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자는 회귀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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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력제로
작품등록일 :
2024.09.01 14:16
최근연재일 :
2024.09.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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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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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에어리어 원 - B5 (3)

DUMMY

“끄아아아악!!”


비명이 터지며 비극을 알렸다.


절단 부위를 움켜잡고 바닥을 나뒹구는 양아치.


담월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눈을 껌뻑거렸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바닥에 포박된 산전수전 다 겪은 혜진 또한 끔벅일 뿐이다.


“...무..뭐야?”


얼리는 얼빠진 표정으로 여자와 바닥을 뒹구는 손목을 봤다.


익숙한 년이다. 절뚝이라 불리는 반 병신 새끼다.


“네..네가 한 거야?”


말도 안 된다. 현실성이 없었다.


거리도 멀고 저딴 반병신이 사람 손목을 잘라?


더군다나 철근 따위로 베었다기엔 절단면이 상당히 깔끔하다.


마법이 아닌 이상 불가능한 상황.


“응? 마법?”


마법으로 공격했다고? 그럼 절뚝이가 헌터고?


그럼 말이 된다. 현실성 없는 상황이 이해된다고.


“아니야 아니겠지..”


아니긴 개뿔 상황이 전부 긍정인데 부정해 봤자 곤란하기만 하다.


쓱.. 쓰윽..


바닥을 끌며 절뚝이는 꼴이 사납기 그지없다.


얼리의 눈에는 마치 굶주린 야수처럼 보였다.


절뚝이며 침을 질질 흘리고 노란 안광을 터트리는..


“끄이익!”


뇌가 연신 도망치란 신호를 보냈다.


움찔!


‘모..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어깨에 귀신이라도 앉은 듯 묵직했다.


어렴풋이 이런 감각을 느낀 적 있다.


‘나무..’


친숙했던 나무가 악에 물들어 부모를 죽일 때. 느꼈던 감각.


죽음. 공포.


그것이 전신을 좀먹었다.


“끄아아악..”


침을 질질 흘리는 얼리.


“사..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절뚝이는 관심 없는 듯 그를 지나쳤다.


절뚝.. 절뚝..


바닥을 질질 끌며 다가간 곳은 혜진의 앞.


그녀는 포박 줄과 수갑을 간단히 풀어줬다.


“... 너.. 뭐야.”

“절뚝입니다.”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절뚝이?”


절대 그런 병신같은 이름을 쓸 여자가 아니었다.


헌터다.


스쳐봐도 뒤집어 봐도 헌터였다.


혜진에게 자유를 준 절뚝이는 담월에게 향했다.


얼굴에 묻은 피를 대충 닦아 주곤 어깨를 두드려 줬다.


“잘했다. 멋있었어”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그나저나 담월은 어린아이.


상당히 충격적인 장면을 봤으니 겁을 먹었..


“음?..”


담월의 눈은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마치 영웅을 본 눈.


절뚝이는 그 부담스러운 시선에서 고개를 돌려 얼리를 봤다.


이미 전의를 상실하고 오줌 지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양아치들도 마찬가지 이미 무릎을 꿇고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고 있다.


“...크나큰 잘못을..”


양아치 한 명이 중얼거렸다.


평판 따윈 필요 없다. 눈앞의 여자는 헌터.


나무와 비견되는 인간. 살기 위해 숙여야 한다.


양아치지만 제 목숨은 귀했다.


“...”


절뚝이는 놈의 말을 깔끔히 무시하고 얼리에게 말했다.


“가라. 지금 가면 이놈 손목은 다시 붙일 수 있다.”


툭툭


철근으로 손목을 쳤다.


푹..


“어?”


찌를 마음은 없었는데. 실수로 손바닥을 찔렀다.


관통됐는데?


“어...”


괜찮겠지?


“...가지고 가라”


놈들을 죽일 필요 없다. 더군다나 이것들은 관리자.


죽으면 상위층에 곧장 보고가 올라간다.


경찰이 올 테고 심하면 헌터가 온다.


관리자 살인과 일반인 살인 차이는 크다.


‘귀찮은 건 싫어.’


그렇기에 겁만 줘서 살려 보낸다.


“살려주는 건 이번만이다. 보복하려면 마음 단단히 먹고 와라”

“..보복이라뇨.. 당치도 않습니다.”


동네 양아치 주제에 하늘 높은 헌터에게 무슨 수로 대들겠는가.


늑대 앞에 양은 공손해질 뿐이다.


“가라”


끝이었다. 얼리와 양아치들은 절뚝이에게 인사를 하곤 손목을 챙겨 사라졌다.


절뚝이는 곧장 자리를 떠났고 담월은 그녀의 등을 쳐다보다 혜진의 손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갔다.


“멋있었어..”


또 하나의 영웅이 담월의 가슴에 자리 잡았다.


담월은 그녀의 모습을 상기시키며 꿈자리에 들었다.


허나 절뚝이는 아니었다.


집으로 돌아와 구석에 박아둔 검은 물체를 만지작거렸다.


무전기이자 휴대폰.


이곳에 온 뒤 쳐다도 보지 않았던 물건.


곰곰이 생각하다 이내 전원 버튼을 눌렀다.


화면이 켜지자 곧장 전화를 걸었다.


짧은 수신음이 지나고.


- 뭐야! 너 누구야! 진짜 렌마..

“형, 나야”

- ... 야이 개새끼야! 살아있었어? 지금 어디야! 데리러 갈게!

“아니 됐어, 흔한 안부 인사는 귀찮고 부탁이 있어서”

- 오랜만에 전화하는 년이 귀찮? 거기다 부탁? 새끼야! 너 어디야!


절뚝이는 오래된 인연에 몇 가지 부탁을 하고 통화를 종료했다.


“잘한 짓인지 모르겠네..”


짧은 후회가 스치지만, 말 그대로 짧았다.


후우..


긴한숨과 함께 바닥에 몸을 대곤 눈을 감았다.


* * *


다음날.


“....”

“아줌마가 렌마죠?”


담월은 할미 옆이 아닌 절뚝이 옆에 자리를 폈다.


렌마 검술 제2권 표지를 가리키며 물었다.


“맞죠?”

“.. 가라..”


절뚝이는 상당히 귀찮았다.


고작 잡일이 시작된 지 15분이 지났지만 말이다.


일도 하기 싫어 죽겠는데 옆에서 말을 거는 꼬맹이가 있으니 짜증이 솟구쳤다.


“가라고!”


담월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이용할 줄 알았다.


바로 자신을.


“저는요 어릴 적 부모를 잃고요..”


구구절절 슬픈 눈망울로 절뚝이에게 푸념하는 담월.


거짓은 없었지만 부풀려진 이야기였다.


절뚝이는 듣는 둥 마는 둥 무시하려 했지만 기이하게도 담월의 말이 귀에 박혔다.


어쩔 수 없이 경청했다.


“저는 나무가 무서워요”

“...”


책 표지를 쓰다듬으며 어린아이답지 않게 서글픈 표정을 지었다.


“근데 검을 집으면 나무를 때리고 싶어요”


“검은 저를 힘세게 만들어 줘요”


사막에서 본 남자.

두렵고 무서운 나무 앞에서도 당당히 싸우던 그의 등이 떠올랐다.


“정말 멋있었거든요.”


그래서 그럴까? 그와 연관된 검을 잡으면 나무에 관한 트라우마가 쾌락으로 번졌다.


공포 쾌락. 일종의 트라우마를 쾌락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나무를 때리면 재밌을 거 같기도 하고..”


아직 어린 담월은 그 사실을 몰랐지만 말이다.


“아줌마도 나무 죽여 봤어요?”


절뚝이는 말하지 않았다. 자기 손에 죽어간 나무만 10,000,000그루 이상이란 사실을.


대답이 없자 담월은 단정 지었다.


“하긴 사람도 죽이는 거 같은데 나무 따위야”

“... 그게 무슨 말이야 그리고 사람과 나무가 어떤 관계가 있어”

“어쨌든, 생명이잖아요?”


뭐지 이 질문은?


절뚝이의 당황한 표정에 담월은 배시시 웃음을 흘렸다.


“개미 죽이는 사람이 쥐를 못 죽일까요?”


문과 감성 풍부한 꼬맹이 말을 무시하기로 했다.


이과 감성뿐인 절뚝이로선 답할 수 없는 질문.


더군다나


‘귀찮아’


담월은 그러거나 말거나 재잘거렸다.


“렌마 검술 알죠?”

“...”

“저 이거 가르쳐 주면 안 돼요?”


담월은 본심을 꺼냈다.


혼자서 휘두르는 것보다 남을 보고 도움을 얻는 게 훨씬 쉽다는 것을 어제 깨달았다.


그렇기에 절뚝이에게 부탁하는 것이다.


그녀는 이곳에서 유일하게 검을 다룰 줄 알았고. 멋있었으니. 본능적으로 이끌렸다.


“가르쳐 주시면요.”


슬그머니 주머니에서 뭔갈 꺼내 들었다.


“이거 줄게요!”


절뚝이는 담월의 손에 들린 물건을 봤다.


“...”


야구르트라 불리는 음료수.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그 귀한 것을 주려고 한다.


“... 이걸..?”


어린아이는 식욕을 참기 힘들다.


수면욕보다 식욕이 더 클지도 모른다.


그런 어린아이가 야구르트를 건넨다.


“맛있는 거예요! 관리도 잘해서 안 상했어.”


입맛을 다시는 꼴이 정말 먹고 싶은 걸 꾹 참고 있는 모양이었다.


꿀꺽..


사실 절뚝이도 군침이 돌았다.


‘시발...’


자신의 어린아이 같은 식욕에 실망스럽지만 야구르트는 맛있다.


또한, 사실 담월의 재능이 탐났다.


정확히 탐났다기보단 다듬어 보고 싶었다.


정점에 섰던 검사로서의 욕구랄까?


언제 기회가 온다면 유능한 제자를 가르쳐 보고 싶었는데..


‘야구르트 까지 준다면 야..’


텁!


절뚝이는 담월의 손에서 야구르트를 낚아챘다.


“아..알려 주시는 거예요?”


다급히 말하는 담월.


절뚝이는 말 없이 뚜껑을 까곤 한입 쭉 들이켰다.


“아..아껴..아껴먹어야지!”


줄어든 야구르트를 보며 핀잔을 주는 담월.


“캬. 좋다.”


오랜만에 활기찬 당분이 들어오자 엔도르핀이 솟았다.


“으아”


얼마 만에 지어보는 웃음인가.


“쩝쩝, 맛있네”


몇 모금 남지 않았다.


담월은 눈을 질끈 감았다.


“으으, 안 보련다.”


보면 볼수록 먹고 싶어졌다.


“하”


담월을 보며 웃음을 흘리곤 자세를 낮췄다.


“나머지는 너 마셔”


슬며시 눈을 뜨는 담월.


“.. 진짜요?”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게 어딘가.


그러나 쉬이 잡지 못했다. 줬다 뺏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싫으면 말고”

“아니! 아니아니아니!”


입에 털어 넣으려니 담월이 힘껏 말렸다.


“주신다면 잘 먹겠습니다!”

“먹을 수 있을 때 먹어라”

“네!”

“검도 마찬가지. 상대를 죽일 수 있을 때 죽여, 머뭇거리면 네가 위험해”


꿀꺽


야구르트를 털어 마신 담월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네!”


혜진에게 나무와 전쟁의 무서움을 귀에 딱지 붙을 만큼 들었지만.


검에 대한 가르침을 받는 것은.


처음이었다.


* * *


그렇게 5년이 지났다.


담월의 키는 상상 이상으로 자랐고 혜진의 주름살은 더욱 늘었다.


절뚝이는 오른발의 통증이 더욱 심해졌다.


“젠장..”


아리고 쓰린 게 잘라내고 싶다.


“확 그냥 회귀나 해버려?”


빈말이 아니다. 현 세계는 회귀할 수 있다.


에어리어 원에서 막고 있을 뿐이지.


영웅의 탑이라 불리는 헌터 육성을 위해 만든 곳에선 회귀할 수 있다.


그 외엔 전부 불법이다.


“어카운터도 있겠다.”


법은 어기라고 만들어 놓은 것.


휴대폰과 같이 구석에 처박아둔 손목시계를 바라봤다.


인류가 개발한 희대의 장치.


어카운터.


헌터에게만 지급되는 고급 물건.


생긴 것은 디지털 손목시계지만 능력은 신의 힘과 대적한다.


대기에 마나가 나타난 후 인류는 연구와 개발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다, 에어리어 원이 탄생하기 직전 인류는 신의 힘을 손에 얻었다.


바로 회귀.


사후세계라는 개념의 절반을 날려버렸다.


처음 발견 당시 회귀를 통해 영생을 얻었다 생각했다.


그러나 선과 악이 공존하듯. 좋은 일과 나쁜 일도 병존한다.


기억을 고스란히 들고 회귀한다면 무서울 게 없을 터. 하지만.


현시점에서 사망하면 현시점에 흐르는 시간대로 오지 않았다.


현시점을 벗어나 다른 시간대로 이동했다. 아마 과거의 시점일 터.


또한, 회귀자는 원하는 지점을 선택하지 못했다.


극단적으로 엄마 뱃속이나 아빠 쪽으로 회귀 될지도 몰랐다.


경쟁에서 밀리면 태어나긴커녕 죽음뿐이다.


무작위 지점을 극복해 낸 장치가 있지만. 이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영웅의 탑에서만 가능했다.


그렇기에 에어리어 원은 무작위라는 위험성 때문에 회귀를 금지했다.


절뚝이는 그걸 잘 알기에 고민하고 있었다.


“쓰읍..”


어카운터를 집어 손목에 착용했다.


그러자 1이라는 숫자가 번뜩였다.


이는 회귀할 수 있는 기회를 뜻한다.


사람마다 태생마다 인종마다 횟수가 다르다.


절뚝이에게 남은 회귀 카운터는 단 하나.


수백 개는 이미 영웅의 탑에서 손실됐다.


“확 써버려?”


망가진 인생을 새로이 시작해?


패기롭게 저질렀다가.


“3초 전으로 회귀하면?”


“좆돼는 거잖아..”


그래도 인생은 도박인데?


“에이..”


관뒀다.


“후우..”


그래도 혹시?


“짱짱한 처녀시절로 갈지도 모르잖아?”


그런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


“선생님!”


담월이 그녀를 찾아왔다.


“에라이 시벌”


어카운터를 구석에 던졌다.


꼬맹이에게 보여줘 봤자 질문 세례만 쏟아질 터.


‘귀찮아’


궁금한 게 너무 많은 제자는 지금도 버겁다.


“하루도 쉬는 날이 없어요.”


벌컥 문을 여는 담월.


“선생님!”

“응?!”


옷을 입고 있어서 망정이지..


“노크 좀 해 새끼야!”

“저희 사이에 그런 정직함이 필요할까요?”

“필요해! 사제 간에 가장 중요한 게 뭐야? 말해봐!”

“음.. 싸움 실력?”

“...”


신뢰 새끼야.


절뚝이는 그의 청량한 미소에 말을 잃었다.


“대가리에 똥만 찬 새끼”

“선생님이 싸놓으신 거 아닙니까? 선생님이 저 가르치셨잖아요?”

“...”


뭔 말을 못 하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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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화. 영웅의 탑 - 변 화 24.09.16 4 0 14쪽
15 15화. 영웅의 탑 - B1 24.09.14 7 0 12쪽
14 14화. 영웅의 탑 - B2 24.09.13 11 0 14쪽
13 13화. 영웅의 탑 - 녹지의 신성 (2) 24.09.12 8 0 14쪽
12 12화. 영웅의 탑 - 녹지의 신성 24.09.11 10 0 13쪽
11 11화. 영웅의 탑 0층 - 본관 24.09.10 9 0 11쪽
10 10화. 영웅의 탑 - 강당 (3) 24.09.09 8 0 12쪽
9 9화. 영웅의 탑 - 강당 (2) 24.09.08 8 0 15쪽
8 8화. 영웅의 탑 - 강당. 24.09.07 9 0 12쪽
7 7화. 영웅의 탑 - 0층 (3) 24.09.06 13 0 15쪽
6 6화. 영웅의 탑 - 0층 (2) 24.09.05 13 0 13쪽
5 5화. 영웅의 탑 - 0층 24.09.04 10 0 16쪽
4 4화. 에어리어 원 - B5 (4) 24.09.03 11 0 13쪽
» 3화. 에어리어 원 - B5 (3) 24.09.02 15 0 12쪽
2 2화. 에어리어 원 - B5 (2) 24.09.01 20 0 16쪽
1 1화. 에어리어 원 - B5. 24.09.01 3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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