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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우
작품등록일 :
2024.08.2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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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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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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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 축제로구나!

DUMMY

축제로구나!


철원의 저잣거리는 때아닌 인파로 북새통이 벌어졌다. 미리 고지했던대로 복지겸의 처형식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늘 궁예의 성질머리와 함께 즉흥적으로 베어진 머리통만 효수되던 장소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정식으로 죄명을 고하고 합당하게 벌을 내리는 날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슬픈 기일이 되겠지만.


알빠인가?


자업자득이지. 뭐.


난 축제 장소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서 오체가 하나하나 억압되어 가는 복지겸을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식을 자행할 동물로는 말보다 소를 선택했다.


폭발적인 힘으로 한순간에 찢기기보다는 우직하게 걸어 나가며 서서히 죽음을 맞이하는 게 보고 싶었으니까.


라고 한다면 너무 잔인해 보이려나?


하긴 누군가 이런 의문을 품을 수도 있겠다.


일개 현대인이 실제 처형을 직관하며 흥미를 느낀다고? 감정이 메말랐거나 원래부터 성향에 문제 있었던 놈 아냐?


따위의 생산성 없는 질문 말이다.


내 대답은 아주 간단했다.


생존 앞에서는 그 누구나 잔인해지는 법이다.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 그러니 죽인다. 한낱 미물조차도 진화를 거듭해 오며 자연스레 학습한 진리였다.


그처럼 두려워할 이유가 없을 뿐이었다.


역사 속 인물과의 만남을 꿈에서나마 고대하던 청년이었지만, 지금은 한 지붕을 두고 살 수 없는 적이 되어버렸다.


이왕 죽여야만 한다면 극적인 효과를 노리는 게 당연했다.


“복지겸의 죽음은 두 가지 효과를 가져오지.”


걸출한 적장 하나가 사라진다는 게 첫째. 그리고 아빠 아직 안 잔다. 처럼 나 아직 안 죽었다. 라는 의지를 보여주는 게 둘째다.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시간을 벌기 위해서.


물론, 분노로 인해 무지성으로 덤벼들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아는 왕건 일파라면 절대 그러지 않으리라 확신했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저 사내가 왕건의 곁에 버티고 있는 한 말이다.


『홍유 / 왕좌지재, 봉추, 전략가, 달변가, 자긍심』


종간과 장귀평이 각각 순욱과 곽가라면.


홍유는 주유의 성향을 가진 인재였다. 어느 하나 모자람 없는 육각형의 문무겸장. 지금처럼 일개 장군으로 머물러 있기에는 그 능력치가 차고도 넘치는 수준이었다.


아마 왕건 일당도 2인자로 여기고 있을 터. 우리의 상대는 왕건의 통솔력과 홍유의 지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전 마군장군 복지겸의 죄를 고하겠다!”


그때, 준비를 끝마친 은부가 목소리를 높였다.


왕의 호위를 책임지는 내군의 총책임자다.


나를 대신해 백성 앞에 서서 연설할 자격은 충분했다. 사실 반란이라는 중죄의 범죄자다 보니, 내가 위엄을 드러내어 선언하는 것도 그림이 좋긴 할 것이다.


근데.


어쩐지 구구절절 이르는 느낌이란 말이지.


차라리 가만히 지켜만 보는 게 여론에 더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이제까지는 미치광이처럼 행동했으니, 앞으로라도 근엄하고 묵직하게 비치는 게 내 목표였다.


“고의로 미륵상을 훼손하여 도성의 풍기를 해치고, 하지 않아도 될 제향을 유도하여 미륵 폐하의 심신을 어지럽혔다.”


우리 아우 목청 좋고.


“무엇보다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연이어 범죄를 시도하려 했던바, 아국 태봉의 근간을 무너트리려는 의도로 판명되었다. 이는 명백한 반역에 해당하므로······”


명문이로다.


종간이 써준 대사를 연신 외쳐대는 은부였다. 그러다 말미에 이르렀을 때쯤 나도 슬슬 복지겸의 곁으로 향했다.


소에게 출발 신호를 내리는 건 나여야만 한다는 이유는 뒷전이었다. 그저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이는 복지겸의 저 여유를 깨부수고 싶었다.


내게 적절한 방법이 하나 있었다.


“이와 같은 죄목으로 역도 복지겸을 거열형에 처한다.”


은부의 마지막 대사를 뺏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저들이 어떤 심정으로 이 자리에 모여있는지 살펴보기 위함이었다.


누군가는 이전처럼 마녀사냥의 일부라 넘겨짚었고, 복지겸의 집안과 인연이 있는 자들은 울분을 삼켜야만 했다. 하지만 또 누군가는 합당한 처사라며 판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그 수가 3할에도 이르지 못했지만, 모두가 외면하는 왕권이 아니라는 사실이 중요했다. 지지자가 조금이라도 있는 이상 내가 노력한다면 올라갈 수 있으리라.


“우부들은 죄인을 허공에 띄우거라!”


우부의 손길 아래 소들은 한두 걸음 내디뎠다. 곧이어 오체와 연결된 밧줄이 팽팽해지며 공중에 떠오른 형태가 되었다. 마치 큰 대 자를 그리면서 말이다.


“커헉, 컥!”


목이 졸리는지 거친 숨을 들이켰지만, 눈빛에 담긴 만족감은 지워지지 않은 채였다. 난 녀석에게 다가가 운을 띄웠다.


“배후를 숨겨줄 수 있다는 게 그리도 기쁘더냐?”

“크큭, 개소리.”

“흐음.”


힘겹게 말을 내뱉는 녀석을 향해 이름을 건넸다.


“홍유.”

“!”

“배현경, 신숭겸.”

“네······. 네놈이 어찌!”


그래. 이 표정이지.


경악에 물든 얼굴을 보니 비로소 묵은 체증이 내려갔다.


“김락, 견권, 박직윤, 능식, 전이갑, 전의갑······”

“그만! 대체 언제부터. 언제부터냐!”

“네 놈이 잡힌 게 불운이라고 여겼더냐? 애초에 내 손바닥 안에 있었거늘. 쯧쯧.”


난 주먹을 치켜들었다.


“북을 울려라!”


은부의 경쾌한 목소리와 함께 저자는 긴장감에 휩싸였다. 북소리가 빨라질수록 우부들은 땀에 젖어갔고, 백성들은 눈을 깜박이는 것조차 잊은 채 내 손을 주목해야만 했다.


그러나 누구도 복지겸이 받은 충격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어디······. 까지 알고 있는······. 게냐······!”


흥분한 소가 몸부림을 쳐대니 말하기도 힘든 기색이었다.


답답하지?


미칠 것 같지?


그 심정으로 죽어라.


“왕건이 수좌라는 사실?”

“안······.”

“그리고 머지않은 미래에 왕건은 어리석은 행동을 감행하고, 철저히 실패하고 또 실패하여 목이 베어진다는 것?”

“주군······.”


말해주고 싶나?


어림도 없지.


마침내 내 손이 지면을 향했다.


“형을 집행한다!”

“이랴!”


난 우두커니 서서 복지겸의 숨이 끊어지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뼈와 뼈 사이가 벌어지는 소리. 살갗이 기괴하게 늘어지는 모습. 똑똑히 내 눈에 담아두고 싶었다.


그래야 내가 전장의 한복판에 놓여있다는 게 실감이 될 것 같았다. 복지겸은 연신 눈동자를 굴리며 왕건을 찾으려 했지만, 허락된 시간은 끝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복지겸의 오체가 갈가리 찢겨 흩날렸다.


**


고려의 충신이었을 자의 사체는 인근 동산에 버려졌따.


들짐승의 먹이가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지도록 말이다. 물론, 누구도 그를 묻어주지 못하도록 내군이 감시 중이었다.


그렇게 세간의 입방아에 복지겸의 죽음이 오르내리던 밤,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 될 회동이 나를 중심으로 열렸다.


종간, 은부, 장귀평, 박술희.


조합을 살펴본 장귀평이 기대감에 부풀어 물었다.


“폐하께서 말씀해 주지 않으신 진실이 무엇입니까?”


들뜬 얼굴과 목소리.


평소에 볼 수 없었던 장귀평의 모습에 다른 이들도 그제야 오늘의 안건을 눈치챈 듯했다. 하긴 워낙 기행을 일삼던 궁예였으니,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았다면 모를 수 있었다.


“진실이라.”


어떻게 설명해야 이들을 납득시킬 수 있을지 꽤 고민했다. 관심법으로 보았다느니, 역사가 증명했다느니 하는 헛소리를 뱉을 수는 없었다.


“화두는 역도의 가면을 벗길 방법을 찾자는 것이다.”

“말씀인즉슨?”

“예상하는 대로다. 복지겸의 배후이며, 태봉의 몰락을 바라는 수좌의 정체를 알고 있다.”


잠시 침묵이 맴돌았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건 종간이었다. 신중한 성격답게 누구인지보다는 어떻게를 물었다.


“폐하, 이름을 듣기에 앞서 그렇게 생각하시는 연유를 여쭤봐도 되겠사옵니까. 사안이 사안인지라 대소신료가 사실을 받아들일 확신이 필요할 듯하옵니다.”


나는 코웃음을 치며 답했다.


“대소신료들의 협조가 필요했다면 이 자리를 만들지도 않았다. 민낯을 보여주면 해결될 일이 아니더냐.”

“하오나.”

“자네들도 정황을 확실히 알아야겠지. 다 설명하겠다.”


한 번씩 눈을 맞추었다.


관심법도 읽어보았다.


지금 불편한 심정으로 앉아있다거나, 의심이 깃든 자는 없었다. 나는 나만의 새로운 개국공신을 믿은 채 입을 열었다.


“먼저 묻지. 자네들은 각 부서의 령이거나 적어도 휘하에 인원을 두고 있는 책임자다. 그러한 상황에서 아랫사람이 큰 죄를 저질렀다는 게 밝혀진다면 무엇부터 해결하겠나.”

“제가 직접 단죄토록 폐하께 허락을 구하겠습니다.”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감독하는 게 우선이나, 이미 벌어져 버린 뒤라면 제게도 관리하지 못한 죄를 물어달라 청하겠습니다.”


각각 은부와 박술희의 답변이었다.


종간은 숙고 끝에 조심스레 답했다.


“개인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으니, 먼저 근무 환경에서 마주친 인원을 모아 원인을 찾겠습니다. 이후 반복되지 않도록 체계를 손봐 근본적으로 제지할 방안을 마련하겠나이다.”


성격다운 대답들이 이어졌다.


하지만 장귀평만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복지겸은 마군대 소속이었습니다.”

“그렇다.”

“마군 대장군의 부재로 왕 광치나의 휘하에서 오랜 시간 손발을 맞췄습니다. 굳이 대장군을 선출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훌륭히 이끌어 왔지요.”

“그 또한 맞다.”

“그렇다면 쌓인 유대감만큼이나 배신감도 컸을 테지요.”


역시 장귀평은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았다.


“그럼 다시 묻겠다. 복지겸의 상관이었던 왕건은 자네들이 답한 일반적인 반응을 보였더냐?”

“신 장귀평, 배후를 찾기 위해 신료들을 관찰한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확실히 이쪽 방면으로는 나머지의 능력치가 부족한 게 사실이었다. 대화를 쫓아오려 안간힘을 쓰는 기색이랄까?


그래도.


장귀평이 워낙 뛰어났기에 상관없었다. 게다가 각기 다른 방면으로 특출난 장점을 지녔으니, 겹칠 필요 또한 없었다.


“지목하신 광치나는 어떠한 경우와도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덤덤함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처럼 침묵으로 일관하였습니다.”

“분노를 다스리고 있었겠지. 제 수족이 잘려 나간 것에 대한 분노. 나를 향해 칼을 들이밀고 싶은 감정의 인내.”


너무나도 강한 확신에 장귀평마저도 움찔해 보였다. 아마 의심스러운 이를 여럿 골라두었고, 왕건도 그중 하나 정도로 여겼던 모양이다.


내친김에 본론을 공표했다.


“왕건을 주축으로 홍유, 배현경, 신숭겸 등이 모여 역모를 계획하고 있다. 그 시기가 머지않은바, 그대들과 대책을 마련하려 한다. 그게 우리가 마주 앉은 이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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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29 Cobra702..
    작성일
    24.09.06 22:01
    No. 1

    신장군은 살려주시오... 난 태어나고 싶소 흑흑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1 청호나이트
    작성일
    24.09.06 23:16
    No. 2

    작가님 새로운 소재네요 개인적으로 북벌해서 발해를 살리셔요

    궁예의 원대한 꿈 북벌 요동입니다 궁예가 살았으면 발해랑 같이 요동은 지켯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후백제 신라는 언제든지
    취할수 있는 땅 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as*****
    작성일
    24.09.11 16:49
    No. 3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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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화 - 어전이란 본디. +1 24.09.08 160 10 12쪽
11 11화 - 홍유, 배현경, 신숭겸. 그리고 복지겸. +2 24.09.07 168 10 11쪽
» 10화 - 축제로구나! +3 24.09.06 161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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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화 - 미륵상 소실은 인재입니다. +2 24.09.05 164 9 11쪽
7 7화 - 이번 사건의 배후에 왕건이 있다. +1 24.09.04 172 8 12쪽
6 6화 - 왕건이 원하는 것. +1 24.09.03 184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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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화 - 비상사태다. +1 24.08.31 192 8 12쪽
2 2화 –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아온 거냐. 과거의 나. +2 24.08.30 219 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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