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자는 회귀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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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력제로
작품등록일 :
2024.09.01 14:16
최근연재일 :
2024.09.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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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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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영웅의 탑 0층 - 본관

DUMMY

뭐라 말하려는 로건을 이졸데가 틀어막았다.


“닥치고 가자? 진짜 뒈지는 수가 있다?”

“하 같은 계집이라···.”

“닥치고 가자고”


이졸데의 얼굴이 굳자 로건은 입을 닫았다.


일행은 순탄하게 강당에 도착했다.


“오? 데톤”


이곳저곳 찢긴 상처, 수척한 몰골의 여선생이 반갑게 맞이했다.


“몇 명이야?”

“총 여섯 명입니다.”

“다행이다. 강당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어. 다른 애들은 저기 가서 쉬고. 태론은 교장 선생님 만나러 가”

“네”


그녀가 가리킨 곳은 임시 천막과 야전 침대가 즐비한 곳, 쉬고 있는 학생은 많이 없다.


“사람이 없어···.”


수용인원 2만 명 강당이 광활할 정도로 비어있었다.


“1학년 입학식 때만 하더라도 가득 찼었는데.”


지금은 민머리에 머리카락 한 올 난 느낌이었다.


착잡함이 밀려왔다.


“저기 있네”


강당 연단 위 테이블에 모여 선생들과 대화 중인 교장을 가리키는 테론.


“갔다 올 테니 쉬고 있어라”


테론은 그곳으로 향했고 나머진 휴식을 위해 막사로 갔다.


“너희 먼저 쉬어 무슨 일 있으면 알려줄게.”


그 말을 던진 이졸데는


“커어어억···. 커억!”


침대에 눕자마자 꿈나라로 갔다.


“깨어 있으실 거란 거 아니었나?”


뭔 일 있음 알려준다면서요···.


“... 대단 하신데?”


감탄 나올 정도로.


“에효, 시발, 잠이나 자련다.”


입을 닫고 눈을 감는 로건.


담월은 침대에 앉아 주위를 살폈다.


혹시나 10소대 인원이 있나 확인했지만. 없다.


‘생존자는 세 명인가.’


자신과 루트 그리고 조안.


맞은 편에 자리 잡은 루트를 바라봤다.


지팡이를 꼼지락거리는 게 생각이 많아 보였다.


- 버려라, 연민이냐?


회상하며 말을 걸었다.


“루트”

“....”


슬쩍 보더니 고개를 돌리는 루트.


침대에 털썩 몸을 눕혔다.


“할 말 없다. 말 걸지 마라. 짜증 나니까.”


대화는 거기서 끝났다.


‘왜 저렇게 삐뚤어진 거야?’


의문이 들지만 담월 또한 몰려오는 피로 때문에 눈을 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암막에 가려졌던 시야가 하얗게 빛났다.


“뭐지?”


당혹감이 드는 순간.


“윽!”


강렬한 빛이 전신에 쏟아졌고 줄어들 때쯤.


눈을 슬며시 떴다.


세상이 바뀌었다.


“여긴···?”


강당이 아니다.


텁텁한 쇠 냄새가 가득한 공간. 빛이라곤 비상구 팻말뿐이었다.


촛불보다 약한 불빛으로 주위를 보던 중. 비상구 위에 작은 팻말이 들어왔다.


“89F?”


89층을 알려주는 팻말.


순간.


- 5초 뒤 영웅의 탑 89층에 배치됩니다. 공격에 대비하세요.


안내음성과 함께.


5...4...3...2...


1


덜컹!!


뭔가 걸린 듯 공간이 덜컥였고 비상구 표시가 있던 문이 양옆으로 벌컥 열렸다.


또 다른 세상이 반겼다.


“....”


지릿한 피 냄새와 상쾌한 냄새가 공존하는 곳.


“무슨···.”


동공이 버겁게 떨렸다. 목도한 현장은 말 그대로 전장.


여기저기 퍼질러진 인간의 시체와 살점.


뻘건 피 웅덩이 위, 푸른 잎사귀 달린 나무가 빽빽이 서 있다.


“허···. 어어어···.”


끝없는 트라우마가 감정을 쇠약하게 주물렀다.


공포 쾌락은 무슨, 경악이 뇌를 지배했다.


제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저곳은 지옥이나 마찬가지.


그때 나무로 둘러싸인 세상 중앙에 뭔가가 우뚝 서 있다.


인간이 만든 인위적 감성이 담겨있었다.


“동···상?”


콘크리트 따위가 아닌 빛바랜 청동으로 빚은 두 개의 남자 동상.


웃고 있지만 썩 잘생긴 외모는 아니다. 두툼한 풍채에 코트와 재킷을 입은 멋 없는 동상.


“뭐지?”


저런 건 에어리어 원에서 흉물로 처리되어 파괴됐을 건데?


고개를 갸웃하던 순간.


동상 뒤 잡초와 풀 등으로 뒤덮인 콘크리트 건물에 어렴풋이 붉은색 글귀가 보였다.


“저건···?”


할미가 담월에게 가끔 알려줬던 글과 비슷했다.


- 한글이라는 건데, 할미 고향이자 월이 고향 모국어야.


분명했다. 익히기도 쉬웠기에 저 글도 읽을 수 있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무슨 뜻인진 모르겠다.


그러나 확실히 알겠다.


여긴 에어리어 원이 아니라는 것과 자신이 있을 곳은 더더욱 아니었다.


눈앞에 즐비한 나무는 자신이 상대할 수준이 아니었다.


그렇게 뒷걸음치던 와중


툭···.


무언가와 부딪쳤다.


“대장?”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 주인을 떠올리려던 찰나.


텁!


누군가 어깨를 잡는 감촉에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이었다.


“담월”


감았던 눈을 벌컥 떴다.


“담월!”


비린내와 청아한 냄새가 없고 녹색 천막이 있는 곳. 강당으로 돌아왔다.


“하아···. 하아···.”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안도감이 들지만 헐떡이는 숨은 생리 현상과 같았다.


“괜찮나?”


다행히 어깨를 잡은 손은 테론. 낯선 타인이 아니었다.


“후아···.”


두 번 경험하기 싫은 꿈. 잠깐 눈을 붙였을 뿐인데. 끔찍한 것을 봤다.


“여기 물이라도 마셔”

“커허허헉!”


이졸데의 코고리를 배경 삼아 물병을 털어 마셨다.


‘악몽이라도 꿨나?’


묻고 싶지만, 기억을 들추는 악독한 짓이라 함구했다.


그가 조금 진정된 것을 보고 본론을 말했다.


“교장 선생님이 찾으신다. 같이 가자.”

“... 네”


전신에 힘이 빠진 느낌이지만 학교 일인자가 부르니 가야지.


강당 연단에 도착했다.


몇몇 선생들은 모니터를 보며 상황 파악 중이고. 시선을 끈 것은 작전 테이블.


본관 설계도와 0층 전체지도, 곳곳에 붉은 동그라미와 X 표시가 그려져 있었다.


‘동그라미는 생존자인가?’


자신들이 지나온 길에도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다.


‘도서관은 X’


생존자가 더는 없다고 판단한 모양.


“왔군요.”


묵직한 음성에 고개를 돌렸다.


수척한 얼굴, 멋들어지게 올린 머리는 김빠진 콜라마냥 힘이 없었다.


“담월 학생 원석을 삼켰다던데?”


곧장 본론으로 들어서는 교장.


“네, 맞습니다.”

“이상 반응은 없고요?”

“몸이 가벼워졌다는 느낌이 들지만 딱히···.”


붉은 연기가 몸에서 피어올랐지만, 위험한 일은 없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게 맞···.’


순간 악몽이 떠올랐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벽에 적힌 붉은 글씨가 선명히 기억났지만, 굳이 말할 필요를 못 느꼈다.


‘고작 꿈일 뿐이야.’


현실감 진득한 악몽이라 여겼다.


교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원석을 먹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꽤 놀랬다.


‘원석을 먹는 미친놈이 한 명 있었지’

이제는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남자.


영웅의 탑은 그가 존재했을 때와 없을 때로 나뉠 정도로 강한 헌터였다.


‘99층 돌파자’


누구보다 구원자에 범접했던 인간.

최강의 헌터였고 마법사이자 검사였으며.

한 팀의 리더이자.

한 여인을 사랑한 남자.


꽃피는 청춘이 다한 그는 떠났다.


여인도 팀도 모두 내려놓고.


99층 공략 성공과 함께 바람처럼 사라졌다.


아득한 추억을 씹으며 담월을 봤다.


“다행이네요, 다음부턴 먹지 말고 에어리어 원에 양보하세요.”


맛있었는데.


솔직히 아쉽다. 몸에 해가 되지 않으면 먹어도 되지 않을까?


설마 교장 혼자 먹으려는 건가?.


‘아니겠지’


오해하지 말자, 교장은 60층을 돌파한 고층 헌터.


‘심심하면 탑 올라가서 따먹을 수준이야.’


굳이 학생 걸 뺏어 먹을 필요가 없다.


“상위층에 전달합니다. 따로 빼돌리는 게 아니니 걱정 마세요”


귀신이다. 속내를 정확히 집어냈다.


“알겠습니다.”

“그럼.”


손을 뻗는 교장, 내놓으란 행동.


“아···.”


작게 탄식하며 조금 전 사냥하고 얻은 원석을 넘겨줬다.


‘이건 또 어떻게 알았데? 개코네 개코’


입맛을 다시는 담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교장은 손가락 세 개를 폈다.


“300 크레딧.”

“네?”

“에어리어 원은 원석 종류 상관없이 개당 100크레딧에 매입하고 있습니다. 세 개 주셨으니 300크레딧. 현 상황 끝나면 곧장 정산해 드리겠습니다.”

“정말요?”


원석 팔아 돈 번다는 건 처음 듣는 소리.


‘안 먹을걸!’


그거 애꼈음 400 크레딧 아닌가.


‘됐어 후회하지 말자’


3개나 팔았다.


‘할미 월급이 10크레딧이니까···.’


300크레딧은 어마어마한 액수였다.


테론은 사실을 알면서도 담월에게 준 것이다.


‘역시 귀족인가?’


로건은 그를 양귀씹이라 불렀다.


‘불우이웃 돕기 해주신 거겠지’


고개를 숙여 감사함을 표하자 미소로 답하는 테론.


“그나저나 0층을 쑥대밭으로 만든 나무를 아신다고?”


교장은 테론에게 보고 받아 상황을 대충 알고 있었다.


“하늘이 붉은빛에 뒤덮였고 천둥이 치자 모든 인원이 죽었다···. 실제로 목격한 건가요?”

“네, 봤습니다.”

“나무의 종류가 뭐죠?”


붉은빛으로 광범위 마법을 사용하는 나무는 60층을 돌파한 교장도 처음.


또한, 습격 직전 붉은빛은 보지 못했다. 창문이 없는 서재에 있었기 때문이다.


“협죽도입니다.”

“협죽도? 처음 듣는 이름이네요. 어디서 정보를 파악했죠?”

“할미···. 아니 도서관 나무 도감으로 확인했습니다.”

“나무 도감? 혹시 가지고 계신가요?”

“아뇨.”


화장실 환풍기 자리에 박아둔 사실을 말했다.


난감하단 표정을 짓는 교장.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그는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연락했고 곧 통화가 끝나자 더욱 수척해진 교장.


“상위층 관리자들은 협죽도에 관한 자료가 없다고 하네요. 책의 정확한 위치를 알려줄 수 있나요?”

“네”


본관 1층 설계도에서 도서관 앞 화장실을 가리켰다.


“여깁니다.”

“환풍기 자리에 있다고 했죠? 수거해서 상위층에 보고해야겠네요”


말을 마치고 의자에서 일어나는 순간이었다.


“교장 선생님!”


모니터를 보던 선생의 다급한 목소리.


교장은 상황을 확인하고 침음을 흘렸다.


“구조신호···.”


발현지는 본관과 멀리 떨어진 훈련실.


교장은 판단해야 했다.


‘본관은 위험하다. 그렇지만 구조신호를 무시할 수 없어’


자신의 몸은 하나. 두 가지 일을 전부 처리하기엔 버겁다.


‘선생과 학생이 섞인 스쿼드를 짜서 본관으로 보내야겠어, 나는 다른 선생들과 구조신호 쪽으로 간다.’


판단을 내린 교장은 테론에게 즉각 스쿼드를 짜라고 말했다.


뭐라 대답도 듣기 전에 그는 선생들에게 말을 전하고 몇몇을 데리고 강당을 떠났다.


“스쿼드를 짜라니···.”


낭패라는 생각이 스치던 그때.


“테론 5학년 생존자 몇 명이지?”


날카로운 인상에 덩치 산만한 남자 선생이 다가왔다.


“저도 잘···. 로건과 이졸데뿐이 모릅니다.”


강당 생존자 중 대부분이 1학년 2학년.


5학년은 이미 영웅의 탑 안에서 실습 중이거나 협죽도에 당했을 가능성이 컸다.


“5학년 싸그리 데리고 와 그리고 너”


담월을 보는 선생.


“책 위치 알지?”

“네”

“같이 간다.”


본관 스쿼드는 순식간에 짜였다.


베르모트 선생이 리더를 맞고, 화력 담당 테론, 서포터 이졸데, 어시스트 로건, 담월. 총 다섯 명.


“무슨 일 생기면 넌 토껴라 알겠나?”

“네”


담월에게 당부한 뒤 곧장 본관으로 향했다.


목표는 환풍기 자리에 박혀있는 나무 도감 회수.


“또 보낼 거면 강당으로 왜 온 거야? 그냥 화장실 가서 똥이나 싸라 하지. 그럼 내가 찾았겠다.”


로건이 툴툴거리자.


“아가리”

“아가리가 아니라 입인데요.”

“주둥이”

“쓰읍···.”

“죽고 싶나?”

“....”


베르모트가 간단히 짓눌렀다.


‘참 정겹다.’


우리 스쿼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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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화. 영웅의 탑 - 변 화 24.09.16 4 0 14쪽
15 15화. 영웅의 탑 - B1 24.09.14 8 0 12쪽
14 14화. 영웅의 탑 - B2 24.09.13 11 0 14쪽
13 13화. 영웅의 탑 - 녹지의 신성 (2) 24.09.12 8 0 14쪽
12 12화. 영웅의 탑 - 녹지의 신성 24.09.11 10 0 13쪽
» 11화. 영웅의 탑 0층 - 본관 24.09.10 10 0 11쪽
10 10화. 영웅의 탑 - 강당 (3) 24.09.09 8 0 12쪽
9 9화. 영웅의 탑 - 강당 (2) 24.09.08 8 0 15쪽
8 8화. 영웅의 탑 - 강당. 24.09.07 10 0 12쪽
7 7화. 영웅의 탑 - 0층 (3) 24.09.06 13 0 15쪽
6 6화. 영웅의 탑 - 0층 (2) 24.09.05 13 0 13쪽
5 5화. 영웅의 탑 - 0층 24.09.04 10 0 16쪽
4 4화. 에어리어 원 - B5 (4) 24.09.03 11 0 13쪽
3 3화. 에어리어 원 - B5 (3) 24.09.02 15 0 12쪽
2 2화. 에어리어 원 - B5 (2) 24.09.01 20 0 16쪽
1 1화. 에어리어 원 - B5. 24.09.01 3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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