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반 게임 속 밸런스 파괴범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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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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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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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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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스타트

DUMMY

10. 훌륭한 스타트


어디선가 감시하는 것 같은 기분.

괜히 뒤통수가 간지러워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상당히 골치 아프지만 크게 우려할 건 없다.


‘해태 생활관에 들어가면 안전은 보장될 테니까 그때까지만 유념하면 돼.’


물론 그것만 믿고 마음을 놓을 수 없겠지만. 적어도 길거리에서 피습당해서 객사하진 않을 것이다.


‘나보단 설희와 승혁이가 문제다.’


나야 스스로 몸 간수한다지만 두 사람은 아니다. 스케빈저나 그와 유사한 존재와 만나게 되면 꼼짝없이 죽고 말 것이다.


‘어떡하지?’


벌써부터 두 사람의 안위가 걱정되지만. 당장 뚜렷한 해결책은 떠오르지 않았다.

일단 그들에게도 이 상황을 알리고 대책을 강구해야겠다는 정도뿐.


‘···좀 더 생각해봐야겠어.’


생각을 정리한 나는 엉덩이를 털고 일어섰다.


마음 같아서 다 때려치우고 집으로 돌아가서 쉬고 싶었지만. 여기까지 와서 아무것도 안하고 돌아갈 순 없다.

아까 옥상에서 못 다한 테스트를 마무리해야했다.


인적이 드물다 못 해 귀신이 나올법한 스산한 숲속. 나는 워치를 점검했다.


‘···좋아. 문제 없다.’


물건을 보관하기는 용이하지만 부피가 작고 급히 꺼내 쓰기엔 불편한 이차원 인벤토리.

마력 같은 기운의 파동을 찾아내는 다목적 레이더 센서.

이름 그대로 반투명한 방어역장을 펼치는 반입자 배리어.

마지막으로 한순간 굉장한 도약력을 부여하지만 에너지 소비가 무지막지한 이온 부스터까지.


신속하게 점검을 완료했다.

이제 남은 것은 블랙 프레데터의 주 무장이었다.


“소닉 블레이드부터 간다.”


[기본 무장 ‘소닉 블레이드’를 실행합니다.]


허공을 가볍게 말아 쥐자 단단한 무언가가 손에 잡힌다.

제 3자의 시선에는 허공에서 무기를 나타난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극히 실용적인 형태의 단검이 빠르게 실체화되었다.


‘나이프치곤 검신이 살짝 기네.’


딸깍.

손잡이 내부에 감춰진 스위치를 눌러 작동시켰다.

집중하지 않으면 가까이서도 듣지 못할, 미세한 소리를 내며 기능이 활성화되었다.


언뜻 보기엔 평범한 단검 같지만. 그 안에 겉보기론 알기 힘든 예리함을 머금고 있었다.


시험 삼아 근처 바위를 향해 휘두르자. 칼날은 바위를 파고들어갔다.


‘출력이 줄었다고 했던가.’


아쉬운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걸 감안해도 충분히 합격점이었다.

짧은 감상을 뒤로하고 다음 무기로 넘어간다.


[기본 무장 ‘레이저 건’을 실행합니다.]


이번엔 투박해 보이는 권총이 나타났다.


‘저 정돈 맞출 수 있겠지.’


적당한 거리의 나무를 겨냥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너무 먼 거리를 노려서일까.

빛의 탄환은 엉뚱한 나무를 관통하며 뒤의 나무들까지 일직선으로 꿰뚫었다.


'총구가 흔들렸나.'


추가적으로 과녁을 향해 몇 발을 더 쏴봤지만. 결과는 썩 나아지지 않았다.


“쯧!”


불쾌감을 담아 애꿎은 레이저 건을 노려보았다.

위력은 좋지만 명중률이 처참했다.


‘차라리 소총을 쓰는 게 낫겠네.’


한손으로 잡는 권총은 자세부터가 영 어색하기 짝이 없다.


숙련도가 낮은 걸 따지면 단검이나 권총이나 비슷했지만. 레이저 건은 현 상황에서 유독 쓰기 난감한 면이 있었다.


‘소닉 블레이드는 활성화 유지 시 동력이 지속적으로 소모되는 반면, 레이저 건은 탄환마다 소비되는 형식이다.’


표적에서 빗나갈 때마다 허공에 연료를 날리는 셈.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소비해야하는 지금, 사용에 유의해야 할 무기였다.


‘이제 마지막인가. 초진동 시그마 블레이드 실행.’


[명령 수행 불가. '초진동 시그마 블레이드'는 현재 사용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과금 무기는 이전과 다름없이 사용이 불가능했다.


어떤 조건을 충족시키면 사용 제한이 풀리게 되는 걸까.


저 문장만으로는 가늠이 안된다.

추후 업그레이드라도 하면 뭔가 문구가 변경되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때 환불하지 않길 잘했네.’


이제와선 내가 다른 세계에서 왔다는 유일한 증거이자 흔적.

비록 사용하지 못하지만, 특별목록으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이걸로 장비 점검을 모두 끝마쳤다.

내가 아는 워치와 비교하면 여러모로 부족한 점은 있어도, 충분히 훌륭한 위력을 보여주었다.


“블랙. 어제 전투와 오늘 테스트를 토대로 내 종합 능력치를 계산해봐.”


종합 능력치는 한국을 비롯해서 여러 국가에서 초능력자를 분류하는 등급.

전문가의 분석이 들어간 평가이자 일목요연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항목이다.

때문에 초능력자는 대체로 종합 능력치에 목을 매었다.


‘아예 그것만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얼간이도 있을 정도지.’


나는 그렇게까지 맹신하진 않는 편이다. 꼭 그것만으로 승패가 결정되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전투력과 제일 직결되는 요인임은 분명하니 부정하지도 않을 뿐이었다.


‘난 얼마나 되려나?’


그래도 블랙이 내린 평가는 개인적으로 궁금했다.


약간의 기대감을 품으며 기다리는데.

잠시 뒤. 블랙이 결과를 보여주었다.


[분석 완료.]

[마스터의 종합 능력치는 안드로메다 은하 기준 3(7)등급에 해당합니다.]


클래스, 랭크, 등급 등등으로 되는대로 적당히 부르는 건, 지구나 안드로메다나 비슷해도 그 내용상 약간의 차이가 있다.


약간의 TMI를 덧붙이자면 안드로메다의 등급이 훨씬 세분화되어 있었다.


“지구인이 보기 편하게 바꿔줘. 그리고 앞으로 계산 같은 건 무조건 지구 기준으로 해줘. 할 수 있지?”


일일이 해석하는 게 귀찮았기에 블랙에게 수정을 요구했고. 결과 값은 금세 도출되었다.


[명령 확인.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다운로드 완료. 표기 방식을 안드로메다은하에서 우리은하 행성(지구)로 변환합니다.]

[마스터의 종합 능력치는 행성 지구 기준 A(C) Rank로 추정됩니다.]


B랭크부터는 초인의 영역. A랭크는 그 중 상위권의 능력자라 할 수 있다.

체감상 간당간당할 줄 알았는데. 최소치는 달성한 모양이다.


그것보다 0단계에서 A랭크라니 역시나 블랙 프레데터, 명불허전이다.

앞으로 얼마나 발전할 지 무척 기대되었다.


“근데 저 괄호는 무슨 의미지?”


[괄호 안은 본 기기의 무장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의 상태를 뜻합니다.]


“아하.”


즉 워치를 제외한 내 순수 능력치는 C랭크에 불과하는 소리였다.


‘현재로선 마력도 사용하지 못하니 별 수 없지.’


아마 마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해도 열심히 수련해야 다음 단계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내 본체는 블랙 워치. 그깟 마력 좀 못 다룬다고 해서 기죽을 필요는 없었다.


“블랙. 어제 쓰러뜨린 스케빈저. 그 놈은 어느 정도였지?”


[당시 안드로이드의 전투력을 환산하면 대략 B Rank로 추정됩니다.]


어제 전투로 이미 데이터가 갖춰져 있던 터라 결과는 빠르게 나왔다.


“그렇군.”


스케빈저의 전력은 내가 추측했던 대로였다. 맨손으로는 못이기겠지만, 워치를 쓸 수 있었다면 무난하게 압도할 수 있는 상대였다.


‘진짜 몇 분만 버텼어도, 아무 문제없는 거였는데. 쩝.’


그에 대한 아쉬움은 접어두고. 블랙에게 다음 지시를 내렸다.

단위 변환 외, 편의성 기능들을 꼼꼼하게 설정했다.


“시스템 의사 전달 방식을 텍스트에서 음성으로 변경해줘.”


특히 망막에 투사된 글자는 엄청 거슬렸기에 바로 바꿨다.


전투 도중에 갑작스레 시선을 뺏기는 건 아주 치명적이다.

뇌에 전달되는 소리도 적잖이 방해가 될 테지만. 적어도 시야를 방해하는 것보단 나을 듯했다.


[요청사항 확인. 내장된 기본 음성 50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 주시면 됩니다.]


목소리를 또렷하게 구별하기 위해 주변에서 듣기 힘든 음성을 추리고 선택했다.


“이게 좋겠다.”


고르다보니 다소 딱딱함이 느껴지는 사무적인 여성의 목소리가 되었다.

이것으로 블랙의 음성과 사람의 목소릴 헷갈릴 여지는 없겠지.


[설정 완료.]

[앞으로는 음성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어쩐지 개인 비서가 생긴 기분이라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그럭저럭. 나쁘지 않군.’


이것은 단순 음성 기능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현 상황을 총체적으로 내린 평가였다.


‘지금 가장 큰 문제점을 꼽는다면, 역시 워치의 손상이겠지.’


동력 저장 장치가 고장나면서 장시간 전투가 부담이 될 테니까. 그래도 전투는 단기 결전이 대다수였으니 크게 문제되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하더라도 신경 써서 에너지를 조절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약점이었다.


‘다른 관점에선, 지금 상황이 아주 좋다고 말할 수 있어.’


오히려 좋았다. 힘든 출발만큼 수확도 컸기 때문이다.


원작에선 죽었을 워치 소지자 두 명을 살렸고. 주인이 없는 워치 두 개를 보관 중이다.


물론 과연 그것들이 온전히 전력으로 탈바꿈 될지는 모르겠다만.

일단 확보한 것 만으로도 굉장한 소득임은 분명했다.


게다가 원작의 블랙 프레데터에겐 없는 나만의 무기(초능력)까지 주어졌으니. 당장의 형편은 좋지 않아도 미래를 생각하면 훌륭한 스타트가 아닐까.


‘딱 오늘 일만 없었다면.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좋았을 텐데 말이야.’


흉부에서 올라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입맛이 썼다.

어제 수습할 걸, 이라는 뒤늦은 후회가 몰려들었다.


대체 이곳을 정리한 범인은 누구일까.

당최 알 수가 없는 일이다.


낙관적인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는 기쁨과 일이 끝나지 않았다는 오는 불쾌감.


나는 상반된 감정을 마음속에 간직한 채 찝찝한 기분으로 산을 내려갔다.


*


직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어머니와 함께하는 저녁식사.

그녀는 곧바로 내 머리 쪽으로 걱정 어린 시선을 보냈다.


“정말 괜찮은 거 맞니? 며칠만 더 감고 있지 그랬어.”


붕대를 벗어던진 걸 보고선 우려를 표하신 것이다.


“괜찮아요. 아무렇지 않다니까요?”


체질 능력자와 워치의 컨디션 보조 기능의 시너지는 굉장했다.

아침까지만 해도 강렬했던 두통이 사라졌고. 젖은 이불처럼 무겁던 컨디션도 완전히 회복되었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고했지만. 어머니의 시선은 변함없었다.


“잘 먹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지훈아. 잠시 이야기 좀 할까?”


할 말이 있다는 듯 어머니는 나를 불러 세웠다.


나는 식탁으로 도로 돌아와 앉았고. 식탁을 대충 정리한 어머니는 핸드백에서 서류 봉투 더미를 꺼냈다.


두껍게 쌓인 용지들이 탁자에 짜르륵 펼쳐지는데. 전부 초능력자나 해태에 입학과 관련된 서류들이었다.


“아침에 말했지? 저녁에 다시 이야기해보자고. 엄마가 살짝 알아와 봤는데 말이지-.”


어머니는 자신이 알아온 내용을 성심성의껏 설명했다.


간략하게 요약하면, 일주일 이내에 신체검사를 받고 초능력자로 등록한 뒤. 한 달에 한 번 있는 면접을 보고 해태에 입학한다는 이야기였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절차였지만 어머니의 노고를 생각하고 경청해드렸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검사를 이번 주말에 하는 게 어떻겠니?”


어머니가 제시한 의견에서 쉽게 그 의도를 간파할 수 있었다. 그녀는 필시 나를 따라오려는 속셈이라는 것을.


“아니요. 전 평일이 좋을 것 같네요.”


나는 그 속내를 눈치 채지 못한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답변했다.


“···아, 그게 좋겠니? 그럼, 편한 대로 하렴.”


어머니는 갈 곳을 잃어버린 오른손을 슬며시 본인 무릎에 내려놓았고. 끝내 마음에 없는 말을 내뱉곤 입을 꾹 다물었다.


저번과 다를 바 없이 내 의견에 뜻을 굽히고 서운한 얼굴만 내보이는 것이다.


‘항상 이런 식이셨지. 이런 부분은 이쪽 세계에서도 여전하시네.’


본래 저리 자기주장이 약한 분은 아니셨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필요 이상으로 내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

정확히 꼬집자면 아들의 선택에 대해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게 된 것.


내게 관심이 없는 건 아니고. 그저 문제를 일으킬 여지가 없다고 판단되면 굳이 반대 의사를 내비치지 않았다.


이것은 이전 세계에서 내가 대학과 전공을 선택해 진학할 때나, 군대에 입대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정확한 계기가 무엇인지는 잊었다.

그냥 편부모 가정으로 겪은 고초와 빠르게 찾아온 사춘기 때문이라 짐작할 뿐이었다.


여기서 이런 말 하기 참 그렇지만···.


솔직히 따로 열심히 설득할 필요가 없어서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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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반 게임 속 밸런스 파괴범이 되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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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기사회생 NEW 6시간 전 2 0 11쪽
15 심해의 괴물(2) 24.09.17 5 0 12쪽
14 심해의 괴물 24.09.16 7 0 13쪽
13 질문 타임 24.09.15 10 0 12쪽
12 대화 자세 24.09.13 11 0 12쪽
11 등장인물 24.09.12 11 0 12쪽
» 훌륭한 스타트 24.09.11 17 1 12쪽
9 미지의 적 24.09.10 16 0 13쪽
8 불쾌한 기억 24.09.09 17 0 12쪽
7 전리품 24.09.08 24 2 13쪽
6 특별 상품 목록 24.09.06 23 0 12쪽
5 역할 24.09.05 23 0 13쪽
4 다섯 24.09.04 26 0 12쪽
3 괴한 24.09.03 29 0 13쪽
2 기가 막힌 우연 24.09.02 35 0 17쪽
1 프롤로그. 취미 + 1. Movie licensed game. 24.09.02 42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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