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수놓는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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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레네
작품등록일 :
2024.08.30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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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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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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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

DUMMY

오전 수업이 끝나고 나와 비아나는 그림자씨에게 갔다. 그림자씨의 연구실에는 신성에 대한 실험기구들로 가득했다.


“어서오렴. 원래는 오전 수업도 참관하려 했는데 요즘 이 골치덩이 때문에 좀 바빠서 말이지.”


그림자씨가 오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아까의 추태를 들켰다면...오우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비아나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커다란 원통에 들어있는 에너지를 보고 말한다.


“저번에 말했던 신성이 이거구나! 그런데 한 종류의 힘으로는 느껴지지 않는데?”


원통에는 여러 특성의 힘들이 현상으로 산화되지 않고 갖혀있다.


“신성의 출처가 되는 신이 여럿인 것 같더구나. 그 외에도 알아낸 정보가 좀 있어. 여기 앉아서 들어보지 않겠니?”


그림자씨가 우리를 접객용 테이블로 이끈다. 그리고 간식거리를 내왔다.


“우, 나는 그런 복잡한 얘기 싫은데.”


“정말 중요한 이야기니 조금만 참고 잘 들어주렴.”


그림자씨가 잠시 말을 고르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말한다.


“신성에 의한 현실 침식 현상의 가능성을 실험으로 입증했어.”


“신성이 현실을 침식해요?”


“그래. 점점 신성의 농도가 높아지고 있어. 이 추이가 지속된다면 현실의 일부를 뒤틀거나 심지어는 대체해 버리는 이상 현상이 머지않아 일어날 거란다.”


현실을 침식한다라. 현실을 밀어내는 마력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그 외에도 신성은 체계가 정해진 힘이지만 마력은 인간의 경우 사용자의 정신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변화한다. 즉, 체계가 정해지지 않은 힘이다. 신성과 마력은 비슷하면서도 여러모로 반대되는 점이 많다. 나는 생각을 정리한 후 그림자씨에게 대답했다.


“그러면...대격변이 다시 한 번 일어나겠네요.”


그림자씨가 홀로그램 모형을 띄우며 말한다.


“마력으로 인한 격변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혼란스러워질 거란다. 현실이 신성으로 변질되고 대체되면 기존의 과학 체계가 흔들리겠지. 게다가 신성의 힘을 숭배하는 자들도 분명 생겨날 거란다.”


그림자씨가 진지한 눈빛으로 말을 잇는다.


“너희도 시간이 지나면 소중한 것들이 생기겠지. 하지만 명심하렴. 너 자신이 항상 우선이란다.”


“명심할게요.”


나는 이때 별생각 없이 대답했다. 아마 그림자씨도 지금 당장의 심경의 변화를 위해서 말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이 지킬 수 없는 약속이 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

그림자씨가 시간이 되었다면서 우리를 데리고 개별반으로 텔레포트 했다. 거기에는 시간에 맞춰 온 세 명의 아이들이 있었다. 모두 나이와는 어울리지 않게 마력변질이 많이 진행된 모습이다.


아이들을 쭉 둘러보다 머리가 투명한 아이와 잠시 눈을 마주쳤다. 아이가 나에게 손을 흔든다. 나는 아까 일이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림자씨가 그런 나의 반응을 보고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고는 아이들에게 일정을 말한다.


“첫날이니 각자 무슨 마법을 사용하는지 확인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할게. 저 둘은 미리 와서 확인했으니 너희 세 명만 하면 된단다. 먼저 서은이가 해보렴.”


한서은 앞에는 인간의 정신을 모방한 인공지능이 놓여 있다. 사람에게 환각마법을 쓰는 것은 위험하니 이런 장치를 이용하나 보다. 한서은이 인공지능에 환각마법을 사용한다. 환각마법의 효과가 인공지능과 연결된 홀로그램 화면에 나타난다.



마법으로는 절대 구현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상상이 나타난다. 곧이어 그 상상에 시간이 불어넣어 진다. 그러자 상상이 동적으로 변하더니 인과가 연속되며 시간 방향으로 부풀어 오른다. 마침내 상상은 생명을 가진 이야기가 된다.


그렇게 거대하게 부푼 이야기가 불어 넣어진 상대는 이야기에 비하면 티끌에 불과한 자신의 삶을 지키지 못하고 결국 집어삼켜 진다. 한서은이 그런 인공지능을 보고 미소 짓는다. 마치 인형처럼 느껴지는 무기질적인 웃음이다.


“나의 이야기에 온 것을 환영해. 너의 배역은 하인이야.”


이야기에 집어삼켜진 인공지능은 이야기의 배역에 갇혀 아이의 꼭두각시로 전락하고 말았다. 대단한 마법이다. 복잡한 인간을 조종한다는 것은 죽이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그걸 이렇게 쉽게 해낸 것이다.


그러나 아이의 마법은 여기서 끝이 아닌 모양이다. 마법이 점점 의식에서 무의식으로 스며들어간다. 그리고 마법은 곧 정신세계에 도착하여 그곳을 이 세상을 벗어난 비현실의 상상으로 가득 채운다. 곧이어 현실세계와의 유사성을 허용범위 이상으로 이탈해버린 정신세계가 머지않아 붕괴해 버린다.


마법이 끝나자 일대가 조용해진다. 마법의 실력을 떠나서 마법의 활용 자체가 아이가 떠올릴 법한 발상은 아니었다. 처음 상대를 꼭두각시로 만드는 마법은 아직 윤리와 사회적 규범에 물들지 않고 욕망에 따라 행동하는 아이이기에 할 수 있는 발상이라고 생각할 여지는 있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상상을 정신세계를 붕괴시키는 끔찍한 일에 이용했다. 아마 상대가 살아있는 사람이었다면 생의 마지막이 될 달콤하고 순수한 상상 속에서 자신을 서서히 잃어가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정신이 와해되어 죽었겠지. 그 역설적인 활용법을 눈앞에서 보고 있자면 기괴하고 소름이 끼칠 정도다.


처음 만났을 때에는 항상 자신의 상상에 빠져있을 뿐 무해한 이미지였기에 더욱 의외이다. 앞으로는 함부로 장난치면 안되겠다. 이와중에 한서은은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

나는 한서은에게 말을 걸려하는 그림자씨를 멈춰 세우고 작게 속삭였다.


“너무 꾸짓지는 마세요. 오히려 역효과가 날 거예요.”


“왜 그렇게 생각하니?”


“저렇게 자신만의 세계가 확고한 사람은 자신의 생각이 무조건적으로 부정당하면 오히려 억눌리고 반발심만 생기거든요.”


나는 금세 허공에 시선을 향한 채 멍때리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며 말을 잇는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본인 스스로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좀 시간을 길게 두고 지켜보죠.”


그림자씨가 나의 말에 살짝 눈을 크게 뜨더니 온화하게 미소 짓는다.


“어머, 생각보다 진심이네?”


그림자씨가 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잇는다.


“벌써 무언가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모양이구나. 내 말이 맞지?”


“그 과정이 남 보기 좀 부끄럽기는 했지만요.”


방금 일이 떠오르자 괜히 얼굴에 열이 오른다. 나보다 한참은 어린 아이의 품에서 눈물을 보이다니 나도 참 칠칠치 못하다.


“후훗, 원래 다 그렇게 성장하는 것 아니겠니.”


그림자씨는 더 캐묻지 않고 바로 다음 차례로 넘어갔다. 투명머리 아이가 마법을 사용했다. 한서은의 상상처럼 비현실적인 환상들이 투명한 머리카락 안에 생겨난다. 그리고 그 환상들이 이 세상에 구현되기 시작한다.


구현된 환상에는 실체를 가진 진짜, 시각적인 환상과 착시효과 같은 착각을 일이키는 가짜가 혼재되어 있다. 방금 까지만 해도 환상이었던 것이 갑자기 실체를 가지기도 한다.


한마디로 현실의 법칙의 제한으로 구현이 불가능한 것은 착각과 환상으로, 교묘하게 조정하면 현실에 구현 가능한 것은 실체로 구현하는 마법이다. 가짜와 진짜를 헷갈리게 만드는 전형적인 환상 마법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마법이다.


그러나 현실에 구현이 불가능한 비현실을 환상과 착각으로나마 만들어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다른 마법사들이 비현실을 환상으로 만들어 낸다는 발상을 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비현실에 대해 구체적으로 반복하여 상상한다는 것만으로도 정신 붕괴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마법사에게 비현실은 치명적이다. 그래서 환각마법이 위험한 것이다.


그러나 아이는 완전 제정신으로 보인다. 혹시 몰라 마법으로 확인해 보았는데도 아이의 정신은 지극히 안정적이다. 이유가 뭘까? 나처럼 ‘구슬’을 가진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문득 아이가 나를 머리카락으로 감쌌을 때가 떠오른다. 그때 아이의 기억과 접촉되어 나에게 기억이 흘러들어왔는데...기억을 전달한다라... 아!


정신이 아니라 머리카락에서 비현실의 환상이 만들어 진다면? 그걸 기억의 형태로 전달받는다면? 그러면 아마 비현실을 상상하는 시간이 극단적으로 단축되어 정신의 안정성에 문제가 없을 것이다!


물론 머리카락이라고 해서 붕괴의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세계는 현실에서 벗어나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그건 인공지능이 되었든 머리카락이 되었든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아이의 머리카락은 마력변질이 되어 있다. 때문에 비현실을 만들어낸다 해도 머리카락이 붕괴될 위험은 매우 적을 것이다.


그럼 남은 의문은 어떤 원리로 머리카락으로 환상을 만들어 내냐는 건데 이건 나중에 본인에게 물어봐야 겠다.


그나저나 정말 몽환적인 마법이다. 환상 하나하나가 사람 감성의 깊숙한 부분을 자극하는 경향이 있다. 뭔가 공격보다는 예술 산업에 더 유리할 것 같다. 환상마법이 공격 수단으로 약한 마법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아이의 환상은 심미적 느낌이 너무나 압도적이다. 아이들도 모두 감탄하고 있다.


“마력변질된 신체를 이용하여 비현실의 환상마법을 사용한다라. 정말 독창적이고 안정적인 방법이구나.”


“헤헤, 감사합니다.”


아이가 활짝 웃는다. 평소 아이의 내성적인 면모 때문에 보기 힘들었던 표정이다. 마치 항상 닫혀있던 꽃봉오리가 활짝 핀 듯한 모습이다. 그 웃음에서 마법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느껴진다.


무언가를 저렇게까지 좋아할 수도 있구나. 오랜 세월을 살아가며 서서히 잊혀왔던 감정이 자극된다. 아이의 미소를 보고 있자니 나도 삶에 대한 열정이 피어오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아이라면 무릇 가지고 있어야 할 감정인데 어른도 아이도 아닌 나는 이것조차 잊고 살아왔나 보다.


뒤이어 유일하게 대화를 나누어 본 적 없는 아이가 마법을 시연하게 되었다. 얼핏 드러난 다리와 눈, 머리카락에서는 은하수가 흐르고 있고 나머지 신체 부위는 대부분 가려져 있다. 아마 얼굴을 제외한 대부분이 마력변질이 진행된 모양이다.


아니 잠깐, 신체가 마력변질 된 것과는 느낌이 살짝 다르다. 마력변질된 신체가 아니라 마법으로 만들어진 신체처럼 보인다. 마력 덩어리에서 마법으로 계속 일시적인 현상을 일으켜 물리적인 신체를 유지하고 있는 듯하다. 그때 나의 눈치를 살피던 그림자씨가 다가와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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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신은 어째서 외로운가 24.09.06 10 0 13쪽
8 신은 어째서 외로운가 24.09.05 11 0 12쪽
7 시작 24.09.04 13 0 14쪽
6 비눗방울은 결국 터진다 24.09.03 12 0 13쪽
5 비눗방울은 결국 터진다 24.09.02 11 0 11쪽
4 비눗방울은 결국 터진다 24.09.01 14 0 10쪽
3 비눗방울은 결국 터진다 24.08.31 16 0 11쪽
2 비눗방울은 결국 터진다 24.08.30 34 0 10쪽
1 평범한 누군가 24.08.30 5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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