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자는 회귀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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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력제로
작품등록일 :
2024.09.01 14:16
최근연재일 :
2024.09.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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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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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영웅의 탑 - 강당 (3)

DUMMY

“3분만 버티면 된다.”


루트 앞에 달려오기 직전 테론에게들었던 말.


‘캐스팅 시간만 벌면 돼’


그러니 무리할 필요 없다.


어차피 철 기둥은 한계에 달했다.


‘버틸 만큼 버틴 거야’


태생이 책장 기둥인 놈이 나무의 공격을 두 번이나 막았으니 할 만큼 한 거다.


‘이게 부러지더라도 이졸데 선배의 실드가 있어.’


담월의 전신을 둘러싼 마나 실드. 시전자에 따라 강도와 질이 달라지는 마법.


이졸데의 포지션은 서포터, 질 좋은 마나 실드를 생성해 냈다.


‘마법에 대해 잘 모르지만, 눈으로만 봐도 느껴져’


두툼한 게 안정적이다.


피비비비빗!


그러니 바늘잎이 날아오는 지금.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 바늘 잎은 까다로워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생명처럼 움직이지. 살에 박히면 인간의 취약한 곳에 침투해서 작은 마나를 폭발시켜. 숙주는 별것 아니지만, 바늘 잎은 굉장히 곤란해.


연녹색 빛깔에 대기를 쏜살같이 질주하는 날카로운 촉, 바늘잎.


살점에 박히면 끔찍한 고통을 선사할 그것들은.


팅티팅!


간단히 실드에 막혔다. 소나무의 공격은 무시해도 될 정도.


‘문제는’


꾸드드득...


“크윽!”


막아낸 가지는 조금 전 쓰러트린 것과 차원이 다른 무게와 힘이 실려있었다.


‘덩치도 크고 더 두껍다.’


인간도 서로 생김새와 덩치가 다르듯, 나무 또한 마찬가지였다.


끄드드득!!


나무는 이대로 담월을 짓눌러 버릴 작정이었다.


꾸그그극···.


끼기기긱···.


철 기둥이 반달로 휘기 시작했고 담월의 발은 바닥 타일을 부수고 땅에 박혀 들었다.


“버티기 힘들다···.”


이를 악다물고 압력을 받아내 곤 있지만, 곧 철 기둥이 반으로 쪼개질 터.


또한


꾸드드드···. 꾸득!


전투를 구경하던 다른 한 놈이 움직였다.


동료를 도와 담월을 짓뭉갤 생각인지 잎사귀 달린 가지를 높이 치켜들었다.


‘저게 떨어지는 순간’


장담 못 한다.


철 기둥은 부러질 거고 실드가 저 거대한 가지의 내려찍기를 막을 수 있을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동시에


피비비빗!


바늘잎 공격이 가세했다.


‘나무 세 그루 힘을 실드가 버티긴 버거워’


그러나 3분 버티기란 임무를 해내야 했다.


또한, 공격을 죄다 막을 필요 없다. 방어와 공격의 공존, 그것을 포기하고 회피해도 됐다.


하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루트가 있어.’


엉덩방아를 찧고 일어서지 못한 10소대 소대원이 있다.


“젠장!”


우정이를 죽음의 손에 쉽게 넘겼다.


그때 마음이 어땠나?


군번줄을 뜯어 주머니에 넣을 때는?


두 번 다시 경험하기 싫은 감정이었다.


자신이 검을 휘두른 이유가 무엇인가?


아득바득 노력한 이유는?


‘사막’


어릴 적 할미 손을 잡고 에어리어 원으로 향하던 그때. 열기로 가득한 사막에서 마주한 나무.


놈에게서 죽음의 공포를 마시던 순간.


어디선가 튀어나온 남자가 길을 열어줬다.


담월은 그의 등을 기억하고 강함에 매료됐다.


그와 같은 등을 가지고 싶었다.


그렇기에 노력했다.


‘정의로운 용사 따위가 아닌···.’


지키기 위해 등을 보인 헌터로서.


발을 떼지 않았다.


꾸드드득!!


공격이 임박한 상황 담월은 뒤돌아 외쳤다.


“가! 벗어나!”


그러나 루트는 담월을 노려보기만 했다.


‘....?’


일순간 마주친 그의 시선에서 기괴한 감정을 느꼈다.


루트의 얼굴은 패배에 쓰디쓴 물을 들이켠 표정이었다.


“빨리 가라고!”


소리쳤지만 루트가 뱉은 말은 충격적이었다.


“버려라”

“뭐?”


루트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연민이냐?”


무슨 소릴 하는 거지? 그딴 감정 느낀 적 없다.


“그게 아니라면 버려라”


목숨을 포기하겠다는 소리.


그의 어카운터를 봤다. 숫자 3이 번뜩이고 있었다.


탑을 등반하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한 개수.


그걸 잘 알고 있을 녀석이 목숨을 쉽게 포기하려 한다.


“무슨 소리야!”

“꺼져라, 내 눈앞에서”

“....”


그 순간이었다.


슈우우우욱!!


귀신 휘파람 소리 와 함께 가지가 대기를 찢으며 날아들었다.


“큭!”


고개를 돌렸다.


가지에 달린 잎사귀가 펄럭이며 진득한 무게를 싣고 떨어진다.


“담월!!”


테론의 우렁찬 목소리. 시간이 됐다.


‘실드를 믿을 수밖에!’


휘어진 철 기둥을 놓고 엎어진 루트를 향해 빠르게 몸을 날렸다.


“뭐 하는···!”

“닥쳐! 나도 남자 껴안는 취미는 없거든!”


더군다나 몸을 바짝 밀착시켜 실드 범위를 공유하는 건 더더욱.


콰앙!!


“크으윽···!”


다행스럽게도 단풍나무의 공격을 실드가 버텨냈다.


충격은 고스란히 전해졌지만 죽지 않은 것만으로 다행.


끄직!


거울에 금이 가듯 섬뜩한 소리가 들렸다.


팅티티티팅!!


바늘잎이 실드에 막혀 무수히 튕겨 나갔지만.


끼긱... 끽...


할미의 말답게 바늘 잎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였다.


금이 간 곳에 박힌 바늘은 눈앞의 인간을 놓치지 않겠다는 집념을 선보이며 그 틈을 끝까지 비집고 들어오려 했다.


그때.


번쩍!


뜨거운 열기가 복도를 휘감는 게 느껴지는 순간.


푸화아아악!!


복도의 끝, 나무의 시선을 피해 몸을 숨기고 있던 테론의 손아귀에서 연성된 붉고 화려한 마법이 담월의 등을 스치고 지나갔다.


“스···. 피어”


자신의 것과 차원이 다른 마법에 작게 중얼거리는 루트.


“저게···. 마법···.”


그때였다.


찰나의 시간 단풍나무 주변에 작은 번쩍임이 생겼다. 그 빛은 마치 천둥과 비슷했다.


'뭐지?'


너무 순식간에 지나갔기에 착각이라 생각했다.


'잘 못 봤나?'


착각이라 생각하는 순간.


이글거리는 아지랑이 잔상을 남기며 곧게 뻗어 나가는 다섯 개의 화염 창.


대기를 불태우며 쏜살같이 날아가 공격을 준비하던 단풍나무 몸체와 뿌리를 정확히 타격했다.


뻐거억! 뻐억!!


단단한 것이 빠개지는 소리와 함께.


꾸드득! 꾸드드!


입 없는 나무들의 울음소리가 포효처럼 울렸다.


끝이 아니었다.


나무에 박힌 화염 창은 끝없는 지옥 불을 뱉어냈다.


펑! 퍼버벙!


마나를 응축, 폭발시키며. 나무의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태워버렸다.


타닥···. 탁···. 타닥···.


바스스슥···.


하나의 재가 되어 불똥을 날리며 괴멸한 단풍나무 두 그루.


담월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미친···.”


마법을 처음 본건 아니다.


시험 때 봤던 동급생 마법도 입이 벌어질 만큼 광범위했고 강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벌어진 화염은 그들의 실력을 압도하고 있었다.


“5학년···.”


마나 효율과 실전 경험이 쌓이며 진짜 헌터 단계에 도달한 그들의 실력은 2학년 따위는 풋내기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내 또다시 화염 창이 담월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 뜨거운 열기는 담월의 전신을 땀으로 적시기 충분했다.


대기를 질주하듯 쏜살같이 날아간 세 개의 화염 창.


소나무는 그것을 보고 뒷걸음질 쳤으나 도망칠 곳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우우우웅!


초록색 실드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건 기교나 마찬가지.


태엥!!


화염 창 하나가 실드를 파괴했고. 두 개의 창이 소나무에 박혔다.


그리고 응축, 폭발.


콰아아앙!!

고슴도치 마냥 가지에 붙어있던 바늘잎이 순식간에 녹아내렸고, 단풍나무보다 커다란 덩치는 재가되어 무너져 내렸다.


코끝을 간지럽히는 탄내와 타닥거리는 모닥불 소린. 전투가 끝났음을 알리는 매력적인 선언이었다.


“이게···. 마법···.”


담월은 그제야 깨달았다.


“검이 과거의 유산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네”


김이 빠질 법했다. 눈앞에 벌어진 마법의 힘은 검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대단했으니까.


허나 담월은 아니었다.


“충분히 넘어설 수 있어.”


자신 있었다. 렌마 검술은 저보다 더한 잠재력과 힘을 가지고 있다.


“마법은 한계가 존재하지만 검은 한계가 없다.”


아지가 항상 되새기라며 강조했던 말을 곱씹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담월의 중얼거림을 듣는 루트.


‘마법은 한계가 존재한 다라···.’


그 말에 작게 동의하지만, 검이 일 순위가 되는 건 절대 동의하지 못했다.


‘검 따윈 마법을 뛰어넘지 못한다. 마법은 최강이다.’


이것이 루트의 정의였다. 자기 생각은, 틀린 적 없다.


신뢰도가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그때. 담월이 뭔갈 중얼거렸다.


‘이번엔 또 무슨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거지?’


들어보기나 하자.


“난···. 쩐다···. 난 최강이다···.”

“....?”


뭐···. 뭐라? 미친놈인가? 인제 보니 자존감만 진득한 놈이다.


“후배야”


산뜻한 목소리의 그녀가 다가왔다.


휘날리는 재를 보며 헤죽헤죽 웃고 있는 이졸대.


“개운하지?”

“선배님...”


아아···. 이 못난 후배 고개 숙입니다.


“대단하십니다.”


경외심 담긴 눈으로 이졸데를 보자.


“뭘 이런 거 가지고.”


별것 아닌 듯 어깨를 으쓱였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쓸데없는 소리나 지껄이는 망나니 선배라 생각했는데.


그녀가 빚은 실드는 천군만마였고 모든 공격을 막아줬다.


“아아···.”


존경합니다. 선배님.


“뭘 그렇게 봐?”


이졸데를 향해 눈을 반짝이는 담월을 본 테론.


“선배님!”


담월은 테론에게 경외심 깊은 감탄을 쏟아냈다.


“화염 창? 그거? 진짜 별거 아니야, 고층 헌터 분들 마법 보면 말도 안 나올 거다. 기가 막혀서”


영웅의 탑 40층 이상에 머무는 헌터들은 차원이 다르다. 담월에게 설명해 줘 봐야 알아듣지 못할 터.


“나중에 직접 가서 봐라”


이젠 상황파악이 필요했다.


“어쩌다 나무와 마주 친 거야?”


테론의 말에 루트는 침착하게 설명했다.


“회의실에서 나올 때 저 선배님과 마주쳤고, 같이 움직이다 나무와···.”


설명이 끝나자 턱을 긁던 테론이 말했다.


“무슨 말인지 알겠네. 잠시 5분 대기했다가 가자. 담월인 저기 나무 원석 챙겨, 먹지는 마.”

“알겠습니다.”


아쉽다. 달곰하고 맛있었는데.


‘그래도 위험하다고 하니···.’


그래도 몸이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는데···.


‘하나만 더 먹을까?’


빛깔 좋은 원석을 닦아 냄새를 맡던 순간이었다.


“담월!”


이졸데의 부름.


들켰나 생각하며 멋쩍게 고개를 돌렸다.


“이거 봐”


한 곳을 가리키는 그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짓뭉개진 사람이었던 것이 있던 자리.


그곳에 연기가 피워 오르더니. 이내 검은색 빛의 입자가 모여들었다.


“뭐지?”


신기한 현상에 자연스레 발걸음이 향했다.



빛은 점점 덩치를 불리며 부풀었다 줄기를 반복했다.


처음엔 동그란 모양새였는데 어느새 입자끼리 뭉치더니 사람 형태를 조금씩 만들었다.


빛은 뼈를 빚었고 피와 살을 생성.


신이 인류를 창조할 때처럼 정성스레 인간이란 탑을 쌓아 올렸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검은빛은 사람의 형태가 됐다.


이내 암흑 빛은 옅어졌고 학교 교복을 입은 혈색 도는 남자가 나타났다.


순식간에 이뤄진 일.


“쓰으읍!”


빚이 살려낸 인간은 크게 숨을 들이켜곤.


번쩍! 눈을 떴다.


“후아! 시발! 진짜 개트롤새끼들 때문에 내가 뭔 고생이야!”


욕지거리를 뱉으며 루트를 죽일 듯 노려봤다.


“어이구? 우리 후배님은 짱짱하시네? 선배는 저승사자랑 쎄쎄쎄하다 왔는데 세상 살기 편해졌어? 어?”

“로건”

“뭐야? 이 틀딱 씹선비는”

“....”


고개를 젓는 테론. 마치 살리면 안 될 걸 살린 모양.


“하필 너냐? 하필?”

“뭐야? 이졸데? 빡대가리년이 난리 통에 어떻게 살아있냐? 아 우리 고귀하신 양귀씹님이 살려주셨구나?”

“양귀씹?”


고개를 갸웃하는 담월을 보며 로건이 말했다.


“양반 귀족 씹새기”

“....?”

“너구나? 2학년 탑이, 시발 와꾸하나는 잘 뽑혔네.”


작게 감탄하며 뭐라 말을 이으려던 순간 루트 뒤편에 회귀한 조안이 보였다.


“이야! 드디어! 등장! 신이 만든 걸작! 개씹 소름 끼칠 정도의 초월급 트롤!”


짝짝 손뼉까지 치는 로건. 조안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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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화. 영웅의 탑 - 변 화 24.09.16 4 0 14쪽
15 15화. 영웅의 탑 - B1 24.09.14 8 0 12쪽
14 14화. 영웅의 탑 - B2 24.09.13 11 0 14쪽
13 13화. 영웅의 탑 - 녹지의 신성 (2) 24.09.12 9 0 14쪽
12 12화. 영웅의 탑 - 녹지의 신성 24.09.11 11 0 13쪽
11 11화. 영웅의 탑 0층 - 본관 24.09.10 10 0 11쪽
» 10화. 영웅의 탑 - 강당 (3) 24.09.09 9 0 12쪽
9 9화. 영웅의 탑 - 강당 (2) 24.09.08 9 0 15쪽
8 8화. 영웅의 탑 - 강당. 24.09.07 10 0 12쪽
7 7화. 영웅의 탑 - 0층 (3) 24.09.06 14 0 15쪽
6 6화. 영웅의 탑 - 0층 (2) 24.09.05 14 0 13쪽
5 5화. 영웅의 탑 - 0층 24.09.04 11 0 16쪽
4 4화. 에어리어 원 - B5 (4) 24.09.03 12 0 13쪽
3 3화. 에어리어 원 - B5 (3) 24.09.02 15 0 12쪽
2 2화. 에어리어 원 - B5 (2) 24.09.01 21 0 16쪽
1 1화. 에어리어 원 - B5. 24.09.01 3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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