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수놓는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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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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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0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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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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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DUMMY

“눈치챘겠지? 저 아이는 인간 중에 우리와 제일 유사하다고 할 수 있어. 저 아이는 존재 자체가 마력으로 이루어져 있단다.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신체나 사람 같은 형체, 몸의 움직임은 모두 마력에 의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지.


즉, 본체는 마력덩어리 이고 지금 눈에 보이는 신체는 그 마력 덩어리의 마법인 셈이지.”


세상을 거스르는 마력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다면 정말 우리와 유사한 특성을 가질 수 있다. 마력은 세상을 밀어내고 법칙을 무시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처럼 법칙의 제약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네요.”


“그래서 내가 이 아이를 맡게 된 거란다.”


그러면 그림자씨의 법칙을 무시하는 능력이 알려졌다는 건가? 나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그 말은 그림자씨의 능력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져 있다는 건가요?”


그림자씨가 알 수 없는 미소로 대답한다.


“믿을만한 사람들에게만?”


말을 말자. 나는 다시 주제로 돌아와 궁금한 점을 물어본다.


“그런데 어떻게 마력덩어리가 생명을 가질 수 있는 건가요?”


“그건 잘 모르겠어. 다만 그 아이에게도 의식과 자아가 있다는 것은 확실하지. 그리고...”


아이가 마법을 시전하자 선이 하나 나타난다. 선 주변의 공간이 일차원으로 변한다. 그 후 기존의 선에 수직으로 선을 추가하자 주변의 공간이 이차원으로 변했다. 선을 추가할수록 주변 공간의 차원이 증가한다. 아이는 선이 다섯 개쯤이 되었을 때 선을 추가하는 것을 멈췄다.


그러고는 선을 찌그러트린다. 선을 관념을 대체하기도 한다. 그러자 말도 안 되는 이변이 일어난다.


선에 따라 변화하던 주변의 공간이 이번에는 찌그러진 선과 바뀐 관념에 따라 알 수 없는 공간으로 변이된다.


선과 같은 상징물을 통해 주변의 공간을 조절하는 마법. 이를 통해 차원의 수를 조절하고 심지어는 비현실의 공간을 만들어내기까지 하는 기이한 마법이다.


공간이라는 이 세상의 무대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노는 마법이라는 점에서 그림자씨와 비슷하다. 하지만 공간을 단순히 차원의 수에 국한시켜 변화시키지 않는다는 점이 확연히 다르다.


물론 그림자씨는 그 차원의 수가 무한이라 스케일 자체가 다르기는 하다. 그렇다고 해도 공간을 다루는데 있어 그림자씨와 차별점이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딱 내가 맡기 적합한 마법을 가지고 있지. 공간을 다루는 학생이 얼마나 많은데 공간계열 마법사인 나한테 배정된 건 왜 얘 한 명뿐인 걸까.”


그림자씨가 푸념을 늘어놓는다. 아니 숨겨야 하는 능력까지 밝히면서 특이한 애들을 모아놓고 무슨 소린지.


“그림자씨가 다루기 힘든 학생들을 다 맡기로 해서 그런 거잖아요. 자업자득이에요.”


나는 아이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런 특이한 애들하고 지내다니 처음부터 난이도가 너무 높지 않나요?”


“그래? 오히려 너한테는 이런 애들이 더 잘맞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너도 한 이상함 하잖니.”


“...그런 얘기가 아니잖아요. 저라도 상식이 통하는 애들이 상대하기 쉬워요. 하던 대로 상대하면 되니까요.”


“그런 애들하고만 지내면 너는 그저 정해진 매뉴얼 대로만 사람을 상대했을 거란다. 그럼 인간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고 수박 겉핥기 식으로만 이해했겠지.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말이다.”


음, 정확한 분석이다. 어떻게 나에 대해 이렇게나 잘 알고 있는 걸까. 진짜 닥스처럼 여러 시간선을 엿보기라도 하나? 그러고 보니 이 영화도 나온지 100년이 넘었다. 이런 옛날 영화를 언급하면 주변에서 의아해 하겠지. 세월 참 빠르네.


내가 쓸데없는 생각에 빠져있을 때 비아나는 이미 아이들과 친해져서는 함께 각자의 마법을 조화시켜 놀이를 하고 있었다. 저렇게 노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 애들도 마법을 제외하면 평범한 아이이기는 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후 우리는 통성명을 하고 가볍게 대화를 나눴다. 투명 머리카락의 아이는 이서하, 마력으로 된 아이는 앨리스이다. 앞으로 6년 동안 함께 지낼 친구들이다.


종전 된지도 얼마 지나지 않은 대다 이제는 신성까지 활개치는 이 세상에서 큰 사고 없이 자라주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각자의 마법 시연이 끝난 후 첫 수업은 그렇게 간단히 막을 내렸다. 하교하기 전 서로의 집을 물어보니 이서하와 방향이 겹쳤다. 주변도 둘러보고 서하와도 이야기 할 겸 텔레포트하지 않고 걸어서 집으로 가기로 했다.


돌아가며 이야기를 나누는 데 아무래도 나와 서하는 조용한 성격이다 보니 비아나가 말하면 우리가 맞장구치거나 가볍게 반문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레 오늘 보였던 각자의 마법으로 주제가 흘러갔다.


“그런데 비아나는 전신이 완전 새하얗네. 예쁘다. 마법도 그거랑 관련 있어?”


“글쎄? 사실은 말야.”


비아나가 뒤꿈치를 들어 서하의 귓가에 속삭인다. 서하가 침을 꿀꺽 삼킨다.


“내 몸에서는 하얀 이불을 뒤집어쓴 유령들이 튀어나오거든. 이 아이들은 밤이 되면 나를 봤던 사람에게 다가가 같은 유령으로 만들지.”


“에이 안 믿어.”


그렇게 말하는 서하의 목소리는 조금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을 유령으로 만드는 방법은 말이지...”


“그만!”


서하가 비아나의 입을 막고 급하게 화제를 전환한다.


“아무튼, 너희 마법은 뭐야? 오늘 너희 마법만 못봤잖아.”


솔직히 말해도 되려나? 뭐, 엘리스 마법도 같이 보기는 했으니까.


“음, 엘리스하고 비슷한 느낌이야.”


“마법의 금기를 깰 수 있는 능력 말하는 거지? 그건 이미 그림자씨한테 들었어.”


뭐야, 이미 그림자씨가 말한 거였어? 게다가 법칙을 거스르는 것은 이미 마법에서 금기로 불릴 정도로 유명한 모양이다. 그것도 안 좋은 의미로.


하긴, 마법사는 항상 정신의 안정성과 독창성 사이의 밸런스를 맞추어야 하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특히 초심자가 독창성을 추구하다 실수하기 쉬운 포인트이기에 더 잘 알려졌을 것이다.


그럼 솔직히 말해도 이해하는 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이미 그림자씨가 비밀은 밝힌 모양이니 그 부분도 신경쓸 필요 없고 말이다.


“내 마법은 자각몽이야. 자각몽에서 비현실의 세상을 창조하고 그 꿈세계를 마법으로 구현하는 거지.그리고 나의 생각이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것이 꿈세계의 특징이야.”


“오, 나도 자각몽 꿔본 적 있어서 알아. 그걸 현실에 구현할 수 있다면 정말 재미있겠다. 비아나는?”


“나는 존재를 공명시키는 힘이 있어. 공명시킨 대상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도 있고, 대상이 더 잘 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도울 수도 있지. 음, 좀 더 비현실적인 예를 들자면...”


바아나가 나의 구슬을 울린다. 그러자 전처럼 주변의 사물들이 ‘나’가 가진 특성으로 물든다. ‘나’와 ‘나가 아닌 것’ 사이의 완전한 구분이 세상으로 퍼져나간다.



주변의 사물들, 존재들이 서로 완전히 구분된다. 연속적인 세상이 불연속적으로 변한다.


“이렇게 말야, ‘나’같은 대상의 추상적인 속성을 공명시켜 그것이 세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할 수도 있어. ‘나’를 종처럼 울려퍼지게 하는 거지.”


비아나가 자신의 마법을 보여준다. 시하가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마법으로 바뀐 주변을 구경한다. 근데 이건 마법이 아니지 않나?



이어서 비아나가 말을 잇는다. 그것도 어딘가 자신이 없어 보이는 목소리로 말이다.


“그리고 이 햐얀 몸은 사실...”


비아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서하에게 손을 뻗는다. 비아나의 손이 서하에게 닿는다. 불가해한 공백이 서하에게 알 수 없는 영향을 끼친다.


“너가 전혀 모르는 것.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

완전히 새로운 것.


말하자면 유령 같은 미지의 것이라고 할 수 있지. 물론 유령처럼 현실의 개념을 조합한 산물은 아니지만.”


그리고 그 알 수 없는 영향에서는 선의가 느껴진다. 덕분에 미지에 대한 서하의 반응은 공포가 아닌 신비로움이다. 서하의 눈이 흥미와 신기함으로 반짝인다.


그러나 비아나는 서하가 유령을 무서워하는 것처럼 자신도 무서워 할까봐 걱정되는 모양인지 풀이 조금 죽어있다.


“우와, 세상에... 이 세상에 없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니 처음 봐! 완전 신기해!”


서하가 평소 조용한 성격과 대비되는 격양된 목소리로 말한다. 비아나가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더니 이내 안심한 듯 마주 웃는다.


“그럼, 내가 좀 대단하긴 하지.”


우쭐해하는 비아나를 뒤로하고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느새 우리는 한적한 골목에 접어들었다. 음... 음? 왜 갑자기 골목이 나왔지?


우리는 꽤 번화한 주택가에서 사는데. 게다가 내가 눈치채지 못했다고?



나는 서하와 떠들고 있는 비아나를 불러 세우고 말했다.


“비아나, 주위를 봐.”


“어! 여기가 어디지?”


나는 비아나의 손을 잡아 빠르게 생각을 공유했다.


‘우리의 인지를 비틀 정도로 강력한 환각이야. 절대 마법은 아니지.’


‘그럼 이건, 설마.’


‘신성인 것 같아. 비아나, 환각을 깰 수 있겠어?’


비아나가 재빨리 주변을 공명시키더니 말한다.


“단순한 환각이 아니야. 현실과 환각의 벽이 무너져 있어. 신성으로 일으킨 비현실의 현상인 것 같아. 깰 수는 있겠는데...”


비아나가 서하를 바라본다.


“현실의 일부인 서하까지 휘말릴 수도 있어. 그리고 공백은 아직 정교하게 컨트롤하기 힘들고.”


나도 ‘완전히 새로운 것’을 다루는 것은 아직 익숙하지 않다. 신성에 극상성이라는 마법을 사용하기도 꺼려지고, 세상을 비트는 능력도 소모가 빨라서 아직 꺼낼 카드가 아니다.


“아, 맞아! 이런 방법이 있었지!”


내가 방법을 생각하고 있는 와중에 비아나가 반색하며 소리친다. 무언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모양이다.


“혹시 현실로 텔레포트 가능해?”


텔레포트라. 평범한 환각이라면 텔레포트로는 절대 빠져나가지 못한다. 하지만 여기는 공간이 존재하는 현실이기도 하다.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한 번 해볼게.”


나는 텔레포트를 위해 좌표를 계산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생각대로 상황이 풀리지는 않는다. 공간의 축이 제대로 인식되질 않는다. 간신히 좌표를 찍어보아도 금방 축이 엉켜 의미 없는 정보가 된다.


우리의 현실이 체계적이고 변하지 않는 규칙을 가진다면 여기는 규칙이 유동적인 공간인 모양이다. 마치 누군가의 난잡한 망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텔레포트가 안 돼. 여긴 ‘절대적인 위치’를 정의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닌 것 같아.”


“아쉽네. 그냥 중력으로 공간을 찢는 것도 안 돼?”


“응. 웜홀을 만들어도 현실과는 연결이 안 돼. 아무래도 여긴 현실과 완전히 유리되있는 모양이야.”


정리해보자. 이곳은 환각이기에 현실과 유리되어 있어 텔레포트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동시에 현실이기도 하기에 현실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환각과 현실의 특성이 모순처럼 동시에 존재한다.


게다가 절대적인 규칙이 없어 앞으로의 일을 예측하기도 어렵다. 한마디로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는 지식이 통하지 않는 상황이다. 우리의 행동이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올지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함부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은 절대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우선 상대를 탐색하는 게 합리적으로 보인다.


“우선 신성의 근원지를 추적해서 상황에 대한 단서를 얻자.”


“너무 걱정하지 마! 정 안 되면 내가 공백을 쓸게. 주변 피해가 어떨지는 장담 못하지만... 아무튼 너희 두 명 정도는 신경쓸 수 있어.”


“그럴 일은 없길 바라야겠네.”


와중에 서하는 이미 환각에 크게 당했는지 위화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너희 왜 그렇게 속닥거려?”


일단 여기가 환각이라는 사실은 숨겨야겠다. 환각에 잠식된 사람을 잘못 자극하면 정신에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우리 가보고 싶은 곳이 있어서 말이야. 잠깐 의논하고 있었어. 서하도 같이 가지 않을래?”


“그래. 딱히 할 것도 없고.”


좋아, 서하도 챙겼으니 움직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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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시작 24.09.04 13 0 14쪽
6 비눗방울은 결국 터진다 24.09.03 12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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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비눗방울은 결국 터진다 24.09.01 1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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