 나주를 세력권으로 편입한 이래로 전쟁을 겪지 않은 태봉이다. 미쳐버린 궁예로 인해 평화 시대라고 보기에는 어려웠지만, 대규모 전쟁이 없었던 건 사실이다.


그러던 차에 들리는 적국의 군사 행동은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누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야성을 얻기 위해 두 번이나 전쟁을 일으킨 백제입니다. 당연히 이번 움직임도 대야성을 염두에 둔 것이겠지요?”

“북진한다면 아국이, 남동진한다면 멸도가, 남서진한다면 나주가 있지. 하여 진격 방향에 따라 대처를 달리하려 하네.”

“아국과 백제는 동맹 관계가 아닙니까. 감히 폐하께옵서 건넨 자비를 걷어차기야 하겠습니까. 너무 걱정들 마시지요!”


또 누군가가 건넨 실로 멍청한 확신이었다.


뭐지.


모자란 거야, 순진한 거야? 혹시 백제 주식을 산 건가?


나보다 견훤을 더 믿잖아?


오가는 대화를 지켜보려던 다짐이 깨질 정도였다. 한 마디 구박이라도 하려던 찰나, 먼저 나서는 인영이 있었다.


『홍유 / 왕좌지재, 봉추, 전략가, 달변가, 자긍심』


“물론, 아국과 백제의 외교 관계는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견훤은 세력이 강대해지면 언제든지 아국을 향해 칼을 겨눌 승냥이 같은 자입니다. 조심해서 나쁠 필요는 없겠지요.”


홍유는 나를 한 번 흘겨본 뒤 덧붙였다.


“난세에는 영원한 아군도, 영원한 적군도 없다는 말을 늘 되뇌어야 합니다.”


마치 나 들으라는 소리 같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홍유의 공식 석상에서의 첫 발언이었다. 늘 숨기에 급급하던 놈이 목소리를 내었다는 건 그만큼 이 일이 중요하다는 방증이리라.


그런데 곤란한 건.


견훤의 출진과 왕건의 역모에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지금도 연신 설전을 이어가는 홍유가 어쩐지 꺼림칙하기만 했다.


우선 더 들어보자는 심정이었다.


장귀평도 같은 생각인지 우선 홍유의 손을 들어주었다.


“일전에 견훤은 그 두 배가 되는 병력으로도 대야성 공략에 실패했습니다. 한데, 고작 이천으로 심기일전을 노린다? 이치에 맞지 않다고 봅니다.”

“음, 확실히 일리가 있구려.”

“듣고 보니 꿍꿍이를 숨기고 있는 듯합니다.”


동조를 끌어낸 장귀평은 왕건을 향해 물었다.


“광치나께서 초동 대처를 어찌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만약 아국을 노린다면 나주를 탈환하려 들 확률이 높네. 뱃길을 통해 증원부터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 생각하네.”

“나주의 방비는 세월을 지나오며 단단해졌지만, 배치된 아군이 김 장군을 비롯해 수전에 특화되어 있지요.”


원활한 수성을 위해 꼭 필요한 조치였다.


그렇게 받아들인 장귀평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보기에도 큰 이상함은 없어 보였다. 김 장군. 즉, 김언은 본디 왕건의 부장으로 나주 공략에 참여했던 장수다.


그 과정에서 공을 인정받아 나주의 책임자로 임명되었으나, 역사적으로도 육전의 능력치는 물음표가 떠 있었기 때문이다.


왕건은 부담 없이 의견을 이어갔다.


“그리고 모두 알다시피 백제와 아국의 최전선은 웅주(공주)와 서원경(청주)일세. 그 후방에 국원(충주)까지 버티고 있으니, 공격받는다 한들 쉽게 뚫리지는 않을 것이야.”

“지침만 내려놓자는 말씀이신지요.”

“내리되.”


왕건의 어조가 한층 굵어졌다. 동시에 시선이 나를 향했다.


“장군 신숭겸에게 이백의 마군을 붙여주어 뒤를 받치려 합니다. 만일의 경우 보급선을 공략할 수도 있고, 전황을 보다 빨리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음?


신숭겸을 떠나보낸다고?


나는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그리고 꺼림칙했던 기분의 정체가 이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왕건의 공신 중 하나가 눈에서 멀어진다는 건 결국, 내 감시를 벗어난다는 말과 같았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나는 역사를 안다.


918년 현재.


견훤의 이번 출정은 전쟁을 위한 것이 아니다.


920년에 벌어질 제3차 대야성 전투를 위해 일종의 전진 기지를 건설하려는 의도였다. 마침내 깃발을 꽂으며 신료들의 걱정대로 판도가 뒤흔들어지는 건 나중 이야기였다.


즉, 벌써 난리를 떨 일이 아니라는 말씀.


문제는 반박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그저 보이는 것에 맞춰 대비할 뿐인 이들이다. 그것도 아주 정석적인 방침대로. 막무가내로 무시해도 된다며 주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역사는 증거가 되지 않······.


증거가 되지 않는······.


어라?


관점을 바꿔보자.


견훤이 군사를 일으킨 의중은 나만 아는 사실이다. 왕건을 비롯해 홍유, 장귀평의 눈에는 진정으로 태봉이 공격받을지도 모른다는 심리가 깔려있다면?


순수하게 죽 쒀서 개 줄 수 없다는 결심으로 견훤을 경계하는 걸 수도 있다. 신숭겸을 필요에 의해 빼내는 게 아니라 눈물을 머금고 투입하는 느낌으로다가.


그럼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


신숭겸이라는 걸출한 장수가 내전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외부에서 썩어가는 것이다.


물론.


나주로 보내는 병사는 중앙군이 차출되겠지만, 신숭겸과 마군과의 교환이라면 해볼 만한 장사라 느껴졌다.


“왕 광치나.”

“하문하십시오, 폐하.”

“자네의 판단이 그러하다면 시행하게나.”


이왕 허락 할거면 시원시원한 모습을 보여주지.


“나는 이미 자네에게 외정을 맡겼네. 심지어 순군부령도 같은 의견인 듯하니 내 뜻이 무에 중요하겠나. 그저 듬직한 자네들을 보며 흐뭇하게 미소 지을 따름이야.”

“변함없는 믿음을 보내 주시어 황송하옵나이다!”


나는 호탕하게 웃고는 다음 목표를 향했다.


“마군 장군 홍유. 일전의 거짓 시험 속 답변으로 인해 자네의 식견은 눈여겨보고 있네. 그대로만 성장해 주게나.”

“신 홍유. 앞으로도 분골쇄신하여 폐하의 충실한 우마가 되겠습니다!”


그들은 얼떨떨함을 숨긴 채 허리를 숙여 보였다.


오냐.


겉으로나마 충성한다고 해줘서 참으로 고맙다.


**


종간은 빠져나가는 궁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돌아오셨다.”


든든한 두 어깨.


따르고 싶은 눈빛.


항상 자신감에 차 있는 목소리.


청년 시절부터, 세달사를 떠나 난세에 뛰어들기 이전부터 궁예의 진가를 알아본 종간이었다. 장차 큰 영웅이 될 자질을 지닌 궁예가 나쁜 길로 빠지지 않도록 돕고 싶었다.


하지만 기우였다.


궁예의 행보에는 오답이 없었다.


실패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 안에서도 무언가를 얻어갔다. 종간은 천명이라는 걸 믿기 시작했다. 국운이 다한 신라의 뒤를 이을 나라는 오직 궁예의 손에서 건국되리라 여겼다.


그리고 이루어졌다.


다만 건국까지만 이루어졌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경쟁국에 비해 가장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대신 싸워주고 대신 고민해 줄 인재가 주위에 즐비했다. 교통의 요지도 점거하여 비옥한 땅을 기반으로 성장할 일만 남았건만.


딱 한 걸음만 더 걸으면 되었는데.


아무 근거도 없는 기행을 일삼기 시작해 버렸다.


어떻게든 막고 싶었던 종간은 연신 대화를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다. 정말 많은 사람을 죽여나갔다. 이제 끝났다 싶으니, 황후를 참했고 동고동락했던 장귀평마저 베어내려 했다.


“내 안목을 탓하며 포기하고 싶었다.”


그런데 기적이 찾아왔다.


그야말로 기척도 없이 찾아온 변화였다.


잃어버렸던 총기를 되찾나 싶더니, 범인은 보지 못하는 부분을 들여다보듯이 통찰력과 포용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저는 언제나 폐하를 따를 것이옵니다.”


모두가 빠져나간 대전에서 깊게 읍을 하는 종간이었다.


회한이 되어 흐르는 눈물은 여기서 털어버려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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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 직구만 던지는 미친 강속구 투수. +1 24.09.16 105 9 13쪽
20 20화 - 대체 그놈은 정체가 뭡니까? +1 24.09.16 122 9 12쪽
19 19화 – 태봉은 건재하다. +1 24.09.15 125 9 12쪽
18 18화 - 채 펴지 못한 새싹을 그대로 밟아주리라 마음먹었다. +3 24.09.14 139 10 11쪽
17 17화 - 몸은 묘소에, 마음은 전장에. +2 24.09.13 129 10 12쪽
16 16화 - 말이 통하지 않는 말을 붙잡고 말싸움을 해대는 사내. +1 24.09.12 129 10 12쪽
15 15화 - 내심 걱정이 됐다. +1 24.09.11 140 7 11쪽
14 14화 - 산적들이 점점 군인이 되어감을 느꼈다. +1 24.09.10 144 7 12쪽
» 13화 - 인재라 해도 짝을 잘 만나야 한다. +1 24.09.09 157 8 11쪽
12 12화 - 어전이란 본디. +1 24.09.08 160 10 12쪽
11 11화 - 홍유, 배현경, 신숭겸. 그리고 복지겸. +2 24.09.07 169 10 11쪽
10 10화 - 축제로구나! +3 24.09.06 161 10 11쪽
9 9화 - 사람 심리가 그렇다. +2 24.09.06 164 10 12쪽
8 8화 - 미륵상 소실은 인재입니다. +2 24.09.05 165 9 11쪽
7 7화 - 이번 사건의 배후에 왕건이 있다. +1 24.09.04 173 8 12쪽
6 6화 - 왕건이 원하는 것. +1 24.09.03 185 7 12쪽
5 5화 - 대놓고 천명이라는 단어가 새겨진 인물. +1 24.09.02 178 7 12쪽
4 4화 - 땀, 술, 추억. 그리고 소탈함. +1 24.09.01 178 7 12쪽
3 3화 - 비상사태다. +1 24.08.31 193 8 12쪽
2 2화 –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아온 거냐. 과거의 나. +2 24.08.30 220 8 9쪽
1 1화 –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1 24.08.30 235 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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