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반 게임 속 밸런스 파괴범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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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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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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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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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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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취미 + 1. Movie licensed game.

DUMMY

프롤로그. 취미.


세상엔 매우 다양한 취미가 있다.

누군가는 너무 많아서 혹은, 없어서 밝히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내 경우엔 일말의 고민도 없이, 취미는 ‘영화 관람’이라고 주장하겠다.


하지만 이런 의심 없는 확고한 발언과는 달리 사람들과 영화를 주제로 이야길 꽃피우기엔 내가 보유한 지식은 턱없이 부족했다.

그 원인은 내 취향이 특정 분야에만 치중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바로 슈퍼히어로(Superhero) 장르.


현재 슈퍼 히어로 영화는 당당히 영화계의 한 축으로 자리 잡으며 대중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로 가볍게 소비되기 마련이다.


물론 그게 나쁘다고 주장하고 싶은 건 아니다.

그저 영화 안에 담긴 흥미로운 설정을 놓치고 관람하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히어로(hero), 영웅에 대한 내 광적인 사랑은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여의면서 남들보다는 다소 불우했을 학창 시절.

나는 우연히 히어로 만화를 접했고. 바로 그 자리에서 주인공에게 마음을 빼앗겨버렸다.


나와 같은, 아니 나보다 더 불행한 처지에서도 노력으로 역경을 극복하고 홀로 당당히 서 있는 모습.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주인공은 대단하고 멋지게 느끼며.

어쩌면 나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망상을 했었던 것 같았다.

.

.

.

하지만 그 어렸을 때의 유치한 망상이 서른에 가깝게 돼서야 이뤄질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1. Movie licensed game.


황금 같은 주말 오후.

남들은 벚꽃 구경이니 뭐니 하며 분주히 바깥을 돌아다닐 때.


같이 나들이 갈 가족도 데이트할 애인도 없는. 나, 약관 27세의 남지훈은 오늘도 어김없이 침대에 누워있다.


“······로딩이 기네.”


자그마한 휴대폰의 게임 화면을 보며, 속으로 투덜거렸다.


만화나 영화도 아니고 모바일 게임을 붙들고 있다니. 내가 생각해도 영 뜬금없지만 어쩔 수 없다.

이건 보통 게임이 아니니까.


Movie licensed game.

영화 기반의 모바일 액션 게임.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국산 슈퍼히어로 영화, 슈퍼노바(Supernova) 시리즈가 게임으로 만들어졌다는데.

살짝이라도 찍어서 맛을 봐야하지 않겠나.


‘퀄리티는 뭐, 나쁘지 않네.’


영화의 로고를 보여주고 이내 멋들어진 캐릭터 일러스트가 보인다.


순차적으로 지나가는 캐릭터는 영화배우들과 분위기가 유사하게 잘 뽑혔다.

오히려 게임인 만큼 외형적인 부분에서 더욱 개성 있는 모션이 가미된 모습이었다.


‘어디보자. 시작 캐릭터가··· 마녀?’


튜토리얼 캐릭터로 등장한 캐릭터는 첫 번째 영화의 주인공이 아니라, 시리즈 네 번째 작품의 주인공 마녀였다.


순간 의아한 기분이 들었지만 금방 게임사의 의도를 깨달았다.


‘아하, 시간 순서대로 진행하는 거군.’


슈퍼노바 시리즈는 영화 개봉 순서와 시간대 흐름이 일치하지 않았다.


영화에서 가장 과거의 내용은 마녀 주역의 영화 ‘Witch 1 : The Legacy’에서 볼 수 있는데.

오직 그녀만이 어린 시절을 보여줬으니 이러한 배치는 납득할 수 있었다.


‘이러면 되새김질하면서 보기 좋겠네. 나쁘지 않아, 시간 순이면 한 3~4번 정도밖에 안 봤으니까.’


개봉 순서대로는 정주행 20번을 넘게 했으니. 만약 그대로 플레이된다면 식상하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는 그것만으로도 기뻐했겠지만 말이다.


‘게임 스토리는 영화와 동일하려나.’


혹시나 새롭게 추가된 오리지널 스토리가 있을까 싶지만.

게임 장르가 액션인 만큼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우선 스킬부터 볼까? 에너지원은 역시 마력이 공통이고.’


게임의 기본 조작을 익히고. 눈앞에 나타나는 몬스터를 처치하며 메인 시나리오를 차근차근 진행한다.


‘모바일 게임 치곤 잘 만들었네.’


무엇보다 익숙한 설정을 별도의 수정 없이 그대로 가져왔다는 점이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스테이지를 완료해나가는 와중.

다소 심기를 거스르는 부분이 생겼다.


‘얘는 꼴이 왜 이래?’


슈퍼노바의 두 번째 주역이자 최약체 영웅이 스토리상 심각하게 다쳐서 위태로운 모습을 보였다.


영화에선 보지 못했던 광경.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올라오더니. 결국 현실로 나타났다.


“뭐야, 진짜 죽었어?”


계속 죽을 것 같이 굴더니만.

진짜 다음 스테이지에서 덜컥 죽어버리고 만 것이다.


뭘 잘못 조작한 걸까?


황당한 심정으로 스테이지를 다시 도전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원래부터 그런 식의 진행인 것처럼 스토리는 그대로 흘러갔다.


나는 잠시 휴대폰을 내려놓고 게임을 더 플레이할지, 그만할지를 깊이 고민했다.


‘으음, IF스토리인가······.’


일반적으로 알려진 IF스토리. 통칭 ‘What if’ 는 '만약에 ~이랬다면' 을 가정하고 사건을 비틀어 다른 결말을 맞이하는 작품을 총칭한다.

어떠한 것도 허용되는 이 분야는 대부분 막장으로 치닫는 전개를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영 불안한데.’


새로운 에피소드를 언제나 환영하는 편이었지만. 예고도 없이 덜컥 주역이 사망하니 괜히 꺼림칙하다.


‘에이 설마, 괜찮겠지.’


짧은 고민 끝에 휴대폰을 다시 들었고. 불안한 마음으로 메인 시나리오를 이어갔다.

그리고 영화와 다를 바 없는 사건들을 맞이했다.

차이점이라곤 두 번째 주역이 없다는 점뿐이었다.


‘괜한 기우였네.’


안심하며 스토리를 감상하는데.

이윽고 몇몇 주역들이 협동하여 위험을 이겨내는 주요 사건에 도달했다.


그러나 나는 영웅들의 멋진 모습을 감상할 겨를이 없었다. 스테이지 시작부터 그들이 전멸할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아니이이이! 이건 아니잖아. 씹, 이게 이렇게 된다고?”


처절하게 싸우는 영웅들을 보고 있자니. 답답함에 저절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와. 나. 진짜. 말이 돼서 더 짜증나네.”


차라리 전혀 개연성 없는 스토리였다면 그냥 한바탕 욕하고 말았을 텐데.

정말 그럴듯한, 실제로 이런 그림이 나올 법해서 더욱 어이가 없었다.


“개같네, 진짜.”


이내 가까스로 버티고 있던 캐릭터들의 목숨이 경각에 달했다.

이러다 여기서 또 다른 사망자가 나올 기색이었다.


제발 죽지 말라고 속으로 절규하는 찰나.

그 간절한 외침에 들은 것처럼. 검은색 그림자가 나타나 폭풍처럼 현장을 휩쓸었다.


“오우 쉣! 믿고 있었다고 젠장!”


전부 이걸 위한 빌드업이었나!


테크웨어(Tech Wear) 계열의 어두운 자켓을 걸치고 전술 마스크로 안면을 가린 수상쩍은 인간.

왼쪽 손목의 검은 시계가 돋보이는 이 다크 히어로는, 여섯 번째 주역으로 낙점된 블랙 프레데터였다.


블랙 프레데터는 시리즈 상 늦게 얼굴을 비춘 등장인물로, 첫 등장만으로 단번에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지만.

계속 조연으로만 출현하는 탓에 팬들의 원성을 사다가, 결국 인기에 힘입어 제작에 들어선 캐릭터였다.


여담으로 나도 솔로 영화가 제작되길 고대했던 일원 중 하나다.


‘곧 있으면 영화 제작한다더니. 힘 빡 줬네.’


공을 들인 티가 나며, 감탄이 나올 정도로 멋지게 연출되었다.

이게 워낙 감격스러웠던 탓일까.


[특별 상품 목록 - 블랙 프레데터 전용.]

워치를 업그레이드하고 강력한 특수 장비들로 호쾌한 전투를 펼쳐보세요!


불필요한 소비라며 무시했던 과금 유도 창에 무심코 시선이 쏠렸다.


“······딱 하나만 질러볼까?”


맛보기로 제일 위의 상품을 구매했다.


블랙 프레데터의 힘은 외계문명이 접목된 하이퍼 테크놀로지, 지구의 기술력을 초월한 무장으로.

안드로메다 은하 기술의 정수가 녹아있는 정체불명의 외계병기, 워치(Watch)를 사용했다.


“크, 미쳤다!”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된 블랙 프레데터는 보다 길어진 검신으로 몬스터를 마구 베어 넘긴다.

그 가공할 위력에 감탄하고, 또한 호기심이 샘솟았다.


‘나머지는 어떨까?’


스테이지를 완료한 나는 지체 없이 상점으로 직행. 상품 목록을 전부 사들였다.

터치 몇 번으로 삽시간에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커다란 기대감을 품은 채, 다음 스테이지에 들어섰다.


“캬! 이거거든.”


현질로 무장한 캐릭터는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참으로 시원시원한 액션이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근데 블랙 프레데터가 이 정도였나?’


내가 조종하는 게임 플레이 말고도 스토리상에서도 강력한 모습.


‘분명 게임 초반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완성형이었던 컨셉이 성장형으로 변모하며. 내가 정리한 캐릭터 시트와는 전혀 다른 인물이 되었다.


‘완전 사기캐로 만들어났네.’


영화의 인물과 다른 캐릭터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상향되었다.


‘그래도 뭐, 근사하네.’


기존 장비보다 업그레이드된 장비가 눈길을 끈다.

전부는 아니라도 몇 개는 솔로 영화에서 소개되지 않을까. 내심 기대가 되었다.


그러나 게임에 열광하고 만끽한 것과 별개로.

나는 점점 진지하게 이 게임의 스토리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멋지긴 한데, 너무 노골적인 거 아닌가?’


영화 홍보를 노리는 건 알겠다.

마침 게임이기도 해서 보정이 들어가기도 적합했고. 그래서 스포트라이트 장면을 블랙 프레데터에게 몰아주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걸 표현하는 방식이 아쉬웠다.


“에헤이, 벌써 밸런스 망가졌네.”


사건마다 전투의 핵심을 담당하는 블랙 프레데터. 등장인물 간의 균형이 무너진 것이 느껴진다.


영화에서 그가 팀에 합류하고 본격적으로 활약한 시기는 적과 아군이 성장한 한참 후의 일.


그 전에도 참여하거나 활약이 없던 건 아니지만. 대부분 주연의 눈에 띄지 않는 선에서 몰래 조연의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앞으로 어떻게 하려고 이러는 건지 원.’


아니나 다를까.

블랙 프레데터의 지분이 커지면서 다른 영웅들의 활약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전투가 너무 시시해진다는 단점도 있었다.

자잘한 하위 몬스터로는 보다 강력해진 그의 공격을 막을 수 없었으니까.


‘대책이 있겠지···?’


왠지 또 불길한 예감이 든다.

블랙 프레데터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최악의 수가 떠오른 탓이다.

그리고 게임은 내가 생각한 심플한 답안을 내놓았다.


바로 급이 맞는 적을 내세우는 것이었다.


“정말 이게 최선이야?”


이대로 강한 적들을 내보냈다간 캐릭터 간의 격차가 더 심해질 텐데.

게임 개발자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만든 건지.


“아-.”


갑자기 맥이 탁 풀린다.

여태까지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도 열심히 집중해서 플레이했는데. 그 스위치가 꺼져버린 것이다.


‘에휴. 진짜 걸작하나 탄생하나 했더니.’


나는 결국 생각하길 포기했다.

여기까지 온 이상 그냥 어떻게든 완결만 볼 생각으로. 심도 있는 고찰은 저 멀리 던져둔 채 순수하게 플레이하기로 결심했다.


그 선택은 나름 괜찮았다.

스트레스를 받는 대신 풀 수 있게 되었으니까.


시그마 블레이드로 몬스터를 무참하게 썰었고. 이온 캐논으로 스테이지 보스를 순식간에 증발시킨다.


‘전투신은 기깔나게 뽑았는데. 스토리가 영 별로네.’


가볍게 해치우며 끝낸 스테이지 전투와 달리 게임의 메인 스토리는 점점 이상해지며 급박하게 흘러갔지만.


더는 일일이 신경 쓰지 않았다.

이미 포기한 지 오래였으니까.


“하암~. 언제 끝나냐.”


이젠 유일하게 즐기던 전투마저도 슬슬 질리기 시작한다.


왜 이딴 망겜에 돈을 지른 걸까.

벌써부터 환불할 생각이 가득했다.


“개 같은 거. 그냥 후딱 끝내게 막판 보스까지 다 나왔으면 좋겠네.”


그 입이 방정이었던 걸까.

게임이 아주 선을 씨게 넘어버렸다.


“···장난해? 이 인원으로 뭘 어쩌라고?”


메인 스토리에서 보여주는 컷 신에서, 현재로선 감당하지 못할 강대한 보스가 영웅들 앞에 등장했다.


“이건 좀··· 힘들겠는데.”


안 그래도 앞서 여러 악조건이 겹친 탓에 전력도 갖추지 못한 상황.

전투가 아니라 후퇴를 고려해야 할 판이다. 안전 구역으로 도망가는데 전념해도 사망자가 나올 것이 분명했다.


무모하게 전투를 속행하는 것보단 후일을 도모해야한다.

다행히 우리에겐 보다 강력해진 블랙 프레데터가 있다.

그가 시간을 최대한 끌어주고 운이 따른다면 모두 무사히 대피를-


“어라? 애 어디 갔어?”


어째서인지 스토리 컷 신에서 블랙 프레데터가 온데 간데 보이지 않았다.


내가 너무 뇌 빼고 플레이를 한 걸까.


장면을 이해하기 위해 대화 로그를 끌어올려 대사를 확인했다.


‘분명 작전 지역에 오겠다고 했잖아?’


하지만 그 선언과 달리 블랙 프레데터는 나타나지 않았다.


“···잠깐! 이러면 어떻게 되는 거야?”


현재 스토리에서 일행의 전투력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블랙 프레데터가 없다면.


그 결과는 안 봐도 뻔했다.


“아, 제발. 여기서 다 전멸하는 건 아니지? 그러지 마라. 경고했다.”


차례차례 보스에게 쓰러지는 영웅들.

그들이 상황을 극복한다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만, 그만 둬! 제기랄, 으윽. 씨발!!”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단 한 명의 영웅이 가까스로, 마지막 희망의 불씨처럼 살아남았지만. 이제 와서 내겐 하등 의미 없는 장면이었다.


영웅들이 허무하게 죽은 시점부터 오만 정이 다 사라졌으니까.


[The end.]


끝을 알리는 문구가 화면을 가득 채웠다.


이것이 메인 스토리의 마지막 장.

더 진행할 스테이지가 없는 게임의 엔딩이었다.


“···개발자 이 씹새끼!”


순간 속이 뒤틀리며, 반사적으로 육성이 튀어나왔다.


“일단 환불부터, 내가 이건 무조건 받아낸다.”


나는 당장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에 접속했다.


내가 구매한 것은 미리 고지하여 일반적으로 결제취소, 청약철회가 불가능한 상품이다.


하지만 개인이 아니라 다수가 나서면 어떨까.

분명 관련 사이트에서 나와 함께할 동지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난리 났네.”


당연하게도 이미 그곳은 한바탕 뒤집어져 있었다.


- 야 이 새끼들아. 멀쩡한 스토리 냅두고 누구 맘대로 각색하래?


- 이거 허락받은 거 맞음? 제작사에서 고소해야하는 거 아님?


- 뭘 고소해~. 영화 메인 작가가 직접 실드 치는데ㅋㅋ. 한번 봐라 ㅈㄴ가관이니까.


게임 내용도 내용이지만 말도 안 되는 찌라시 때문이었다.


“원작? 이건 또 무슨 개소리래? 그 개똥같은 스토리가 원본이라고?”


그럴 리가 없다는 생각에 바로 알아보는데-.


[게시판-인기 글]

[new!모바일 게임 슈퍼노바 영화사와 개발사, 메인 작가의 말.]

[new!슈퍼노바 게임 사태 요약 글.]

[new!슈퍼노바 메인 작가의 망발.]


“지랄하지마라 진짜.”


설마 싶은 마음에 클릭해보니.

거기엔 떡하니 메인 작가가 직접 나서서 그 뜻을 표명했다고 쓰여 있었다.


게임의 스토리는 원작자인 메인 작가가 고집해서 제작한 작품으로 제작사의 의도는 일체 들어가 있지 않다고.


“미친···. 실화야?”


한순간 대략 머리가 멍-해진다.


작가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게임을 만들고 스토리를 원작이라고 주장한 걸까?

영화 제작사나 주위 관계자들이 한사코 만류했을 텐데.

주변의 반대에도 진실을 설파하고 싶단 소리일까? 수많은 관람객을 원성을 들으면서까지?


나로선 절대 공감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내면에 형성된 분노의 화살은 자연스럽게 원흉인 작가에게 향했다.


작가를 무지성으로 비판하는 대열에 합류하는 건 내키지 않았지만. 이대로 아무것도 안 한다면 잠을 설칠 것 같았다.


‘이건 바로잡아줘야 해.’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는 법이니까!


나는 환불받아야겠단 생각마저 잊은 채.

충고를 빙자한 불만을 꾹꾹 눌러 담아, 작가의 개인 SNS와 메일로 긴 글을 보냈다.


팬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슈퍼노바 시리즈의 전체 소장 내역까지 첨부해서 말이다.


“하아···.”


그렇게 모든 증오와 분노가 적힌 메일을 보내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급격히 현타, 현실 자각 타임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일이야,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나?”


창작자의 발언은 팬에게 의미가 크다.

발언에 따라서 뜨거운 논쟁이 종결되고. 팬이 세운 가설이 맞기도 틀리기도 하니까.


갖가지 설정오류 등을 생각하면 창작자의 말이 무조건 옳다고 보긴 힘들지만.

대게 작가의 말을 정론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창조주가 직접 나서서 작품을 훼손하다니. 팬으로서 무척이나 충격적이다.


실망과 배신감으로 얼룩진 착잡한 심정.

후유증이 제법 오래-, 아니 이 상처는 마음속에 영원토록 남을 것 같았다.


시야가 흐릿해지고 안구에 습기가 들어찬다.


“하. 하하하···.”


실소를 흘리며 의자에 기대어 있는지 얼마나 지났을까.

창밖에서 들어오는 주황빛 노을이 시간 감각을 일깨웠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지났지···.’


촉촉하게 젖어있던 눈물은 말라붙은 지 오래다.

휴대폰을 집어 들며 시간을 확인하려는데.


지잉-


때마침 손에 쥔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이 시간에 누구지?’


여론 조사나 광고 전화라도 온 걸까 싶었는데. 전화는 아니고 대신 문자 한통이 와 있었다.


이에 나는 대수롭지 않게 메시지를 확인했다.

정말 어리석게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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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기사회생 NEW 6시간 전 2 0 11쪽
15 심해의 괴물(2) 24.09.17 5 0 12쪽
14 심해의 괴물 24.09.16 7 0 13쪽
13 질문 타임 24.09.15 10 0 12쪽
12 대화 자세 24.09.13 11 0 12쪽
11 등장인물 24.09.12 11 0 12쪽
10 훌륭한 스타트 24.09.11 16 1 12쪽
9 미지의 적 24.09.10 16 0 13쪽
8 불쾌한 기억 24.09.09 17 0 12쪽
7 전리품 24.09.08 24 2 13쪽
6 특별 상품 목록 24.09.06 22 0 12쪽
5 역할 24.09.05 23 0 13쪽
4 다섯 24.09.04 26 0 12쪽
3 괴한 24.09.03 29 0 13쪽
2 기가 막힌 우연 24.09.02 35 0 17쪽
» 프롤로그. 취미 + 1. Movie licensed game. 24.09.02 42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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