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반 게임 속 밸런스 파괴범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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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50
작품등록일 :
2024.09.02 17:27
최근연재일 :
2024.09.1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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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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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쾌한 기억

DUMMY

8. 불쾌한 기억.


‘일단 보관해두자.’


아무한테나 맡길 수도 없다. 나는 잠깐의 고민 끝에 두 워치를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이어서 한데 모아둔 스케빈저의 잔해를 절벽 밑으로 던져버리고 손을 털었다.


마음 같아선 이차원 인벤토리에라도 담아 확실하게 증거를 인멸하고 싶었지만. 내 워치는 완전히 작동을 멈췄으니 그럴 수 없다.


그렇다고 학생들의 워치를 이용하자니 어쩐지 불안했다. 웬만해선 내 선에서 전부 끝맺고 싶었다.


'위의 사람들은 어쩐다.'


정상에서 싸늘한 시체로 남아있을 두 사람을 떠올린다.


올라가 정리하는 것이 옳다는 걸 알지만.

아무런 도구도 없이 지면을 파고 다시 흙으로 덮는 일은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미안하지만 내일 와서 묻어드려야겠군.'


무엇보다 지금 내겐 휴식이 간절했다.

내일 따로 혼자 찾아와서 묻어주기로 결정. 내일의 나에게 맡기기로 마음먹었다.


‘등산객이 다니지 않은 장소라서 그나마 다행이군.’


어지간해선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을 장소. 몇 시간 방치하더라도 발견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멀리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는 학생들에게 다가갔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어요.”


“앗. 저도요. 정말 감사합니다. 아저씨 완전 초인 같았어요!”


학생들은 허리를 직각으로 숙이며 감사를 표하지만. 나는 뭐라 답할 기운도 없어, 그들의 인사를 그저 묵묵히 받았다.


“···진짜 이런 일은 난생 처음이네요. 무슨 로봇처럼 생겼는데. 신종 몬스터인가? 아저씨는 저게 뭔지 아세요?”


남학생은 수풀 너머를 곁눈질하며 물었지만. 여기서 주구장창 설명을 늘어뜨리고 싶지 않았다.


“글쎄. 나도 잘 모르겠다.”


“그렇군요···.”


나는 퉁명스럽게 대꾸했고. 곧바로 어색한 침묵이 찾아왔다.


“우선 내려갈까?”


언제까지 이곳에 있을 순 없는 노릇.

밤이 깊어지기 전에 돌아가자 제의했고. 우리는 별다른 이견 없이 함께 산길을 내려가게 되었다.


“저는 차승혁이라고 합니다. 다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금설희예요.”


“남지훈이다.”


산을 내려가며 간략하게 서로를 소개하는데. 금설희가 단도직입적으로 연락처를 물었다.


"저기, 번호 좀 알려주시겠어요?"


자신을 구해준 보답을 하고 싶다나.

안 그래도 추후를 대비해 번호를 교환하고 싶었는데 잘됐다.


“확인됐어요. 감사합니다.”


방금 전 죽다 살아나서 정신이 없을 텐데도 당돌하게 물어보다니. 보기와 달리 여리지만은 않은 모양이었다.

물론 시신 두 구에 대해 아무런 말이 없는 걸 봐선, 역시나 경황은 없는 것 같지만.


‘뭐, 굳이 언급할 필요 없겠지.’


어차피 내일 혼자서 처리할 예정이니까.

정리한 뒤, 나중에 지나가듯 일러주면 될 것이다.


연락처 교환을 끝으로 우리는 산책로 입구에 도착했다.


“너희들은 집이 어디야?”


“오, 데려다 주시게요?”


차승혁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나는 도저히 그들을 데려다줄 상태가 아니었다.


전투의 유열이 사라지고 차갑게 식은 상태.

피로감이 정점을 찍었다. 녹진하게 퍼져버린 팔다리가 연신 쉬고 싶다며 아우성치고 있다.


그 절실함을 눈치 챈 걸까. 금설희가 넌지시 말했다.


“저흰 괜찮아요. 아직 초저녁이니까. 위험하지 않을 거예요.”


“그래.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일단 집으로 돌아가자. 부모님 걱정하시겠다.”


그녀의 배려를 사양하지 않고 곧장 그들과 헤어졌다.


홀로 남겨진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우선 씻을 곳부터 찾아봐야겠네.’


목에 흐르던 피는 멎었으나, 몸 곳곳에 전투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어두워서 발밑을 못 보고 굴렀다고 해야 하나.’


교복이 조금 너덜너덜해졌지만. 그래도 회피에 전념한 덕분인지 훼손이 심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진실을 감출 수 있을 듯했다.


슈퍼노바 세계관에 온 뜻 깊은 첫날.

정말이지 역대급으로 피곤하고 힘든 하루였다.


같은 시각.


남지훈과 그 일행들이 떠난 직후. 절벽 낭떠러지 밑. 그 시커먼 어둠 속에서 자그마한 붉은 점이 깜빡였다.


- 적합* *견.


완전히 망가뜨렸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제 기능을 상실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스케빈저는 미약하게나마 기동하고 있었다.


- 반드시 알****.


고도의 지성을 가진 지적 생명체를 베이스로 탄생한 사이보그는 평범한 스케빈저 보다 성능이 뛰어나다.


더욱이 지금 발견한 적합체는 최소 로드에서 가히 일인군단에 맞먹는 티탄 급의 탄생까지 기대할 수 있는 희귀 소재.

그 가치는 남지훈이 상정한 것보다 훨씬 윗줄에 놓여있었다.


- **** 불.가. 데이터를 ****.


굳이 본인이 속한 그룹이 아니더라도 이 정보는 반드시 전달해야했다.


스케빈저라는 종(種)의 숙원에 다가가게 해줄 재료가.

우리의 긍지를 높여줄 보물이 이곳에 있다고.


차가운 금속으로 이루어진 스케빈저는 지금껏 가지지 못했던 열망과 의지를 불태웠다.


코어가 박살난 탓에 진작 정지됐어야할 스케빈저가 끈질기게 작동하는 것은, 그 기이한 열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기어코 바디 캠의 데이터가 전송된다.

제대로 목표도 설정하지 못하고 급하게 뿌려진 데이터.

그것이 안드로메다은하 외곽에 자리 잡은 스케빈저 집단에 도달할 가능성은 한없이 낮았다.


노력의 결실치고는 보잘 것 없는 결과.

하지만 스케빈저는 이렇게라도 희망을 걸어볼 수밖에 없다.


본인의 사명을 끝마쳤다고 생각한 것일까.

은은한 빛을 내뿜던 불빛이 점차 희미해졌고.

이내 완전히 정지해버렸다.


*


쌀쌀한 바람이 부는 3월의 초저녁.

한 소년은 느닷없이 미지의 이끌림에 산의 정상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그와 비슷하게 찾아온 사람들과 만났고. 정체불명의 괴물과 마주했다.


“도망쳐!”


경찰 아저씨는 그들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그 목소리에는 초조함과 다급함이 서려있었지만. 의지를 벗어난 다리는 굳어서 움직일 생각이 없었고. 그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어서!”


이어진 다그침에 정신을 번뜩 차리며 무작정 반대편을 향해서 뛰었다.


그냥 여느 때처럼 산책을 나왔을 뿐일 텐데. 어째서 이런 일에 휘말린 걸까?


순간의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산을 오른 것이 무척이나 후회스러웠다.


돌부리에 넘어져 무릎이 까지고. 미처 피하지 못한 나뭇가지에 살갗을 베인다.

하지만 그런 상처 따위 신경 쓸 때가 아니다.


피가 발목까지 흘러내리며 양말을 적셔도 거들떠보지 않고 계속 달렸다.

심장이 터질 듯이 뛰고 사지가 후들거려도 뜀박질을 멈출 순 없었다.


빨리 도망쳐야 해.

그렇지 않으면 여기서 죽을 거야.


숨을 헐떡이면서도 힘이 풀린 다리를 억지로 이끈다.


필사적인 몸부림.

살고 싶다는, 그 일념 하나로 버티고 버텨 산을 내려갔다.


집에 도착한 그는 즉시 방안으로 뛰어 들어갔고. 겁에 질린 아이처럼 이불을 뒤집어쓰며 눈을 질끈 감았다.


나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어.

살인 로봇 따위 있을 리가 없잖아.


그러나 아무리 애써도 뇌리에 강렬하게 박힌 그 잔혹한 광경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같이 있던 사람들은 어떻게 됐지?

다들 무사할까?

이대로 집에 있어도 되는 건가?

그 로봇이 집으로 찾아오면 어떡하지?


귓가에 끊이지 않는 이명이 들리고. 세상이 어지럽게 빙빙 돈다.


설상가상으로 방문 너머에선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린다.

남겨진 모두가 원혼이 되어 혼자 줄행랑을 친 소년을 원망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제발 용서해주세요.


누구에게도 닿지 않을 사과를 건넨다.

이어서 둔중한 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그것이 쫓아오는 소리일까.

양손으로 귀를 틀어막으며 몸을 웅크린다.


난 죽고 싶지 않아.

제발 아무나 날 도와줘.


환청인 걸 알고 있지만 내면의 공포는 점점 부풀어만 간다.


원작의 블랙 프레데터. 남지훈의 삶은 그렇게 악몽으로 뒤덮였다.


*


“아들! 엄마 출근한다. 식탁에 밥 차려놓았으니까. 일어나서 먹으렴. 그리고 이사 가는 거랑 신체검사, 해태 입학 면접은 저녁에 다시 이야기하자!”


“네에······.”


금요일의 이른 아침.


나는 방문 너머에서 들린 어머니의 목소리에 비몽사몽 한 상태로 대답했다.


엄청 기분 나쁜 꿈을 꿨던 것 같은데.


흐릿하지만 그 먹물 같은 찝찝함이 남아있었다. 어렴풋했던 꿈 내용을 살살 떠오르려는 찰나.


‘···아, 뒤질 것 같다.’


일순 온갖 귀찮음이 몰려들어 그만두었다.

자면 괜찮아질 줄 알았건만 머리는 여전히 욱신거렸고 눈알이 빠질 듯 아팠다.


‘좀만 더 자자.’


결국 나는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침대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어제 전투의 여파 탓일까.

기절하듯이 다시 잠에 빠져들고. 해가 중천에 뜬 시간이 되어서야 눈을 떴다.


“으그그극-!”


우드득-

흡사 뼈가 분쇄되는 듯 한 소리와 함께 찾아드는 고통. 고작 상반신을 일으키는 행동에서 신음이 터진다.


“끄응.”


통증을 참으며 침대에서 일어나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11시네···.”


꼬박 12시간을 넘게 잤다. 그럼에도 피곤함이 썩 가시질 않았다.


꼬르륵-

위장에서 들린 소리가 멍한 정신을 일깨운다.


‘우선 뭐라도 좀 먹자.’


마침 어머니가 차려주신 아침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후루룩. 쩝쩝.

몇 시간이나 방치되어 있던 탓에 밥과 국은 차게 식어있었지만. 시장이 만찬인지라 밥 두 공기를 뚝딱 해치운다.


“꺼억-!”


만족스레 배를 두드리며 포만감을 만끽하다 식탁을 치웠다.

이어서 거실 소파에 몸을 기대앉고는, 휴대폰에 쌓여 있는 그룹 메시지를 차근차근 읽어나갔다.


‘승혁이랑 설희라고 했나.’


내가 어제 구조해낸 두 사람.

15살의 중학생 차승혁은 활발한 첫인상답게 재빠르게 단체 메시지 방을 만들었고. 일행을 초대했다.


- 차승혁: 하이요!


환영 인사를 시작으로 대화가 시작됐는데. 대체로 차승혁 혼자 떠드는 식이었다.


원래라면 죽었을 인물들이 살아서 대화를 나눈다라.

이걸 뿌듯함이라고 해야 하나, 뭔가 기분이 묘하다.


위에서부터 적당히 훑어가고 있을 무렵.


지잉-

새로운 알림이 떴다.


- 차승혁: 형 문자 이제 읽으신 거예요?


내가 읽어서 숫자가 사라지길 기다리며 염탐이라도 하고 있었던 걸까. 타이밍이 예술이다.


-차승혁: 곧 있음 12시인데. 설마 지금 일어나셨어요?


- 남지훈(나): 지금 수업 시간 아니냐.


- 차승혁: 전 괜찮아요. 근데 진짜 지금 일어난 거예요?


- 남지훈(나): ㅇㅇ.


- 차승혁: 의심하고 싶진 않은데. 고등학생인 거 거짓말 아니죠?


- 남지훈(나): 고등학생 맞다. 해태 입학 대기 중이라서 쉬는 거고.


- 차승혁: 아, 아직 생도가 아니셨구나! 죄송해요.

- 차승혁: 그러면 언제 면접 보러 가세요? 초능력은 무슨 계열? 보니까 체질인 것 같던데.

- 차승혁: 그리고 종합능력치도 알려주실 수 있어요? 궁금해요.


주절주절.

글로 보는데도 귀가 아플 지경이다. 자질구레한 질문을 무시하고 용건을 꺼냈다.


- 남지훈(나): 내일 12시 시간된다고 했지?


- 차승혁: 옙. 설희 누나도 괜찮대요.


타이밍 좋게도 오늘은 금요일이어서 내일은 학교를 쉬는 주말이다.

다들 시간이 널널하다고 하니 여러 방면에서 함께 논의할 수 있을 듯했다.


징- 지잉-

계속해서 울리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욕실로 향했다.


‘오늘 할 일이 태산이군.’


어제 전투로 망가졌을 워치를 점검하고. 그 이후엔 뒷산으로 가서 시신 두 구를 묻어야했다.

문신이 가득한 조심성 있는 아저씨와 희생적인 경찰을 말이다.


“······.”


머리를 감싼 붕대를 싹둑 잘라내고. 샤워기의 물을 냅다 틀어서 머리를 가져가대었다.


사아아아-


얼음장 같은 물줄기가 신체를 타고 흘러내린다.

불현듯 떠오른 불쾌한 기억과 답답한 마음이 차가운 물에 씻겨 내려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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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반 게임 속 밸런스 파괴범이 되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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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기사회생 NEW 6시간 전 2 0 11쪽
15 심해의 괴물(2) 24.09.17 5 0 12쪽
14 심해의 괴물 24.09.16 7 0 13쪽
13 질문 타임 24.09.15 10 0 12쪽
12 대화 자세 24.09.13 11 0 12쪽
11 등장인물 24.09.12 11 0 12쪽
10 훌륭한 스타트 24.09.11 17 1 12쪽
9 미지의 적 24.09.10 16 0 13쪽
» 불쾌한 기억 24.09.09 18 0 12쪽
7 전리품 24.09.08 24 2 13쪽
6 특별 상품 목록 24.09.06 23 0 12쪽
5 역할 24.09.05 23 0 13쪽
4 다섯 24.09.04 26 0 12쪽
3 괴한 24.09.03 29 0 13쪽
2 기가 막힌 우연 24.09.02 35 0 17쪽
1 프롤로그. 취미 + 1. Movie licensed game. 24.09.02 43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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