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반 게임 속 밸런스 파괴범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새글

Sn50
작품등록일 :
2024.09.02 17:27
최근연재일 :
2024.09.18 18:2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291
추천수 :
3
글자수 :
92,984

작성
24.09.13 18:20
조회
10
추천
0
글자
12쪽

대화 자세

DUMMY

12. 대화 자세.


“으음··· 저어··· 그 사람 기절한 거 같은데요.”

“설마 죽은 건 아니죠?”


학생들의 발언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내 목적은 어디까지나 상대의 정체와 의도를 파악하는 것. 자초지종이 밝혀지지 않은 채 사망하는 것은 내 의사와 어긋났다.


황급히 요원을 벽에 기대어 앉혀놓고 생사를 확인했다.


‘휴-. 죽진 않았다.’


다행히 숨을 내쉬고 있었다.

살인은 어디까지나 어쩔 수 없을 때 저지르는 최후의 수단. 이런 터무니없는 실수로 느닷없이 살인자가 되는 것은 사양이다.


요원이 무사한 것을 확인한 후 나는 다음 행동을 이어갔다.


우선 간단한 소지품 검사부터.

정장 안주머니를 뒤적거린다. 뭔가 단서라도 발견할까 싶었는데.

안쪽에서 여분의 탄창과 여권 그리고 지갑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보나마나 위장신분이겠지.’


별다른 기대 없이 여권을 열어보는데.

위조 신분증 내부를 보고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어라? 이 이름은 어디선가···?”


나는 다급히 기절한 요원의 외형을 살폈다.


날카롭게 휘어진 굵은 눈썹과 아주 짧은 스포츠머리.

이어서 면상까지 자세히 들여다보니 잘 알고 있는 사람임을 깨달았다.


‘···이 사람은 설마, 제임스?’


지금 내 앞에 쓰러진 인물은 제임스 로엘.

미국 히어로 기관의 요원이며.슈퍼노바 미국 시리즈에서 제법 큰 비중을 차지하는 조연이었다.


*


나는 슈퍼노바 시리즈 한국판의 광팬이라 자부하지만. 실제로는 한국 시리즈만 고집한 건 아니다. 가끔이지만 미국 시리즈도 챙겨봤다.


꺼드럭거리는 해외 팬이 눈꼴사나울 뿐이지. 미국 시리즈 또한 슈퍼노바 세계관을 나쁘지 않게 녹여낸 작품이라고 인정한다.


제작에 돌입하지 얼마 되지 않아 편수가 많지 않고. 설정상 겹치는 부분도 많아서 정주행까지 하진 않았지만.

걔 중에는 내 기억에 또렷하게 남은, 파이어뱃(firebat)이라고 불리는 인상적인 초인이 있었다.


‘지금의 나와 가장 흡사한 인물이다.’


특질 계열 초능력과 적색의 레드 워치를 보유한 희대의 사기캐였으니 말이다.


‘그것 때문에 파이어뱃을 싫어하는 국내 팬들이 제법 있었지.’


주어진 힘만 보면 블랙 프레데터의 완벽한 상위호환 격이라 할 수 있었으니까.


물론 그건 슈.알.못들의 주장일 뿐. 나는 명백히 틀린 의견이라 생각한다.


점점 가열되어 화력을 키우는 파이어뱃과 예열 없이도 죽창을 찔러대는 블랙 프레데터.

그들의 스타일은 선명한 색깔만큼이나 극명한 차이를 보였으니까.


여튼 강함에 대한 서술은 제쳐두고. 내가 파이어뱃을 기억하는 덴 아주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워치가 외계인의 기술로 만들어진 물품인 게 그 편에서 밝혀졌었지.’


바로 워치의 기원과 주요 배경 설정 때문이었다.


‘바보같이 이걸 잊고 있었다니.’


온 신경이 우주 쪽에만 매몰되어 시야가 좁아졌다.

이렇게 뚜렷한 연관성이 있음에도, 정작 가까이 있는 국가를 간과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게 이렇게 연결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약간의 변명을 덧붙이자면, 다른 국가에서 이토록 재빠르게 움직일 줄은 정말 몰랐다.


‘고작 하루. 아니 어제 현장을 정리한 것까지 감안하면 최소 12시간 이내겠군.’


한나절도 안 되는 사이에 발각당하고 추적하다니. 세상 신기할 따름이다.


‘지금이라도 알아차려서 다행인가.’


그런데.

정말 단순히 잊어버린 게 맞을까.

머릿속에 강한 의구심이 생겼다.


[너로 대체할 수 있겠어. 물론 지체된 기간이 길어서 약간의 부작용이 있겠지만 운명을 바꾸기 위해선 감수해야-.]


어째서 지금.

이 세계로 이동하기 직전에 들었던 마녀의 망언이 떠오르는 걸까.


만약.

정말 만약에.

그녀가 언급한 부작용이 내 기억과 관련된 사항이라면.


그보다 심각한 사태가 있을까?


나는 낯선 환경과 빙의 탓에 혼란스러웠을 뿐이라고. 그저 단순히 잊어버렸다고 넘기고 싶지만.

방금 머릿속에 각인된 문장 탓에 가벼운 해프닝으로 치부하기 어려웠다.


마음 한켠에서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그 꺼림칙함을 곱씹고 있을 그때.


“저기, 지훈아?”


금설희가 어색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어, 어. 그래. 왜? 무슨 할 말이라도 있어?”


대답하는 나도 얼떨떨한 기색.

누가 봐도 서로 어색해하는 것이 보였다.


실제로도 그녀에게 반말을 듣는 것이 무지하게 낯설다. 오히려 아까 전 실수로 아저씨로 불렸을 때가 훨씬 자연스러웠다.


‘아니다. 그래도 동갑인데, 아저씨라 불리는 건 이상하지.’


앞으로 해태에 입학하면 숱하게 들을 예정이니. 반말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었다.


그녀와의 대화는 생도들과 어울리기 위한, 일종의 적응 훈련도 겸했다.


“곤란하면 내가 해결해볼게. 나 때문에 발생한 사고잖아.”


금설희는 의외로 강하게 의견을 피력했다.

내가 심각한 얼굴로 고민하는 것을 보고 나름 책임감을 느낀 모양인데. 나로선 의문만 떠올랐다.


‘네가 뭘 어쩌게?’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지만 금설희는 즉시 휴대폰을 꺼냈다. 아마 내가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을 암묵적인 동의라고 알아들은 모양이다.


“오 실장님, 지금 시간되세요?”


내가 미처 말릴 틈도 업시 통화가 연결되었고.


- “설희 아가씨시군요. 저야 언제든 괜찮습니다. 부탁하실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블랙에게 설정했던 목소리와 비슷한 사무적인 여성의 음성이 귓가로 들려왔다.

나와 금설희 사이의 거리는 불과 2~3m. 오감이 발달한 체질 능력자가 내용을 알아듣기 충분할 정도로 가까웠다.


“그게 사람 하나를 처리-, 아니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좋은 방법이 있는지 여쭙고 싶어서요.”


- “···듣기에 따라 상당히 위험한 사안 같군요. 제가 직접 찾아뵙고 말씀드려야 할 듯싶습니다. 현재 계신 장소가 어디십니까?”


보자보자 하니까 안 되겠다.


“그러니까, 여기가-”


탁.


장소를 말하기 직전 나는 금설희의 휴대폰을 강탈했다.


“크흠.”


한차례 헛기침을 하고 활발한 연기 톤으로 전화를 바꿨다.


“여보세요? 오 실장님이라고 하셨죠? 저 설희 친군데요. 벌칙으로 장난 좀 시켜 봤습니다.”


- “···친구 분이라고요?”


“네!”


부디 얼버무림으로 잘 넘겼길 바랐지만. 역시나 그리 쉽게 풀릴 리가 없다.


- “설마 납치범인가? 제길, 멍청한 새끼들. 저번에 그렇게 말했는데 기어코 또 아가씨를 홀로 보냈단 말이지? 당장 경호팀 호출하도록 해.”


청각을 최대한 끌어올려 상대편에서 조그맣게 속삭이는 말을 어렵사리 알아들었다.


- “친구 분이시라고 하셨죠? 아가씨를 바꿔주시겠습니까?”


오 실장은 다급함이 느껴졌던 조금 전과 달리 차분한 목소리로 요청했다.


필시 그녀와 긴히 이야기를 나눌 분위기.

금설희의 발언 탓에 상대는 터무니없는 착각에 빠져버렸다.


“아뇨! 그런 거 아닙니다!”


나는 다급히 해명했고. 이를 옆에서 지켜보던 금설희의 도움으로 오해는 빠르게 해결되었다.


- “···네, 뭐, 일단 알겠습니다. 상황 설명부터 해주시겠습니까? 대체 아가씨를 무슨 일에 끌어들이셨는지요?”


정중한 목소리에 의심이 가득했다.

명백히 이쪽을 추궁하는 기색이다.


“별일 아닙니다. 저희가 알아서 해결할 테니-.”


- “설명은 추후에 듣겠습니다. 위치를 말하세요. 그쪽 분야 전문가를 보낼 테니. 일단 사람들이 접근하지 않도록 통제하세요. 쓸데없이 처리 대상을 늘릴 순 없으니까요.”


“아니요, 도움은 괜찮습니다! 지금 통화 내용도 전부 잊어주세요.”


- “정말 괜찮은 거 맞습니까?”


“네, 정말입니다.”


- “모쪼록, 아가씨께 피해가 가지않게끔 부탁드립니다.”


“물론입니다.”


- “그럼 아가씨를 바꿔주시겠습니까?”


냉담한 목소리에 나는 서둘러 설희에게 휴대폰을 건네줬다.


삐질.

이마에 진땀이 흐른다.

느닷없이 이게 무슨 일인지 원.


“아···. 그, 괜히 전화 드린 것 같네요. 죄송해요.”


- “아닙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준비는 해두겠습니다.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오 실장이라는 사람이 무슨 준비를 할지 딱히 알고 싶진 않았다.

이를 곁에서 잠자코 지켜보던 차승혁이 입을 열었다.


“방금 통화한 분은 어떤 분이에요?”


“우리 집 비서실장님. 원래 아버지네 직원인데 회사 일만 아니라 가족 개인사. 혹여나 불미스러운 사고가 벌어지면 가장 먼저 연락하라고 당부하셨어. 그리고 실제로 여러 곤란한 일들을 뒤탈 없이 해결해주셨고.”


“으음, 그렇군요···.”


떨떠름한 차승혁과 마찬가지로 나도 당황스럽다.

대체 아버지는 뭐하시는 분이길래.


하지만 골목길에서, 그것도 기절한 사람 앞에서 나눌 대화는 아닌 듯했다.

호기심은 나중에 해소하기로 하고 당장의 상황부터 정리하자.


“근데 형은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그냥 그, 오 실장이라는 분한테 맡기는 게 어떨까요?”


“됐어.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나한테 맡기고 너흰 바로 집으로 가.”


오 실장이 준비할 방법이 뭔지 몰라도 결코 원만한 해결법으로 보이지 않는다.

제임스는 절대로 그렇게 대해선 안 되는 인간이었다.


“기껏 약속 잡아 놓고 이렇게 돼버렸네. 다음 주 주말에 다시 시간 맞추자. 미안.”


오늘은 어제 일을 단단히 경고하며, 그들의 워치를 이용해서 여러 테스트를 해보려고 했다.

각자의 실력이나 가능성을 확인하고. 앞으로 어떻게 써먹으면 좋을지 천천히 생각할 예정이었는데.

통째로 어그러지고 말았다.


“아뇨. 사과할 일은 아니에요. 형이 무슨 예언가도 아니고. 방지할 수 없는 사고였잖아요.”


차승혁은 애써 괜찮은 척 굴지만 아쉬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한순간 불편한 마음이 일었고. 나는 주머니 속에서 어머니가 주신 용돈을 꺼냈다.


“가는 길에 점심이라도 사 먹어.”


멀뚱히 바라보던 금설희의 손에 지폐를 쥐어주고. 골목길 바깥으로 등을 떠밀었다.


두 사람은 정말 가도 되는 것인지 연신 흘긋거렸지만. 나는 그들에게 얼른 가라고 손을 휘적거릴 뿐이었다.


*


인적이 드물고 깊숙한 골목길.

나는 제임스를 짊어지고 주인이 없는 허름한 집을 찾아 안으로 들어갔다.


꼬르륵-.


점심을 먹지 않아 배가 고프다 아우성쳤지만.

일을 수습하는 것이 우선. 한가하게 밥이나 먹으러 갈 때가 아니다.


제임스를 벽에 기대어 내려놓은 후 꼼꼼히 살폈다.


‘다행히 부러진 곳이나 출혈 생긴 곳은 없다.’


턱을 때릴 때는 손에 힘을 조절했다지만.

발차기는 분명 복부를 터뜨릴 기세로 걷어찼었다.


그대로 내장이 터져서 비명횡사해도 이상하지 않을 위력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제임스는 평범한 복장 아래에 몬스터 소재를 가공하여 만든 특제 조끼를 착용하고 있었다.


“휴.”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비로소 안심이 되었다.

반쯤은 확신하고 있었지만, 만에 하나라는 것이 있으니까.


제임스 앞에 털썩 주저앉아 생각을 정리한다.


‘외계인이 아니라서 차라리 다행이야.’


지구 내의 국가. 그것도 형식적으로나마 동맹을 맺고 있는 미국이니. 대화로 풀어나갈 여지가 있었다.

신경 쓸 것이 많은 상황에서 구태여 적을 늘리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얕잡아 보이는 것도 곤란했다. 앞으로 어떻게 대화할지 고민하며 시간을 죽이는데.


들썩.

뒤척이는 기척에 돌연 고개를 들자 제임스와 눈이 마주쳤다.


“...”

“...”


과연 이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주위를 파악하는 모습이다.


그렇게 1분, 2분, 5분.

충분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제임스는 계속 묵묵부답이었다.


심리전이라도 하는 걸까.

무거운 정적과 분위기에 가슴이 답답했다.


이대로는 이야기가 하나도 진행되지 않을 터. 나는 그가 원하는 대로 먼저 입을 열었다.


“제임스 로엘.”


위장 신분이 아닌 본명을 들었음에도 제임스는 눈썹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역시 이 정도로는 타격이 없는 모양이다.


“미국 초인 기관의 히어로 유니온 소속. 맞지?”


“Hero union?”


제임스는 못 알아듣는 척 능청스럽게 굴었다.


“당신 한국말 할 줄 알잖아. 어설픈 연기는 그만둬.”


“Excuse me?”


아시아권 언어를 다 구사할 수 있는 다국어 능력자면서 뻔뻔하게 시치미를 떼다니.

제임스는 원활하게 대화할 자세가 안 되어 있었다.


어쩔 수 없다.

일단 그 태도부터 주입시키는 수밖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영화 기반 게임 속 밸런스 파괴범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시간은 일~금 저녁 6시 20분입니다. 24.09.02 10 0 -
16 기사회생 NEW 6시간 전 2 0 11쪽
15 심해의 괴물(2) 24.09.17 5 0 12쪽
14 심해의 괴물 24.09.16 7 0 13쪽
13 질문 타임 24.09.15 10 0 12쪽
» 대화 자세 24.09.13 11 0 12쪽
11 등장인물 24.09.12 11 0 12쪽
10 훌륭한 스타트 24.09.11 16 1 12쪽
9 미지의 적 24.09.10 15 0 13쪽
8 불쾌한 기억 24.09.09 17 0 12쪽
7 전리품 24.09.08 24 2 13쪽
6 특별 상품 목록 24.09.06 22 0 12쪽
5 역할 24.09.05 22 0 13쪽
4 다섯 24.09.04 26 0 12쪽
3 괴한 24.09.03 28 0 13쪽
2 기가 막힌 우연 24.09.02 35 0 17쪽
1 프롤로그. 취미 + 1. Movie licensed game. 24.09.02 41 0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