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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우
작품등록일 :
2024.08.2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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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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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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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 홍유, 배현경, 신숭겸. 그리고 복지겸.

DUMMY

홍유, 배현경, 신숭겸. 그리고 복지겸.


왕건의 최측근이자, 원 역사에서 일등 개국공신에 오른 사인이다. 그만큼 고려를 세움에 이바지했던 공이 으뜸이라는 뜻이었으며, 흔들리지 않는 충성심까지 갖췄다는 소리였다.


더욱 놀라운 건 이들의 현재 직위였는데.


바로 태봉에 단 넷밖에 없는 자리인 마군 장군.


그렇다.


복지겸의 자백을 얻기 위해 거짓 시험에 응한 이들 모두 왕건이 수족이었다는 말이다. 그러니 진심 없이 가식으로 채워진 답안지를 정독할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했었다.


함께 숱한 전장을 전전하며 세월을 함께했다.


지휘관의 가치관은 자연적으로 병사들에게 물들기 마련이다. 즉, 사실상 마군 전체가 왕건의 명령만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역당이라 불러도 무방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은부가 깜짝 놀라 외쳤다.


“아국에서 마군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되지 않습니까! 당장 내군을 동원하여······!”

“이대로 있어야 합니다.”

“은 장군, 진정하시지요.”

“가만있거라.”


장귀평과 종간에 이어 나까지 제지하고 나섰다.


한순간에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린 은부는 멋쩍은지 머리만 긁적였다. 종간이 익숙하다는 듯이 한 번 더 주의를 주었다.


“폐하께서 이미 계산이 서신듯합니다. 그 진위에 의구심을 품는 건 의미가 없을 듯하니, 이야기부터 들어보시지요.”

“예, 뭐. 전 항상 형님 폐하를 믿습니다.”

“신중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마군을 공개적으로 억압한다면 폐하의 계산이 틀어질 우려가 있고, 부대를 재편하여 흩어놓는다면 다른 병사들에게도 영향력을 끼칠 여지가 있습니다. 방도를 찾기 전까지는 모르는 척 모아두는 게 어떠실는지요.”


은부는 예전부터 유식한 사람에게 약했다.


심지어 자신의 성장 과정을 다 지켜본 종간과 장귀평이라면 더욱 주눅이 들곤 했다. 박술희만이 곁에서 고개만 끄덕이는 상관의 설움을 달래주었다.


“전장에서 활약하면 되는 겁니다, 장군.”


그렇게 무인 듀오가 물러나자, 장귀평이 말을 받았다.


“하긴 마군이 은연중에 보내는 협조가 없었다면 복지겸이 이토록 대범하게 움직이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마군 전체가 변질되었다는 건 실로 합당한 추론인 듯합니다.”


나 또한 가볍게 첨언했다.


“왕건의 입장에서 보자면 내게 불만을 품을 여지가 차고도 넘치지. 부끄러운 내 과거가 만들어 낸 잔재이니만큼, 이제라도 바로 잡기 위해 확실하게 싹을 잘라내겠네.”


비로소 의기를 투합한 우리는 머리를 맞댔다.


그러나 큰 문제가 남아있었는데.


정작 나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반역이 이루어지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반란을 제압함에 있어 받아쳐야만 하는 선택지밖에 없는 우리로서는 심각한 약점이 아닐 수 없었다.


왜 선공하는 선택지는 없냐고?


“왕 광치나가 구심점이라면 몰래 제거해 버리는 것도 방법이 되지 않겠습니까? 내군이 길을 열어준다면 암살도 마냥 불가능한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오랜 관망 끝에 의견을 낸 박술희였다.


하지만 장귀평에 의해 곧바로 차단되었다.


“이미 뜻을 모아 뭉친 무리네. 왕건을 제거한다 한들 폐하께 충성하기보다는 때를 노리며 숨어버릴 걸세.”


바로 이 때문이다.


박술희의 강경론은 가장 위험한 수였다.


4대 공신과 그들이 움직이는 많은 추종자가 어떤 선택을 할지 예측할 수 없어진다. 역설적이게도 나는 왕건이 살아 중심이 되어주어야 정보 면에서 우위를 점하는 셈이었다.


종간도 공감하고 나섰다.


“광치나는 광활한 패서를 대표하는 호족이자, 숱하게 공을 세운 명실상부한 태봉의 승장입니다. 섣부른 움직임은 대대적인 반란의 불씨로 번질 것입니다.”


연이어 의견을 개진했다.


“정치적인 요소를 고려한다면 그들이 행동하기 직전에 급습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일거에 잡아 가두고 명백한 역심을 공표해야 왕건의 기반이 되는 패서도 반발하지 못할 것입니다.”

“신이 이어받자면 시기, 장소, 일원 등 많은 것을 파악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만도 아닙니다. 마군이 주축이라고는 하나, 말단 관리의 협조가 필수 불가결일 터. 밑에서부터 훑다 보면 무언가 나올 것입니다.”


장귀평의 의견 너머로 박술희가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소문을 흘려보는 건 어떨까요. 예를 들어 폐하께서 과거의 위명을 되찾으셨다. 백제와 멸도의 패망이 임박했다. 광치나의 뜻에 동조한 자라면 무언가 반응을 보이지 않겠습니까?”

“절묘한 계책입니다.”

“아이들의 도움을 다시 받아야겠군요.”

“그거 좋겠네! 놈들이 철저하게 숨긴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형님 폐하의 평판에는 도움이 될 테고 말이야.”


드디어 도움이 되었다는 안도감에 숨을 내쉬는 박술희와 어떻게든 거들어 보려는 은부가 그저 귀여울 따름이었다.


그리고 말마따나 괜찮은 의견이었다.


왕건의 뜻에 세뇌된 놈들이라면 내 찬양을 두고 볼 리 없었다. 비록, 소수일지라도 찾아만 낸다면 근무지를 취합해 어떤 그림을 그리는지도 엿볼 수 있을 터였다.


좋군.


아주 좋아.


그렇게 열띤 기재들과의 토론은 날이 새도록 이어졌고, 나는 연신 쾌재를 부르며 감탄해야만 했다.


**


한동안 바쁜 나날을 보냈다.


논의 끝에 마련된 각자의 자리를 찾았기 때문이다.


먼저 장귀평은 아이들의 도움으로 소문을 퍼트리고, 직접 궁 내를 시찰하며 수상한 자가 없는지 살폈다. 그리고 방법은 모르겠지만, 아이들도 귀가 되어 추적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반대로 박술희는 병사 쪽을 담당했다.


힘든 훈련 뒤엔 휴식 시간이 주어진다. 으레 잡담이 오갈 때이니만큼 믿을만한 내군과 함께 주시하는 중이었다.


물론, 발각하더라도 티를 내지 않는 게 원칙이었다.


은부는 가장 중책이라면 중책을 맡았다.


살점 하나 없이 사라진 복지겸의 삼족을 처리하는 임무 말이다. 사실 시대적 배경에 따라 명령이야 내렸지만, 난 그들에게 죄가 있다고 보진 않는다.


하여 최대한 간소하게 형을 집행하라 일러둔 채였다.


그리고 난.


나는······.


군주라면 누구나 싫어할 만한 일을 하고 있었다.


바로 업무!


내가 미뤄두었던, 궁예가 방치했던 국정을 종간의 도움을 받아 정상화하려 노력했다.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었으니, 배우는 심정으로 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끝났군.”

“끝났습니다.”

“힘들었어.”

“전 나름대로 보람 있었습니다.”


저런.


눈치라곤 밥 말아먹은 은부를 흘겨주고는 시선을 돌렸다.


겨우 한숨 돌린 나는 멸족을 마치고 돌아온 은부와 순찰을 핑계로 잠시 궁을 떠나왔다. 지긋지긋하게 천장만 바라보다 하늘 아래로 나오니 그저 청량하기 이를 데 없었다.


내친김에 성 내부를 돌아보기로 했다.


종간과 함께 일적으로 향한 곳 외에는 모두 초행길이나 다름없었다. 기억으로야 축성까지 참관했던 궁예지만, 내 발로 직접 걸어본 적은 없었으니 말이다.


경복궁, 덕수궁, 창덕궁, 창경궁.


뭐, 방송 매체로 본 게 전부일지라도.


서울 4대 궁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훌륭함을 자랑했다. 기법이 어쩌고, 수준이 어쩌고 하는 수준을 논하자는 게 아니다. 살아 숨 쉬는 생동감을 유적이 이길 수는 없었다.


이런저런 사담과 함께 걷다 보니 익숙한 건물에 닿았다.


“꽤 소란스럽군.”


신병 교육대처럼 옥사 앞이 북적거렸다.


복지겸을 가둬두었을 당시에도 증축 중이었던 건 기억난다. 필요하니까 이전의 궁예가 결재했겠거니 했는데 이렇게 금방 채워질 줄은 몰랐다.


나를 알아본 책임자가 달려 나왔다.


“미륵 폐하를 뵙사옵니다!”


잔뜩 군기 잡힌 그에게 물었다.


“모두 죄인들인가?”

“그렇습니다! 오늘 의형대를 통해 이수 받은 자들로서 호족 2명을 포함해 총원 17명에 달하는 인원입니다.”

“호족?”

“예, 폐하. 어제도 호족 1명을 포함해 9명이 구금되었으며, 그제는 일반 죄인만 30명에 달했사옵니다.”


내가 이해를 못 하는 건가.


무슨 개소리지.


현재의 호족은 조선시대로 따지면 양반이다.


21세기로 따지면 재벌가다.


잡아간다고 순순히 따라올 놈들도 아닐뿐더러, 꼭 잡아야 할 만큼 큰 죄를 지었으면 내가 보고받지 못했을 리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은 난세가 아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어지러운 시국이긴 하지만, 삼국이 정립되기 이전처럼 난봉꾼이 난립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무슨 사흘 만에 오십여 명의 범죄자가 잡힌단 말인가.


은부조차도 헛웃음을 내비쳤다.


“지금 네 놈이 말하고도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더냐.”

“그것이 아니오라······”


책임자는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야기인즉슨, 석 달 전부터 죄인이 하루도 빼놓지 않고 수감되었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2~3명에 불과한 숫자였지만, 쌓여가는 속도가 범상치 않다고 느꼈단다.


그래서 증축을 건의했던 거였다.


이에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궁예는 짓는 김에 크게 지으라 명했었고, 마침내 완공된 옥사에 한시름 던 것도 잠시였다.


기다렸다는 듯이 수십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책임자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의형대에 문의하였다고 한다.


조선시대로 따지면 의금부.


즉, 법원인 의형대는 답을 주지 않았다.


그저 끊임없이 죄수를 보내왔고, 우연히 만나게 된 내게 자초지종을 설명할 각오로 달려온 것이라고 끝마쳤다.


난 왕건의 이름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확신을 위해 하나만 확인하면 되었다.


“현재 수감 중인 호족의 수가 어떻게 되는가.”

“금일 부로 아홉이 되었습니다.”

“명부를 가져오게.”


첫 장을 펼치자마자 역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잡힌 호족 무리는 한 지역을 주름 잡을만한 대호족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가세가 기울어 체면을 포기하고 막 나갈 만큼 이름 없는 가문도 아니었다.


사실 다 뒤로하고서라도 내게 너무 익숙한 이름이었다.


홍유 등과 비교해서 정말 미미한 기록만 전해는 이등, 삼등 개국공신의 목록과 일치했으니 말이다.


어이가 없네?


만약 나 혼자였더라면 폭소를 터트렸을 것이다. 한참을 웃어 재끼다 발칙한 왕건의 행태에 욕설도 한 사발 내질렀겠지.


언젠가 언급한 적이 있다.


원 역사에서 왕건은 개국 후에 종간과 은부의 기록을 조작하였다고. 그래서 아첨과 모함에 능하며 간특한 짓을 일삼는 죄인 출신이라 전해졌다고 말이다.


알고 보니 경험담이었다.


본인이 역당을 그러한 자로 둔갑시켜 미리 투입한 상태였다. 벌써 백 명에 다다르는 일반 죄인은 아마 9인의 호족이 부리는 사병일 확률이 99%라 자부했다.


이 모든 게 석 달 전부터 계획된 작전이라니.


가랑비에 옷 젖는 것도 정도가 있지. 만일 순찰을 나오지 않았다면, 죄수가 많은 것에 의구심을 품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한 방 먹었을 거란 공포감이 나를 감쌌다.


“마군에 이어 의형대까지 넘어간 걸까요?”


은부의 귀엣말대로 이미 왕건이 좌지우지하는 기관이라 봐야 했다. 서열 1위의 권위자답게 영향력이 엿같았다.


하하.


턱 밑에 송곳이 달려 있었네.


모르는 척 밥이나 씹고 있을 수야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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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 직구만 던지는 미친 강속구 투수. +1 24.09.16 105 9 13쪽
20 20화 - 대체 그놈은 정체가 뭡니까? +1 24.09.16 122 9 12쪽
19 19화 – 태봉은 건재하다. +1 24.09.15 125 9 12쪽
18 18화 - 채 펴지 못한 새싹을 그대로 밟아주리라 마음먹었다. +3 24.09.14 139 10 11쪽
17 17화 - 몸은 묘소에, 마음은 전장에. +2 24.09.13 129 10 12쪽
16 16화 - 말이 통하지 않는 말을 붙잡고 말싸움을 해대는 사내. +1 24.09.12 129 10 12쪽
15 15화 - 내심 걱정이 됐다. +1 24.09.11 140 7 11쪽
14 14화 - 산적들이 점점 군인이 되어감을 느꼈다. +1 24.09.10 144 7 12쪽
13 13화 - 인재라 해도 짝을 잘 만나야 한다. +1 24.09.09 156 8 11쪽
12 12화 - 어전이란 본디. +1 24.09.08 160 10 12쪽
» 11화 - 홍유, 배현경, 신숭겸. 그리고 복지겸. +2 24.09.07 169 10 11쪽
10 10화 - 축제로구나! +3 24.09.06 161 10 11쪽
9 9화 - 사람 심리가 그렇다. +2 24.09.06 164 10 12쪽
8 8화 - 미륵상 소실은 인재입니다. +2 24.09.05 164 9 11쪽
7 7화 - 이번 사건의 배후에 왕건이 있다. +1 24.09.04 173 8 12쪽
6 6화 - 왕건이 원하는 것. +1 24.09.03 184 7 12쪽
5 5화 - 대놓고 천명이라는 단어가 새겨진 인물. +1 24.09.02 178 7 12쪽
4 4화 - 땀, 술, 추억. 그리고 소탈함. +1 24.09.01 178 7 12쪽
3 3화 - 비상사태다. +1 24.08.31 193 8 12쪽
2 2화 –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아온 거냐. 과거의 나. +2 24.08.30 220 8 9쪽
1 1화 –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1 24.08.30 235 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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