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수놓는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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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레네
작품등록일 :
2024.08.30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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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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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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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누군가

DUMMY

“---아, 일어나렴. 유치원 가야지?”


누군가 아이를 부드럽게 부르며 깨운다.


“엄마 잠시만요. 아직 친구들에게 인사를 못했어요.”


아이는 그 나이대의 평법한 또래들처럼 아침에 일어나기를 어려워 한다. 조금 더 잠을 청하기 위해 하는 말이 5분만이 아니라 조금 색다르다는 것만 제외하면 아주 평범하다.


“맞다, 오늘 병원가는 날인거 알지? 엄마가 데리러 갈테니까 끝나면 유치원에서 기다리고 있어.”


“알았어요.”


아이는 감정없이 말한다. 엄마의 잔소리에 일말의 귀찮음 조차 내비치지 않는다. 그러나 감정 표현이 서툰 이 나이대에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나는 오히려 이 아이보다 당신에게 의문이 든다. 당신은 무슨 기대로 이런 평범한 아이를 지켜보고 있는가? 아니 애초에 왜 특별함을 원하는가?


특별함은 저주다. 그 증명은 당신의 눈앞에 있다.


“---아, 친구들하고는 놀지 않는거니?”


“놀고 싶어도 여긴 친구가 한 명도 없어요.”


아이가 시선을 앞으로 향한 후 주위를 둘러본다. 둘러보는 시선에는 분명 또래아이들도 포함된다. 그러나 아이는 아무도 없는 것처럼 무심하게 그들을 지나친다.


잘 보니 시선이 머무는 시간은 주변의 사물과 또래 아이들 모두 별 차이가 없다. 초점은 아이들에게 특별히 맞춰지지 않는다. 마치 주변의 사물들에 비해 인간은 전혀 특별할 것 없다는 듯한 행동이다.


반사회적일 정도로 평등한 시선이다. 아이러니 하지만 인간사회에서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에 차등을 두지 않는 것은 큰 문제이다.


“보세요. 여기에는 아무도 없어요.”


“...그러니? 그럼 선생님하고 같이 놀자.”


보라. 아이의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어머니가 깨울 때 말했던 꿈 속 친구가 다다. 이 외로운 아이를 보고도 아직도 특별함을 원하는가?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이 아이를 지켜볼 자격을 만족했다. 아이의 기구한 삶은 대부분 이럴 테니.


자, 이제 아이들이 하교하고 있다. 아이는 엄마와의 약속대로 유치원 앞에 가만히 서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제야 엄마가 차를 몰고 나타난다.


“아차차, 미안해 딸. 한시간이나 늦어버렸네. 계속 밖에 서있던 거니? 이런, 전화라도 받았으면 유치원에서 기다리라고 했을 텐데. 뭐 우리 딸은 전화를 잘 안받으니까.”

“괜찮아요.”


아이는 정말 하나도 신경쓰지 않는다. 하긴, 한시간 정도 기다리는 것이 대수인가? 조금만 참을성이 있다면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다. 아니라고? 그건 당신이 이 세상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 절대 내가 이상한 게 아니다.


“아이의 상태는...여전합니다.”


이런 벌써 병원에 도착한 모양이다. 의사가 부모에게 조심스레 말한다.


“인간을 자신과 동등한 존재라고 인식하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거울신경세포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에요. 감정도 확실히 있고요. 저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치료가 진전을 보이질 않네요.”


그러나 그내용은 조금도 조심스럽지 않다. 아이의 특별한 행동을, 어쩌면 아이의 존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그것을.

심각한 질병이라 말한다. 암세포인 양 떼어내려 한다.

그것을 떼어내면 아이의 존재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것을 모른체로 말이다.


심장을 떼어낸 인간처럼 사람 모양의 인형이 되어 허공을 멍하니 응시할 아이를 떠올려 보라.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제가 보기에는 꿈속 친구 때문에 현실의 인간관계에 관심이 없는 듯 합니다. 조금 잔인할 수 있지만 꿈을 꾸지 않는 약을 처방할까 합니다. 그러면 인간관계에 결핍을 느껴 자연스레 주변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의사는 거침없이 암세포라 여기는 그것을 제거한다. 사실은 그게 심장이었다는 것을 모른체로.


“알겠습니다. 그런데 혹시 아이의 증상이 최근 나타난 마력이라는 힘의 영향일 가능성도 있나요?”


“음.. 그건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짚이는 구석이 있습니다.”


의사가 꽉 채워진 책꽂이에서 아주 새것같은 책 하나를 꺼낸다. 책 제목은 [마력과 정신의 상호작용]. 누가 지었는지 정말 삭막한 표현이다.


“이걸 읽어 보세요. 제가 설명하는 것 보다 직접 보시는 게 더 빠를 겁니다. 집에서 천천히 보세요.”


뭔데 이 의사는 무책임하게 설명을 거부하는 걸까. 흠, 잘보니 저건 평범한 책이 아니다. 품목분류에...현상발생장치용 디스크. 아하 그러면 이해가 되지. 왜 나만 아냐고? 당신도 곧 이해할 수 있다. 계속 아이를 지켜본다면 말이다.


지금은 야심한 밤이다. 아이의 엄마는 아이를 제운 후 서재로 향한다. 그리고 마술 지팡이 같은 철막대에 디스크를 꼽는다. 그러자 아주 현실적인 홀로그램이 방에 영사된다.


“자각몽을 꿔보신 적 있으십니까?”


“아니요.”


“그러면 일단 누우시길 바랍니다.”


아이의 엄마는 지팡이에서 흘러나오는 음성에 따라 의자에 앉아 뒤로 기댄 후 눈을 감는다.


“그럼 자각몽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


‘신기하네. 꿈인데도 꿈이라고 인식할 수 있어. 자각몽은 상상을 통해 통제할 수 있다는데 가능할까?’


그녀는 바로 자신의 생각을 시험해 본다. 주머니에서 돈다발이 나오는 상상을 하자 실제로 주머니에서 돈다발이 잡힌다.


‘정말 되네. 그럼 차를 들어올릴 수도 있을까?’


그녀는 근처에 있는 차로 향한 후 차를 들어올리려 끙끙거린다. 그러나 차는 꿈적도 하지 않는다.


‘이상하네. 차를 들어올리는 상상을 했는데도 들어올려지지가 않아.’


그때 잠에 들기 전 들었던 음성이 울려퍼진다.


“방금 경험하신 것이 마법의 핵심입니다. 방금 상상만으로 돈다발을 만드셨죠? 마법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마력을 정신과 감응시키면 꿈속에서처럼 상상을 구현할 수 있죠.”


“그러면 왜 차는 들어올리지 못한 거니? 돈다발을 만들 때처럼 제대로 상상했는데 말이야.”


“그건 당신이 ‘차는 무겁다.’라는 인식이 무의식에 강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법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의식 즉, 정신세계에 위배되는 현상을 일으킬 수 없지요. 마력이 법칙을 무시하는 힘이라 한들, 인간은 정신세계의 한계로 법칙을 무시할 수 없는 거예요.”


“음...그러면 조현병 환자처럼 정신세계가 현실에 동떨어진 사람은? 그런 사람은 법칙을 무시하는 마법을 쓸 수 있는 거니?”


“그건 불가능합니다. 법칙을 무시하는 현상을 일으키려면 자연법칙에 상응할 만큼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상상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려워. 더 쉽게 설명해줄 수 있니?”


“음, 우주의 시스템은 정말 복잡하고 체계적입니다. 인간의 언어인 수식으로만 표현해도 아주 복잡하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윽 수식이라니. 생각만 해도 머리아프네.”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 수식도 우주의 거대한 시스템의 일부일 뿐이지요. 그럼 이제 이렇게나 복잡한 우주의 시스템에 상응할 만큼 복잡한 상상이 얼마나 하기 어려운 지 감이 오시죠?”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거네.”


“그리고 또 한가지. 최근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실세계와 동떨어진 비현실의 정신세계를 마력과 감응시키면 정신이 붕괴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해당 연구에 대한 자료가 남아 있는데 보시겠어요?”


그녀는 잠시 고민한다. 끔찍할 것이 뻔하지만 호기심이 동하기도 한다. 또한 자신의 아이도 현실과 동떨어진 면이 있으니 아이의 부모로써 확인해봐야 한다는 의무감도 생긴다. 곧 그녀는 결정을 내린다.


“볼게.”


“상영 시작.”


***


“으아악! 커헉.”


한 남자가 거품을 물고 쓰러진다.


“자네, 괜찮은가? 대체 무슨 일이지?”


이내 남자의 숨이 끊긴다. 정신이 붕괴된 것이다. 곧 경찰들이 연구실로 들이닥친다. 이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남자는 여러 sf와 독특한 이론들을 수집하며 우주의 시스템 만큼 복잡한 체계를 완성했다. 이후 이를 완벽히 숙지했다. 부족한 연산력은 개조된 뇌로 채웠다.

이를 통해 남자는 최초로 우주의 시스템만큼 복잡한 상상을 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남은 것은 정신세계를 만들어낸 체계에 맞게 변형시키는 것 뿐이다. 남자는 개조된 뇌에 접속하여 손쉽게 이를 해냈다.


“드디어! 이제 다왔어. 정신을 마력에 감응시키기만 하면 나는 현실의 법칙을 무시할 수 있는 최초의 존재, 아니 어쩌면 신이 될거야.”


부푼 기대로 마력을 감응시키는 순간,

남자는 정신을 잃고 뇌사상태에 빠졌다.


“영상 종료.”


아이의 엄마는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멍하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후 말을 꺼낸다.


“우리 아이가 이렇게 될 가능성이 있을까?”


“마력이 정신과 감응하는 일은 굳이 의도하지 않더라도 흔히 일어나는 일입니다. 정신세계가 얼마나 현실세계에서 벗어나도 되는 지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그러니 자녀분이 너무 특이한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다면 유의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정신병원에서도 벼락 맞을 확률로 일어나는 일입니다.”


지팡이에 탑재된 인공지능의 걱정하지 말라는 말에도 아이의 엄마는 걱정을 지울 수가 없다. 자신의 아이가 너무나 특별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


“엄마, 오늘은 친구들을 만나지 못했어요.”


아이가 쾡한 얼굴로 부모에게 호소한다. 부모는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수긍하고 아이를 달랜다.


“아쉽지만 당분간은 친구들을 만나지 못할 거란다.”


“왜요? 안 돼요. 저는 그 애들 밖에 없단 말이에요.”


“...딸, 당분간 엄마랑 같이 잘까? 외로우면 주변 사람들에게 의지해도 돼.”


“미안해요. 그런데 그럴 수 없어요.”


“...그러니.”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었다.


“딸, 학교 잘 다녀와. 항상 당당하게! 어깨 쭉 펴고!”


“...알겠어요.”


그리고 지루한 교장선생님 훈화 말씀 시간.


“마법의 등장으로 인류는 너무나 큰 힘을 한순간에 얻었습니다. 이를 통제할 어떠한 체계도 없이요. 인류는 이제 상상만으로 엄청난 현상을 일으키고 마력을 충분히 쌓는다면 개인이 국가를 멸망시킬 수 있는 시대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이런 힘의 책임을....”


그렇게 모두가 이 형식적이면서 강제적이기까지 한 소음에 질려갈 때.



번쩍



하늘에서 섬광이 터진다. 세상이 하얀 빛으로 물든다. 그것은 분명 빛이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어둠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이내.


콰아아아....

미친듯한 폭음


삐이이이--

머리를 관통하는 이명


너무나 큰 소리에 폭발음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귀가 제 기능을 상실해 버린다.


그리고 정적.


그 현장에 남은 것은 공간의 일그러짐 뿐이다. 이내 일그러짐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한 아이만 덩그러니 서있다.

마력으로 자신의 주변의 세계 자체를 밀어내 자신과 세계를 단절시킨 것이다. 그 놀라운 마력의 운용이, 그 특별함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아이를 혼자 남긴다. 아이의 반응은 놀랄 정도로 고요하다. 마치 인형처럼.


이내 아이는 다시 마력으로 세상을 밀어낸다. 세상에 인간이 인지할 수 없는 틈이 생긴다. 이내 아이는 그 틈에 자신의 세계를 채워 넣는다. 그리고 그 속으로 들어간다.

이제 이곳엔 진짜로 아무것도 없다. 당신은 아직도 아이를 지켜보기를 원하는가? 그럼 우리는 조금 시간 여행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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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신은 어째서 외로운가 24.09.05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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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비눗방울은 결국 터진다 24.09.02 11 0 11쪽
4 비눗방울은 결국 터진다 24.09.01 14 0 10쪽
3 비눗방울은 결국 터진다 24.08.31 16 0 11쪽
2 비눗방울은 결국 터진다 24.08.30 34 0 10쪽
» 평범한 누군가 24.08.30 5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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