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반 게임 속 밸런스 파괴범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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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50
작품등록일 :
2024.09.02 17:27
최근연재일 :
2024.09.1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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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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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한

DUMMY

3. 괴한.


“잠시만요.”


“?”


“지금 게이트라고 하셨나요?”


“예.”


반사적으로 내뱉은 의문과 함께 오만 감정과 생각이 내 머리를 스친다.


아직도 꿈속인 걸까.

머리가 아픈 걸 보면 아닌 것 같은데.


그냥 저분이 광적으로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는 걸지도 모른다.


요새 헌터물이 인기 있고. 웹툰 쪽에서도 작품이 많으니까.


크게 다치지 않았다 해도 환자한테 그런 농담은 조금 심하지 않을까.


“그럼 제가, 게이트에서 나온 몬스터한테 습격당한 거군요?”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최대한 재치 있게 돌려서 그 부분을 지적해 보는데.


“네. 정확히 그렇다고 들었어요.”


“그, 그렇군요.”


간호사의 흔들림 없는 반격에 도리어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녀는 설명을 덧붙일 필요가 없겠다면서, 수고를 덜었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다행히 근처에 출장나와있던 초인이 계셔서 사상자는 더 나오지 않았다고 해요. 아 참, 지금 보호자 분이 오시고 계시다고 하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러곤 내가 괜찮아졌다고 판단했는지 자리를 떠났다.


‘내가 방금 뭘 들은 거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어안이 벙벙해진 상태로 얼마나 있었을까.


“지훈아!”


멀리서 불안한 표정으로 내 이름을 외치는 보호자가 나타났다.


“어, 어머니?”


게이트 발언과 같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 또다시 일어났다.


분명 어머니는 1년 전 몰래 반찬을 짊어지고 오는 도중 교통사고로 사망하셨다.

헌데 지금 그분이 내 눈에 똑똑히 보였다.


방금 극장에서 깨어난 것처럼 이 광경 또한 꿈이 아닐까?


게이트니 초인이니 슈퍼노바에 미친 나답게 아주 괴상한 꿈이었지만, 어쨌거나 좋았다.

부디. 당분간은 꿈에서 깨어나지 않았으며 좋겠다.


속으로 간절히 빌고 있으려니.

어머니는 급히 이쪽으로 달려오셨다.


“지훈아! 괜찮니?! 어디 아픈 곳은 없어?”


“···네, 전 멀쩡해요.”


입술을 깨물고 눈물을 삼킨다.


혼자서 열심히 살았고 앞으로도 잘 살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전하려는데.

어머니는 평소 차분한 모습답지 않게 역정을 내셨다.


“멀쩡하긴 뭐가 멀쩡해! 머리에 붕대 감았으면서!”


아, 계속 머리가 땡긴다 했더니. 붕대를 감았었구나.


아까부터 머리가 지끈거리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무심코 단단히 동여맨 붕대를 매만지는데.


“어···?”


붕대 표면의 까슬까슬한 감촉.

그 생생한 촉감에 문득 위화감이 느껴졌다.


‘꿈이, 아니야?’


벼락 맞은 듯 온몸이 떨린다.

다시 눈을 돌려 어머니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자세히 살펴보고 나서야 은근히 느껴지던 묘한 기시감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팔자 주름이 사라지셨어?’


훨씬 젊어진 외모.

내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얼굴과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느끼는 건 나만이 아닌 모양이다.


어머니는 내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조심스럽게 말하셨다.


“그런데 아들, 얼굴이 이게 뭐야?”


“···제 얼굴이 어때서요.”


반사적으로 답한 말에 어머니는 다시 어색한 표정으로 묻는데. 그 질문이 무척이나 당혹스럽기 짝이 없다.


“키도 큰 거 같고···, 혹시 각성했니?”


어머니. 대체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언뜻 익숙하면서도 낯선 단어가 어머니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순간 몰래카메라라도 찍고 있나 싶지만.

내 주위에 이런 악랄하고 짓궂은 장난을 벌일 지인은 없었다.


“지훈 환자분의 보호자 되십니까?”


“네. 제가 지훈이 엄마, 이영희입니다.”


극심한 혼란에 빠진 사이. 응급실 의사가 찾아왔다.

의사는 정신없는 날 내버려 두고 어머니와 대화했다.


“환자분의 상태는 많이 호전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아드님이 초능력자로 각성한 덕분으로 보입니다.”


“선생님. 저희 지훈이 정말 괜찮은 거 맞죠?”


“네, 당연히 괜찮습니다. 능력도 체질 계열로 보이니 집에서 며칠 요양하면 금방 회복할 겁니다.”


“근데, 왜 얼굴이나 몸집이···.”


왜 아들을 징그럽다는 듯이 쳐다보시는 겁니까.

어머니는 몹시 적응이 안 되는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셨다.


“현 상태는 아무래도 체내에 형성된 생체기관의 영향 같습니다. 생체기관에서 내뿜는 마력은 인체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초능력을 발휘하기 위한 적합한 신체를 갖추도록 하니 말입니다.”


“지금 저 모습이 정상이란 말씀이신가요?”


“그것이, 흠···. 체질 계열 중에서도 신체 일부가 아닌 전체의 급격한 변화는 초능 학계에서도 아주 드문, 희귀 케이스입니다. 그래서 정확히 뭐라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럽군요. 일단 안정을 취하시다가 괜찮아지시면 신체검사하실 때 정밀검사를 받아보시기 권장 드립니다.”


“정밀검사라뇨? 아까 초인 대상으로도 병실을 운영하신다고 했는데, 검사는 여기서 받는 게 아닌가요?”


“이곳은 겸용 병원일 뿐입니다. 평범한 기구로는 신체 능력 측정조차 할 수 없습니다. 그 방면으로는 전문 기관이 따로 있습니다. 추후에 알아서 연락이 갈 테니, 안내에 따르시면 되실 겁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아! 그러면 해태에는 언제쯤···.”


“초인 양성 기관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그것도···.”


눈알을 뒤룩뒤룩 굴리며 잠자코 그들의 대화를 엿듣는데.

무어라 끼어들고 싶었지만 대화를 따라가는 것만으로 뇌가 벅찼다.


각성. 초능력. 마력. 초인······.

대체 내가 뭘 듣고 있는 거지?


“···그 외에 별도로 준비하실 건 없으실 겁니다.”


“네, 정말 감사합니다.”


그렇게 한마디도 꺼내지 못한 채 곧바로 퇴원 절차를 밟았다.


“어디로 모실까요?”


어느새 택시에 탑승하고 집으로 가는 도로 위.

나는 정신을 수습하며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병원을 빠져나오며 돌려받은 휴대폰이 손바닥에 찰싹 달라붙었다.


‘뭐라도 알아야해.’


평소에 쓰던 패턴을 몇 가지를 시도하자 잠금이 풀린 휴대폰.

캘린더에 표시된 연도와 날짜는 정확히 십년 전 과거였다.


나는 곧장 인터넷을 열어 뉴스를 확인했다. 당장 오늘 일어난 게이트 사고가 최신 소식으로 올라와 있었다.


‘금일 오후 게이트 발생··· 다행히 초인의 발 빠른 대처로 사망자는 전무하다. 올해에 들어 벌써 아홉 번째로 생겨난 게이트. 매년 꾸준히 게이트 증가하는 추세. 세간에서 매우 큰 우려가 이어지며 정식 초인의 수를 늘리겠다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장르 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념의 용어들이 머릿속을 헤집는 동시에. 나는 인용된 사진 속에서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이 사람은···!’


훤칠한 이마를 뽐내는 40대 아저씨. 슈퍼노바 한국 시리즈의 3번째 주역, 대장군 한용우였다.

게임 내 막바지엔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되어, 초인 교도소에 수감된 죄인이기도 했다.


- 너라면 어땠을 거 같아?


순간 기절하기 직전 작가와 했던 통화가 떠올랐다.


갑자기 뜬금없이 던진 질문이더라니. 이렇게 할 계획으로 한 물음이었을까.


당최 무슨 방법을 썼는지 모르겠지만. 그녀가 날 이 세계로 보낸 모양이었다.


‘하, 이게 말이 돼···?’


혼란스럽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있을 무렵.


내 손을 부드럽게 잡는 어머니의 손길이 느껴졌다.


“다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지훈아.”


그녀의 진심 어린 호소에 현실감 없이 붕 떠 있던 정신이 돌아온다.


“항상 초인이 되고 싶다고 하더니 결국 이렇게 되었구나. 기분이 어떠니?”


“제가, 초인이 되고 싶다했다고요?”


어머니는 내 멍한 모습을 다르게 보였던 모양이다.

그녀는 시원섭섭한 표정으로 말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해태에 들어가서 정식 초인이 되고 싶다했잖니. 그거 관련해서는 엄마가 다 알아서 해둘 테니까. 아들은 걱정하지 말고 일단 푹 쉬어.”


‘내일 중에 전화가 오려나.’, ‘나중에 엄마랑 같이 초능력자 특별법 방침도 확인해보자.’라며 중얼거리시는데.

오로지 내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한 모습이 어머니가 맞았다.


‘확실히 이건, 꿈이 아니야.’


애초에 꿈으로 취급하기엔 골을 울리는 두통이 너무나 리얼했다.

머리를 다쳤다고 자각한 이후부터 더욱 아파지는 느낌이다.


‘빙의인가? 그렇다면 회귀는 대체 왜, 내가 했던 거짓말 때문인가···?’


추론하는 나조차 어떤 상황인지 정확히 설명할 수 없었지만.

본능적으로 소설에서 볼법한 단순한 빙의는 아니라고 느꼈다.


지금만 봐도 그저 게임 속의 캐릭터, 블랙 프레데터가 되었다기에는 여러모로 아리송한 점이 있었다.


“8600원 되겠습니다. 손님.”


택시로 도착한 집은 예상했던 대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이사한 옛 아파트였다.


‘엉뚱한 곳은 아니라서 다행이네.’


기억에도 없는 처음 보는 집에 도착하며 어쩌나 싶었는데. 익숙한 풍경에 안심할 수 있었다.


“배고프지? 금방 저녁 차려줄게.”


“전 조금 누워있을게요.”


밥 먹기 전까지 쉬겠다면서, 나는 아픈 머리를 누르며 방 안으로 직행했다.


‘십 년 전 방인가. 평범하게 생겼네.’

한쪽에 모아놨을 영화 포스터와 슈퍼노바 관련 상품들이 모두 사라지고.

대신 추억의 만화들이 책장에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었다.


‘···전부 사라졌군. 뭐 당연한 건가.’


눈에 불을 켜고 모아둔 슈퍼노바 컬렉션이 한순간에 소멸되었다.

텅 비어있는 공간을 바라보니 내 마음도 공허해지는 기분이다.


이럴 때 무기 모형이라도 손질하며 마음을 진정시키면 딱 일 텐데. 그럴 수 없어서 답답했다.


“...”


눈을 감고 내가 모은 컬렉션을 떠올린다.

그리고 품에서 놓아주고 떠나보낸다.


‘···울부짖는다고 컬렉션들이 돌아오진 않는다.’


안타깝지만 이 슬픈 현실을 수긍하도록 하자.

이 상황을 부정해봤자 결국 고통스러워지는 건 나니까.


사라진 것을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힘만 빠지고 정신만 괴로울 따름이다.


애지중지하는 작품을 잘못 보관한 탓에 대규모로 폐기해봤기에,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그렇게 마음 속 장례식을 치르고 나니.

다소 차분해진 마음으로 내가 처한 상황을 진단할 수 있었다.


‘작가가 말한 대로라면···, 나는 슈퍼노바의 블랙 프레데터가 됐다는 거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뭔가 이상했다.

내가 알기론 블랙 프레데터, 원작의 남지훈은 결코 초능력자가 아니었다.


평균적인 키에 호리호리한 체형.

워치의 능력을 제외하면, 스스로도 평범하다고 자처했었다.


그러나 지금 내 모습은 완전히 달랐다.


나는 몸 상태를 점검할 겸 상의를 탈의한 채 전신거울 앞에 섰다.


“워우, 지리네.”


저도 모르게 절로 감탄사가 터진다.


통통했던 뱃살이 쏙 들어가 선명하게 도드라진 식스팩.

상체 하체 할 것 없이 전신 곳곳에서 돋보이는 우람한 근육.


한창 헬스장을 깔짝이던, 가장 많은 사진을 남겼던 시기. 내 전성기의 육체를 가뿐히 뛰어넘었다.


‘키도 살짝 큰 것 같고.’


우중충한 얼굴에 생기가 흐르며 외모 또한 미묘하게 달라졌다.

뭐 그래봤자 학생보단 군대 전역 후 휴학까지 거친 화석 복학생이나 사회초년생에 가까운 모습이었지만.


‘정말로 각성했어.’


심장 부근에서 느껴지는 청량한 기운을 비롯해, 각성 말곤 이 급격한 변화를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특전은 이게 끝이야?’


솔직히 조금 실망했다.


게이트가 생성되고 몬스터들이 나타나는 험한 세상. 평범한 직장인은 살아남기 힘든 환경.

흔히들 시스템이나 스킬 등을 얻는 걸 생각하면 오히려 모자란 감이 없잖아 있었다.


‘게임이잖아, 시스템은 줘야하는 거 아닌가?’


아니 곰곰이 생각해보니 차라리 게임으로 적용되지 않아서 다행일지도 모른다.


슈퍼노바는 런칭한 지 고작 하루 된 게임.

그러니 나 또한 1일차 뉴비였다.


나는 영화팬이지 게이머가 아니다.

게임에 익숙한 고인물이 아닌 이상 시스템은 도리어 방해될 확률이 높았다.


‘···그보다 금미나 그 여자. 정말이지 머리가 어떻게 됐나?’


통화했던 작가가 영화 속 등장인물 금미나인지 확실치 않지만. 어쨌든 이건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뭘 믿고 날 보낸 거지? 평범한 고등학생이 대체 뭘 할 수 있다고?’


아무리 적합하다고 판단했어도 이런 충동적으로 선택하다니. 정말이지 실망스러웠다.


어째서 이런 결단을 내렸는지.

대체 무엇이 그녀를 그런 궁지에 몰아넣었을지 궁금해졌다.


‘몇 가지 짐작 가는 게 있긴 한데······, 윽!’


골똘히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거린다.


‘···후우. 나 이런 모습으로 잘도 멀쩡하다는 소릴 지껄였구나.’


이마를 칭칭 둘러맨 붕대. 외견만 봐서는 중환자가 연상될 지경이다.

응급실에서 내 모습을 보자마자 어머니가 기겁하신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흉터가 남으려나.’


거울 앞으로 얼굴을 바짝 들이대며 붕대를 더듬거리는 찰나.

누군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아들, 나와서 저녁 먹-”


흠칫.

어머니는 들어오는 자세로 몸이 굳었다.

그리고 이내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고는, 탄식에 가까운 소리를 내뱉었다.


“아···, 지훈이구나···.”


“...”


뒤늦게 안도한 목소리와 파르르 떨리는 눈가.

잠깐이나마 눈동자 속 명백하게 담겨있던 경계심.

거기에 방금 전 손에 쥘 무언가를 찾는 듯한 손짓까지.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아무래도 어머니는 한순간 나를 아들이 아니라 괴한으로 착각하신 것 같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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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기사회생 NEW 6시간 전 2 0 11쪽
15 심해의 괴물(2) 24.09.17 5 0 12쪽
14 심해의 괴물 24.09.16 7 0 13쪽
13 질문 타임 24.09.15 10 0 12쪽
12 대화 자세 24.09.13 11 0 12쪽
11 등장인물 24.09.12 11 0 12쪽
10 훌륭한 스타트 24.09.11 1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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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특별 상품 목록 24.09.06 2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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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다섯 24.09.04 26 0 12쪽
» 괴한 24.09.03 2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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