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자는 회귀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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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력제로
작품등록일 :
2024.09.01 14:16
최근연재일 :
2024.09.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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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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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에어리어 원 - B5 (2)

DUMMY

B5 구역의 일상은 톱니바퀴와 같다.


상위층에서 버린 쓰레기 더미를 내쇼 직원들이 운반. 레일 위에 올린다.


노동자들은 끊임없이 흐르는 레일 앞에서 분류 작업을 하고.


분류된 쓰레기는 아래층으로 배송, 수레에 담긴 철 조각은 내쇼 직원들이 꿀꺽하거나 상위층에 반납한다.


간단한 체계였고 토를 다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어떤 일이든 문제는 생긴다.


“갈수록 철 조각이 줄어”


드르륵. 드륵.


값비싼 호두 두 알을 주무르며 투덜거리는 남자.


내쇼 조직의 리더 델슨.


그는 예전 같지 않은 수입에 기분이 좋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위에선 입줄이라고 지랄, 밑에선 밥 달라고 지랄.”


에어리어 원 전체에 퍼진 식량문제.


“후우 시발...”


델슨은 지하 노동자 계급이었다. 아득바득 살아남아 관리자 자리를 꿰차고 앉은 것이다.


일을 알기에 막무가내로 입을 줄일 순 없었다.


“일손이 줄면 좆같아 지는데”


쓰레기 처리가 더디면 지랄할 테고, 관리자도 손을 보태야 할지 모른다.


“그렇게 하긴 뒈져도 싫다고”


이 자리까지 어떻게 왔는데..


그러나 상위층의 명령은 절대적.


“까라면 까야지”


입을 줄여야 했다.


“하아..”


한숨을 내쉬며 노동자들 모습이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모니터를 봤다.


레일에 설치된 CCTV와 연결된 것.


“쟤는 성실하고.. 점마도 뭐..”


누굴 쫓아낼지 둘러보던 중.


“응?”


장난감 검을 휘두르는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뭔 애새끼가..”


설마 어른 따라 밥 얻어먹으러 왔나?


“공짜로? 이런 씨..”


내쇼 조직의 좌우명.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


찌이이잉!


때마침 점심시간 벨이 울렸다.


얼리가 점심을 들고 나타났고, 노동자들은 차례대로 받았다.


그런데 얼레?


“애새끼는 뭘 했다고 밥을 쳐줘?”


거슬리는 존재가 들어왔다.


지켜보기로 했다.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그렇게 이주가 지날 때쯤.


델슨은 확실히 알았다.


“일은 거의 안 하구나?”


장난감 검이나 가지고 놀다 눈치 보고 밥을 얻어먹고 있었다.


쫓아낼 만한 대상을 찾았다.


덜컥.


테이블 무선 전화기를 들고 말했다.


“얼리 데려와.”


* * *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담월은 얼리 눈치를 보며 할미를 도와 밥을 얻어먹었다.


배부른 식사는 아니다.


대충 삶은 감자에 병아리 오줌만 한 케첩과 정수 덜 된 물이 전부.


“오옴!”


이게 어딘가. 아침은커녕 저녁엔 인류의 동반자 쥐나 곤충을 잡아먹어야 한다.


그만큼 에어리어 원 자급자족 식량 시스템은 버거운 상태였다.


“맛있어?”

“응! 맛있어”


허겁지겁 팍 식은 감자를 씹어 삼키는 담월.


혜진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더 맛난 걸 주고 싶다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조금만 더 유능했다면


지구에서 이름을 알렸다면.


지금처럼 살진 않았을 텐데.


작은 후회가 짙은 주름 사이에 꼈다.


“천천히 먹어”


손주를 다독이며 자신 몫 감자 반을 주머니에 넣었다.


저녁을 위해서다.


‘손주 새끼 굶길 수는 없지..’


배고픈 건 어른이든 아이든 같다.


하지만 혜진은 꾹 참았다. 사랑스러운 손주 담월을 위해서 말이다.


찌이이잉!


단잠 같은 점심시간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렸다.


“어이차..”


다시 힘을 낼 때다.


레일이 흐르고 쓰레기를 분류했다.


담월은 그런 할미의 모습을 빤히 쳐다봤다.


* * *


집으로 돌아온 저녁. 사실 집이라 해봤자 쓰레기 더미에서 주워 온 플라스틱으로 덧붙여 만든 조잡한 것.


따뜻한 보일러도 씻을 수 있는 공간도 없다.


화장실은 공용 화장실을 이용했다.


그런 열악한 시설 속에서도 담월은 행복했다.


“헤헤”

“어이구 잘한다.”


담월은 집에 오면 항상 혜진의 어깨를 주물러줬다.


“좋아 할머니?”

“그래, 좋다~ 시원해!”

“찝찝한데 뭐가 시원해?”

“어른 되면 알어”


의문을 명쾌하게 풀어줬다.


“이제 그만하고 나가 놀아”


B5구역 치안이 불안하다지만 힘없는 노인들이 판치는 곳이라, 아이에게 해코지할 사람은 없었다.


허나 절뚝이 같은 눈을 한 것들은 위험하다.


“월아 눈빛 이상한 놈들은 조심해. 꿍꿍이가 있는 거야.”


담월은 충고를 쉬이 넘겼다.


“나 논다?”


놀생각만 하는 손주에게 충고해 봤자 듣지 않을 터.


‘놀아봤자 집 앞이니..’


무슨 일이 터지면 자신이 나서면 됐다.


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 할비처럼 늙어서 놀지 말고 지금 놀아”

“응!”


담월은 쏜살같이 장난감 검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렌마 검술 제2권 또한 챙겼다.


어김없이 책을 펴고 어설픈 사람이 그려진 페이지를 펼쳤다.


수백 번도 더 봤던 그림이지만 담월은 그것을 꾸역꾸역 복기했다.


양발을 어깨너비로 벌리고 검을 내리긋는 자세를 눈에 담고 씹었다.


그런데 씹을수록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비슷해. 사막 아저씨랑.”


자신과 할미를 구해준 남자와 어설픈 그림의 자세는 매우 비슷했다.


“혹시 사막 아저씨가 렌마?”


그럴 가능성이 충분했지만. 물어볼 곳이 없다.


“할미는 렌마 아저씨를 모른다고 했으니까..”


물어도 답을 알 수 없겠지.


“에잇!”


그게 뭐 대수라, 비슷하면 비슷한 대로 따라 하면 그만이지.


생각을 마친 담월은 장난감 검을 들고 자세를 잡았다.


그리곤


부웅!


꽤나 깔끔하게 떨어지는 내려치기. 개운함마저 느껴졌다.


생애 처음 느끼는 감각.


“나 좀 하는데?”


자화자찬은 빼먹지 않았다.


배시시 웃음을 흘리며. 허공에 검을 그었다.


그러나 조금 전과 다르게 밋밋했다.


뭐랄까 덜 익은 감자 같달까?


“다시”


부웅!


다르다, 처음 내질렀던 것과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개운함은커녕 찝찝함만 더 해졌다.


어린 담월은 고민했다.


“왜 다르지?”


장난감 검을 쳐다봤지만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뭐가 잘 못 됐지?”


다시 내리쳤다. 이번에도 아니다.


다시. 그리고 또다시. 그렇게 수십 번 내리쳤으나.


깔끔하고 개운했던 첫 느낌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아?”


이마에 땀이 삐질 맺히자. 어린아이의 얇은 인내가 끊어질 판이었다.


“그냥 할미랑 놀까?”


개운함을 맛보지 못하니 그 마음이 굴뚝같이 솟을 때였다.


부우웅!!


대기를 가르는 흉포한 소리가 귀에 들렸다.


자연스레 고개가 돌아갔다.


짤막한 빛이 내리는 곳, 귀한 철근을 쥐고 같은 자세로 내려치기를 하는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부우웅!!


보기만 했는데 감탄이 나왔다.


깔끔하고 개운하고 정확했다.


꿀꺽


침이 넘어갔다. 자신도 모르게 이름 모를 여자의 검술에 매료됐다.


그녀는 담월의 시선을 느낀 것인지 한발 더 나아갔다.


붕! 붕! 부웅!!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그리고 사선 긋기.


“어? 내려찍기 다음 거”


렌마 2식 복합 가르기.


담월은 저 검술을 잘 알고 있었다.


책을 거의 외우다시피 봤으니까 당연했다.


붕! 붕! 부우웅!


반복되는 여자의 검술을 하나도 빠짐없이 눈에 담았다.


B5가 지하에 박혀있지만, 가로등은 있다.


담월은 그 작은 빛에 의존하여 여자의 모든 것을 삼켰다.


순간 세상의 시간이 느리게 흘렀다.


여자의 호흡과 궤적 그리고 일정한 길.


모든 것이 느리게 보였다. 그녀가 선보이는 모든 걸 천천히 뇌리에 심었다.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조금만 더 보면 그럴 것 같다.


‘조금만.. 조금만 더..’


여자의 모든 것을 탐닉하던 순간.


뚝-


여자는 고장 난 레일처럼 움직임을 멈췄다.


“어?”


아쉬움에 좀 더 해달라고 입을 열려던 찰나.


그녀는 철근을 들고 절뚝이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얼리 아저씨?”


아무리 어리다지만 사람 구별은 할 수 있다.


“아니야”


해골같이 얇은 사람이 철근을 휘두를 수 있겠나. 더군다나 여자였다.


담월은 고개를 돌려 장난감 검을 봤다.


“나도 할 수 있어.”


굳은 다짐을 하고 자세를 잡았다.


어깨너비만큼 발을 벌리고. 두 손으로 플라스틱 검 자루를 잡았다.


눈을 감고 방금 본 것을 떠올렸다.


그녀의 모습이 날것처럼 펄떡이며 머릿속에 생생히 재생됐다.


“이렇게.. 저렇게..”


곱씹었다. 두 번 씹었다. 꼭꼭 씹어 뇌가 기억을 꿀꺽했을 때쯤.


슬며시 눈을 뜨고 팔을 위로 올렸다.


그리곤.


“위에서 아래로!”


부웅!!


장난감 검이 깔끔히 대기를 갈랐다.


“하? 하아아?”


전신이 찌릿했다. 통증이 아니다 이건..


“이야!”


개운함! 차가운 물에 몸을 풍덩 담근 감각이었다.


“이거다!”


드디어 해냈다.


짜릿한 전율이 어린 담월의 몸을 휩쓸었다.


그러나 안주하지 않았다. 담월은 그런 아이였다.


“다시!”


반복과 숙달이 몸에 배어있다. 책을 한 번 보고 덮는 게 아닌, 외울 때까지 읽은 것처럼.


다시 검을 쥐고 내리그었다.


부웅!!


“좋아!”


연이은 성공에 활력이 붙었다.


짜릿한 전율은 덤.


성취감과 이루 말할 수 없는 자신감이 터졌다.


그렇게 수십 번 성공하자. 다음 단계를 밟아보고 싶었다.


다시 한번 그녀가 내지른 검의 길을 곱씹었다. 그것을 온전히 소화하곤


“할 수 있다!”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후우!”


숨을 들이마시며 검을 높이 들었다.


마신 숨이 텁텁해질 때쯤!


“위에서 아래로!”


붕!


깔끔했다.


“아래에서 위로!”


붕!


정확했다.


다음은 처음 도전해 보는 사선 긋기.


짧은 순간이지만 담월의 심장에 긴장이 서렸다.


실패와 성공의 갈림길.


하지만 실패할 것 같지 않았다.


자신감 있게 그었다.


“사선!”


부우웅!!


개운하다. 시원하다 못해 얼음을 뒤집어쓴 기분이었다.


“으랴아아!”


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이보다 더 기쁠 수 있을까?


“으아아아!”


성공의 포효를 한참 내질렀다. 작은 소란에 혜진이 고개를 빼꼼 내밀며 그를 쳐다볼 때.


다시 자세를 잡았다.


그리곤 또 휘둘렀다.


그 모습을 철근을 휘두르던 여자가 보고 있었다.


입을 떡 벌린 채.


“... 미친..”


재능이다. 아니 희대의 천재였다.


“책 보고 얼추 따라 하더니. 이젠 한 번 보여준 것을 그대로 해?”


탐이 난다. 저 쪼그만 놈의 재능이.


“가지고 싶다.”


수백 번도 더 휘둘러 성공한 자신보다 뛰어난 어린아이의 재능이.


홀로 감탄하고 있을 때였다.


“이런 씨발! 누가 밤늦게 지랄이야!!”


어둠 속에서 들리는 얼리의 목소리.


신나게 검을 휘두르던 담월과 그녀의 시선이 불빛 뒤편 암흑으로 향했다.


“시발 진짜!!”


작은 빛 아래로 모습을 드러내는 얼리.


민소매에 양복바지 거기다 전신에 멍이 들어있었다.


‘줘 터졌네.’


그녀는 단번에 얼리의 상태를 알아봤다.


‘조직 내에서 일이 있었나 보네’


직감적으로 귀찮은 일이 생길 것 같아 자리를 피하고자 등을 돌렸다.


“야이 좆만한 애새끼야! 마더 퍼커 다 시발아!”


담월을 향해 욕을 뱉기 전까진 말이다.


발을 멈추고 등을 돌렸다.


얼리는 혼자가 아니었다. 뒤에 세 명이 더 있었다.


“내 꼴 보여? 어?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을게? 응 시발놈아?”


얼리는 담월에게 험한 말을 뱉으며 손을 높이 들었다.


“너랑 네 할매 새끼 때문이잖아!”


침착하게 놈들을 살폈다.


밧줄 두 개와 수갑 두 개.


‘뭐지? 방출인가?’


전장에서 오래 구른 그녀의 감이 말해줬다.


할미와 담월은 에어리어 원에서 쫓겨날 것이라고.


도와줘야 하나? 그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아직 도덕심이 죽지 않았음을 복기하는 계기였다.


하지만 도와주기엔 상대가 좋지 않다.


얼리는 관리자다, 더 나아가 B5를 주물럭거리는 내쇼 조직 일원.


그들에게 밉보여 봤자 좋을 게 없었다.


그리고 또 하나.


‘내가 왜?’


도덕심을 복기했으나 의문이 들었다.


‘생판 남이다. 꼬맹이가 검에 재능이 있다지만. 내 앞가림이 먼저야’


나서봐야 손해 볼 자리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


“이놈!!”


화가 잔뜩 난 혜진은 담월에게 한숨에 달려갔다.


사실 혜진이 할머니라 불리기엔 이른 나이였다 많이 쳐 줘봐야 60대 중반?


그런 그녀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았다.


재빠르고 군더더기 없었다.


‘훈련받은 군인 같은데..’


생각하던 와중.


“이 쌍년이! 네년 때문에 내 꼬라지 봐!”


얼리가 혜진에게 달려들었다. 너접한 움직임이라 재빠른 움직임을 선보인 그녀라면 쉽게 피하겠지.


‘아니면 반격하거나.’


판단이 맞았다.


혜진은 얼리의 움직임을 모조리 읽고 반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일반인이 아니다.’


그녀가 보기엔 분명 그랬다.


하지만 현실은 아니었다.


뻐억!


“커헉!”

“할미!”


복부를 가격당한 혜진은 쉽게 제압됐다.


밧줄에 꽁꽁 묶여 수갑까지 채워졌다.


저 상태로 곧장 에어리어 원 밖으로 방출돼. 조손은 나무에게 죽을 터.


많은 이들이 당했던 결과.


그녀는 한숨을 내쉬고 등을 돌렸다.


자신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


‘재능이 꽃도 못 피웠네.’


세상이 이런 걸 어쩌겠나.


‘세상을 탓해라 꼬마야’


도덕심이 심해로 박히는 순간이었다.


“하지마!”


담월의 다급한 목소리에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리기 전까진 말이다.


* * *


담월은 당황했다.


왜 갑자기 이런 일이 벌어진 거지?


작은 머리로 생각해 봤자 모르겠다.


일단 포박당한 할미부터 구해야 했다.


앞뒤 가리지 않았다. 장난감 검을 쥐곤 할미를 겁박하는 얼리를 내려쳤다.


부웅!


깔끔하고 정확한 내려치기.


뻐억!


얼리의 두개골을 시원하게 강타했다.


“아아악!! 시.. 시발롬이!”


진검이었다면 얼리는 숨이 멎었을 터.


“할미 건들지 마!”


담월은 다시 검을 들었다.


그리곤


부웅!


텁!


얼리 뒤에 있던 양아치 손에 쉽게 막혔다.


아무리 정확해도 어른 관점에서 담월의 검은 재롱에 불과했다.


“놔!”


검을 빼내려고 발버둥 쳤지만 소용없었다.


“이런 시발라먹을 대가리도 덜 큰 애새끼가 어른한테 칼질해?”


담월 머리통만 한주먹을 꽉 말아쥐는 양아치.


놈에게선 나무와 같이 양심이란 건 찾아볼 수 없었다.


“매 좀 맞자이?”


말아쥔 주먹을 담월의 복부를 향해 내리꽂는 순간.


휘이익!


쩌억!


툭..툭.,.


“어..?”


양아치 주먹이 바닥을 굴렀다.


온기 머금은 혈이 사방에 뿜어졌다. 담월의 얼굴은 물론이고 주변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


보는 이들은 입을 닫았다.


당한 이도 여물었다.


그렇게 고요속 침묵이 맴돌 때였다.


“그만해라”


철근을 든 그녀가 절뚝이며 암흑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 * *


조금 전 그러니까 도덕심이 바닥을 찍기 직전.


“하지마!”


담월의 어린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생판 남인 그들에게 말이다.


그리고 봤다.


장난감 검을 쥐고 얼리에게 달려드는 담월을.


“뭐?”


저런 짓을 할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상대는 어른, 담월이 날고 기어도 어찌해 볼 수 없는 체급 차가 난다.


“미친놈이!”


도망쳐도 모자랄 판에 달려들어?


끔찍한 오판이었다. 그런데.


‘뭐지?’


어린것의 모습에서 검사의 정의가 보였다.


잊고 살았던 그것.


검사의 본.


어떠한 상대 앞에서도 꺾여선 안 되는 정의이자 본이.


담월을 본 그녀의 가슴에 꿈틀거리며 일어섰다.


본능은 그 정의감에 따라 움직였다.


절뚝..


한 걸음


‘내가 왜..’


절뚝


또 걸었다.


마음 같아선 달려가고 싶다.


그러나 오른쪽 발바닥 절반이 날아갔기에 예전처럼 달릴 순 없었다.


‘내가 왜 지금..’


저들을 향하는지 모르겠다.


머리와 가슴이 엇갈렸다.


내쇼 조직 눈에 벗어나면 삶이 고달파지고 귀찮은 일이 많아진다.


머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가슴은 달랐다.


도와주라 한다.


검의 정점을 봤던 사람으로서.


검사의 정의와 본을 잊지 말라며 그녀를 다독였다.


그러니 그러니까.


‘도와주자’


가슴이 뇌를 잠식했다.


“도와주자 시발!”


자신의 책을 읽고 검술을 익히는 아이가 검사의 정의를 보여주는데 어찌 작가로서 가만히 있겠나?


아니 검사로서 절대 가만히 있지 못하지


“시발!”


외마디 욕설을 뱉으며. 담월의 복부를 향하는 양아치 놈의 손목을 뭉텅한 철근 따위로 잘라냈다.


완벽한 렌마식 내려찍기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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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영웅의 탑 - B2 24.09.13 11 0 14쪽
13 13화. 영웅의 탑 - 녹지의 신성 (2) 24.09.12 9 0 14쪽
12 12화. 영웅의 탑 - 녹지의 신성 24.09.11 10 0 13쪽
11 11화. 영웅의 탑 0층 - 본관 24.09.10 10 0 11쪽
10 10화. 영웅의 탑 - 강당 (3) 24.09.09 8 0 12쪽
9 9화. 영웅의 탑 - 강당 (2) 24.09.08 8 0 15쪽
8 8화. 영웅의 탑 - 강당. 24.09.07 10 0 12쪽
7 7화. 영웅의 탑 - 0층 (3) 24.09.06 14 0 15쪽
6 6화. 영웅의 탑 - 0층 (2) 24.09.05 14 0 13쪽
5 5화. 영웅의 탑 - 0층 24.09.04 11 0 16쪽
4 4화. 에어리어 원 - B5 (4) 24.09.03 12 0 13쪽
3 3화. 에어리어 원 - B5 (3) 24.09.02 15 0 12쪽
» 2화. 에어리어 원 - B5 (2) 24.09.01 21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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