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자는 회귀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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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력제로
작품등록일 :
2024.09.01 14:16
최근연재일 :
2024.09.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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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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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화. 에어리어 원 - B5.

DUMMY

종이가 귀해진 시대. 활자 찍힌 책은 더욱 가치 있었다.


“흐음?”


그 귀한 걸 고작 8살 아이가 쥐고 있었지만, 누구도 탐내지 않았다.


이유가 있다.


낡은 표지에 적힌 렌마 검술 제2권. 제목 때문이다.


마법이 주가 되며 검술 따위 과거의 유산이 된 지금. 책이란 귀중품이 배척받을 정도로 검술은 취급받지 못했다.


그러나 담월에게 검술은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나 마찬가지.


검술책을 소중히 했다.


렌마 검술 제2권.

1권은 없다.

지하층에 사는 잡일 노동자가 종이책을 접한 게 기적이다.


“흐음···.”

“나무는 위험해 종류도 많거든? 단풍나무, 은행나무, 별의별 잡것···.”


할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매일 듣던 거라 지루하고. 궁금하지도 않다.


지금 담월의 호기심을 끄는 것은

책, 렌마 검술 제2권이었다.


“흐으으음···.”


찌그러진 장난감 검을 만지며 책 표지를 한참 노려봤다.


궁금하다. 너무 궁금하다.

얼굴도 기억 안 나는 엄마 아빠보다 더.


“대체 이 사람은 누구지?”


제 이름을 달고 책을 낼 정도면 대단한 사람 아닐까?


“할미, 렌마가 누구야?”


질문하면 모든 답을 해주는 존재


할머니, 정혜진.


“렌마? 뭐 하는 놈이래?”


레일 위 쓰레기를 분류하며 답하는 그녀.


“엥?”


백과사전 같은 그녀가 모르는 게 있다니.

신선한 충격.

눈을 껌뻑이며 작게 중얼거렸다.


“대단한 사람이 아닌가···.”


할미가 모르니 그럴 만했다.


“흐음···.”


김이 빠진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인간이라면. 유명한 사람이나 인기 있는 주제를 좋아한다.


책 주인이 유명인이 아닌 걸 깨달은 지금.

껴안고 자던 책을 내팽개칠지도 몰랐다.


“내가 아저씨 유명하게 해줄게”


담월은 달랐다.

책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내가 대단해지면 아저씨도 유명해질 거야”


제가 렌마 검술로 유명한 헌터가 되면 자연스레 렌마도 유명해지겠지.


혜진은 담월의 혼잣말에 웃음을 흘렸다.


“우리 손자 유명한 사람 되려고?”

“응!”

“어떻게?”


깨진 유리병을 던지며 물었다.


“헌터가 될 거야”

“응? 헌터?”


쩅그랑···.


유리류라 적힌 쓰레기통 안에서 병이 요란스레 깨졌다.


“갑자기?”

“응! 내 꿈이야!”

“.. 꿈?”


혜진은 심히 당황했다.


‘지난 3년간 뭐가 되겠다고 말 한 적은 한 번도 없는데···.’


꿈을 자주 묻지 않았다.

저번에 한 번 물었던 게 전부.


그땐.


‘꿈이 무슨 뜻이냐고 물었지?’


단어의 뜻을 모르는 애한테 더는 묻지 않았다.


또한.


꿈이란 인풋이 있어야 생기는 법.


‘지하에 박혀 보고 듣는 거라곤.’


쓰레기를 옮기는 레일이 전부.


노동자들도 있지만. 노인과 불구가 된 족속뿐이었다.


한마디로 담월이 꿈꾸기엔 척박한 현실.


‘헌터.’


손자와 오순도순 사는 미래를 그렸는데.


혜진의 스케치북에 작은 균열이 생겼다.


“그때 사막에서 봤던 거.”

“사막..?”


혜진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기억을 하고 있을 줄이야.’


상상도 못 했다.

그 일은 담월이 5살 때 벌어졌다.


‘기억 못 할 거라 생각했는데···.’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할미도 봤지?”


눈을 반짝이며 일어서는 담월.


“멋있었어.”


장난감 검을 만지며 뇌리에 선명히 남은 기억을 떠올렸다.


혜진도 그때를 복기했다.


숨 막히는 사막의 후끈한 열기.


뜨거운 모래알을 헤치며 달려드는 나무.

겁에 질려 전신을 떨 때.


어디선가 튀어나온 남자.


그는 햇빛을 쨍하게 받은 은백색 검을 쥐고 있었다.


“용가리 그려진 검!”


담월은 세밀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이렇게 슉슉!”


번쩍이는 검으로 나무를 베어 넘기던 모습이. 얼마나 멋지던지.


잊을 수 없었다.


“이렇게! 아래에서 위로!”


남자가 선보인 검의 길과 궤도를 떠올리며 장난감 검을 휘둘렀다.


후웅!


어수룩해 보이지만 제법 자세가 갖춰있었다.


“나도 그 아저씨처럼 헌터 할 거야”


손주는 정확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붕! 부웅!


비록 장난감 검을 휘두르고 있지만. 손주의 굳은 뜻은 혜진에게 전해졌다.


‘진짜 되고 싶은 거구나.’


혜진은 작게 미소를 피웠다.


쉽게 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니다.


인간 나이 10살, 마나 반응 시험을 통과해야 했다.


인류 90%가 손쉽게 시험을 통과하지만, 헌터가 되는 이는 극소수.


헌터 학교에서 비전 또한 보여줘야 했다.


그만큼 어려운 직업.


“꿈을 가졌다?.”


손주가 벌써 이만큼이나 자랐나? 기특한 마음이 뻗쳐 오지만.


그녀의 입꼬리가 순식간에 굳었다.


‘하필 헌터라니···.’


그 직업에 대한 위험성을 잘 알고 있다.


28년 전 인류는 공격받았다.


외계인 침공 따위가 아닌 너무나도 친숙한 나무에게.


강력한 힘을 가진 자연을 군대 따위가 막아내긴 버거웠다.


총 칼도 먹히지 않으니 더더욱.

인류는 종말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무가 변모하며 대기의 흐름이 변했다.


그렇게 발견된 것이 ‘마나’

인류는 탐닉하고 연구했다.

마나로 나무를 죽일 수 있다는 걸 발견.


그로 인해 태어난 직업.


헌터.


인류의 종말을 연기시킬 전투원.


인류의 희망이었다.


허나 시간이 부족했다.


마나의 힘을 다듬고 기르기엔 나무가 너무나 강했다.


인류는 숨어서 힘을 기르기로 마음먹었다.


그때 계획된 것이 요새.

에어리어 원.

인류는 7억 명의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탑을 건설했다.


지상 26층, 지하 11층에 달하는 거대 요새이자 탑.


인류는 그곳에 숨어 헌터를 육성, 마나를 연구하고 있다.


헌터는 인간을 멸망에 가깝게 사냥한 나무와 대적하는 사람이었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직업.

혜진은 그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담월을 향해 웃어 줄 수 없다.


응원이라 받아들일까 봐···.


‘많은 것 중에 하필이면···.’


쯪···.


죽음을 가까이 두는 직업이라니.


장난감 검을 휘두르는 담월에게 무의식적으로 그만해! 소리칠뻔했다.


‘내가 그만 봐야겠네’


손주의 꿈을 짓밟는 할미가 되고 싶지 않다.

아무 말 없이 레일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때 정면에 있는 노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잡일을 하는 B5 구역에서 절뚝이라 불리는 여자.


절뚝이는 정확히 혜진이 아닌 담월을 보고 있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검을.


마치 아련한 추억을 상기하는 눈길.

기이한 감정이 들었다.

시선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꺼림칙한 눈’


‘위험한 년이다.’


경험 많은 혜진은 단정 지었다.


이곳 B5 구역은 사람 하나 죽었다고 경찰이 출동할 치안 높은 층이 아니다.


각자도생.

그 말이 퍽 잘 어울리는 곳.


날카로운 눈매로 가시 돋친 말을 뱉었다.


“씨부랄, 뭘 봐?”


혜진에게 시선을 맞추는 여자.


“....”


잠시 빤히 보더니 고개를 내리고 일에 집중했다.

혜진은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여차하면 저년과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


손주를 지키기 위해선 뭐든 할 자신 있다.


“늙은 할매라고 얕보지 마. 너보다 산전수전 더 많이 겪었어.”


“사람도 죽여 봤다고”


경고하듯 큰 소리로 말했다.

절뚝이는 못 들은 척 일에 집중했다.


다른 노동자들이 힐끔 쳐다봤지만, B5 구역에 등장한, 한 명의 남자 때문에 눈치껏 시선을 돌렸다.


혜진 또한 그를 알아보고 고개를 숙였지만 이미 눈에 띄고 난 뒤였다.


“개판! 놀자 판이구먼”


깡마른 체구의 남자가 혜진에게 다가왔다.


나시티에 양복바지를 입은 게 퍽 웃음 벨이지만 노동자들은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저놈과 엮여봤자 좋을 게 없었다.

저놈은 B5 구역을 담당하는 해쇼 조직 일원이자 쓰레기장 관리인.


얼리.


그는 혜진 앞에 멈춰 섰다.


“어이 할망구”

“...”


장난감 검을 휘두르다 언제 그랬냐는 듯 다소곳이 앉아 책을 보고 있는 담월을 슬쩍 봤다.


“하아···.”


한숨을 뱉으며 앞머리를 쓸어올리더니 표정이 순식간에 구겨졌다.


“내가 애새끼 데리고 오지 말랬지!”


제법 크게 소리쳤으나. 혜진은 꿈쩍하지 않았다.


“저거 데려오면? 내가 밥 챙겨줄 줄 알았어? 엉?”


혜진은 말없이 쓰레기를 정리했다. 한두 번 일어난 일이 아니기에 얼 리의 고함도 어느 정도 적응됐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내쇼 조직의 가훈.

노동자들에게도 강요하고 있다.


쾅!


신경질적으로 레일을 걷어찼다.


폭력은 처음, 담월은 살짝 놀랬다.


할미는 아닌 것 같지만.

쓰레기를 놓고 얼리를 봤다.

얼굴이 시뻘게진 것이 화가 잔뜩 돋은 모양.


“오늘은 절대 배식 없어 알겠어?”


“우리 귀하신 헌터님들 먹을 것도 부족하다잖아!”


빈말이 아니다.


에어리어 원. 나무를 피해 인류가 건설한 거대 요새이자 탑.


이곳은 자급자족할 수 있다. 물론 인구 7억 명일 때 이야기.


이곳엔 가장 중요한 원칙이 하나 있다.


- 인간이라면 무조건 수용한다.


정의로운 원칙이. 에어리어 원을 병들게 하고 있다.


7억 명은 한참 넘었다.

마지막 수용자 혜진과 담월 이후 찾아오는 인간은 없지만.

온다면 받을 것이다.


“애새끼 입하나 늘면 미래를 책임질 헌터님들 배가 굶주린다고!”


빽 소리 지르며 눈깔을 부릅뜰 때였다.


툭···.


끊임없이 흘러가는 레일 위 찌그러진 페트병 하나가 올라왔다.


“...뭐야?”


혜진 옆에 담월이 나타났다.


“할미 이거 떨어졌어.”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를 주워 올렸다.


“.. 이런 씨! 지금 일해봤자 내가···!”

“할미 이거 여기 있으면 안 돼”


쓰레기 더미에서 철 조각을 발견한 담월이 반납 수레에 실었다.


철은 귀하다. 쓰레기와 달리 따로 모아 반납한다.

내쇼 직원들의 용돈이기도 했다.


“여기 또 있네?”


잘도 철 조각을 찾아내는 담월.


얼리는 시뻘게진 얼굴로 이를 으득거렸다.


뭐라 한마디 하려다 절뚝이며 쓰레기장을 나섰다.


“못난 놈···.”

“인간말종 새끼.”


노동자들은 그가 떠난 것을 확인한 뒤 투덜거렸다.


혜진은 철 조각을 골라내는 담월의 손을 잡았다.


“갔어, 하지 말고 책 봐.”

“싫은데? 할미 봤어?, 방금 저 삼촌 절뚝이며 나갔어. 기계 잘못 때렸나 봐.”


큭큭 작게 미소 짓는 담월.


혜진은 말없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할미 손 더러워”

“안 드러워”

“쳇”


작게 투덜대곤 혜진의 일을 도왔다.


어린아이지만 알고 있다.

할미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대우를 받는지 말이다.


또한.


여기서 탈출할 방법도 알고 있다.


철 조각을 골라내며 말했다.


“할미, 나랑 꼭 위층으로 가자.”

“응? 무슨 말이야?”


혜진의 눈을 바라보는 담월.


굳은 다짐을 한 사내의 얼굴이었다.


“꼭 대단한 헌터가 돼서 할미 편하게 해줄게”


작고 아담한 사내였지만 뱉은 말에 담긴 강함은 절대 꺾이지 않을 남자의 다짐이었다.


“약속이야”

“...”


굳센 약속에도 혜진은 말없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절뚝이는 사이좋은 둘을 보며 생각했다.


‘저 꼬맹이’


‘렌마 검술 쉬운 게 아닌데.’


자세를 잡고 장난감 검을 휘두르던 모습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꽤...’


다른 누군가가 볼 땐 어린아이 재롱이라 하겠지만.


검을 볼 줄 아는 절뚝이는 달랐다.


‘길이 정확했어.’


어떻게 저 쪼끄만 놈이 따라 한 걸까?


‘렌마 검술 창시자로서 구미가 당기네’


공허했던 검사의 가슴에 호기심이란 것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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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화. 영웅의 탑 - 변 화 24.09.16 4 0 14쪽
15 15화. 영웅의 탑 - B1 24.09.14 8 0 12쪽
14 14화. 영웅의 탑 - B2 24.09.13 11 0 14쪽
13 13화. 영웅의 탑 - 녹지의 신성 (2) 24.09.12 8 0 14쪽
12 12화. 영웅의 탑 - 녹지의 신성 24.09.11 10 0 13쪽
11 11화. 영웅의 탑 0층 - 본관 24.09.10 10 0 11쪽
10 10화. 영웅의 탑 - 강당 (3) 24.09.09 8 0 12쪽
9 9화. 영웅의 탑 - 강당 (2) 24.09.08 8 0 15쪽
8 8화. 영웅의 탑 - 강당. 24.09.07 10 0 12쪽
7 7화. 영웅의 탑 - 0층 (3) 24.09.06 13 0 15쪽
6 6화. 영웅의 탑 - 0층 (2) 24.09.05 13 0 13쪽
5 5화. 영웅의 탑 - 0층 24.09.04 10 0 16쪽
4 4화. 에어리어 원 - B5 (4) 24.09.03 11 0 13쪽
3 3화. 에어리어 원 - B5 (3) 24.09.02 15 0 12쪽
2 2화. 에어리어 원 - B5 (2) 24.09.01 20 0 16쪽
» 1화. 에어리어 원 - B5. 24.09.01 3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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