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수놓는 마법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시니레네
작품등록일 :
2024.08.30 12:24
최근연재일 :
2024.09.13 22:42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242
추천수 :
0
글자수 :
87,661

작성
24.09.11 21:53
조회
7
추천
0
글자
13쪽

가게

DUMMY

연기가 구름처럼 뭉게뭉게 퍼져나간다. 가만히 보고있자니 정신이 몽롱해진다. 벌려진 나의 입에서 사탕이 빠져나가더니 연기 속으로 들어가 빛을 발한다. 우리는 빛나는 사탕을 따라 홀린 듯 연기 속으로 들어갔다.


“우와!”


연기 속 공간은 마치 꿈 속의 한 장면 같다. 바닥은 형형색색의 구름이 물감 섞이듯 흘러가며 섞이고 있다. 공간 한 가운데에는 둥근 건축물이 있다.


비아나는 이미 그 건축물로 달려가고 있고 서하는 바닥에 누워 천사를 만들고 있다.


“서하야, 우리도 저 집으로 가자.”


서하가 반쯤 감긴 눈으로 구름 위를 뒹굴며 중얼거린다.


“오늘은 참 이상한 일이 많네. 피곤하게.”


“그래도 재미있지 않아?”


“...조금은.”


“사실 나는 친구들끼리 이런 모험놀이를 해보고 싶었거든.”


“완전 애네. 그런 건 유치원에서 졸업했어야지.”


나는 서하의 말랑한 머리를 마구 쓰다듬었다.


“우리 아직 그러고 놀 나이거든.”


“으악, 그만!”


서하와 장난을 치다보니 어느새 중앙의 건축물이 코앞이다. 마당에 놀이터처럼 보이는 여러 기구들이 보인다. 비아나가 마당을 둘러보고 있는 우리를 향해 창문으로 고개를 빼꼼 내민다.


“얘들아, 내가 엄청 신기한걸 발견했어!”


“정말? 뭔데?”


“무슨 모형 같은데 잘 모르겠어!”


여러 기구들을 체험하던 서하는 비아나의 말에도 별 관심 없는 듯 하던 일에 집중한다.


“서하야, 같이 들어가 보지 않을래?”


“나는 좀 이따 들어갈게.”


그러고는 다시 하고있던 미니어쳐? 만들기를 계속한다. 이따 알아서 들어오겠지?


건물에 들어오자 재미있는 풍경이 펼쳐진다. 일상적인 가구들이 다 색연기로 이루어져 있고, 그 크기가 족히 열 배는 크다.


“비아나 나왔어.”


어라, 안보이네. 어디 숨은 걸까. 일단 돌아다녀보자. 먼저 숨을 곳이 많은 주방부터 가야지.


주방에는 만들다 만 듯한 음식들과 적당히 어질러진 기구들이 놓여 있다. 약간 노르스름한 햇살이 밝게 주방을 비춘다.


익숙한 주방의 모습이면서도 큰 크기와 구름 같은 색연기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 신선함을 가미한다.


“거기! 나좀 꺼내줘.”


주방의 구석에서 누군가의 외침이 들린다. 비아나의 목소리는 아닌데. 소리가 나는 쪼그으로 가니 그저 뒤집어져 있는 유리 용기만 놓여있을 뿐이다. 아니, 유리가 아니라 투명한 연기가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때 유리용기 안에서 소리가 다시 한 번 울린다.


“여기야, 여기!”


잘 보니 연기로 된 바닥에 발자국이 보인다. 투명해서 보이지 않는 걸까? 일단 마법으로 유리용기를 들어올려 꺼내 주었다.


“고마워. 하얀 친구하고 숨바꼭질을 하다가 갇혀버렸거든.”


“하얀친구? 혹시 머리카락이 이렇게 굴곡지고 예쁜 여자아이야?”


“맞아! 역시 아는 사이였구나. 맞다, 내 정신 좀 봐.”


투명의 존재가 내 가까이로 발자국을 남기더니 연기로 된 손을 만들어 내민다.


“신기루에 온 걸 환영해.”


내가 공중에 둥둥 떠있는 연기 손을 마주잡자 감자기 연기로 된 폭죽이 터진다. 발로 딧고 있는 주방 식탁이 빗물을 맞은 웅덩이처럼 진동하며 튀어오른다. 뒤집개, 거품기, 토스트 등 주변의 물품들이 날아올라 공중에서 춤춘다.


물품을 이루는 색연기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춤은 활기차고 동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투명이에게 연기를 조종하는 능력이라도 있는 걸까? 아니면 연기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것일 수도?


“화려한 환영이네. 고마워.”


꿈틀꿈틀


갑자기 바닥이 움직이더니 이내 비아나를 뱉어낸다.


“찾았다!”


나를 미끼로 투명이를 불러오는 전략이었나 보다.


“잠깐, 이건 무효야.”


“그런 게 어딨어. 아직 숨바꼭질을 하는 중이었잖아.”


“비겁해!”


“아, 왔구나! 내가 발견한 걸 보여줄게. 따라와.”


비아나가 나를 한 번 돌아보더니 앞장서 날아간다. 나는 얼른 뒤를 쫒았다.


“근데 서하는?”


“밖에서 놀고 있어. 데려올까?”


“아니, 어차피 밖으로도 나갈테니까. 그때 합류하자.”


우리는 날아서 곳 쥐구멍 같은 동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 안에 숨겨져 있어. 갈림길이 많으니 잘 따라와야 해. 투명이도 손이라도 만들어서 위치 표시 좀 해봐.”


“나는 여기 길은 다 알거든? 걱정 할 필요 없어.”


하긴, 외국인이 원주민에게 할 말은 아니긴 했다. 그나저나 이 동굴 그리 으스스 하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연기가 빛나서 다행히 그리 어둡지는 않네.”


우리는 개미굴 같은 통로를 지나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천장을 보니 파스텔톤의 투명한 천들이 해먹 모양으로 늘어져 있다. 천들이 빛을 투과시켜 방 안을 은은하게 비춘다.


빛을 따라 시선을 옮기니 중앙에는 천에 투과된 빛이 영사되고 있다. 영사된 것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여러 이미지와 형체의 뒤섞임이다.


“저거야. 어때, 파악하기 어렵지?”


“음, 잘 보면 어떤 규칙이 있어. 언어의 일종으로 보이는데...부분 부분 빠져 있어서 해독하기가 어렵네.”


“천장을 자세히 봐봐. 원래 있어야 할 위치에 천 몇 개가 빠진 것 같지 않아?”


“그걸 찾아야 한다는 거지?”


딱 봐도 한두군데 없는 게 아닌데. 이 넓은 곳에서 언제 다 찾지? 마법을 운용하려 해도 마력이 현상으로 형상화되지 않는다. 여기도 신성에 의해 법칙이 비틀린 공간인 모양이다. 정말 악취미라니까.


비아나가 내 생각을 읽었는지 혀를 쏙 내밀면서 장난스럽게 말한다.


“사실, 비눗방울 나라의 친구들에게 이미 찾아달라 부탁해놨어. 우리는 몇 군데만 가면 돼.”


“맞아! 걔네들이 있었지.”


“언제 한 번 내 꿈으로 놀러와. 애들이 너 보고싶어 하더라.”


“그래야겠네. 투명아, 길 안내 좀 해줄 수 있겠니.”


“그럼, 나는 이곳의 얼굴마담이자 가이드라고. 그정도는 쉽지.”


“좋아. 출발하자.”


우리는 여러 방을 돌면서 천들을 찾아 보았다.


“여긴 침실이야.”


비아나가 침실의 모습을 보고 놀란다.


“우와. 솜이 구름처럼 둥실둥실 떠있어! 저기 누워서 자는거야? 근데 자다가 떨어지면 아프지 않을까?”


“비아나, 여긴 다 푹신한 연기로 되어 있잖아.”


“맞다, 그랬지? 헤헤.”


“다음은 비밀의 방이야. 이 책장에서 이걸 누르고 주문을 외우면...짜잔!”


“근데 여기도 천은 없는데?”


우리는 끝없이 이어져 있는 방들을 돌아다녔다. 방탈출, 캠핑, 수영장, 무중력실, 실험실 등 창작물에서나 볼법한 여러 테마의 방이 양파까듯이 계속 나온다.


“도대체 여기는 얼마나 넓은거야? 아무런 단서도 없이 이렇게 마구잡이로 돌아다니는 게 맞아?”


투명이가 비아나의 푸념에 답한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낸 퀴즈가 아니니까, 단서를 얻기 힘든 건 당연하지. 게다가 방도 무한히 많고.”


나는 비아나를 달래기 위해 투명이의 뒷말을 이었다.


“그래도 천들이 흩어질 수 있는 거리는 한정적일 거야. 좀 더 찾으면 나올테니 힘내자.”


그렇게 좀 더 천의 행방을 쫒던 중 비아나로부터 한 통신이 왔다.


“내 친구들이 천을 다 찾았데! 지금 마당에서 서하랑 놀고 있다는데?”


뭐야, 우린 하나도 못찾았는데. 뭔가 헛수고한 기분이네. 탐험놀이 한 셈 치지 뭐. 우리는 마당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나는 날아가며 아까 투영된 물체에서 해독했던 문자의 일부를 떠올렸다.


[이 세계의 가장 난해한 미스테리, 그 투명한 아이의 정체는...]


왜인지 마음에 걸려서 친구들에게 알리지는 않았다.


“투명아, 너는 너 스스로 어떤 존재인지 궁금하지는 않아?”


투명이는 잠시 고민하더니 나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친절히 답한다.


“...솔직히 아예 관심이 없지는 않아. 내가 태어났을 때, 그러니까 아무런 이유도 없이 처음 이 세상에 내던져졌을 때에는 나에 대해 정말 많이 찾아다녔어. 연기들에게도 물어보고 말이지.


그런데 계속 살아가다 보니 그런게 중요한 건 아니더라. 나의 바꿀 수도 알 수도 없는 존재에 대해 고민하는 것 보다는 앞으로 어떤 존재가 될 것인지,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더라고.”


그래, 다행히 투명이는 건강한 자아 정체감을 가지고 있다. 아마 자신의 정체가 밝혀져도 크게 놀라지 않겠지.


근데 자꾸 드는 이 위화감은 뭘까? 오늘 너무 많은 일을 겪어서 내가 예민한 것 뿐인걸까? 투명이가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되더라도 부디 이 생각이 변치 않기를 바랄 뿐이다.


“서하야, 우리왔어... 어머.”


서하는 자신이 만든 미니어쳐에 둘러싸인 채 잠들어 있다. 무려 하루만에 현실이 뒤섞인 환각에다가 연기세계까지 겪었으니 피곤한 게 당연하다.


비아나의 친구들도 서하와 함께 미동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마 수면과 비슷한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겠지.


서하가 만든 미니어쳐들을 살펴보니 서하의 환상처럼 모두 귀엽고 동글동글하다. 귀엽기만 한 것이 아니라 어딘가 다른 세계에서 온 것 같은 독특함도 가지고 있다.


그것들이 모여있으니 어딘가에 있는 세계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천들만 가지고 조용히 나갈까 생각하는데 서하가 깼다.


“나도 보러갈래. 비아나가 말했던 물체.”


“서하야, 안피곤해?”


“응, 한숨 자니까 괜찮아졌어.”


역시 아이의 체력은 대단하다.


우리는 서하를 데리고 다시 건축물로 들어왔다. 서하는 일상 속에서 보던 물체들이 대형화 된 모습이 신기한지 계속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소인이 된 것 같아. 전부 연기로 되어 있어서 구름 위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서하는 이곳저곳 올라가고 뛰어다니다가 넘어지거나 떨어지기도 했지만 연기의 푹신함 덕분에 다치지는 않았다.


조금 진정된 후 서하는 투명이의 가이드를 들으며 주변을 흥미롭게 관찰했다.


우리는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동굴로 향했다. 동굴의 미로같은 구조에 서하는 누을 빛내고는 모험하는 기분을 만끽하며 나아가고 있다.


언제는 모험놀이는 유치하다더니 엄청 즐긴다.


탐험가처럼 이곳저곳을 살피고 만지던 서하는 이내 정말 무언가를 발견한 건지 놀란다.


“여기 어떤 생물의 흔적 같은 게 있어.”


서하의 발견에 투명이가 현지인 답게 설명해준다.


“이 글은 솜사탕처럼 생긴 군집생물이 살던 곳이야. 다른 연기들의 말로는 정말 똑똑한 종족이었데.”


오, 그런 역사가 있었구만. 나는 이 뜬금없는 동굴이 그저 가게의 그 사람이 마음대로 만든 건 줄 알았는데 나름의 역사가 있었나보다.


우리는 서하의 호기심을 이겨내지 못하고 계속 샛길로 빠지다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천장의 빛이 여러 천을 통과해 한 곳으로 모여 물체를 투영한다. 우리는 축제날 집을 장식하듯이 천장으로 날아올라 천들을 원래 위치에 해먹 모양으로 달았다.

추가된 천들에 빛이 투과하여 몇몇 이미지들이 더 투영된다. 투영된 형체가 이제야 본 모습을 찾아간다.


“이제 해석할 수 있겠어?”


나는 비아나의 물음에 모두를 돌아보았다.


“...”


그리고 잠시간의 정적.


“왜 그래? 아직 모르겠어?”


“아니야...투명아, 이건 너의 정체에 대한 내용이야. 생각보다 충격적일지도 몰라.”


“괜찮아.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알게 될 내용이기도 하고.”


나는 형체의 뜻을 말하기 위해 다시 한 번 형체를 확인해 본다. 투영된 형상을 바라보자 머릿속으로 정보가 직접적으로 흘러들어온다.


마치 직접경험을 하는 것처럼 정보가 생생하게 느껴진다. 단지 보는 것 만으로 이런 현상을 일으키다니 정말 대단한 문자이다.


반면 이에 비해 한없이 비루한 인간의 언어로 이것의 편린이나마 담아내보자면...


“[투명한 아이의 정체는 연기들의 공통된 상상의 투영이다.]라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어.”


“연기들의 상상?”


“그래...투명이는 여러 연기들의 믿음과 상상으로 만들어진 허구의 존재야.


발자국, 말소리 등등 모두 투명이의 흔적이 아니라 각각의 연기들이 만들어낸 거야. 주방에서는 식탁이, 동굴에서는 동굴을 구성하는 연기가 투명이라는 상상속 캐릭터를 연기한 거지.”


처음 나를 맞이할 때 연기로 된 물체들이 춤을 추었던 것은 투명이가 연기를 조종하는 능력 따위를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었다. 연기 스스로 움직인 것이다.


아마 우리가 봤던 연기로 된 것들은 모두 개별적인 의식을 가진 살아있는 것들 이었을 것이다. 여긴 그 생명들이 이룬 거대한 생태계나 다름없다. 그리고 이 속에서 투명이는...


서하는 투명이를 어떻게 생각할까.


나처럼 상상의 존재를 인정해줄까. 아니면 가짜라고 실망할까.


나는 서하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꿈을 수놓는 마법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6 새는 알을 깨고 나와야 하는가 24.09.13 6 0 14쪽
15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24.09.12 6 0 13쪽
» 가게 24.09.11 7 0 13쪽
13 가게 24.09.10 8 0 13쪽
12 가게 24.09.09 9 0 12쪽
11 입학 24.09.08 11 0 11쪽
10 신은 어째서 외로운가 24.09.07 12 0 12쪽
9 신은 어째서 외로운가 24.09.06 11 0 13쪽
8 신은 어째서 외로운가 24.09.05 12 0 12쪽
7 시작 24.09.04 14 0 14쪽
6 비눗방울은 결국 터진다 24.09.03 12 0 13쪽
5 비눗방울은 결국 터진다 24.09.02 11 0 11쪽
4 비눗방울은 결국 터진다 24.09.01 14 0 10쪽
3 비눗방울은 결국 터진다 24.08.31 16 0 11쪽
2 비눗방울은 결국 터진다 24.08.30 34 0 10쪽
1 평범한 누군가 24.08.30 59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