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커로 독일 제국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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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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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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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미치광이들의 시대 (4)

DUMMY

왜.

도대체 왜, 가장 발전되었다고 자신하던 유럽에서 가장 끔찍한 전쟁이 2번이나 일어났을까.


사실 가장 간단한 답은, '독일이 나빠서' 이다.

두 번 다 독일이 일으켰고, 실제로도 둘 다 제일 나쁜 놈이었으니까. 중립국을 침공하는 독 '일제' 국이라던가, '최종 해결책' 따위의 정신 나간 헛짓거리를 하던 히틀러라던가.


하지만 저건 학술적으로 따지자면... '한반도 사람들은 너무 착해서 다른 나라 침략을 한 적이 없어요!' 수준의 헛소리다.

저거 진짜 아니었냐고? 그러면 조선 4대 왕 이도는 시호가 왜 정복군주겠나. 세종은 원래 정복왕한테나 주던 시호란 말이다. 4군 6진에서 죽어나간 여진족들의 통곡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으윽, 무서워...!


하여간, 학술적으로 논의하자고.

그러면 보통 1차 세계 대전 시기의 답은 이거다.


[1차 세계 대전 직전의 유럽은 언제든 전쟁이 날 수 있는 상황이었고, 도화선이 사라예보 사건이었다!]


그래서 내가 1차 세계 대전은 필연이라고 했던 거다.

물론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한계가 있으니 못 막는다고 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내가 기적을 뿜어내는 초월자가 된다고 해도 막을 자신은 없거든.


사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유럽의 대전쟁은 비스마르크보다 훨씬 더 이전의, 나폴레옹 시기부터 사실 유럽이 박살나는 건 거의 정해져있다고.


왜 하필 그때냐면, 유럽에 민족주의라는 이념이 생긴 게 그때였거든.

애초에 오스트리아 제국이 오스트리아 - 헝가리가 된 건, 오스트리아 제국 내부의 독일인 만으로는 민족주의 뽕이 주입된 다른 민족들을 지배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제국 인구수의 20% 밖에 안 됐거든.


그래서 헝가리인과 타협을 했는데 - 대타협 얘기다 - , 그럼에도 고작 총 인구수의 40%.

딱 봐도 정상 국가는 아니잖는가. 하다못해 민족 개념이 희박한 미국도 백인 인구수가 50%는 넘긴다고.


그런 나라가 지금까지 살아있는 건 오로지 '합스부르크'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유럽 내에서 가장 오래된 황실이요, 로마의 황제 혈통 중에서는 - 유럽에서는 신성 로마 제국도 일단 로마로 쳐준다 - 가장 오래된 혈통이니까.


다르게 말하면, 합스부르크 뽕이 빠지는 순간 오스트리아 - 헝가리 제국은 붕괴한다는 얘기다. 붕괴를 가만히 둘 리가 없는 오스트리아는 전쟁을 선택할거고, 발칸의 슬라브 민족을 챙겨서 패권국으로 도약하고 싶을 러시아는 오스트리아에 선전포고 할거고, 독일은 유일한 게르만 민족인 오스트리아를 도울테고... 1차 세계 대전 요약본이 따로 없구만.


자, 그러면 1차 세계 대전은 그렇다고 치자.

그럼 2차 세계 대전은? 역사를 열심히 바꾸면 2차 세계 대전이 안 일어났을까?


어쩌면 안 일어날지도 모른다.

'베르사유 조약은 프랑스와 독일이 서로 짝짜꿍 해서 풀었고, 온 유럽은 유럽 연합을 만들어서 미국과 경제 협력을 했답니다' 같은 이상적인 세상을 가정할 수도 있겠지.


근데, 저 이상론에서 소련은 어디 있지?


냉전이 왜 일어났는가.

2차 세계 대전과 핵무기가 뇌리에 각인되어 있어서 일어난거다. 둘 중에 하나만 없었으면 세계 대전 리턴즈 찍었을 거라는 건 아마 모두가 동의할 걸?


근데 2차 세계 대전이 사라진 이상주의 유럽이라니?

공산주의를 받아들인 소련 입장에서는 부르주아들의 평화 무드에 열불이 터질 게 분명하고, 스탈린씨의 일국 사회주의도 결국 소련이 발전하고 나면 세계에 혁명을 수출해야 한다는 이론이기도 한데... 전쟁이 안 일어날까?


아니, 다른 건 다 제쳐두고 보자고.

애초에 그 시기에는 전쟁 나면 제일 이득 보는 게 소련일거다. 소련은 얼마나 죽든 밭에서 이반을 캐오겠지만, 유럽은 1차 세계 대전 후유증으로 별의 별 개판에 시달릴테니까.

게다가... 러시아의 무력 침탈은 역사와 전통이다. 전쟁을 안 하는 러시아란 양심강국 영국, 정상국가 일본 제국, 석유 혐오자 미합중국 만큼이나 웃긴 소리라고.


... 그래서 전쟁이 일어날 지, 안 일어날지는 사실 모른다.

애초에 나는 원 역사를 아는 사람이지 미래를 아는 사람이 아니라고. 차라리 내가 미국인이었다면 역사를 최대한 보존시켰겠지만, 유럽의 빌런이 되는 독일인인 걸 어떡해.


그러니 수많은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한다.

그래서 내가 이 악물고 다임러를 재벌화 시키려는 거기도 하고, 지금 같은 자리를 피하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게오르그 루거(Georg Luger)와 만나는 것 말이다.


"그래서 루거씨, 이게 그... 신총이라는 얘기죠?"

"예! 우선 자동 권총이라 반자동 사격도 가능하고...."


미치겠네. 루거 P - 08이 왜 벌써 등장해? 1908년에 만들어져서 P - 08인 거 아니었어?


"당장에 설계만 끝낸 프로토타입입니다만, 군납만 허가되면 양산은-"

"스읍, 글쎄요. 군인이 싫어할 요소는 다 들어가 있어서."

"... 예?"

"정비 까다롭고, 딱 보니까 먼지 끼면 작동 불능 되는 게 일상일텐데... 그걸 군에서 감수하고 도입할까요?"


딱 봐도 군에 납품할 물건은 아니잖는가.

다른 건 모르겠고, 저거 정비해야 하는 군인들은 아마 저걸 도입한 사람을 때려 죽이고 싶어할거다. 그리고 아마 그 도입한 사람은 나겠지. 으으, 무서워...!


물론 루거는 군납품이다.

다시 말하면, 그 정신 나간 정비 소요를 감안하더라도 군에 납품할 장점이 있다는 소리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정비 소요만 놓고 보면, 정밀도라는 장점으로 묻을 수 있습니다."

"그, 그렇습니까?"

"예. 근데 탄환이... 솔직히 위력이 부족한 탄을 어느 군인이 좋아하겠습니까."

"... 그렇지요...."


루거는 숫제 나라가 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긴, 그럴만도 하지. 내가 말한 것 중에서 단 하나도 틀린 말이 없었으니까. 아직 9mm 파라벨룸 탄도 아니어서 위력이 부족하기도 하고.


"그러니까 우리, 탄환만 어떻게 바꿔봅시다."


그러면 위력만 어떻게 하면 된다.

내가 기억하는 루거는 9mm 파라벨룸 탄을 쓴다고. 이딴 근본 없는 7.5mm가 아니라!


"아, 그리고 이 총은 제가 지금 당장 구매하겠습니다. 얼마입니까?"


그래도 루거 프로토타입은 못 참지.

우리 솔직해지자. 이걸 어떻게 안 사. 이 상황에서 이거 안 살 사람만 나에게 돌을 던져라.


"가, 가져가셔도-"

"하하, 제가 양아치 새끼도 아니고 이걸 어떻게 공짜로 받습니까."

"다른 군인들은 그냥 가져가시던데...!"


그렇게 말하며 루거는 나에게 감동받았다는 눈빛을 쏘아보냈다.


... 역시 독 '일제' 국이 따로 없다니까.



***



루거와의 이야기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는 새해를 맞았다.


"1800년대의 마지막 해라. 올해는 어떤 새로운 기술들이 우리를 반겨줄까?"

"올해에도 독일 제국과 황제 폐하에게 영광 있으라!"

"이런 호황기에 아직도 주식을 안 해? 돈을 삽으로 퍼서 주고 있잖아!"

"역시 우리 전함이야! 건조된 것 만으로도 가슴이 뛰는구만!"


흠, 하는 말들이 죄다 21세기랑 판박이인 것 같은데. 기분탓인가?


하여간, 나는 뭐... 올해도 별 일 없었다.

애초에 군인한테 최고 좋은 건 별 일 없는거잖나. 그런 면에서 보면, 나는 충분히 군 생활을 잘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겠지.


아, 다임러 쪽은 진짜 큰 일이 있긴 했다.

올해 벤츠가 공개 주식 회사로 전환되었는데, 이미 업계 최고 지위를 달리던 다임러가 그냥 돈으로 인수 합병을 해버렸다. 실탄 부족하다고 나한테 와서 하소연 하길래 내 남은 현금까지 탈탈 턴 건 덤이다.


그래도 벤츠잖나.

아직 BMW나 아우디 같은 자동차 기업은 있지도 않고, 독일의 자동차 산업 구조에서 다임러 다음으로 규모 있는 곳은 벤츠니까.


아, 카를 벤츠(Carl Benz) 씨가 많이 화내긴 했다.

이럴거면 엔진 점화 방식 - 정확히 뭔지는 모른다. 나는 공돌이가 아니니까 - 특허 침해 소송을 왜 걸었냐고 노발대발 하던데... 본인이 특허 위반한 걸 왜 우리 보고 따지는건지 모르겠다니까. 하여간 자본가들이란.


어쨌든, 그래서 카를 벤츠는 아예 일을 그만두고 낙향해버렸다.

덕분에 우리는 벤츠를 소품종 대량생산용 브랜드로 써먹을 수 있었고. 실제로도 다임러보다 기술력이 떨어졌던 건 사실이니까 브랜드 이미지를 깎아먹지도 않았다. 잘 됐구만, 잘 됐어.


군인이 이딴 소리나 하고 있는 걸 보면 알겠지만, 진짜 아무 일도 없었다.

아, 굳이 따지자면 중위 아저씨가 나한테 뭔 이상한 말 한 마리를 맡긴 일이 있긴 하지.


'좋은 백마라니까?'

'일단 회색 말인데다, 덩치도 비리비리한 게 딱 봐도 좋은 말은 아닌데요.'

'어허! 달려봐야 아는거지! 말 타는 법을 까먹은 게 아니라면, 일단 타보고 말해!'


... 좋긴 하더라. 말이 지치는 걸 본 적이 없다.

역시 나도 말을 좋아하긴 하는걸까. 좋은 말을 보니까 소유욕이 솟구치고 말의 심장박동을 들으면서 사실 엔진 따위는 필요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흠흠, 당연히 21세기의 미래가 어떤 것인지 아는 사람인 나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암암, 그렇고 말고. 내가 말박이라니, 말도 안 돼!


아무튼, 이렇게 무난무난하게 1899년이 지나가나 했는데....


[영국, 트란스발 공화국에게 '자국민과 영국인을 동등하게 대하라' 전보 발송?]

[트란스발 공화국, 영국 식민지 군대 철수 최후통첩! 보어인들의 전쟁이 다시 한 번?]

[트란스발 공화국의 공세는 크루프의 강철 대포로! 독일 제국의 우월성!]


2차 보어 전쟁이 발발했다.


이 유명한 전쟁의 발발 년도를 왜 몰랐는지 변명을 좀 하자면 이렇다.

일단 나는 독일 근현대사를 공부한거지 서양사를 공부한 게 아니고, 애초에 시험 보는 게 아니고서야 년도까지 달달 외우는 미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아니, 그리고. 솔직히 시험 보고 나면 다 까먹잖아. 한국사가 필수 과목이 된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고려 개국 년도 말해보라고 하면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다고.


어쨌든, 군에 복무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전쟁 이야기는 세상 재밌을 수 밖에 없다.


"영국이 밀리고 있다는구나."


그래. 힌덴부르크가 굳이 내 관사까지 와서 이러는 것도 그런 이유다.


"영국이 지고 있다고요?"

"그래. 전열 보병들이 민병대 기병들에게 유린당하고 있다는데."


세상에, 이딴 게 유럽 열강들의 식민지 군대냐. 무슨 미국 독립 전쟁 시기도 아니고.


"그나저나 그런 소식은 누가 전해주는 겁니까?"

"거기에 종군기자이자 장교 신분으로 참전한 한 사람이 있는데, 덕분에 영국군의 실상이 낱낱이 파해쳐지고 있기도 하고."


... 잠깐만, 그 사람 이름을 알 것 같은데.


"혹시 그 사람 이름이-"

"윈스턴. 영국의 공작가인 처칠 가문의 윈스턴."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이 저 전쟁에 종군기자 노릇을 한 걸로 유명하다.


... 그 양반, 보어 전쟁 시기에 포로로 잡힐 뻔 하지 않았나?



***



"저 영국군 장교인데, 보어인 부대에 잡혔다가 도망쳤습니다. 어차피 실례도 아닐텐데 밥이랑 물 좀 주십쇼."

"... 들어오쇼. 마을에 영국인은 나 혼자 뿐이니 말 조심 하고."


윈스턴 처칠, 역사에 길이 남을 강운으로 포로 신세를 벗어나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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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5

  • 작성자
    Lv.57 에베베벱
    작성일
    24.09.12 18:52
    No. 1

    승급 축하드려요 선호작도 댓글도 제일 처음으로 달았었는 데 벌써 이리되다니 뭔가 감개무량하네요ㅎㅎ

    찬성: 5 | 반대: 0

  • 작성자
    Lv.38 bo****
    작성일
    24.09.12 19:14
    No. 2

    주인공이 너무 뭔가 생각이 짧고 단순해보이는것 같은데 1차대전과 2차대전원인 생각하면 절대 저렇게 독일을 무조건 나쁜놈 취급 못함

    그리고 1차대전이전 독일이 일본 마냥 유사국가이고 빌헬름2세가 고종급의 암군이면 세계대전 직전 육군1위 해군2위 종합국력 3위가 될수 없죠

    게다가 1차대전까지 한참남았는데 이미 망한 것마냥 부정적인것도 뭔가 주인공이 모자라고 한심해 보인달까

    찬성: 10 | 반대: 3

  • 작성자
    Lv.25 독자는
    작성일
    24.09.13 13:12
    No. 3

    일단 주인공이 배운 역사는 1차대전 독일제국이 나쁘다는 전제하에 만들어진 서양 역사(미국 영국 합류량 60%)이니 저는 현 주인공의 생각이 이해됨니다.

    찬성: 1 | 반대: 1

  • 작성자
    Lv.60 복황상제
    작성일
    24.09.13 13:40
    No. 4
  • 작성자
    Personacon 양마루
    작성일
    24.09.17 21:46
    No.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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