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자는 회귀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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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력제로
작품등록일 :
2024.09.01 14:16
최근연재일 :
2024.09.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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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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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영웅의 탑 - 강당.

DUMMY


“미친···.”


붉은 머리 여자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진짜야?”


믿기지 않았다.


“지금 검으로 나무 잡은 거야?”


5학년 명패를 달고 있는 여자. 이졸데.


“검이 아냐”


같은 명패를 달고 문틈으로 상황을 보고 있는 남자. 테론.


“몽둥이야”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이졸데는 담월을 보며 말했다.


“2학년 중에 마나 부적응자가 있다더니 설마 쟤야?”

“그런 것 같네”


그들도 담월의 존재를 어렴풋 알고 있었다. 그만큼 소문이 빠른 곳이다.


“듣기론 지하 촌 동네 출신에 시험은 가라로 친다며?”


질타가 아닌. 의문.


“나도 몰라 소문이 과장 됐겠지···.”


방금 담월이 선보인 실력은 감탄이 절로 나오는 무예였다.


“그렇겠지? 저 실력으로 시험을 가라로? 하?”


이졸데는 말도 안 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저거 단풍나무지만 피 맛본 놈이야. 달콤한 향이 여기까지 난다고.”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테론 또한 느꼈기 때문이다.


인간 맛을 본 나무는 포악해지고 사냥에 열을 올린다.


인간이 불에 구운 고기를 맛보고 입맛이 변한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마나 부적응 구라 아니야? 타격점 벗어난 원거리에서 공격했잖아?”

“질문 좀 그만해, 집중 안 되니까”

“다 끝난 마당에 뭔 집중?”


하긴 볼 것 다 봐놓고 뭘 더 보겠나 그냥 담월을 구경할 뿐이다.


“신기한 놈이야.”

“맞아, 검으로 나무를 사냥하다니, 우리 선배 중에 검사가 있었나?”


테론은 답하지 않았다. 말해봤자 질문만 던질 게 뻔했다.


“있었냐고”


이졸데를 무시하며 담월을 봤다.


‘뭐랄까 획기적인 놈이야.’


마법 없이 나무를 사냥한 시대의 반란자라고 할까?


묘한 기대감이 솟구쳤다.


담월은 둘의 시선을 느끼지 못했다.


나무 사냥에 성공해 기쁨과 개운함을 만끽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느낌인가요 선생님”


아지의 말을 떠올렸다.


- 나무를 잡아보면 알 거야, 그 손맛과 짜릿함이. 그 감정 절대 잊지 말고 제대로 느껴, 그리고 자랑스럽게 되새기는 거야. 뭘 되새기냐고?


“나는 쩐다···. 나는 최고다···.”


배운 것을 성실히 수행했다.


“나는 개쩐다···. 지구 최강이다···.”


자신의 성과를 치켜세우고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좋은 자위였다.


“쩐다, 슈퍼쩐다, 끝내준다, 짱이다, 기막힌다···.”


지구에 잔존한 모든 힘이 집중되는 선율 어린 감정을 느낄 때쯤.


“푸우웁!”

“응?”


여자 웃음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뭐지?”


도서관 문틈에 누군가 서 있다.


퍼트려진 잔해가 번접하지만 똑똑히 보였다.


“누구지?”


혹시 잔여 나무?


철 기둥을 쥐고 일어섰다.


렌마 2식 바로 서기 자세를 잡았다.


잔뜩 경계하자 모습을 드러냈다.


“쩐다, 쩔어”


붉은 머리를 질끈 묶어 올린 여자는 담월의 경계 어린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트렸다.


“너무 귀여운 거 아냐? 그지?”

“그렇게 경계할 필요 없어.”


무뚝뚝한 남자는 검은 머리를 말끔히 넘긴 미남이었다.


그들의 왼쪽 가슴에 금색 명패가 번쩍였다.


‘5학년.’


영웅의 탑 등반이 가능한 나이.


테론과 이졸데는 잔해를 이리저리 밀쳐내며 담월에게 다가왔다.


“가까이서 보니까 더 모르겠네?”


이졸데는 담월의 전신을 훑었다.


천민을 보는 눈길이 아닌 의문에 의문을 가진 시선이었다.


“마나가 없는 건 알겠는데, 두툼한 근육도 없고, 그렇다고 팔뚝이 큰 것도 아닌데?”


이상하다? 마나 없이 나무를 잡을 정도면 근육이 빵빵해야 하지 않나?


“쓸데없는 소리 하지마”


테론은 이졸데에게 면박을 주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담월도 마찬가지 자신을 소개하며 고개를 숙였다.


“2학년 수석 맞지?”

“네”


이졸데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따분한 이야기는 오가지 않았다.


“상황이 급박하니 강당으로 바로 가자. 생존자들은 거의 없겠지만 백호 양반 옆에 있으면 죽을 일은 없어”


담월은 백호가 누군지 단번에 이해했다.


‘교장 선생님’


백발을 멋들어지게 넘긴, 영웅의 탑 60층 돌파 기록을 가진 헌터.


‘인류 헌터 역사상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자’


테론의 말대로 그의 옆에 있다면 나무에게 죽을 일은 없다.


‘그런데···.’


바닥에 즐비한 학생들 시체는 여전히 식어있다.


‘아직 살아나지 못 했어.’


조금 전부터 들었던 의문.


‘5학년이라면 탑에 대해 잘 알 거야’


시체를 보며 인상을 구기는 저들은 병아리 오줌만 한 정보를 쥐고 있는 자신보단 지식이 많을 터.


“왜 회귀하지 않는 거죠?”

“음? 시체 말하는 건가. 그야 당연하지”


그것도 모르냐는 표정을 지었지만 금세 지웠다.


테론은 2학년이면 모를 수 있다 판단했다.


“영웅의 탑은 하나의 시간대에 흐른다는 거 알고 있지?”

“네”


그가 말한 하나의 시간대는 우리가 흔히 현재라 답하는 지금이다.


회귀하든 현생을 살든. 그 시간대를 벗어날 수 없다.


“쉽게 말해줄게, 어카운터 기회가 남았다면 저들은 살아있는 거야”

“...?”


쉽게 말해준다며?


되려 어렵게 꼬이는 기분이었다.


‘누가 봐도 죽었는데 살아있다니?’


고개를 갸우뚱하는 담월을 본 테론이 말을 이었다.


“살아있다는 게 심장이 뛴다는 뜻이 아니야, 시간대에 언제든 올라탈 수 있다는 소리야”


“회귀 대기 상태라 생각하면 쉬울 거다.”


대충 이해가 됐기에 담월은 고개를 끄덕였다.


“심장을 다시 뛰게 하려면, 저들을 죽인 대상을 제거해야 해”


담월의 머리가 번뜩였다. 테론의 말인즉슨.


“붉은빛을 낸 나무를 죽여야 한다는 뜻인가요?”

“붉은빛?”


테론은 보지 못했다. 이졸데와 명상실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게 뭔데?”


이졸데의 질문에 담월은 조금 전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물리적 공격 없이 붉은빛과 천둥으로 수많은 학생을 죽인 나무가 있다고.


“그런 나무가 있어?”


담월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협죽도라 불립니다.”

“처음 듣는데···.”


인상을 구겼다. 세상 모든 나무를 거의 알고 있다 자부하는 테론의 머릿속에 없는 이름.


“만약 네 말이 맞다면, 협죽도를 사냥해야 해, 그래야 애들이 회귀한다.”


꿀꺽


마른침이 넘어갔다.


‘고작 빛과 천둥으로 수백을 죽인 나무를 죽여야 된다고?’


자신에게 더없는 절망을 선사했던 나무.


협죽도.


현터와 싸웠던 기록조차 없던 나무를 사냥해야 한다.


‘그걸 무슨 수로···.’


단풍나무야 어찌어찌 잡았다지만.


‘나무 중 최약체였고’


협죽도는 광범위 스킬을 사용한다. 즉 마나를 사용하는 나무다.


‘만만한 놈은 아니야.’


얼마나 강할까? 지능은? 패턴은?


내가 잡을 수 있을까?


두근!


심장이 고동쳤다.


기이하다. 절망이나 공포 따위가 아니었다.


‘싸워보고 싶다.’


쾌락이었다. 마약보다 중독성 짙은 그 감정은 전신에 진동을 일으켰다.


“음?”


테론은 손끝을 떠는 담월을 봤다. 공포에 잠식됐는지 눈동자를 버겁게 떨고 있었다.


‘뭐야? 두려운 거야?’


단풍나무를 사냥할 때 보여준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자신감과 무예를 볼 때 5층까진 무난히 올라갈 것 같았는데.’


지금은 잔뜩 겁먹은 생쥐 꼴이었다.


그는 몰랐다. 지금 담월이 느끼는 감정이 쾌락이란 걸.


“일단 가자. 우리끼리 있어봤자 해결될 문제가 아니잖아?”


이졸데의 말에 테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가자”


담월은 고개를 끄덕이곤 철 기둥과, 회귀 대기 상태인 우정의 옆에 떨어진 렌마 검술 제4권을 챙겼다.


‘협죽도를 사냥하는 데까진. 시간이 걸릴 거야’


틈날 때 연습을 위해 챙겼다.


“검은 없어? 진검 말이야 과거 일본이란 국가 사무라이들이 들고 다니던 거”

“일본?”


이졸데는 이름과 다르게 동양풍이 짙은 얼굴이었다.


반면 테론은 누가 봐도 백인, 뒤집어 봐도 백인이다.


G.I 세대 전 국가를 알고 있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


“없습니다.”

“이졸데, 담월은 아직 2학년이야. 3학년부터 무기고에 들어갈 수 있으니 아직 전용 무기가 없겠지.”


테론은 담월의 어카운터를 슬쩍 봤다.


‘2개’


현실적으로 헌터 생활이 끝난 수치.


‘삐끗하면 저승행이야.’


독한 그곳에 갈 가능성이 크다.


‘방금처럼 겁에 질리면 분명 떨어진다.’


그의 시선이 냉랭하게 가라앉았다.


‘그 성격 때문에 우리 발목을 잡는다면···.’


가차 없이 버린다.


지금은 데리고 갈 생각이었다.


어찌 됐든 생존자니까.


도서관을 나섰다. 전방에 테론이 섰고 담월과 이졸데가 순서대로 진영을 잡았다.


시체 사이를 지나 아무 말 없이 강당으로 향하던 중.


“야, 후배야”

“네?”


담월이 고개를 돌리자.


“이거 받아”


이졸데가 야릇한 미소와 함께. 붉은 원석을 건넸다.


“이건···?”

“전리품, 첫 사냥인데 챙겨야지.”


손바닥만 한 동그랗고 빨간 원석, 빛을 받아 광이 어려있다.


할미에게 들은 적 있다.


- 나무는 죽으면 동그란 붉은 원석을 떨어트려, 조개의 진주 같은 거야. 나무는 인내하는 종족이지, 그것들이 죽을 때 뱉는 원석은 인(忍)과 한(恨)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담석과 같아.


‘담석.’


쓸게나 담관에 생기는 돌과 같은 단단한 결석.


“몸에 좋아, 먹어봐 어쩌면 마나를 사용하게 될지도 모르잖아?”


달달한 냄새와 빛깔이 좋아 먹음직스럽다.


‘할미가 먹어도 된다는 말은 안 했지만···.’


아지도 마찬가지 원석이 떨어진단 것만 말했었다.


‘흐음···. 이졸데 선배님 말, 솔깃한데?.’


구라가 섞인 것 같지만 밑져야 본전이다.


‘설마 먹고 죽기야 하겠어?’


예전에는 나무가 생성하는 과일을 먹었다고 한다.


‘지금은 먹는 순간···.’


입안에서 폭죽놀이가 일어나겠지.


‘안 그래도 배가 고팠는데’


빤히 붉은 원석을 봤다.


“먹어봐 강해질 수도 있잖아?”

“또 쓸데없는 소리”


테론은 이졸데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그때였다.


와작!


단단한 것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우적! 우적!


씹는 소리가 귀에 박혔다.


“음? 먹을 만하네요?”


작은 감탄까지.


“너···지금···.”


테론은 눈앞에 벌어진 일에 경악했다.


원석을 전해준 이졸데도 마찬가지.


“야! 그걸 진짜 먹으면 어떡해!”


꿀꺽


반면 씹어 먹는 담월은 태연했다.


“맛있는데요? 별미네 별미.”


생각보다 맛있다. 달달한 것이 할미에게 말로만 듣던 과일과 비슷한 맛.


“육즙이 설탕물보다 달아요, 야구르트 보단 덜 하지만···. 그리고 뭔가 힘이 솟구치는 느낌?”


“다 먹어봐야겠네.”


아직 반뿐이 못 먹었다.


“안돼! 그만! 그만 먹어!”


테론은 원석을 입에 가져다 대는 담월의 머리끄덩이를 잡았다.


그러나 식욕 앞에 장사 없다.


이미 원석은 담월의 입에 들어갔다.


우적! 우적!


아랑곳하지 않고 씹어 삼키는 담월.


테론은 급히 소리쳤다.


“뱉어! 얼른 뱉어! 이졸데! 마법이라도 써봐!”

“인간한테 무슨 마법을 써!”

“네가 저질렀잖아, 쟤 나무로 변하면 어떡할 거야? 책임질래?”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러거나 말거나 꿋꿋이 원석을 씹어 삼킨 담월은 자신의 배를 봤다.


‘마나가 생길지도 모른다.’


이졸데의 뜬구름 잡는 구라를 끝까지 믿으며 말이다.


그런데 그때였다.


“어?”


담월의 전신에 기이한 변화가 생겼다.


스멀스멀 붉은 기운이 그의 표피에서 세어 나왔다.


퀴퀴한 냄새까지 났다. 이졸데와 테론은 말싸움을 멈추고 담월에게 집중했다.


“저건 뭐야? 부작용이야? 죽는 거야?”

“차라리 나무한 데 죽어 그래야 회귀라도 시켜 주지!”


테론은 경악하며 담월의 어카운터를 바라봤다.


숫자가 줄어드는지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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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자는 회귀자였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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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화. 영웅의 탑 - 변 화 24.09.16 4 0 14쪽
15 15화. 영웅의 탑 - B1 24.09.14 8 0 12쪽
14 14화. 영웅의 탑 - B2 24.09.13 11 0 14쪽
13 13화. 영웅의 탑 - 녹지의 신성 (2) 24.09.12 8 0 14쪽
12 12화. 영웅의 탑 - 녹지의 신성 24.09.11 10 0 13쪽
11 11화. 영웅의 탑 0층 - 본관 24.09.10 9 0 11쪽
10 10화. 영웅의 탑 - 강당 (3) 24.09.09 8 0 12쪽
9 9화. 영웅의 탑 - 강당 (2) 24.09.08 8 0 15쪽
» 8화. 영웅의 탑 - 강당. 24.09.07 10 0 12쪽
7 7화. 영웅의 탑 - 0층 (3) 24.09.06 13 0 15쪽
6 6화. 영웅의 탑 - 0층 (2) 24.09.05 13 0 13쪽
5 5화. 영웅의 탑 - 0층 24.09.04 10 0 16쪽
4 4화. 에어리어 원 - B5 (4) 24.09.03 11 0 13쪽
3 3화. 에어리어 원 - B5 (3) 24.09.02 15 0 12쪽
2 2화. 에어리어 원 - B5 (2) 24.09.01 20 0 16쪽
1 1화. 에어리어 원 - B5. 24.09.01 3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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