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커로 독일 제국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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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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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중국 원정기 (4)

DUMMY

당연한 얘기를 또 해야겠지?

청나라는 병신이었고, 우리는 거의 하이패스를 찍은 수준으로 베이징에 입성했다.


그리고 베이징 입성 직전.


"원수님, 말이 준비 됐습니다."

"음, 그렇군."


말에 올라탄 발더제 원수는 나에게 말했다.


"앞에 서게, 자이틀리츠 소위."

"... 예? 원수님이 서셔야-"

"잔 말 말고 서. 내가 슐리펜 백작이랑 협의한 사안이니까."


... 이게 무슨 소리람?


"그 할배가 또 안 가르쳐준 모양이군. 에잉, 사람을 쓸 줄 모르는 사람이라니까."

"... 정말 죄송하지만,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습니다."

"무슨 상황이긴, 슐리펜 백작이 자네를 전쟁 영웅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는 의미지."


하, 젠장! 또 슐리펜 백작이야! 나는 숭배해야만 해!

지금부터 슐리펜 백작과 나는 한 몸이 된다. 슐리펜 백작을 공격하는 사람은 나를 공격하는 사람으로 간주한다!


"다른 사람한테 본인 계획 좀 알려달라고 그렇게 사정을 했는데, 아직도 안 고쳐졌구만."


어... 음....

슐리펜 백작과 나는 다른 사람이니까, 내가 화를 낼 이유가 없지 않을까...?

암암, 절대 내가 눈 앞에 있는 살아있는 권력에 굴복했다거나 저 말 채찍을 나에게 휘둘러서 프로이센 전열보병부터 내려온 역사와 전통의 채찍질을 보여줄 것 같다거나-


"아무튼, 빨리 앞에 서게. 자네를 맘대로 부려먹는 대가로 전쟁 영웅으로 만들어주기로 한 거란 말일세."

"... 그러면 제가 작계를 담당한 것도-"

"애초에 원정군 구조 자체가 기이한 것도 다 자네를 밀어주려고 한 걸세. 이 원정군 하나를 통채로 자네를 위한 제물로 쓰겠다고 하더군."

"켈룩!"

"물론 내 마음에 안 들었으면 돌아가라고 했을테지만."


... 아, 맞다. 이 양반도 슐리펜 백작한테 엿먹일 정도는 되는 사람이구나.

자꾸 내 성격 가지고 놀리고, 일이 뭐 이렇게 많이 생기냐고 구박 먹여서 잘 못 느끼고 있었는데.

생각할수록 열받네. 내가 못해서 일이 생긴 게 아니라 병신 같은 하급 부대 찐빠 때문에 일이 생긴건데 왜 내 잘못이라고-


"아, 하나 궁금한 게 있네."

"말씀하시죠."

"자네는 어떻게 슐리펜하고 친한겐가? 아무리 봐도 내 쪽에 가까운데."

"저는, 절대 정치 군인이 아닙니다."

"뭔 헛소리를 하는겐가. 사진기사가 올 때 마다 포즈나 취하는 놈이 어떻게 정치 군인이 아니야?"


... 젠장, 반박할 수가 없다. 적어도 이 시대 사람들에게는.


"그 꼬장꼬장한 노병이 자네의 뭘 보고 반했는지는 정말 모르겠군. 자네는 전혀 프로이센 군인 같이 행동하고 있지 않은데."

"하하, 전부 제가 잘나서 아니겠습니까."

"자네, 혹시 중국산 아편이라도 빨았나? 스핑크스에 아편까지 피우는 놈이 근위 기병대 장교라니, 세상이 망했군."


말이 너무 심하다! 따흑, 내 가슴이 도려내지는 기분이야!


"의미 없는 얘기는 여기까지만 하고, 빨리 앞에 서게나."

"옙."


어차피 판까지 완벽하게 깔린 거, 나는 궐련을 물었다.

'저는 귀족답지 않게 궐련 피우고, 시가나 파이프 같은 귀족적 취미는 아예 안 합니다' 라는 이미지 메이킹의 목적도 있지만, 이상할 정도로 바들바들 떨리는 내 몸에 대한 내 대처이기도 했다.


하, 그래. 내 심신 안정제, 질병에 대한 특효약이 여기 있잖아. 이제야 좀 진정이... 안 되네, 싯팔.


"진짜 미친 새끼가 따로 없군. 그 새를 못 참고 담배를 물어?"

"켈룩! 켈룩, 켈룩!"


아, 씨! 사레 들렸다!


"앞으로 전진이나 하게."

"... 진짜 제가 선두에 섭니까?"

"거, 자꾸 이러면 그냥 내가 선다?"

"한 마디만 하겠습니다."


나는 담배로도 진정되지 않는, 벅차오르는 마음을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오늘, 우리는 새 시대를 열었습니다."


독일 제국 정상화를 시작할 기반이 갖춰졌으니까.



***



"오늘, 우리는 새 시대를 열었습니다."


위르겐이 말한 이 문구는, 당연히 바로 뒤에서 사열중이던 독일 장교진에게도 들렸다.


"방금 저 놈이 뭐라고 했어?"

"우리가 새 시대를 열었다는데요?"

"... 뭔 소리야?"


당연하지만 위르겐의 속마음은 누구도 모르므로 - 그나마 슐리펜과 힌덴부르크 정도가 눈치 챈 정도다 - 저 문구에 대한 해석이 난무했다.


"베이징을 점령한 게 그렇게 큰 일이라고?"

"그냥 저 놈이 또 헛소리 한 거 아니야? 맨날 하는 짓이 헛소리잖아."

"오죽하면 스핑크스에 중국산 최고급 아편이 숨겨져 있다는 소문이 돌까."


그냥 헛소리로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런 사람들은 소수일 뿐이었다.


"저 천재가 스핑크스 따위나 피우는 허접한 취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재능은 진짜일텐데."

"레프 소위 말 못 들었어? 본인이 한 건 거의 없다고 했잖아! 바이에른의 떠오르는 별이 한 말을 안 믿어?"

"뭐야, 그 양반 바이에른 사람이었어? 그러면 자이틀리츠 소위에 대한 평가를 더 올려야 하지 않나?"


기본적으로 위르겐의 능력은 독일 장교진 모두에게 인정받는 상황이었다.

당장에 진군 중에 생겼던 수많은 일들을 죄다 혼자 처리한 게 위르겐 아니던가. 심지어는 해병대의 그 미친 놈들도 진정시켰으니 - 해병대 장교들이 예산 문제 때문에 강제로 진정 당한거지만, 원래 팩트는 중요하지 않다 - 능력을 부정할 사람은 없었다.


"근데 그런 놈이, 이 중요한 순간에 헛소리를 했다고?"

"에이, 아무리 실 없는 농담 따먹기나 하는 놈이라고 해도, 이런 중요한 때에 헛소리를 할 놈은 아니지."

"예, 맞습니다. 생도 시절에도 그랬거든요."


결국 결론은 이렇게 되었다.


'위르겐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저 말을 했다!'


하지만 어떤 의도를 가졌길래 저런 소리를 했는가?


"베이징이 함락되고, 우리가 선봉에 서는 게 새 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인가?"

"... 아닐 것 같은데. 독일이 세계의 정상에 서는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애초에 저 놈은 옛날부터 독일이 열강처럼 행동하는 것에 긍정적이었던 적이 없습니다. 같은 학교 출신이라 압니다."


그렇다면 결국 남은 결론은 딱 하나.


"... 학살 안 한 거?"

"... 확실히, 약탈이나 학살이 다른 전쟁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기는 했지."

"그걸 막은 것도 본인이고, 그로 인한 모든 부담을 혼자서 처리했으니 자부심도 있을테죠."


학살과 약탈 없는 전쟁을 만들었다는 자부심.


"하여간 이상한 놈이라니까."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물론 육군 장교진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애초에 돈도 있는 사람들이 왜 굳이 여기까지 와서 약탈이나 하겠는가. 그런 건 병사들이나 하는 일이고, 이번 원정군에는 전부 귀족 장교들과 하사관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해병대 측은 상황이 조금 달랐다.


"씨발, 애들 약탈이고 나발이고 다 하지 말라고 그래!"

"예? 하지만 그러면 불만이-"

"해군 예산 짤리면 우리 진급길도 같이 짤리는거야! 함장도 못 해보고 군복 벗을거냐고!"


총참모부가 해군 예산 증강에 반대하고 있다는 건 이미 해군 내에서도 유명했다.

아직까지는 빌헬름 2세와 티르피츠가 불만 수위를 잘 틀어막고 있지만, 그것도 임시 방편일 뿐.

당장에 올해만 해도 40대의 전함을 건조하자는 얘기가 나오니까 참모부가 파업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지 않았던가. 빌헬름 2세와 슐리펜, 힌덴부르크가 억지로 무마시킨 게 아니었다면, 해군 예산이 박살날 뻔 했다.


그리고, 그 총 파업을 막았던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위르겐이었다.

빌헬름 2세를 움직이게 한 건 슐리펜과 힌덴부르크였지만, 그 둘을 움직이게 한 건 위르겐이라는 이야기도 이미 널리 퍼져 있었으니까.


"저 미치광이가 그 빌어먹을 새 시대를 원하면, 우리도 따라야 한단 말이다!"

"부, 불만 제어를 할 방법이 필요합니다!"

"어차피 의무복무 기간만 지나면 집에 갈 놈들이야! 정 불만이면 자이틀리츠한테 가라고 하던가!"


해병대 장교는 신경질적으로 시가에 불을 붙였다.


'젠장, 저 미친 새끼는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거지?'


살다살다 해병대 병사들보다 더한 놈을 만날 줄은 몰랐다는 푸념과 함께, 시가는 타들어갔다.



***



... 왜 이렇게 귀가 간지러운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나는 '복수할 때조차 문명인의 양심을 지킨 진정한 참군인'이라는 프레임을 받아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거짓말은 하나도 없었으니 언론이 일을 잘 하고 있다고 봐야지. 세상에, 사실 나는 영웅이 될 재목이었을지도 모른다!


뭐, 어쨌거나 내 계획은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참 기분이 좋구만.

물론 독일군이 아예 약탈이나 학살을 안 한 건 계획에 없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이 사람들이 갑자기 21세기 감수성을 깨우쳤나?

어차피 베이징 내에서의 학살은 막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거 때문에 양심의 가책이 든다거나 심란해지는 것도 전부 대비해뒀는데, 이렇게 상황이 흘러가면... 아주 좋다! 사랑해요 해병대!


그리고 빌헬름 2세한테 편지가 왔는데... 나는 이사람을 진짜 모르겠다.


[귀관의 분전에 경의를 표하지만, 본래의 원정 목적과는 다른 목적을 추구한 귀관의 판단에 깊은 유감을 표함.]


역시 황화론의 선구자다운 쿠사리라고 해야할까.

사실 독일 입장에서는 황화론이 커지면 커질수록 유리하다. 동아시아가 중요한 전략적 지점으로 떠오르게 된다면, 러시아와 영국의 눈을 피해 힘을 기를 수 있으니까.


물론 빌헬름 2세가 이런 대국적 고려를 했는가 하면... 흠, 잘 모르겠다.

사실 이 양반이 능력이 없는 건 또 아니거든. 따지고 보면 아예 무능력한 군주는 손에 꼽는다. 하다못해 고종도 정보부와 정치 깡패 운용에는 기가막힌 재능을 지니고 있었고, 인조도 허리가 유연하다는 재능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가.


예시를 이따위로 들어서 오해할 만 하지만, 빌헬름 2세의 재능은 쓸모 있었다.

빌헬름 2세의 특출난 재능은, 본인이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전권까지 내주는 호구스러움에 있다. 말을 하다보니까 좀 이상하게 됐는데, 내치 기준으로는 스스로 부족한 부분이 뭔지를 알고, 본인이 신뢰하는 수상에게 전권을 위임해서 문제를 해결해낸다는 얘기다.

실제로도 비스마르크가 퇴임한 뒤의 수상들은 거의 다 내정에 일가견이 있었고, 수많은 사회 복지 법안들과 노조권, 일요일 휴식, 누진세까지 입안시킨다. 그러니까 독일 제국이 비상할 수 있었던거고.


다르게 말하자면, 저 전권 위임을 본인 마음에 안 들면 안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점점 보수주의적으로 변하는 빌헬름 2세의 정치관에 맞춰서, 슬슬 극우파 정치인들이 수상 자리에 앉는다는 얘기지.

물론 경제야 어떻게든 인공호흡이라도 해서 살려내겠지만, 독일 제국 시민들의 정치관이 점점 뒤틀리는 건 막을 수 없을거라고.


그래서 지금이다.

의화단 운동이 끝나고, 나는 전쟁 영웅으로 날아올라야만 했다.

그러지 않으면, 다음 기회는 아마 전후에나 찾아야 할테고... 전후에 1차 세계 대전의 패전과 대공황이라는 끔찍한 지옥을 만나버리면 극단주의 세력이 팽배해질테니까.


그러니 지금.


일부러 원정군에 지원한 것도.

이 비도독한 전쟁에서 도덕을 외쳤던 것도.

그 수많은 일들을 홀로 감내해가며 문명인의 양심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했던 것도.


전부, 독일 제국 정상화라는 목표를 위해서였다.


나는 드디어, 이제서야.


"... 플레이어 취급은 받을 수 있겠네."


이 포커 판의 플레이어가 되었다.


그러니, 다음 계획을 위해 다시금 달릴 때였다.


"일단은 운송 전문 주식 회사부터 시작할까."


동부 농경지에는 철도보다는 트럭이 더 필요할거거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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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4화. 슐리펜의 군사학 교실 +4 24.09.03 1,165 3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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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화. 사관학교 (1) +5 24.09.02 1,245 43 12쪽
2 1화. 힌덴부르크 라인 +3 24.09.02 1,357 4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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