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반 게임 속 밸런스 파괴범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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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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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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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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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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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상품 목록

DUMMY

6. 특별 상품 목록


나는 차마 버리지 못한 망설임을 끊어내며 왔던 길을 거슬러 되돌아갔고. 비틀거리는 여학생을 업고 일어섰다.


“아저씨?”


“아저씨 아니고 형이다.”


어림잡아 50kg은 될 것 같은데. 각성한 덕분인지 거뜬했다.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면 달리는 것도 가능했다.


“헉, 헉! 엄청 빠르시네요. 아저씨 혹시 초능력자에요?”


틈틈이 잘 따라오는지 체크하며 질주하는데. 남학생은 위험한 상황에서도 입을 멈추지 않았다.

목소리의 떨림에서 긴장감이 엿보이는 것이 나름대로 불안을 털어내려는 행위처럼 보인다.


“초능력자 맞아. 그보다 형이라니까!”


적당히 대꾸해주며 산길을 내려가는데.


“멈춰요!"


갑자기 남학생이 크게 외쳤다.

왠지 모를 본능으로 급히 다리에 제동을 걸자.


쿵-


곧바로 추격자가 정면으로 내려앉았다.

스케빈저의 손끝에 맺힌 피가 지면으로 뚝뚝 떨어진다.

녀석은 처음에 회수한 적색과 더불어, 검붉은 피로 얼룩진 백색 워치를 쥐고 있었다.


섬뜩함을 느낀 것과 동시에 의문이 치솟았다.


‘벌써 왔다고?’


판단이 틀렸다.

분명 속력은 원작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빨랐을 텐데. 쉽게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솟구친 의문은 생겨난 만큼이나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알 수 없었지만. 상황이 바뀐 원인을 찾는 것보다 지금 위기를 모면하는 것이 시급했기 때문이다.


‘싸우는 수밖에 없겠네.’


더는 도망칠 구석이 없었다.

나는 여학생을 서둘러 땅에 내려놓았다.


"저도 같이 싸울게요!”


뒤에 선 남학생이 눈을 부릅뜨고 주먹을 치켜들며 말했다.

평소 운동 좀 하는지 체격이 제법 다부지다만. 내 눈엔 아직 어린 학생이었다.


“됐고, 위험하니까 내 뒤로 멀찍이 물러서.”


내가 어떤 심정으로 이 친구들을 구했는데. 이런 식으로 허무하게 잃을 순 없었다.


‘워치는 아직 멀었나?’


스케빈저와 대치하며, 조급한 마음으로 워치를 바라보는데.


[···99%. 100%.]

[착용자와 동기화 완료. 마스터로 지정되었습니다.]

[본 기체, Record Black-ver.0 가동합니다.]


때마침 간절히 기다렸던 소식이 들려왔다.


‘좋았어. 넌 이제 뒤졌다 깡통새끼. 아주 고철 덩어리로 만들어주마.'


*


안드로메다은하는 광활한 공간만큼이나 다양한 세력이 존재한다.

스케빈저는 은하의 중심에서 조금 떨어진 변방에서 주로 활동했다.


그들의 기본 행동 양식은 무척이나 단순하고 명확했는데.

생의 목적이라곤 생계 유지 활동과 증식 활동, 단 두 가지 뿐이었기 때문이다.


미개척지의 자원을 주워 다가 거래하며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원을 공급하고, 인구를 늘려 세력을 키우는 단순한 방식으로 우주에서 생존했다.


기계인 그들의 번식은 대체로 따뜻한 생명의 온기가 아닌 차가운 금속에서 시작되지만. 다른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의체 개조 시술 적합성이 높은 생명체를 납치한 후 개조하여 집단에 강제 합류시키는 다소 비인도적이지만 효과적인 방법이 존재한다.


이걸 관점을 바꿔서 생각한다면 스케빈저에게 납치당해도 기계인간, 즉 사이보그로 목숨을 연명할 수 있단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으나. 실상은 겪어보면 그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사이보그는 우두머리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


사이보그에겐 운신의 자유가 허락되지 않는다.

집단을 통솔하는 우두머리에게 무조건적인 복종을 바치는 노예. 언제든 갈아치워지는 집단의 부속품이었다.


다행히 개조 시술 여건에 맞는 생명체는 우주 전체로 범주를 넓혀도 극소수에 불과했다.

만약 그 확률이 조금만 높았더라면 스케빈저는 진작 안드로메다의 지배자가 되었을 것이다.


이곳에 적합자가 있는 건 상당히 의외다만. 만약 그게 나라고 해도 사이보그가 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둘 다 안심해.”


멀찍이 물러난 학생들에게서 두려움으로 가득찬 시선이 느껴졌다.

특히 여학생은 얼굴이 창백한 것이,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거기서 잘 지켜보고 있어.”


장소가 여의치 않아 그들에게 도망치라고 할 수 없었다.

이곳은 수풀이 무성한 숲 속. 스케빈저가 나를 무시하고 학생을 뒤쫓아 간다면 손쓸 도리가 없으니까.


구해주기로 결심했으니 끝까지 책임지고 지킨다. 다행히도 그걸 실행할 수 있는 힘이 조금 전 갖춰졌다.


“내가 저 놈을 고철로 만들어 버릴 테니까.”


호기롭게 외치고선 스케빈저를 노려본다.


스케빈저의 전투력은 개체마다 천차만별. 거대한 우주의 스케일답게 기본 체급이 높은 편이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으론. 눈앞에 있는 존재를 가능한 높게 상정해도 문제가 없었다.


‘외관으로 봐선 로드 급은 아니야. 충분히 이길 수 있어.’


하지만 인생은 실전.

이론으론 알더라도 내가 수행할 수 있을까, 같은 불안 요소가 내재되어 있었다.


‘후-. 어디 한번 해보자고.’


크게 숨을 내쉬며 긴장감을 떨쳐내려 노력해보지만. 그런 다짐과 다르게 떨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어색한 손짓으로 워치를 조작하자, 블랙 워치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 ······.


다행히 스케빈저는 내가 하는 짓을 공연 관람하듯 구경하고 있었다.


확실히 신기할 법하다.

녀석의 시선에는 원시인이 총을 이리저리 만지는 꼴일 테니까.


‘계속 그렇게 방심하고 있어라.’


자, 그럼 저 놈을 어떻게 요리할지 정해보자.

소닉 블레이드로 사지를 썰어버릴까. 아니면 레이저 건으로 벌집을 만들어줄까.


‘내장된 장비 목록 전부 띄워.’


시작하기에 앞서 일단 요리 도구부터 점검했다.

뇌파를 인식한 워치가 지시를 이행하며 카탈로그를 망막에 투시했다.


[현재 사용 가능한 장비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기본 변용 전투복. 이차원 인벤토리. 다목적 레이더 센서. 반입자 배리어. 이온 부스터. 소닉 블레이드. 레이저건.]


‘Record Black-ver.0···. 블랙 워치 초기 형태인가.’


어째 좀 위화감이 느껴진다 싶더니만. 자주 봐왔던 블랙 프레데터의 워치와는 약간 차이가 있었다.


그래도 뭐 다행히 계획에 큰 지장은 없다. 안드로메다의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장비들은 기초 무기조차 강력했으니까.

스케빈저를 상대론 어떤 무기를 꺼내든 상관없었다.


‘뭐가 더 있나?’


발견하지 못한 또 다른 차이점이 없는지 유심히 살펴보는데.


‘특별 목록?’


시야 한구석에 특별 목록이 따로 구분되어 있는 것이 보였고. 곧바로 목록을 펼쳐 확인했다.


[특별 상품 목록 - 블랙 프레데터 전용.]

워치를 업그레이드하고 강력한 특수 장비들로 호쾌한 전투를 펼쳐보세요!

- 초진동 시그마 블레이드

- 고출력 소형화 레일건

- 컴뱃 파워드 아머

- 초전도 이온 캐논

- 광증발 플라즈마 빔

- 탑승형 전술 강화 슈트

- 뉴클리어 블래스트


어디선가 눈에 익은 단어의 향연.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이건···! 내가 과금했던 장비들이잖아?'


익숙하면서도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추억.

이곳으로 끌려오기 직전 게임에서 구입한 무장들이 왜 여기에 있는 건지 모르겠다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초진동 시그마 블레이드. 이거다.'


게임에서 가장 즐겨 사용한 무기를 골랐다.

소 잡는데 닭 잡는 칼 쓰는 격이지만 지금 신경 쓸 문제는 아니었다.


활짝 웃으며 명령이 활성화되길 기다리는데.


[명령 수행 불가. '초진동 시그마 블레이드'는 현재 사용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실망스러운 답변이 돌아왔다.

어쩐지 시뻘건 글씨로 쓰여 있더라니.

일종의 락(lock)이 걸려 있는 모양이다.


'쩝, 뭐 괜찮아. 기본 무장인 소닉 블레이드로도 충분하니까.'


애써 쓴웃음을 짓는 찰나.

카탈로그가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졌다.


'? 뭐야, 다시 띄워.'


[워치가 보유한 동력이 현저히 부족한 상태입니다. 슬립 모드로 강제 전환. 일정량의 에너지가 확보될 때까지 기능 작동이 불가합니다.]


동력 부족으로 인한 정지.

정말 상상치도 못한 사고가 발생했다.


잠시나마 이를 흥미롭게 지켜보던 스케빈저는 ‘지구인이 그럼 그렇지.’ 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침착. 침착하자.'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었다.


당황스럽지만 최대한 마음을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망연자실 할 때가 아니다. 어떻게든 돌파구를 강구해야만 했다.


‘방법을 생각해.’


게임에서 지닌 무력을 강력하게 어필했지만. 블랙 프레데터는 결코 무적의 존재가 아니다.

그에게도 고난과 역경은 있었고. 그때마다 가진 능력을 활용하여 극복해냈다.


나는 워치에 완전히 파악 하다고 할 수 없었으나. 영화에서 나온 워치의 기능은 전부 외워두고 있었다.

덕분에 이에 대한 해결책 또한 빠르게 떠올릴 수 있었다.


‘···충전 시스템 리미터 해제. 급속 충전 모드 최대로 활성화.’


[특수 명령 확인. 급속 충전 모드를 발동합니다.]

[경고. 급속 충전 모드를 최대로 장시간 유지할 시 과부하가 발생하여 동력 저장장치에 손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영화에서 쌓은 지식이 이곳에서도 통용되었다.


'됐다. 이 정도면 잘 해결된 편이다.'


귀중한 도구인 만큼 소중하게 다루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럴만한 환경이 아니었다.


워치의 자동 수리 기능으로 사소한 고장쯤은 스스로 복구가 가능하니. 감수할만한 손해라고 판단했다.


‘근데 의도치 않게 허세부린 것이 되어버렸네.’


나는 이를 악물고 두 팔로 가드를 올리며 공격을 대비했다.

급속 충전이 완료될 때까지 버텨야 했으니까.


본래 죽은 이들의 복수 겸 스케빈저의 사지를 잘라내려 했지만. 동력 부족으로 처음 계획과는 방향성이 정반대로 틀어졌다.


스케빈저는 급할 것 없다는 듯, 느긋하게 워치를 품속으로 갈무리했고. 잔뜩 긴장한 나를 향해 손을 치켜들며 돌진해왔다.


‘얕보고 있군.’


단숨에 팔을 잘라 워치를 가져가겠다는 의도가 다분했기에, 어렵지 않게 회피에 성공.


‘빈틈이다.’


타이밍을 잡아 반격할 수 있었다.

자신의 방어력을 과신한 건지. 아니면 변방 행성 원주민의 공격이라 우습게 본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펀치가 놈의 얼굴에 제대로 직격했다.


쾅!


“큭.”


흡사 쇠를 두드린 듯 한 감각.

스케빈저는 제 얼굴을 강타한 주먹에도 괘념치 않고 공격을 감행했다.


녀석의 공격이 신체에 닿기 직전.

나는 허리를 발바닥으로 힘껏 밀어 차 멀찍이 떨어질 수 있었다.


‘역시 맨몸으론 힘든가?’


조금 전 공방으로 알아낸 정보가 있다.

별도의 무기 없이 평범한 주먹질론 놈에게 타격을 주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위험했다.’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의 일격.

내 신체 내구도가 정확히 몇 단계일지 모르겠지만. 방금 녀석을 밀어내지 않았다면 상당히 위험했을 것이다.


‘찌르기만 조심하자.’


스케빈저의 날카로운 손톱을 각별히 주의하며 회피에 전념했다.

굳이 맞불을 놓아서 어렵게 승리를 딸 필요는 없으니까.


나무 뒤로 숨으며 스케빈저의 손톱을 피한다. 장애물이 되어준 나무가 반듯이 갈라져 쓰러지지만.

자세를 수습하고 다음 공격을 대비할 수 있어 그것 만으로 충분했다.


‘이렇게 충전 완료될 때까지 시간만 끌면 내 승리다.’


공격을 피하고. 또 피한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위험하다 싶으면 즉시 밀쳐내는, 다소 해괴망측한 전투를 펼쳤다.


목숨을 내건 사투치곤 꽤나 볼품없는 싸움.

보는 이로 하여금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한탄을 자아내는 광경이었지만.


'좋아. 이대로만 가자.'


나는 한 점 부끄럼 없이 떳떳했다.

영웅의 첫 시작은 넘어지고 실수도 하면서 형편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국룰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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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기사회생 NEW 6시간 전 2 0 11쪽
15 심해의 괴물(2) 24.09.17 5 0 12쪽
14 심해의 괴물 24.09.16 7 0 13쪽
13 질문 타임 24.09.15 10 0 12쪽
12 대화 자세 24.09.13 11 0 12쪽
11 등장인물 24.09.12 11 0 12쪽
10 훌륭한 스타트 24.09.11 16 1 12쪽
9 미지의 적 24.09.10 16 0 13쪽
8 불쾌한 기억 24.09.09 17 0 12쪽
7 전리품 24.09.08 24 2 13쪽
» 특별 상품 목록 24.09.06 22 0 12쪽
5 역할 24.09.05 23 0 13쪽
4 다섯 24.09.04 26 0 12쪽
3 괴한 24.09.03 29 0 13쪽
2 기가 막힌 우연 24.09.02 35 0 17쪽
1 프롤로그. 취미 + 1. Movie licensed game. 24.09.02 42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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