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반 게임 속 밸런스 파괴범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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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50
작품등록일 :
2024.09.0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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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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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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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

DUMMY

5. 역할


'당신들, 누구야?'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

단언컨대 이들은 내가 기억하는 워치의 주인이 아니었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머리가 터질 듯이 뜨거워졌다.


“저기 괜찮으십니까? 그, 학생 맞죠?”


짙은 푸른색 셔츠에 형광 조끼. 근무복을 입은 경찰이 교복 차림을 보곤 조심히 말을 걸었다.

이마를 붙잡고 비틀거리는 모습이 어지간히도 위태롭게 보인 모양이다.


“손목시계네.”


“아저씨. 이거 다 아저씨 거예요?”


추운 듯 옷깃을 여미는 여학생과 다소 낯이 익은 얼굴의 남학생이 다가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박스 안 내용물을 살핀다.


학생들의 눈에는 창창한 20대의 외모도 아저씨로 보이는 모양이다.


“동작 그만. 너희는 그거 건드릴 생각 말고. 경찰 양반이 전부 회수해가쇼.”


팔뚝에 문신을 한 사내가 학생들을 만류하며 경찰을 향해 손짓했다.


“왜요? 딱히 위험해 보이지 않는데.”


“보관 상태가 깔끔하잖아. 분실물일 가능성이 높아서 그렇겠지.”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학생들을 상대로 험상궂은 인간이 인상을 찌푸리며 경고했다.


“세상 물정 모르는 애새끼들 같으니. 딱 봐도 수상해 보이잖아. 저런 수상쩍은 물건은 손대지 않는 게 상책이다.”


험악한 외형답지 않게 조심스러운 태도였다.


“학생. 이것들 학생 물건 아니죠? 제가 서로 가져가서 확인해 보겠습니다.”


경찰은 미처 말릴 새도 없이 워치로 손을 뻗었다.

그의 손가락이 닿은 그때.


번쩍-!


워치가 섬광을 내뿜더니. 순식간에 흩어져 다섯 사람의 손목에 찰싹 달라붙었다.


“악!”

“꺄악!”

“뭐야!”


건달 같은 사내에겐 적색의 워치.

연이어서 남학생, 여학생, 경찰에겐 청, 황, 백색이 순서대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손목에는 원작대로 흑색 워치가 장착되었다.


[사용자의 생명 반응 확인.]

[연결 완료.]

[동기화를 시작합니다.]


동시에 망막에 맺힌 문자열이 현재 어떤 상황인지를 알려주었고.


[1%. 2%. 3%.]


워치의 화면에 나타난 숫자가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제기랄, 안 벗겨지잖아!”


건달은 정체불명의 시계를 벗으려 무진 애를 썼지만 소용없는 짓이다.


우리는 워치의 주인으로 확정된 상태.

한번 장착이 완료된 워치는 지구의 기술력으로 안전하게 해제할 방법이 없었다.


‘후우, 좋아. 효과 직빵이네.’


머릿속을 쑤시는 통증이 줄어들고 몸을 가누기가 한결 편안해졌다.

육체 컨디션을 보조해주는 부가 기능이 발현된 덕분이었다.


나는 머릿속으로 냉정하게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빠르게 정리했다.


이곳 정상 부근은 등산로를 따라선 결코 도착할 수 없는 장소였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모였다. 그것도 워치의 수량만큼 정확히 말이다.


이것이 과연 우연일까?


‘그럴 리 없어.’


게임이나 영화에서 나오진 않았지만. 본래 일어났을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옳았다.

그러나 그렇게 가정한다면 한 가지 의문이 발생한다.


‘블랙 프레데터를 제외하곤 왜 다들 코빼기도 안 비췄지?’


워치라는 희대의 무구를 지니고도, 저들은 게임 속 세상은 물론 영화에서도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이들은 왜 등장하지 않았던 걸까?

가장 쉽게 예상되는 그림이 있다.


‘···블랙 프레데터를 제외한 전원이 죽었다.’


그렇게 가정하면 앞으로의 시나리오 또한 쉬이 예상할 수 있다.


경찰의 손에 이끌려서 함께 경찰서로 찾아간 일행.

이후 워치의 존재가 세상에 까발려지고 욕심 많은 자들의 손에 죽임당해 강탈당하는 미래까지. 아주 훤하게 보였다.


‘냉정하게 말해서, 이들이 죽어서 다른 자들에게 워치를 빼앗긴 건 이해가 돼.’


워치는 누구나 탐낼만한 무기였으니까.

특히 막대한 힘을 추구하는 존재라면 아주 군침을 흘릴 것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또다시 새로운 의문점이 제기된다.


‘블랙 프레데터는 어떻게 무사했던 거지?’


순간 불길한 예감이 온몸을 잠식한다.


영화에서.

게임에서.

블랙 프레데터가 멀쩡히 등장했다고 해서.


내가 안심할 수 있는 처지일까?


입이 바싹 마르고 뒷덜미에 소름이 돋는다.

앞으로 있을지 모를 막연한 위기를 직감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때.


“깡패 아저씨, 위험해요-!”


남학생이 뭔가 발견한 듯 다급히 소리쳤다.

그러나 경고는 한발 늦고 말았다.


툭-

마치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인체 모형같이, 남성의 팔뚝이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어?”


팔꿈치에 깔끔한 절단면과 땅에 떨어진 자신의 팔뚝을 번갈아 바라보던 남자는.


“크아아악!!!”


뒤늦게 왼팔을 부여잡으며 비명을 질렀다.


푸드득-


절규 소리가 숲을 메아리치며 새떼가 날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쓰러진 그의 앞에 정체불명의 사람, 아니 인간의 형체를 한 무언가가 서 있었다.


SF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인간 크기의 로봇.

그것은 동강 난 팔뚝에서 워치를 분리해냈다.


- 목표물 하나 확보 완료.


외관과 잘 어울리는 찢어지는 기계음성.

사내는 신음을 참으며 필사적으로 애원했다.


“살, 살려줘.”


- 판정결과. 불합격. 불필요한 목격자는 제거한다.


서걱-


눈 깜빡하는 사이 사내의 목과 몸이 분리된다.

어김없이 깔끔한 절단면.


나를 비롯한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당신, 지금 무슨 짓을···!”


오직 경찰만이 뒤늦게 허리춤에서 진압봉을 꺼내 들며. 상대를 제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용기는 가상하다만 어림없는 행동이다.


나는 다급히 워치를 살폈다.

그것이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였으니까.


[31%. 32%.]


‘틀렸어.’


올라가는 속도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른 편이긴 했으나.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선 너무나 느리게 느껴졌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긴급 지원 바랍니다! 응답하라고, 젠장!”


내가 이를 꽉 깨문 사이. 경찰은 무전기로 지원을 요청하고 있었지만.

전파를 방해하고 있을 테니 연락이 닿을 리 없다.


‘미친.’


속으로 욕지거리를 삼켰다.

슈퍼노바 세계관에 통달한 나는 저 로봇이 어떤 존재인지 알고 있다.


녀석의 명칭은 스케빈저(scavenger).

주로 안드로메다은하의 변방 행성을 탐사하는 기계 생명체다.


‘저게 왜 벌써 나와?’


내 머리론 도저히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스케빈저는 영화에서도 극후반부에서나 등장하는 존재.

거기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완결이 난 게임에서는 당연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데 초반부에 가까운 시점에서, 이렇게 느닷없이 녀석과 조우하게 줄은 상상도 못했다.


‘저걸 나보고 어떡하라고.’


어감이 구린 것과 별개로, 스케빈저는 쉬이 무시 못 할 우주의 강대한 세력이다.


대부분 집단을 이룬 경우가 많은 편인데. 사실 개개인으로만 본다면 결코 은하의 상위 계층에 속하는 존재는 아니었다.


물론 그것조차 드넓은 우주의 관점일 뿐. 지구인의 시점으로 본다면, 절대 만만치 않은 놈이었다.


'적어도 초인이 나서야 할 상대다.'


기본적으로 우주를 떠돌아다니며 행성을 뒤지는 탐사꾼. 녀석은 지구에 한정해서 최상위 포식자로 거듭났다.


[50%. 51%.]


‘제발, 제발 빨리 좀 되라!’


우리 쪽을 가늠하느라 움직이지 않고 있지만.

스케빈저가 행동에 나서기 시작하면 이곳의 인간들은 전부 죽을 것이 분명했다.


동기화를 마치지 못한 상태로는 나도 마찬가지일 터. 남들과 다를 것 없이 허망하게 유명을 달리할 것이다.


- 판정결과. 의체 개조 시술 적합체 발견. 1개체를 제외하고 불필요한 목격자는 전부 제거한다.


곧이어 스케빈저가 판단을 마쳤다.


‘설마, 합격자가 있나?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스케빈저가 보이는 기이한 반응으로 의외의 정보를 알아내 놀란 것도 잠시. 계속 놈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했다.


“여긴 내가 맡을 테니 도망쳐라!”


경찰이 머뭇거리는 우리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각성의 효능 덕분일까.

위축되어 다리가 굳은 학생들과 달리 내 두 다리는 멀쩡하게 작동했다.


하지만 나는 먼저 움직이지 않았다.

섣불리 움직이면 표적이 될 수 있다, 라는 다소 비겁한 이유 때문에.


“어서!”


경찰의 외침에 학생들은 다급히 산 밑으로 도망쳤고. 나는 스케빈저가 경찰에게 뛰어든 걸 확인하고서야 다리를 바삐 움직였다.


정말 젖 먹던 힘을 다해서 있는 힘껏 도망쳤다.


숨 가쁘게 숲을 헤치고 내려가며. 기억을 거슬러 메시지를 보냈던 과거를 가슴 깊이 후회했다.


‘금미나, 이 빌어먹을 년!’


이런 위험천만한 세계에 보낸 그녀가 원망스럽다.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도 없이. 바로 당일 날, 하루도 지나지 않아 죽을 위기라니.

이딴 건 결코 상상해본 적 없다.


‘병신 새끼, 뭘 힘내보겠다는 거냐.’


앞서 다짐했던 내 각오는 보잘 것 없었고. 그 이하로 무척이나 어설펐다.


나는 막연하게 그 위험을 상상했을 뿐. 똑바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섣부른 행동에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따르는 법. 아무리 후회한들 상황은 돌이킬 수 없다.

나는 이 세계에서 워치의 주인, 블랙 프레데터로 살아가야만 했다.


“크윽-!”


정신없이 달리고 있을 때. 격렬하게 움직인 탓인지 다시금 두통이 찾아왔다.


가시로 쿡쿡 찌르는 듯한 통증.

잠시 나무에 기대어 고통을 진정시킬 무렵.


문득 먼저 도망쳤던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으으으, 애들은 어딜 간 거야?’


고개를 두리번거리자 저 뒤에서 여학생을 업고 있는 소년이 보였다.


여학생의 무릎에서 피가 흘러나오는데. 비탈길을 급하게 내려오다 다리를 다친 모양이었다.


‘저래선 못 도망칠 텐데.’


인류애가 넘치는 가슴 뭉클한 광경이지만. 덕분에 그들의 속력은 현저하게 느렸다.


살인 로봇이 언제 들이닥치질 모르는 상황. 저대로라면 필시 살해당할 것이 분명했다.


‘도와줘야-.’


반사적으로 그런 생각을 한 그때.

번개가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원작의 블랙 프레데터, 남지훈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 그 수수께끼가 단번에 풀렸기 때문이다.


‘...저 학생들을 무시하고 달렸던 거였군.’


그게 아니더라도 도망치느라 아이들을 까맣게 잊었을 수도 있었다.


‘어찌 되었든 경찰과 아이들을 미끼삼아 살아남았겠지.’


비겁한 행동이라 할 수 있겠지만.

어찌 그걸 욕할 수 있을까?

고작 고등학생인 그에게?


적어도 그 처지에 놓여보자 마냥 비난할 수 없었다.


‘그보다 빨리 결정해야 돼.’


감상에 빠질 만큼 시간이 여유롭지 않다.

빠르게 선택해야한다.

이 상황에서 내가 고를 것은 명확했다.


혼자 내빼던가.

아니면 저들을 살릴 건가.


사실 생존을 생각한다면 고민할 것도 없다.

무시하고 홀로 도망치는 것이 살아남을 확률이 더 높으니까.


비극적인 서사는 영웅에겐 운명이나 마찬가지.

원작의 남지훈 또한 이 일을 극복하고 블랙 프레데터로 탄생했다. 그러니 만약 그와 똑같은 영웅이 되어야한다면. 나도 감내해야 할 고통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난 반드시 저들을 구해야만 해.’


나는 슈퍼노바의 캐릭터들을 대단하다 생각했으면 대단하다고 생각했지. 그들을 과소평가한 적 따위 없었다.


고작 나라는 인간이 영웅의 업(業)을 감당할 수 있을까?


정말 가당치도 않은 소리다.


‘중압감에 무너지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여기까지 와서 블랙 프레데터의 역할을 거부하겠다는 소리는 아니다.

워치까지 착용한 마당에 나 이상의 적임자는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그저 영웅으로서 책임을 떠안기엔 아직 이르다는 의미다.


나는 보다 마음의 짐을 덜고 편하게 행동할 수 있어야 했다.


언젠가, 머지않은 미래에 영웅들과 똑같이 불행한 일을 겪겠지만.

최대한 나중으로 미루고 싶었다.


차라리 눈치 채지 못했다면 모를까.

나는 단번에 그들의 미래까지 예지해버렸다. 저들을 내버려둔다면, 필시 후에 엄청난 부담감으로 다가올 것이다.


‘상상만으로 끔찍하네.’


절대로 있어선 안 될 일.

나는 그 참담한 결과를 알고도 아무렇지 않을 정도로 비정하지 못했다.


‘시작점이 달라서 그나마 다행이다.’


비록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 적은 없다만. 군대 다녀온 건강한 성인인 데다가 뛰어난 신체 능력을 보유한 초능력자.

적어도 평범한 고등학생보단 사정이 나았다.


‘분명 괜찮을 거야.’


원작의 남지훈조차 그 악조건 속에서도 살아남았으니까.

그보다 훨씬 조건이 좋은 나라면. 이곳에서 도망가는 것은 당연하고 이후 난이도 또한 훨씬 쉬울 것이다.


머릿속에서 모든 계산이 끝났다.

학생들을 도와줘도 문제없다는 얕은 속셈.


앞으로 찾아올 난관과 불행을 비교해가며 저울질하는 모습이 암담했지만.

뭐 어쩌겠는가.

이렇게라도 스스로를 다독이는 수밖에.


‘처음 다짐했던 대로, 할 수 있는 만큼만.’


영웅이라기엔 숭고하지도, 순수하지도 않지만.

그래도.

나 또한 이 세계의 주역이 되어볼 생각이다.


우선 저 두 사람을 구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천천히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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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기사회생 NEW 6시간 전 2 0 11쪽
15 심해의 괴물(2) 24.09.17 5 0 12쪽
14 심해의 괴물 24.09.16 7 0 13쪽
13 질문 타임 24.09.15 10 0 12쪽
12 대화 자세 24.09.13 11 0 12쪽
11 등장인물 24.09.12 11 0 12쪽
10 훌륭한 스타트 24.09.11 16 1 12쪽
9 미지의 적 24.09.10 15 0 13쪽
8 불쾌한 기억 24.09.09 17 0 12쪽
7 전리품 24.09.08 24 2 13쪽
6 특별 상품 목록 24.09.06 22 0 12쪽
» 역할 24.09.05 23 0 13쪽
4 다섯 24.09.04 26 0 12쪽
3 괴한 24.09.03 29 0 13쪽
2 기가 막힌 우연 24.09.02 35 0 17쪽
1 프롤로그. 취미 + 1. Movie licensed game. 24.09.02 41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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