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반 게임 속 밸런스 파괴범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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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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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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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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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의 괴물(2)

DUMMY

15. 심해의 괴물(2)


게이트가 발생하고 괴수들이 나타난 것은 현대 사회에 크나큰 악재임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꼭 나쁘게만 작용한 것은 아니다.


몬스터의 육체에서 나온 부산물은 신소재로 개발되고. 여러 산업 방면에서 원재료로 널리 쓰이게 되면서 전반적인 기술력이 눈부시게 발전했기 때문이다.


현재 타고 있는 여객기만 보더라도 그렇다.

가볍고도 튼튼한 소재로 만들어진 기체는 비록 추락을 피할 순 없었으나. 승객을 안전하게 보호하는데 성공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대다수의 부상까지는 전부 예방할 수 없었기에, 현장 곳곳에서 도움의 손길을 구하는 요청이 빗발쳤다.


“크윽. 다, 다리가······.”

“누가 여기 좀 도와줘!”


앓는 소리 속에서 승무원들은 열심히 자신들의 의무를 다했다.

부상자들을 응급치료하고 쓰러진 사람을 일으키며 기내를 진정시켰다.


“다들 진정하고 안내를 따르시기 바랍니다!”

“앞자리부터 천천히 나와 주시고, 구명조끼는 아직 부풀리지 마세요!”


불시착한 상황 속에서 대피를 지시했지만. 나는 그 말에 집중할 수 없었다.


‘대체 어떤 녀석이지?’


바다 한복판. 그것도 해발 10,000m의 상공을 비행하는 여객기를 격추시키다니.

이건 결코 평범한 괴수가 저지를 수 있는 짓이 아니다.


‘비행 몬스터라도 나타난 건가.’


만약 그렇다면 크기가 최소 중형 이상의 비행 몬스터일 것이다.

대충 생각나는 대로 손꼽자면 용종 와이번이나 환수종 그리폰 정도.

약한 개체조차 위험도 C랭크 이상인 데다가, 날아다니는 특성 탓에 주어진 랭크보다 훨씬 까다로운 몬스터였다.


그래도 크게 불안하진 않았다. 이전과는 다르게 워치의 동력이 가득했으니까.

웬만한 중형 몬스터 따위 어렵지 않게 사냥할 수 있는 전력을 갖추고 있었다.


[다목적 레이더 센서 작동.]

[현재 적으로 보이는 물체가 서쪽에서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도착까지 대략 2분으로 추정. 전투를 준비하는 걸 추천 드립니다.]


‘오케이.’


비행 몬스터의 표적이 된 이상 이곳에 머무르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다.

아무리 여객기가 튼튼하다할지라도 계속된 공격으로 언젠가 부서지고 가라앉을 테니 말이다.


우선 여객기부터 빠져나가야했지만. 그렇다고 승무원의 안내를 따라 승객들과 함께 대피하는 것은 위험했다.


‘사람들이 한곳에 몰려가면 몬스터의 이목도 그쪽으로 쏠리게 돼.’


그렇게 되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누군가 나서서 몬스터의 시선을 끌어야 했고. 이곳에서 나 이상으로 적합한 인간은 없었다.


‘퍼스트 클래스라서 다행이군.’


이곳에 있는 건 나와 제임스. 그리고 방금 전 추락으로 기절한 승무원뿐.

보는 눈이 적어 행동에 거릴 낄 게 없었다.


재빨리 의자 등받이 위로 올라가서 소닉 블레이드를 꺼내들었다.


“윽. 이게 무슨. 자네 괜찮-, 지금 뭐하는 짓인가!?”


제임스는 돌발 행동에 깜짝 놀라서 다그치는데. 그에게 자세히 설명할 시간 따위 없다.

지체했다간 탑승객들이 싸움에 휘말릴 것이다.


지이잉-

소닉 블레이드를 칼날 부분을 천장에 가져다대었다.


이어서 거침없이 여객기 지붕을 갈랐다.

마치 커터 칼로 종이를 자르는 것마냥 쉽게 천장이 뚫렸다.


“허!”


제임스가 탄성을 터뜨리는 사이. 삐뚤삐뚤한 타원형의 구멍이 만들어졌다.


텅-!

판을 손바닥으로 쳐내며 바깥으로 나섰다.


‘블랙, 전투복 착용.’


여객기의 날개 쪽으로 이동하며 전투 준비를 끝마친다.

곧 워치를 사용한 첫 실전이 벌일 것이다.


“끄응! 후우, 자네 아까 그 무기는 뭔가?”


제임스 또한 내가 뚫어놓은 구멍을 통해 밖으로 기어 나왔다.


“그새 복장이 바뀌었군. 지금 입고 있는 의상은 또 뭐지?”


이어서 바뀐 내 모습을 보며 품평하듯 중얼거리는데.

앞서 말한 대로 한가하게 있을 때가 아니었으니. 나는 그의 중얼거림을 가볍게 묵살하고 전방을 주시했다.


머지않은 곳에서 빠르게 물살을 가로지르는 물체가 보인다.

바다 속이라 크기를 짐작하기 어려웠지만. 심상치 않은 속도였다.


‘비행 몬스터가 아니라고?’


떠오른 의문은 잠시 접어두고 레이저 건을 겨눴다.


두어 번의 총격이 일직선으로 해수면을 꿰뚫는다.

당연히 맞출 생각으로 발사한 것이 아니고. 단지 크기를 어림짐작하기 위해서였다.


‘중형 중에서 크기가 작은 편 같네.’


별다른 반응이 보이지 않는 걸로 보아. 해수면에 가려진 덩치는 그다지 크지 않은 모양이다.


[마스터의 육안과 방금 전 공격을 계산해본 결과. 반경 2m 이하의 크기로 추정됩니다.]


블랙이 내가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다 자세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우릴 격추시킨 게 저것인가?”


다행히 제임스는 우선순위를 착각하지 않았다.


내 손에 있는 무기를 집중해서 보다가도,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수의 등장에 곧장 경계심을 품었다.


“방해되니까 당신도 피해 있어.”


과격한 전투를 벌어질 수도 있기에, 그쪽도 늦지 않게 대피하라고 전하려는데.


“···이미 갔구나.”


제임스는 내가 말하기도 전에 비행기 몸체 건너편으로 조심히 물러서고 있었다.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군.’


제임스는 어설픈 인간이 아니다. 자기 목숨 정도는 스스로 챙길 것이다.

그리고 그건 나한테도 나쁠 것이 없었다.


이 일이 마무리되면 현황을 파악한 그가 알아서 대신 모든 걸 정리해줄 테니까.


‘좋아. 해보자.’


두근거리는 심장과 적당한 긴장감.

앞으로 있을 전투에 전의를 불태운다. 내심 두려움보단 투쟁심이 더 컸다.


워치를 가동한 현재 내 종합 능력치는 자그마치 A랭크.

객관적으로 초인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했기에, 근거 있는 자신감의 발로였다.


촤악-.

탓.


해수면에서부터 몬스터가 튀어나오며 내 앞에 안착했다.

150cm 정도는 될까 싶은, 소년만한 작은 체구.

하지만 그보다 인상적인 점은 퍼런 피부색과 머리에 자라난 뿔이었다.


“···악마인가? 뭐냐, 저 괴물은?”


어리둥절한 제임스의 혼잣말이 귓가에 들려온다.

처음 보는 몬스터의 모습에 혼란스러운 것 같은데.

적의 모습을 확인한 나야말로 패닉에 빠져서 생각을 잇지 못했다.


‘미친······.’


앞에 당당히 서 있는 적은 성경 속에 등장하는 악마가 아니다.

깊은 바다 속에 존재하는 무지막지한 몬스터. 내가 경계하고 주의한 세력, 심해의 괴물이었다.


‘그 중에서도 인간형 폼을 지닌 지휘관급 개체다.’


겉으론 만만해 보일지라도 진짜 형태를 숨기고 있는, 평범한 몬스터는 아득히 초월한 상위종.

한마디로 굉장히 위험한 놈이다.


[미성숙 마물(魔物)을 발견했습니다.]

[몬스터를 지배하고 통치하는 존재. 제국과 연방에서 지정한 공공의 적으로. 1순위 제거 대상이자 우주의 위험 요소입니다.]

[마스터. 부디 상황을 고려하여 교전과 후퇴를 잘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웬만해선 가만히 있을 블랙이 먼저 나서서 경고한다.


적대감과 경계심이 표출된 문구.

나만큼이나 저 괴물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는듯했다.


‘마물이라···. 아주 정확한 표현이군.’


싸우는 광경을 본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몬스터는 안드로메다은하의 존재와도 사이가 나쁜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마물은 먹잇감 보듯 쳐다보더니 옅게 비릿한 웃음을 짓고는, 톱날 같이 뾰족한 이를 드러내며 포효했다.


“kill you! 我要杀了你! 殺すぞ! 죽인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를 비롯해서 다양한 나라의 언어로 ‘죽인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이 외침은 제임스한테도 똑똑히 들렸던 모양이다.


“맙소사, 몬스터가 말을 하다니!”


경악에 찬 목소리. 예기치 못한 상황에 상당히 놀란 모습인데.

그건 놈의 정체를 잘 알고 있는 내가 더 심각했다.


‘야단났군. 이걸 어떡하지?’


등과 손아귀가 축축해질 정도로 식은땀이 흐르고 입안이 바싹 마른다.


모든 일에는 절차와 순서가 있기 마련이다.

헌데 이렇게 느닷없이 상위종과 마주치다니. 이건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다.

보통 사고 수준이 아니라 숫제 재앙이 강림한 수준이다.


‘꿈인가?’


아니 잔인한 현실이다.

신이 저주라도 내린 게 아닐까 의심스럽다.


하다못해 워치라도 온전한 상태라면 모르겠는데. 업그레이드는커녕 수리도 안 된 상태로 대뜸 싸우라니. 현재로선 무슨 짓을 해도 승산이 없다.

현 시점에서 심해의 괴물을 마주친 것은 사망 선고나 다름없었다.


‘도망쳐야해.’


하지만 어디로?

이 망망대해에서 대체 어디로 가야한단 말인가.


마물은 내 심정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사악하게 웃으며 입을 찢어져라 크게 벌렸다.


파지지직-.


뿔에 모인 저릿한 기운은 순식간에 응집되어 구체를 형성했고.

곧바로 응축된 힘을 방출시켰다.


방금 전 여객기를 추락시켰을 파괴광선이 정면에서 들이닥쳤다.


위기의 순간.

반투명한 검은 방벽이 정면에서 생성되었다.


[위급 상황으로 판단. 자동방어 시스템을 작동합니다.]

[반입자 배리어 풀 전개.]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 한 열선이 바위에 부딪친 파도처럼 산산이 흩어졌다.

하지만 섬광은 끊임없이 이어졌고. 방벽은 결국 그것을 버티지 못했다.


조금씩 균열이 생기던 배리어는 산산조각으로 깨졌고. 내 몸은 충격파에 떠밀려, 끈 떨어진 연처럼 허공을 날아 먼 바다로 내동댕이쳐졌다.


풍덩!

촤르르륵-


등에 묵직한 충격에 숨이 멎고. 주변으로 수많은 기포들이 흐드러지게 올라간다.


주위는 온통 새까맣다.

저 하늘 위의 우주 못지않게 아주 어두운 공간.

숨을 쉬고 있는지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감각이 무뎌진다.


나는 이렇게 죽는 건가.


눈앞이 탁해지며 시야가 어둠으로 잠식된다.

내가 눈을 감은 걸까. 아니면 시력이 멀어버린 걸까.


나는 지금 어떤 자세지?

머리가 아래인 상태로 떨어지고 있나.

의외로 평범하게 가라앉고 있진 않을까.

하나도 모르겠다.


단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듯 몽롱한 정신.

제대로 된 사고가 이어지지 않는다.


이내 살 수 있을까란, 헛된 희망마저 사그라질 무렵.

순간 눈꺼풀을 비집고 들어오는 환한 빛과 사무적인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변 환경의 변화를 감지했습니다.]

[상황을 고려하여 임의 판단. 전투복을 환경에 걸맞게 변환합니다.]

[원활한 수중 전투를 위해 보조 기능을 작동합니다.]


멋대로 전투복의 외형이 변한다.

전투마스크의 내부 공간이 크게 확장되고. 상하의는 보다 피부에 밀착하며, 스킨스쿠버의 복장처럼 바뀌어간다.


쉬우우우-.

마스크 안으로 공기가 주입되고 뇌에 산소가 공급되며. 새까맣던 시야가 삽시간에 밝아진다.


“푸하!”


[마스터. 포기하긴 이릅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시길 바랍니다.]


뒤통수를 때리며 호통 치는 것 같은 음성. 눈이 번쩍 뜨였다.


“···고맙다. 덕분에 살았어.”


희망이 사라져서 절망한 주인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내장된 격려와 응원 기능.

이걸 두 귀로 직접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이온 부스터를 에어 부스터로 변환. 최소 출력치를 낮추고 상시 가동합니다. 분사구는 등, 손바닥, 발바닥 총 세 부위에 위치합니다.]

[신경 신호를 감지하여 작동하니 세기 조절에 유의하십시오.]

[추가로 반입자 배리어 완전 파괴. 수복이 완료될 때까지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블랙은 내 감사에도 아랑곳없이 본인의 업무를 실시했다.


어디서든 제 전투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자동으로 착용자를 보조하는 기능.

새삼 블랙 프레데터로 빙의되어서 다행이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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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반 게임 속 밸런스 파괴범이 되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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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공적 NEW 11시간 전 3 0 13쪽
16 기사회생 24.09.18 8 2 11쪽
» 심해의 괴물(2) 24.09.17 11 2 12쪽
14 심해의 괴물 24.09.16 13 2 13쪽
13 질문 타임 24.09.15 16 2 12쪽
12 대화 자세 24.09.13 16 2 12쪽
11 등장인물 24.09.12 15 2 12쪽
10 훌륭한 스타트 24.09.11 20 3 12쪽
9 미지의 적 24.09.10 20 2 13쪽
8 불쾌한 기억 24.09.09 23 2 12쪽
7 전리품 24.09.08 27 3 13쪽
6 특별 상품 목록 24.09.06 26 2 12쪽
5 역할 24.09.05 28 1 13쪽
4 다섯 24.09.04 29 2 12쪽
3 괴한 24.09.03 32 1 13쪽
2 기가 막힌 우연 24.09.02 39 1 17쪽
1 프롤로그. 취미 + 1. Movie licensed game. 24.09.02 47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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