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반 게임 속 밸런스 파괴범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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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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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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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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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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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DUMMY

4. 다섯


“아···. 지훈이구나.”


어머니는 가슴에 손을 올리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차라리 아들의 괴상한 행각에 놀랐다면 이해라도 될 텐데.

괴한으로 착각 당하다니. 이건 뭐 웃음도 안 나온다.


“네. 저에요.”


“그래, 나와서 저녁 먹으렴.”


어머니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우리는 서로 어색한 걸음으로 이동했다.


웃통을 다 까고 거울 앞에서 폼 잡고 있는 아들을 보며. 그녀가 무슨 생각을 했을지 굳이 묻지 않았다.


뭐 이제 그딴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코를 자극하는 그윽한 냄새.

식탁 위에 있는 음식에 눈을 빼앗겼으니까.


“체하겠다. 천천히 먹어.”


시장이 만찬인지라 허기를 참지 못하고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복스럽게 먹는 아들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어머니는 이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지훈아. 엄마가 많이 고민해봤는데. 같이 초령으로 이사하는 건 약간 힘들 것 같아.”


아까부터 근심 어린 표정이더라니. 그것 때문이었나.


초령시는 한국 정부에서 초능력자들을 특별관리하기 위해 강원도 산간지방을 개발해 만든 도시이다.


세월이 흐르고 초능력자들이 사회에 정착하면서 전역으로 분포되긴 했지만.

초인 양성 기관 해태를 중심으로. 여전히 ‘그쪽’ 업계 종사자들이 가장 많이 상주하는 지역이었다.


초능력을 각성한 나 또한 초인 양성 기관 해태의 교육을 받기 위해 거주지를 옮겨야 했다.


“직장 때문에 이사하기 어려우시다는 거죠? 전 기숙사로 들어가도 괜찮아요. 그거야 어쩔 수 없죠.”


“정말 그래도 되겠니?”


“네, 걱정 마세요. 혼자서도 괜찮으니까.”


이건 오히려 내게 반가운 소식이었다.

초령시는 앞으로 일어날 사건 사고의 중심지이며. 일반인이 살아가기엔 다소 위험한 동네였으니까.


내부와 외부 가리지 않고 종양처럼 자라난 암흑가와 그곳을 지배하는 집단.

거기에 더해 한발 걸친 초인들조차 난잡하게 얽혀있으니.

겉은 깨끗해보여도 살짝 들춰보면 썩은 내가 진동하는, 아주 속이 시커먼 도시였다.


그런 곳에 어머니를 모실 순 없었다.


“···그래. 그렇다면야 정말 다행이구나.”


하지만 내가 너무나 흔쾌히 대답한 탓일까.

어머니는 섭섭한 눈치셨다.


“신체검사랑 입학 면접은 어쩔 생각이니? 엄마랑 같이 갈까?”


“아뇨. 번거롭게 그러실 것 없어요. 그냥 혼자 다녀올게요.”


이조차 단호히 거절하니 서운한 표정을 지었는데.

이건 다 그녀를 위해서다.

면접 과정은 외부인이 구경할 수 없을뿐더러. 제법 험악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설거지는 제가 할게요.”


어머니는 싱크대 앞으로 향하는 날 막으셨다.


“아픈 애가 무슨 소릴 하는 거니, 어서 들어가서 쉬렴.”


기분을 풀어드리려는 효도 행위는 제지당하며 방으로 떠밀려 들어갔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앞날을 곰곰이 생각했다.


‘작가는, 아니 마녀는 나한테 이 세계를 부탁한다고 했다.’


잘살고 있는 사람을 억지로 끌어들인 건 아주 괘씸하다만. 이 자리에 없는 마녀를 탓해서 무슨 소용이겠나.

욕할 시간에 그녀의 의도나 목적을 파악하는 편이 이롭고 현명했다.


'아마 그 부탁은 나보고 블랙 프레데터를 대신해달라는 걸 테지.'


마녀도 이 세계에 애정이 없진 않을 것이다.

희망차게 각색까지 하며 영화로 제작하고. 마지막엔 적격자를 선별해 이곳으로 보낼 정도였으니 말이다.


‘비록 그 과정은 납득가지 않지만···. 별 수 없지. 하는 수밖에.’


내가 무슨 짓을 해야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 힘낼 생각이다.

이곳에서 생을 이어가려면 필시 그래야 했다.


‘대신. 잘못되어도 날 탓하지 말고 네 안목을 탓해라.’


흠. 이건 너무 책임전가 하는 것 같은데.

뭐 아무튼 내 마음대로 할 거니까. 날 너무 원망하지 말라고.


기왕 이렇게 된 거, 그 개똥같은 스토리도 수정하자고 결심했다.


실제로 마녀는 이야기의 작가도 아니었으니 원작자 따위 신경 쓸 필요 없다.


머리맡에 놓인 휴대폰을 집어 최근 일어난 사건 항목을 쭉 확인했다.


‘큰 사건은 없군. 지금 시간대면···, 블랙 프레데터가 등장하기까지 1년가량 남았나. 아니지 게임으로 치면 7~8개월이겠군.’


뉴스의 전반적인 내용으로 봐선 시리즈 초반으로 짐작되었다.


‘딱 평화로운 시기네.’


게이트와 괴수가 등장한 초반의 위기를 극복하고 수십 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시기.

무기를 개발하며 몬스터가 골칫거리로 여겨지는 시간대.

하지만 점차 게이트 발생 건수와 해안가 침공이 늘어나며 다시금 경각심을 키워가는 그런 시기였다.


그렇게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구경하는데. 문득 버섯을 닮은 괴물의 이미지가 눈에 콕 들어왔다.


‘앞으로 이런 놈들과 싸워야겠지.’


흔히들 상상하는 귀여운 게임 속 몬스터처럼 생기진 않았고. 그냥 징그럽게 생겼다.


‘적응하는데 고생 좀 하겠네.’


자꾸 남 일처럼 생각하는데, 어쩔 수 없다. 아직 좀처럼 실감나지 않으니 말이다.


이론은 제대로 갖췄으나 실전은 불투명한, 그런 느낌.

생존이 걸린 일이니만큼 눈 딱 감고 저지르겠다만. 솔직한 심정으론 걱정이 앞섰다.


‘괜찮아. 시간적 여유는 있으니까.’


그나마 위안인 점은 블랙 프레데터의 등장까지 멀었다는 것.

그때까지 적응할 시간은 충분할 것으로 여겼다.


“아, 맞다. 두 번째 주역 살려야지 참.”


뒤늦게 게임 스토리를 떠올리며 생각을 고쳤다.

내 안위만 생각하다간 게임과 똑같은 꼴이 될 테니까.


영웅의 죽음을 막을 것까지 고려하니 적응 기간은 반 토막이 나며 촉박하게 느껴졌다.


‘죽게 내버려둘 순 없지.’


비록 팬에겐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지만 영웅들 중 전투 경험이 풍부한 초인이다.


아. 지금 시점에는 초인 승격 내정자인가.


여튼 성격도 유하고 친근해서 다가가기 쉬운 인물이었다.


‘게임에서처럼 전부 혼자 해결하려 해선 안 돼.’


블랙 프레데터는 강력했지만 그 결말은 이미 알고 있듯 비참하기 짝이 없었다.


무엇보다 앞으로 등장하는 적들을 생각하면-.


‘어우, 안 되지 안 돼.’


끔찍한 상상에 몸이 부르르 떨린다.

도저히 혼자선 그것들을 상대할 자신이 없으니. 협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다른 애들은 몰라도 심해의 괴물이랑 안드로메다은하의 외계인 새끼들은 힘들지.’


아마 그것들이 마녀가 자포자기한 이유일 것이다.


초인 연구소나 실크로드 같이 위협적인 집단도 존재하지만, 후반부에 등장할 두 세력은 말 그대로 차원이 달랐다.


개인이 감당하기엔 크고 막연한 세력. 혼자 힘으론 답이 없는 상대였다.


‘그러니까 게임에서도 마녀를 제외하고 전부 깔끔하게 전멸 당했지.’


게임 결말을 떠올리자 속이 쓰렸다.


그땐 마녀에게 열심히 반박했으나.

마지막 결전은 블랙 프레데터가 있더라도 피해가 심각했을 상황.

차라리 처음부터 그런 상황이 되지 않게끔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옳았다.


다행히도 게임 속, 이 세계에 일어날 사건들은 그 결과가 다를지언정. 순서나 내용은 영화와 매우 흡사하다.


답안지는 아니더라도 유용한 참고서를 손에 쥐고 있는 셈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할 일은 명확해.’


바로 나를 포함한 6명의 주역들을 사건 사고 속에서 보호하고 성장해나가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괜히 그들을 영웅이라 칭송받는 게 아니다.

희생적이고 정의로운 주역들. 그들과 끝까지 동행한다면 전황은 나아질 것이다.


‘우리 영웅들만 믿는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내게 주어진 선행 과제가 있었다.


여태 애써 무시했던 심각한 문제.

그 난처하고 곤혹스럽기 짝이 없는 주제를 입에 담았다.


“일단, 먼저 [워치]부터 찾아야 하는데···.”


솔직하게 말해서 상당히 당황스럽다.

지금 내겐 블랙 프레데터의 상징이자 힘의 원천 워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혹시 몰라 옷장 속이나 침대 밑 등, 방 구석구석을 샅샅이 살펴봤지만 워치를 발견할 수 없었다.


“···나 블랙 프레데터는 맞는 거지?”


급기야 내 정체마저 의심스러워졌다.

사실 마녀가 실수를 한 건 아닐까.


‘찾으려 해도. 단서가 있어야 찾든가 하지.’


블랙 프레데터는 게임에서든, 영화에서든 워치를 착용하고 등장했다.

작품 어디에서도 그 강력한 도구를 어떻게 얻었는지 서술되지 않았다.


나는 휑한 손목을 바라보며 고민에 빠졌다.


‘이걸 어쩐다.’


이렇게 계속 바라본다고 모르는 게 떠오르진 않는다.


한숨을 푹 내쉬고, 창문 밖의 밤하늘로 시선을 돌리는.


그때였다.


핑-


하늘 저편에서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이 뚜렷하게 보였다.

그리고.


두근.


심장의 떨림을 느꼈다.


“어?”


나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벌떡 일어났고.

창문 너머에서 별똥별이 뒷산에 조용히 떨어지는 광경을 또렷하게 목격했다.


“설마, 저거야?”


영화에서 소개된 블랙 프레데터는 다음과 같다.

강력한 외계인의 무기를 손에 넣는 17세의 남자. 이 단출한 문장이 공식적으로 밝혀진 정보다.


영화 내용으로 몇 가지 사실을 더 유추해낼 수 있다만.

그건 어디까지나 근거 없는 뇌피셜.

누구도 블랙 프레데터가 어떻게 워치를 손에 넣었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이렇게 간단한 서사일 줄이야.’


어처구니없는 한편, 내심 납득이 되었다.

상정했던 수많은 가설들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확실히, 이런 기연 없이 설명하기 힘들지.’


오히려 이런 드라마틱한 상황이 이해 되었다.


뒷산에 떨어진 별똥별이 나를 부르고 있는 상황.

정말 만에 하나라도 저것이 워치라면.

나는 절대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의자에 걸쳐놓은 교복 셔츠를 집어 들고 방문을 열어젖힌다.


“아들? 이 저녁에 어딜 나가려는 거니?”


설거지 중이시던 어머니가 화들짝 놀라며 다가왔지만.


“잠깐 산책 좀 다녀올게요!”


나는 이미 현관에 도착해 신발을 신고 있었다.

현관까지 오신 어머니는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그걸 꼭 지금 가야 하니?”


“네!”


단호한 대답에 어머니는 말리는 걸 포기했다.


“그래. 어두우니 조심하고. 되도록 빨리 들어오렴.”


“네!”


다시 크게 대답하며 쏜살같이 아파트를 뛰쳐나갔다.


3월의 초봄, 쌀쌀한 바람이 볼을 스친다.

길가를 거니는 사람들을 지나치며, 헐레벌떡 숨 가쁘게 산의 정상을 향해 질주했다.


‘저건 내 거다! 내 거라고!!!’


원대한 여정을 출발하기에 앞서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품.

내 머릿속은 오로지 워치를 손에 넣겠다는 생각으로 가득찼다.


“헉, 허억.”


등산로가 이어지지 않아 억지로 길을 터가며 나아간다.


이윽고 도착한 뒷산의 정상 부근.

그곳에는 주변과 동떨어진 커다란 박스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그 정도 높이에서 낙하했다면 굉음과 함께 구덩이가 생겨도 이상하지 않았을 텐데.

하늘에서 떨어진 것 치곤 외관이 멀쩡했다.


나는 마치 속삭이는 듯한 미지의 이끌림에 근처로 다가섰다.


‘이 안에 워치가···!!!’


상자 위에 손을 조심스레 가져가자.


푸쉬이-


드라이아이스 같은 희뿌연 연기를 내뿜으며 뚜껑이 개방되었다.

그리고 그토록 찾아 헤맸던 시계 형태의 단말기, 워치를 드디어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도 다섯 개나 말이다.


“???”


잠깐, 이게 왜 다섯 개나 있어?


블랙 프레데터가 착용했을 흑색을 포함해서.

청, 황, 적, 백. 다섯 가지 색상의 워치가 고스란히 보관되어 있었다.


“대체 무슨···?”


게다가 더욱 신기한 부분은 몇몇은 내가 알고 있는 모양새였다는 점이다.

흑색이야 블랙 프레데터가 착용했었으니 익숙한 게 당연했지만.

나머지 몇 개조차 어디서 본 듯한 형태였다.


“데이비드, 겐다, 쿠메이···.”


홀린 듯이 몇몇 존재들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하나같이 현시점에서 한국에 있을 리 없는 존재들.

상상도 못한 사태에 혼란에 빠진 순간.

뒤에서 중저음의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먼저 도착한 사람이 있군.”


휙 고개를 돌리자, 그 뒤를 이어 떠들썩하게 정상으로 올라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혹시 아저씨도 별똥별을 보고 찾아왔어요?”


상자를 향해 옹기종기 모여드는 인원.

별똥별을 추적해서 뒷산에 오른 건 혼자만이 아니었다.


‘당신들, 누구야?’


나를 포함한 총 다섯 명의 사람들.

그리고 운명인 것처럼 인원수대로 놓인 워치.


20회차를 정주행하고도 생소하기 짝이 없는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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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기사회생 NEW 6시간 전 2 0 11쪽
15 심해의 괴물(2) 24.09.17 5 0 12쪽
14 심해의 괴물 24.09.16 7 0 13쪽
13 질문 타임 24.09.15 10 0 12쪽
12 대화 자세 24.09.13 10 0 12쪽
11 등장인물 24.09.12 11 0 12쪽
10 훌륭한 스타트 24.09.11 16 1 12쪽
9 미지의 적 24.09.10 15 0 13쪽
8 불쾌한 기억 24.09.09 17 0 12쪽
7 전리품 24.09.08 24 2 13쪽
6 특별 상품 목록 24.09.06 22 0 12쪽
5 역할 24.09.05 22 0 13쪽
» 다섯 24.09.04 26 0 12쪽
3 괴한 24.09.03 28 0 13쪽
2 기가 막힌 우연 24.09.02 35 0 17쪽
1 프롤로그. 취미 + 1. Movie licensed game. 24.09.02 41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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