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수놓는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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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레네
작품등록일 :
2024.08.30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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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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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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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비눗방울은 결국 터진다

DUMMY

“어? 이거 지금 완전 큰일...”


말하며 고개를 돌리니 비누소녀가 가만히 녹아내리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눈이 반짝이며 찬란한 빛을 쏟아낸다.

그 반짝임은 너무 눈부셔서 비누소녀의 모든 것이 빠져나와 마지막 빛을 발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입은 빠져나가는 것을 말로라도 붙잡으려는 듯이 의미없이 뻐끔거린다. 아.. 아아

....

나는 그 빛을 손으로 조심스레 훔쳐간다.

비누소녀가 내 손을 감싸 자신의 뺨 위에 놓는다.

그러곤 마음을 바꾼 듯 빠져나가는 것을 붙잡으려는 대신 속의 것을 말로 더 토해낸다.


새장에서 해방되어 원했던 대로 멀리멀리 날아가라

그리고 행복해지기를


모든게 빠져나간 비누소녀는 힘없이 말을 잇는다.


“번화한 거리에 있던 수영장...”

“우리 그 수영장에 가보지 않을래?”



비누소녀가 울먹이며 말하기는 싫은 듯 눈물을 삼키며 말한다.

“서프라이즈를 준비했어.”


“...가자”


비누소녀가 일으킨 물살에 뒤덮이며 직감한다.

아 끝나가고 있구나.

물에 녹아내리는 풍경들이 허무하게 지나쳐 시야에서 사라진다.


수영장에 도착하자 함께 놀았던 친구들이 보인다.

콧수염 구슬 아저씨, 유리구슬들, 느낌만 느껴지는 친구들, 수도꼭지, 무한차원의 그림자, 검은 물감, 물에 녹아있는 아이들. 모두 우리를 맞아준다.

굉장히 오랜만에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너무 반갑다.

수영장의 개방감과 상쾌함이 느껴지는 여름날의 밝은 햇살과 겨울의 시원한 느낌이 나를 반긴다. 신기하게도 추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각 계절의 개방감과 상쾌함과 관련된 장점만 모으면 이런 느낌일까.


우리는 서로 대화를 나누며 과거의 회포를 풀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나는 비누소녀와 수영 대결을 하기로 했다.


“저쪽까지 먼저 가는 사람이 이기는거야.”


그러자 하얀 빛이 말한다.

“저쪽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정의할 수 있는거야?”


“시끄러, 자 시작!”


비누소녀가 물살을 이용해서 빠르게 나아간다.

신기하게도 나도 비누소녀의 옆에서 같은 속도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가 물살을 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처럼.

빠르게 나아가는 속도감, 물거품들과 물살의 소리, 추억을 자극하는 비누향.

나는 이 감각을 머릿속에 각인한다.

우리는 거의 동시에 도착하여 수영장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로 돌고래처럼 날아올랐다.

물이 사방으로 튀기며 반짝인다.

우리와 같이 날아오른 물들은 다시 낙하해서 수영장으로 떨어지고 우리만 위로 상승하여 전망대로 올라왔다.

전망대에는 파라솔과 의자가 놓여있다.

우리는 파라솔에 앉아 놀고있는 친구들을 내려다본다.

모두 즐거워 보인다.

우리는 친구들의 웃긴 행동을 지켜보며 같이 웃기도 한다.

그러다 나는 묻는다.


“햇빛이 차갑다니 정말 이상한 곳이지 않아?”

이 세상이 꿈인 것을 알고 있니? 너와 마지막 작별을 나눠도 되겠니?


“아니? 빛이 차가운게 뭐가 이상해? 그리고 햇빛이 뭐야?”

여기가 꿈이라고? 나는 모르겠어.


“여기 수영장 물은 원래 보다 더 끈적한 것 같아. 사방에 물이 있어서 그런가?”

나는 다시 묻는다.


“수영장은 원래 물보다 끈적한 끈적이를 채워넣잖아. 너 왜 자꾸 이상한 말을 해?”


그때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퍼레이드처럼 나팔 소리가 들려온다.

수영장 옆의 카페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가 점점 커져 수영장을 꽉 채운다.

비누소녀가 수영장 전체를 덮을 만큼 커다란 우산을 펼친다.

신기하게도 우산 아래로는 그림자가 지지 않는다.

펼쳐진 우산 너머로 눈이 펑펑 쏟아진다.

눈은 점점 많이 내리더니 이내 우산 너머의 풍경을 가릴 정도가 된다.

마치 하얀색의 역동적인 벽이 우산을 지붕으로 하여 세워진 듯한 모습이다.

커다란 우산으로 된 천장과 천장을 둘러싸는, 쏟아지는 눈으로 된 벽.

환상적인 무대의 완성이다. 친구들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춘다.

그러고는 연극이 끝날 때처럼 나란히 서서 인사한다.


연극이 막을 내린다.


나는 큰 우산을 위태로이 잡은 손을 감싸며 마지막으로 묻는다.

“끝나가고 있어, 알고 있니?”


비누소녀가 잠시 침묵한다. 그리고 고개를 떨군다.

이내 약간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그리고 이 세상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한다.


“아니, 모르겠어.”

...


잡은 손에서 전해져온다.

너는 이 세상을 사랑하는구나.

이야기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구나.

이야기 속의 규칙을 지켜주고 싶어 하는구나.



그러면 나도 너를 위해 연기할게.


비누소녀가 나의 생각을 읽었는지 나에게 말한다.

“그럼 우리 쭉 함께인 거지?”


“당연하지, 딱 붙어서 절대 안 떨어질 거야.”


비누소녀가 고개를 숙이고는 발랄하게 말한다.

“잘됐다! 그럼 다음은 니차례야. 꼭 너의 세계도 내게 보여줘야해!”


나는 비누소녀의 손을 놓으며 말한다.

“그럼. 약속할게”


“꼭이다?”


나는 울음을 삼키며 짧게 답한다.

“응”


비누소녀가... 웃으며 답한다.

“...고마워”


보글보글

거품이 퍼진다.

내 주위엔 마침내 아무도 없다.

.

.

.

내가 한 말 기억하고 있니?

그런거야, 우리의 이별은

점점 흩어지며 아름다워지는 어린 시절의 추억 같은...

때로는 존재하지 않기에 아름다운 것도 있는 법이야

이 이야기의 끝을, 아름다움을 끝까지 지켜봐줘.

그리고 깨어나서 우리를 잊어줘.

.

.

.

그러면 내가 이 공허를 없애주고 약속을 이뤄낼게

.

.

.

마지막 순간, 이 아이에게 있어 나는 무엇이었을까?


자신을 탄생시킨 창조주야.


자신을 발생시킨 무수한 요소 중 하나일 뿐이지.


혼란스럽고 한 데 섞인 이곳에서, 다른 어떤 것과도 구분되지 않는 무의미야.


비누소녀에게 나는 의지와 의도를 가진 존재였다면 비누소녀는 나의 생각에 불과한 ‘무(無)’이다.


비누소녀에게 나는 그저 자연법칙이었다면 서로의 존재를 정의하던 우리는 더이상 서로가 아니다.


이런 아이러니가 생기는 것은 내가 ‘저자는 이야기에 등장해서는 안 된다.’라는 금기를 깼기 때문이다.

창조자 앞에서 창작물은 주체성을 잃어버린다.

우리가 창조자의 편린인 자연법칙 앞에서 자유의지를 잃듯이


나는 점차 흩어지면서 듬성듬성해지는 세계를 바라보며 그녀와 똑같이 느낀다.


아름다워라.


나는 그렇게 그녀와 세상과 나의 기억과 꿈속의 나와 이별을 고한다.

.

.

.

금방이라도 깨어질 듯한 유리구슬은 어째서 깨어지지 않았는가?

.

.

.

강렬한 감정이, 복잡하고 다양하고 결국 한 데 뒤섞여 의미를 잃어버린 씁쓸한 감정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감정은 이유가 사라져버린 공허한 반응만을 주인에게 촉구할 뿐이었다.


잠시 꿈을 떠올리려 시도한다. 내 주변을 둘러본다. 하얀색의 아침햇살, 약간 얼룩진 천장, 어제와는 다른 모양으로 구겨진 이불. 당연하게도 꿈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요즘들어 꿈을 기억하는 경우가 드물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꿈을 기억하지 못하는게 정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대게 자각몽을 꾼다.

때문에 꿈을 꾸는 도중 일부러 깨어나 꿈을 기억할 수 있다.

꿈이 끝나가는 타이밍도 어느 정도 젤 수 있어 꿈에 몰입하다가 깨어날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도 드물다.


그런데 나는 깨어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는 정말 꿈의 결말의 그 한순간을 위해 기억을 포기하고 꿈에 머무른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실수한 것일까?

꿈속의 나는 그리 논리적이지 않으니 잘못 판단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쉽게 납득 되지는 않는다.

이건 실수로 치부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한 일이 아니다.

꿈속에서의 기억을 잃는다는 것은 내가 나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것의 일부가 사라지는 것이며

그건 곧 꿈속에서의 삶의 죽음이나 마찬가지이다.


마지막 한 순간을 위해 죽음을 감내한다는 것은 나로서는 절대 공감할 수 없는 일이다.

과정보다 결과를 우선하기 때문이 아니다.

죽음은 과정조차 없애는 완전한 공허이기 때문이다.

삶의 마지막 순간, 나는 꿈속에서처럼 죽음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어쨌든 잠들기 전에 머물러있는 나의 기억으로는 답을 낼 수 없는 문제들이다.


이불을 뒤적거리며 일어나니 어떤 구슬이 손에 잡힌다.

구슬의 모습이 정말 독특하다.

여러 형태가 중첩되어있는 모습이다. 점, 원, 구 그리고...


우우웅


나의 구슬이 울린다.

‘나’가 현실에 영향을 주며 주변에 구슬 모양의 동심원을 그려낸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세상과의 완전한 구분이 세상을 구분한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의미가 현실의 요소에 의미를 부여한다.

개념의 세계, 의미의 세계.

그리고 나의 생각대로 바뀌고 만들어지는 꿈의 세계를 닮은 곳이 나의 눈앞에 펼쳐진다.


곧이어 나의 사고가 조금씩 트이며 엄청난 해방감이 느껴진다.

논리와 규칙, 관점과 선입견.

모든 사고의 속박이 사라지며 깨어있을 때에는 절대 하지 못할 생각들이 천방지축 생겨난다.

이 생각들은 풍선 터지듯 사방으로 뻗어나간다.

마치 빛처럼 모든 방향으로 퍼진다.


그때 쏟아지는 생각의 빛들 사이에서 희미하게 이질적인 것이 느껴진다.

모든 틀을 벗어던진 지금 내 상태에서 어떻게 이질감이란 느낌이 들 수 있는지 잠시 의문이 들었지만 뒤이어 벌어지는 일에 관심을 빼앗겼다.


내가 지금 생생히 경험하는 듯하지만, 내 의지로는 무엇도 바꿀 수 없는 그것이 밀려 들어온다.

나의 꿈 속에 여러 세상과 사물, 존재들이 떠오른다.

그러나 그것들은 내가 마음대로 만지고 느끼고 사용하고 바꿀 수 있었던 다른 것들과는 다르다.

정해진 시공간에서 정해진 대로 누군가를 중심으로 경험되어진 후 사라진다.


이것은 과거 꿈속에서의 체험에 대한 기억이다.

과거들이 기억을 타고 현재가 된다.


나는 그곳에서 신비로운 가게의 손님이다.

나는 그곳에서 누군가의 친구이다.

나는 그곳에서 세상을 장난감처럼 다루는 무책임한 창조자이다.


어떤 모습이든, 내가 꿈인 것을 자각하였든 못했든, 나는 그 세상의 창조자였다.

매일밤 기묘한 상상으로 신기루를 만들어냈다.


그렇기에 알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나의 기억을 서로 연결시키는 것 뿐이다.

유에서 유를 창조할 수는 있지만 유에서 무를 창조할 수는 없다.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느낄 수 있을 리 없는 이 이질감의 정체를 이제는 알 것 같다.

논리, 선입견 등등 모든 틀을 벗어던진 상태에서도 느낄 수 있는 이질감의 정체,

그것은 모두 내 과거 기억으로 형성된 이곳에서 내가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다.

기억, 정보, 물질적, 형이상학적 등등 어떠한 현실의 개념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그것.


그때 구슬에서 생각이 전해져온다.

유치하고 혼란스럽지만 그렇기에 어린 시절의 추억을 담고 있는 비누소녀와의 기억이 떠오른다.


“인간은 원래 깨어서도 꿈꾸는 존재야.”


“상상과 다를 바 없는 자신만의 세계를 현실인 양 착각하며 살아가지.”


“그러니 너가 살아가는 세계를, 너만의 세계를 보여줘.”


나는 위태롭게 일렁이며 깜박이는 구슬을 바라본다.

마치 실체가 없는 존재처럼, 현실의 존재가 아닌 것처럼 불안정하다.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한 구슬을 바라보며 나는 약속을 이루는 것 따위는 제쳐두고 본능적으로 아이를 세상에 구현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아이에게는 따위가 아니었던 듯하다.


“시간이 얼마 없어. 내 마지막을 함께 장식해줘.”


단순히 구현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구현된 것은 꿈속의 존재와 같은 존재여야 한다.

상상 따위가 ‘나’를 가질 수 없는 이 세상의 법칙을 조작한다.


영혼이 없는 상상 속의 그녀와 영혼 있는 구현된 그녀는 서로 같은 존재여야 한다.


그녀는 나의 상상에 불과한 나의 일부가 아닌 나와는 개별적인 존재여야 한다.


이 세상에 모순을 만들어낸다.

방금 얻은 세상을 조작하는 능력이 줄어드는 것이 느껴진다.

마력까지 동원하여 최대한 세상을 비튼다.

성공할 수 있을까. 제발


반투명한 형체, 역동적인 곡선의 머리카락.

계속 나타나는 모습에 조금씩 희망이 보인다. 그러나 이내 모습이 흩어진다.

희망이 한순간에 절망으로 바뀐다.


“정말, 이 거짓말쟁이.”


비누소녀는 한숨을 한 번 쉬고는 말을 잇는다.


“자, 나의 정신세계에서 봤고 지금은 니 손에 있는 구슬. 그걸 이 세상에 구현해봐.”

“내가 보조할게.”


다시 세계를 비튼다. 비누소녀의 생각이 내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와 내가 하는 모든 행위를 보조한다.


모든 차원에 대한 완전함이 구현된다.

점, 원, 구 그리고 더 높은 차원의 완전한 모습이 나타난다.


모든 개념에 대한 완전함이 구현된다.

주변에 흐르며 구슬과 공명하는 다양한 세상이 나타난다.


‘완전히 새로운 것’에 대한 완전함이 구현된다.

세상에 공백이 생겨난다. 이 세상에 없는 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내 눈에는 그저 세상에 뚫린 공백으로 보일 뿐이다. 공백이 구슬에 알 수 없는 영향을 미친다.

그 공백은 이내 반투명한 하얀 비누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


우리 사이에 정의하기 힘든 침묵이 감돈다.

그 침묵은 반가움, 어색함, 놀라움 등등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다.


나는 조심스레 비누소녀를 향해 손을 뻗는다.

비누소녀가 나의 손을 이끌어 자신의 머리 위에 얹는다.


“안녕”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



Prolog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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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신은 어째서 외로운가 24.09.05 12 0 12쪽
7 시작 24.09.04 14 0 14쪽
» 비눗방울은 결국 터진다 24.09.03 13 0 13쪽
5 비눗방울은 결국 터진다 24.09.02 11 0 11쪽
4 비눗방울은 결국 터진다 24.09.01 14 0 10쪽
3 비눗방울은 결국 터진다 24.08.31 16 0 11쪽
2 비눗방울은 결국 터진다 24.08.30 34 0 10쪽
1 평범한 누군가 24.08.30 5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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