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수놓는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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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레네
작품등록일 :
2024.08.30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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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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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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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어째서 외로운가

DUMMY

나는 비아나를 데리고 마법학교로 워프했다. 생각보다 규모가 엄청 크다. 초중고 대학까지 함께 있는 곳인 것을 감안해도 그렇다.



겉모습은 학교라기 보다는 인공적인 환경이라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해 보인다. 실내와 실외가 딱딱 구분지어져 있지 않고, 건축물에서는 보기 힘든 실험적인 설계가 많이 보인다.



익숙함을 위해 기존의 모습을 유지하는 도시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마법학교답게 학교 설계도 마법의 활용성에 초점을 둔 모양이다.



비아나가 학교를 찬찬히 둘러보더니 흥미롭다는 표정을 짓는다.

“와, 엄청 화려해. 조금 난잡하면서도 틀은 제대로 잡혀있네.”


“마법학교이니 그리 보수적인 형태는 아닐 거야. 원한다면 마법으로 금방금방 뜯어고칠 수 있을 테고.”


비아나가 눈을 반짝이며 말한다.

“내가 듣기로는 자주 학교의 구성이 바뀐다고 해. 새로운 구역이 생긴다거나, 겉모습이나 위치같은 디테일이 조금씩 달라지거나! 살아있는 생명체 같지? 왠지 보물찾기하기 딱일 것 같지 않아?”


“그런 걸 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루할 날은 없겠네.”


우리는 가볍게 학교에 대한 감상을 나누고 배정받은 장소로 이동했다.


“이쪽이 초1 구역인데...아무도 없네.”


“다들 놀러간거 아닐까? 학교가 매력적이긴 하잖아.”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나는 뒷말을 삼키며 주위를 주시한다.


우리가 도착한 장소는 투명한 반구로 둘러싸인 곳이다. 그 단순함은 독특한 것들 사이에서 오히려 더 눈에 띈다. 반구에 손을 갖다대 본다. 그러자 나의 정신과 너무 쉽게 감응한다. 순수한 마력 덩어리인 모양이다. 아마 아이들의 정신세계를 체크 하기 위한 용도일 것이다. 함정이 아니라 학교의 정식적인 절차로 보인다.



사람이 없는 이유도 아이들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기 위함인 듯하다. 갑자기 반구 주위로 링이 돌아가며 마력을 나와 강제로 감응시킨다. 뒤이어 우리의 정신세계가 모습을 드러낸다.


비아나의 불가해한 완전한 구슬과 그 구슬과 공명하는 다양한 세계가 나타난다.


나의 끊임없는 창조의 세계, 꿈의 세계가 나타난다.



비아나의 외형이나 능력의 특수성을 숨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딱히 정신세계를 숨길 생각은 없다. 그저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너무 놀라지 않을까 조금 걱정된다.

그때 지켜보고 있던 사람이 모습을 드러낸다.


“안녕 얘들아, 내가 바로 너희의 담당 선생님이란다.”


그림자씨다. 그림자씨의 입김이 들어간 인물일 것이라고는 어느정도 예상했는데 본인이 등장할 줄은 몰랐다.


“최근 이상 현상이 발생하고 있어서 조금 걱정되더구나. 그래서 너희들 옆에 있을 수 있는 직장을 골랐지.”


비아나가 묘한 눈빛으로 그림자씨를 바라본다.

“음...뭔가 반가우면서도 여기서까지 보고 싶지는 않았다고 해야 하나. 갑자기 비일상적인 느낌이 깨진 것 같아.”


그림자씨가 서운해하며 말한다.

“우리 본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내가 질린 거니?”


“그만큼 가까워진 거라고 생각하세요.”


망해버린 그림자씨의 서프라이즈를 애써 수습하고 궁금한 것을 묻는다.


“그런데 다른 아이들하고는 어떻게 만나나요?”


“곧 정신세계 테스트가 끝나고 지정된 장소로 집합할 거란다.”


“그럼 그동안 학교 좀 둘러봐도 괜찮나요?”


“그러렴. 딱히 제한된 건 없으니까.”


나는 비아나를 돌아보며 말한다.

“어디부터 가보고 싶어?”


비아나가 앞으로 달려나간다.

“어디든!”


팔을 활짝 벌리고 손을 흔든다.

나도 웃으며 달려 나간다. 지금은 아무 생각도 하지 말자.



달려 나가자 여러 풍경이 스쳐 지나간다. 우리는 그 중 눈에 띄는 곳으로 아무렇게나 가본다.


원근감의 착시를 이용해 물체의 크기를 조정하고 그림 속 장소를 구현할 수 있는 신기한 장소, 색종이, 종이박스, 색비닐, 반짝이 등 어릴 때 주로 가지고 노는 소품으로 이루어진 장소 등 상상력을 증진하기 위한 교육이 이루어질 장소들을 둘러본다.



원심력, 중력, 차원 등 여러 자연법칙을 체험할 수 있는 장소, 법칙을 약간 왜곡하였을 때 어떤 나비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듯한 법칙이 왜곡된 독특한 장소 등 이론을 배우기 위한 장소들을 둘러본다.



나와 세상의 구분을 없애는 장소, 상식에 대한 재해석으로 가득 찬 장소, 자각몽을 꾸게 하는 장소 등 정신에 대한 교육을 위한 장소들을 둘러본다.



직접적인 체험을 통한 수업이 주를 이루는 모양인지 다양한 경험을 안겨주는 여러 장소가 마련되어 있다. 마법은 구체적인 상상이 중요하다 보니 이런 직접적인 체험을 중요시하는 모양이다.



그때 우리처럼 학교를 구경하고 있는 아이를 발견했다. 빛을 연상시키는 노란색 머리카락, 환상을 품은 듯한 깊은 오색의 눈동자. 저 눈동자는 정신계열, 그중에서도 환각 마법사에게만 나타나는 마력변질이다.


환각마법은 정신세계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아주 난이도가 높아서 희귀한 타입이라 들었다. 세상에 벗어난 상상을 자주 해야 하는 마법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신세계가 기존 세상에서 벗어날 필요는 없다. 세상을 벗어난 상상을 구현하는 것이 아닌 그저 정신 조작으로 그 상상을 보여줄 뿐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그런 마법은 옛적에 사장되어 나밖에 쓰지 않는다.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정신계열이니 나중에는 마법으로 스스로의 정신을 조작해 정신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쉬워지겠지만 저 아이에겐 아직 먼 이야기이다. 아마 옆에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할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나는 왠지 모르게 멍하니 그 아이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때 아이가 우리를 발견하고 다가와 말을 건다.


“혹시 여기 가는 길 알아?”


지도에서 아이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자세히 본다. 다행히 우리가 지나쳐 왔던 곳이라 쉽게 길을 알려줄 수 있었다. 아이가 고맙다고 말하고는 자기 갈 길을 간다.


“저 나이에 벌써 마력변질이라니 되게 빠르네.”


비아나도 아이의 외형에서 특징을 찾은 모양이다. 최근 학교에 간다고 들떠서 상식 공부를 열심히 하더니 아는 게 많아졌다.


“그런데 너 너무 뚫어져라 쳐다보던데...그 애한테 관심 있어?”


비아나가 갑자기 나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아니 그냥, 그, 어... 시선을 끄는 분위기가 있잖아.”


“흐응.”


조금 무섭다. 나 친구 사귈 수 있을까?




우리는 얼추 시간이 된 것 같아 그림자씨에게 갔다. 그림자씨에게 그 아이에 대해 말하자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아마 내가 그 아이를 관리하게 될 것 같구나.”


“왜죠? 학교에 정신계열 마법사가 적나요?”


“그런 것도 있단다. 하지만 정신계열 마법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환각마법에도 어느 정도 조예가 있어야지 정신을 안정화시킬 수 있지. 그리고 그런 사람이 지금 학교에 나밖에 없거든.”


비아나가 뾰루퉁한 표정을 짓는다.

“난 걔 별로던데.”


그림자씨가 눈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우리 비아나가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네? 사교성에 문제가 있는 건 한 명으로 충분한데 말이지.”


“그런 거 아니야!”


“그러니? 그럼 친하게 지내보렴.”


비아나가 뾰루퉁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싫어.”


“환각마법사는 대부분 자신만의 이상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란다. 너하고 잘 맞을지도 몰라.”


그림자씨가 폰으로 문자를 확인하더니 우리에게 말한다.

“자, 집합할 시간이란다. 이동하자꾸나.”


그러고는 그림자씨는 우리의 손을 잡고 텔레포트 했다.




모인 장소는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녹색의 마을이다. 아직 녹색의 생기를 품고 있는 식물로 된 의자와 여러 조형물들, 동글동글한 집들이 곳곳에 있다. 마음을 편안하게 하면서도 동심을 자극하는 부분이 있는 풍경이다. 나와 비아나는 녹색의 의자에 앉아 일정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여기도 교장 선생님 훈화 말씀 같은 게 있으려나?”


“설마, 그런 구시대적인 관습이 아직도 있겠어? 아...”


비아나가 갑자기 말을 흐린다. 비아나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니 투명한 머리카락과 그 안에 파스텔톤의 귀여운 형체들이 둥둥 떠다니는 특이한 외형의 사람이 보인다. 우리처럼 의자에 앉아 졸고 있어서 같은 신입생인 줄 알았으나 무언가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다.



나처럼 몸 전체가 마력에 변질되어 나이를 먹지 않은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나야 ‘구슬’을 가지고 있기에 무사하지만 일반적인 인간은 그정도로 마력에 몸이 변질되면 몸이 붕괴하기 시작한다. 애초에 마력은 세상을 밀어내는 성질을 가졌다. 세상의 일부인 인간의 신체가 그를 버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적당히 변질된다면 신체를 강화하고 고유한 능력을 부여하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오히려 독이 된다. 그리고 마법이 존재하는 이 세계에서 나이를 먹지 않을 방법은 마력변질을 제외하고도 꽤 많다.


“나 말고도 저렇게 외형이 다른 사람이 있구나. 나 의외로 그렇게 튀지 않을 수도 있겠는데?”


“글쎄, 쟤하고 너밖에 없을걸?”


우리가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는 사이 입학생이 모두 모였다. 간단한 학교에 대한 소개와 앞으로의 수업방식 등을 설명한 후 학생들의 정신세계와 마법에 맞는 지도교사를 배정해 주었다.


그림자씨의 예상대로 환각 마법을 쓰는 아이가 그림자씨에게 배정됐다. 그 아이 하고도 두 명이 더 그림자씨에게 배정되었는데 그중 아까 보았던 머리카락이 투명인 아이도 있었다.


“이상으로 오리엔테이션을 마칩니다. 내일부터 정상 수업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모두 오늘 설명을 잘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략 단체 수업이 오전, 그리고 학생에게 맞는 지도교사와의 개별반 수업이 오후에 이루어질 예정이다. 같은 반이 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기회가 많을 것이다. 우리는 오리엔테이션이 끝난 후 집으로 텔레포트 했다. 그림자씨는 저녁 쯤에 퇴근해서 우리와 요즘 무슨 일이 있는지 공유했다.


“최근 신성이라는 힘을 다루는 존재들이 나타났다는 모양이란다. 그 힘은 이 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체계의 현상을 일으킨다고 하더구나.”


비아나가 흥미를 가지고 말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능력하고 비슷하네. 우리도 이 세상의 법칙에 벗어난 현상을 일으킬 수 있잖아.”


“맞아, 하지만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단다. 우리처럼 마음대로 현상을 일으킬 수는 없고, 그 힘도 어떤 법칙이나 체계를 따르는 듯 하더구나. 마치 우리와는 전혀 다른 법칙의 지배를 받는 이세계의 힘을 똑 때온 것처럼. 그들은 그 힘을 이 세계와는 다른 신이 지배하는 세계의 힘, 신성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더군.”


“다른 ‘신의’ 세계? 우리 세계도 신이 지배하는 세계라는 거야?”


“거기까지는 나도 아는 바가 없어서 확답해줄 수 없겠구나. 그리고 신성이라는 힘의 가장 큰 특징은 마법과 극상성이라는 점이란다.”


그 전지전능한 마법과 극상성이라고? 마법을 어떤 식으로 파훼할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어떤 원리로요?”


“새로운 체계의 현상으로 기존의 체계의 현상을 와해시키고 무시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고 하더구나. 예를들어 마력이 현상으로 바뀌는 과정을 캔슬하거나 현실의 법칙을 따르는 현상들을 무시하는 방식으로 마법에 대응할 수 있겠구나.”


“후자는 저에게는 해당이 안 되지만 전자는 좀 위험하겠네요. 마력이 현상이 되는 과정을 와해시킨다니.”


“맞아. 그러니 조심하도록 하렴. 아직 너에게 위협이 될만한 수준의 존재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워낙 변수가 많은 힘을 다루는 이들이니.”


마력이라는 힘이 등장한 마당에 또 새로운 힘이 등장한다 해도 이상할 건 없어 보인다. 다만 기존의 마법사들이 힘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대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조사를 해봐야 할 것 같다.



그나저나 그림자씨는 저 많은 정보를 어떻게 얻은 걸까. 아무리 능력이 좋다고 해도 장악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혹시 시간 축을 움직여 시간여행이라도 하신 걸까. 무한차원의 존재이니 시간차원을 조정하지 못하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물어보면 답을 해주시긴 하겠지만 분명 아직 말하지 않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직접 말할 때까지 기다려주자.

그림자씨와 비아나와 굿나잇 인사를 한 후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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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신은 어째서 외로운가 24.09.05 12 0 12쪽
7 시작 24.09.04 14 0 14쪽
6 비눗방울은 결국 터진다 24.09.03 12 0 13쪽
5 비눗방울은 결국 터진다 24.09.02 11 0 11쪽
4 비눗방울은 결국 터진다 24.09.01 14 0 10쪽
3 비눗방울은 결국 터진다 24.08.31 16 0 11쪽
2 비눗방울은 결국 터진다 24.08.30 34 0 10쪽
1 평범한 누군가 24.08.30 5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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