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반 게임 속 밸런스 파괴범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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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50
작품등록일 :
2024.09.0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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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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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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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리품

DUMMY

7. 전리품.


'좋아. 이대로만 가자.'


그렇게 승리를 향한 지분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을 무렵.

이변이 발생했다.


‘나무가 없다?’


피하는 데 급급해 시야가 좁아진 나와 다르게 스케빈저는 환경을 고려하며 공격했고.

철저한 계산 끝에 놈은 목적대로 나를 공터로 몰아넣었던 것이다.


스케빈저는 즉시 자세를 변경했다. 기계 손톱이 사라지고 주먹을 말아 쥔 것.

방금까지 짐승처럼 몰아붙일 기세였다면. 지금은 어엿한 격투 자세였다.


‘전처럼 발로 걷어차려 했다간 붙잡힐 거 같은데.’


그렇다고 등을 돌리고 도망치는 건 더 위험했다. 더는 정면 대결을 피할 방법이 없다는 걸 깨닫고 주먹을 콱 움켜쥐었다.


쿵!


다시금 양 주먹이 맞부딪치며 튕겨져 나가는 순간. 이번에도 스케빈저는 반동에도 아랑곳없이 연이어 팔을 뻗어왔다.


‘젠장. 쉽게 가는 법이 없군.’


스케빈저의 몇 가지 행동 패턴을 숙지하고 있더라도 전투는 쉽지 않다.

역시 머리로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달랐다. 전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탓이 컸다.


하기야 평화로운 21세기, 격투기 선수가 아니고서야 누가 목숨을 건 사투를 해봤을까.

까놓고 말해 격투 선수는커녕, 슈퍼노바 세계관 속 초인조차 아직 경험하지 못했을 전투였다.


‘뭐 그래도 버틸만하네.’


정면승부로는 압도적 열세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선전하고 있다.


찰나에 목숨을 잃지 않는, 급소만 보호하면 되는 타격전이라는 것도 한 몫 했지만. 순전히 신체 능력 덕분이었다.


‘동체시력이 무슨.’


온 신경을 집중하자 상대의 공격이 슬로우 모션처럼 보인다.

반사 신경 우수, 맷집 또한 매우 훌륭했다.


딱 큰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나는 스스로를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대략적으로 느껴지는 체감만으로는 초인 지망생도 중에서 충분히 상위권에 안착할 수준으로 느껴졌다.


‘근데 쉴 틈이 없-, 네!’


엄살 부릴만한 여력까지 있었지만.

내 모습을 지켜보는 관객들은 무척이나 아슬아슬해 보였던 모양이다.


“형님, 오른쪽 허벅지에요!”


갑자기 뒤에서 때 아닌 훈수가 들려온다.

멀찍이 떨어져 구경 중이던 남학생의 목소리다.


“뭐?”


“아니 그렇게 팔로 처낼 게 아니라 손을 쫙 펼쳐서 손바닥으로 막아야죠!”


거참 형이 다 계획이 있으니까 조용히 좀 있어봐라.


겉으론 밀리는 것 같아보여도 승리 플랜은 확실하다.

그러나 이를 알 리 없는 남학생은 답답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앗. 같은 걸로 다시 옵니다! 왼손이 아니고 오른손! 지금 내밀어요!”


참다못해 한마디 하려는 순간.


턱-


스케빈저의 발등이 손바닥에 착 감기듯 포근하게 안착했다. 신체가 반사적으로 남학생의 지시대로 따른 결과였다.


“오.”


“그래! 그거에요!”


흐트러짐 없는 자세.

손바닥에 느껴지는 충격 또한 적었다.


반발력을 이기지 못하고 형편없이 밀리던 이전과는 딴판. 균형의 중심이 잘 잡힌 매우 안정된 자세로 상대의 공격을 완벽히 틀어막았다.


‘괜찮은데?’


그렇게 내 내면에서 남학생의 위치는 PC방 훈수꾼에서 케이지 밖에서 선수한테 소리치는 코치로 격상되었다.


*


초능력자와 초인.


얼핏 보면 비슷하게 보이는 단어이나, 슈퍼노바 세계관에서 두 단어가 가리키는 존재가 명백히 달랐다.


초능력자가 체내에 생체기관이 형성된 인간 모두를 지칭한 포괄적인 단어라면. 초인은 군사 교육기관을 거치고 협회의 정식 인증을 받아 승격한 자를 지칭했다.


즉, 체계적인 훈련 끝에 만들어지는 전투 요원. 그것이 초인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초인이라 할 순 없었지만. 고위 초능력자라 지칭할 수 있다.

그 증거로 워치를 사용하지 않고도 스케빈저와 대등하게 싸우고 있었다.


“한 발짝 뒤로 간 다음 고개만 살짝 뒤로-!”


후웅-!


직선으로 뻗은 단단한 금속 주먹이 코앞에서 멈춘다.

처음엔 남학생의 말이 귀찮았고. 정신 사납게 뭐하는 건가 싶었는데.


“바로 큰 거 옵니다. 양팔을 X자로 방어하고 지탱해서 버티세요!”


시험 삼아 그의 지시를 적극적으로 따르기 시작하자 분위기가 급격히 반전되었다.

피하고 막는데 급급했던 행동에 여유가 생기고 시야가 트였다.


“그리고 지금, 반격할 차례, 몰아붙여요!”


전투가 길게 이어질수록 남학생의 지시 또한 점차 간소해지며 따르기 편해졌다.


‘격투기 마니아라도 되나? 아까 싸우겠다고 나선 게 허풍이 아니었군.’


전투 중에 잡생각을 할 정도였다.

내게 바치는 조언을 발판으로 승기를 잡아갔지만. 남학생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형님! 혹시 관절기 거실 줄 아세요?”


도리어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는데. 아마 내 공격이 부실하기 때문일 것이다.


“공격은 됐고, 계속 그렇게만 말해. 나한테 다 작전이 있으니까.”


시간만 끌면 저절로 승리할 테니 나로선 무리할 이유가 없었다.

비록 볼품없는 승리지만. 승리 자체가 내 최우선 목표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 상황은 꼭 예측한대로만 흘러가지 않았다.


- 적의 전투력 상향 조정. 코어를 개방한다.


스케빈저가 돌연 뒤로 물러서며 일전의 날카로운 손톱을 꺼냈는데. 그 형태가 아까완 상이했다.

붉은 빛깔이 도는 형상이 매우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코어 에너지를 끌어다 쓰기로 결정했나. 판단이 빠르다.’


심장부의 코어, 자신의 생명력을 담보로, 본신의 출력과 손톱의 절삭력을 강화하는 일종의 폭주 상태에 돌입했다.


코어 개방은 한순간 본신의 출력을 한계까지 높이지만. 스스로의 수명을 단축시키고 시간이 지나면 행동불능에 빠지는 기술.


즉 목숨을 내거는, 아주 파격적인 결단이며. 기필코 우리를 죽이겠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다만. 남학생의 조언이 도리어 위기 상황을 불러일으켰다.


“저거 위험해 보이는데. 큰일 난 거 아니에요?”


학생들 또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꼈다.

남학생에 이어서 옆에 있던 여학생 또한 비장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저씨! 아까부터 지켜봤는데. 그, 혹시 마력은 다루지 못하시나요? 그래서 능력을 쓰시지 못하는 건가요?”


그녀 또한 내가 반푼이 초능력자란 사실을 눈치 챈 모양이다.


아마 마력을 사용하면 일시적으로 고유의 색을 띄우는, 그 특유의 모습이 보이지 않은 탓이겠지.


나도 마력을 사용하고 싶은 심정이 굴뚝같지만. 도무지 그 방법을 모르겠다.


마력은 초능력 발현의 기본 요소.

하지만 사람마다 마력을 다루는 재능은 달랐으며. 심지어 특별한 제약이 붙은 경우도 있었다.


그러니 제대로 된 훈련을 받지 않은 내가 마력을 조종하지 못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마력은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고 했어요. 억지로 끌어당기면 저항이 강하다고 들었어요.”


이번엔 저쪽이 훈수 질인가. 아주 쌍으로 난리다.

뭐 그 마음은 십분 이해가 간다.

내게 도움이 되고 싶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녀의 훈수는 나도 익히 알고 있는 정보였다.


‘저걸 여기서 듣게 될 줄이야.’


모를 수가 없다.

저 문장은 영화에서 등장한 마녀가 어렸을 적 내뱉은 대사니까.


'이게 어려워?'란 정말 모르겠단 표정과 함께 다른 생도들의 복장을 뒤집은 장면.

본의 아니게 그 기분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충전은 멀었나?’


여학생의 훈수를 흘러 넘기며 남은 시간을 확인한다.


시민의 진심어린 호소가 이리도 귀찮게 느껴지다니. 역시 나는 영웅으로서 마음가짐이 덜 됐다.


[요구 수치에 도달하기까지 앞으로 3분(행성-지구 기준)이 소요됩니다.]


‘이건 안 되겠네.’


되지도 않는 일에 목을 맬 수 없는 노릇.

적이 방침을 바꾼 이상 나도 그에 맞춰 계획을 변경해야했다.


‘후우-. 젠장, 코어 동력 방출을 준비해.’


[특수 명령 확인. 코어 동력 방출을 준비합니다.]

[경고. 사용 시 코어나 출력 장치에 치명적인 손상과 더불어 그 이상의 기능 고장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사용할 기술. 코어 동력 방출은 스케빈저의 코어 개방과 다르다.

코어에 집약된 에너지를 별도의 과정 없이 발사하는, 진정한 의미의 자폭기술이다.


작중에서도 언급만 됐을 뿐 쓴 적은 없었는데. 실제로 이 기능을 지시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씁-. 이러면 좀 타격이 큰데.’


스케빈저를 처리할 순 있겠지만. 초반부터 코어 손상이라는 큰 출혈을 짊어지고 가게 되었다.


속이 쓰리고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

충전을 완료하기 전에 먼저 목이 날아갈 판이니까.


‘나중에 고칠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고.’


이 문제는 추후에 해결하기로 하고 일단 당장의 일부터 마무리 짓자.


스케빈저는 아까와 비교도 안 될 속도로 돌진했다. 이동하는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그 뒤로 잔상이 보였다.

간발의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했다.


‘끝까지 귀찮게 구네!’


신경을 곤두세워 이어진 공격 또한 회피하는데 성공. 곧이어 워치에서 알림음과 함께 눈앞으로 글자가 떠올랐다.


[코어 동력 방출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제 끝이다.’


나는 목옆을 스치는 손날을 무시하며. 손목의 워치를 차가운 몸통에 가져다 댔다.


무게가 실리지 않은 아주 가벼운 터치.

그 행동엔 아무런 효과도, 위력도 없었기에 스케빈저는 곧장 양손을 치켜들었다.


두 팔로 내 몸을 꿰뚫을 심산.

녀석의 손끝이 내 몸을 관통하기 직전. 워치에서 눈부신 섬광이 터져 나왔다.


그토록 작은 기기에선 나왔을 것이라 생각 못 할, 아주 강렬한 열기를 머금은 빛.


섬광은 아주 찰나의 시간 동안 세상을 비추고 사라졌다.

눈이 멀 것 같은 불빛이 서서히 사그라지고. 직후 내가 만들어낸 풍경이 드러났다.


가슴 한복판에 시원하게 커다란 구멍이 뚫린 스케빈저. 녀석은 양팔을 축 늘어뜨린 채 제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


다소 난관이 있긴 했다만 놈을 해치우는 데 성공했다.


“쯧.”


결국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리 아등바등하지 않았을 텐데.

진즉에 동력 방출로 박살 낼 것을. 뒤늦은 후회가 든다.


만약 처음 워치를 얻었을 때부터 싸웠다면 어땠을까. 앞의 두 사람을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영웅이 되겠다고 선언한지 10분도 지나지 않아 미숙함을 깨우친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저으며 미련을 털어냈다.


‘이미 지나간 일이다. 다음엔 이런 실수하지 않도록 노력하자.’


비록 사람이 죽고 워치를 온전하게 가지겠다는 노력은 물거품 되었지만. 그래도 학생들 만큼은 지켜내기 않았는가.


‘이제 빨리···, 윽!’


전투의 열기가 사라지고 긴장감 또한 소멸하며. 곧바로 전신을 난타하는 것 같은 격통이 찾아왔다.


‘그러고 보니 나 환자였지.’


안정을 취해도 모자를 판에 격렬한 싸움을 치르다니. 여태 쓰러지지 않은 게 용했다.


과연 몸뚱이 하나는 튼튼한 체질 능력자답지만. 이제 그것도 한계. 극심한 나른함과 피로가 전신을 짓눌러왔다.


“···해치운 거예요?”


나는 남학생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땅을 짚으며 일어섰다.


미동도 없이 서 있는 스케빈저의 몸체로 터덜터덜 다가갔고. 주저 없이 녀석의 몸통을 발로 차 넘어뜨렸다.


쿵-


쓰러진 녀석을 발로 단단히 고정하고 머리통을 두 팔로 붙잡았다.


“읏차!”


있는 힘껏 잡아당기자 머리가 뽑혀져 나오며. 그 밑으로 금속 파편이 우수수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분리된 머리통을 바닥에 내리꽂은 다음, 짓밟아 찌그러뜨렸다.


콱. 콱. 콱.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때까지 계속해서.


“그, 화가 많이 났나 봐요.”


“일단 조용히 있자.”


학생들은 숨을 죽이고 내 행동을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들의 눈에는 이것이 의미 없는 파괴 행위처럼 보인 모양이다.


‘이 정도면 됐겠지?’


나는 스케빈저를 완전히 망가뜨렸다는 확신이 들고 나서야 발길질을 멈추었다.

단순히 화풀이로 머리통을 박살낸 것은 아니고. 모종의 이유가 따로 존재했다.


‘스케빈저는 무리를 짓고 산다.’


떠돌이일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혹시 모를 만일의 사태는 방지하는 게 옳았다.


만약 이 놈의 그룹이 존재하고, 생존 신호가 속했을 집단에 전달된다면. 상당히 귀찮아질 것이 분명했으니까.


망가진 스케빈저의 잔해들을 한데 긁어모았다. 이러한 소동이 세간에 밝혀져서 좋을 게 없으니 모조리 은폐할 작정이었다.


‘아, 이건···?!’


그렇게 스케빈저를 정리하는 와중.

앞서 놈이 품에 보관했던 적색과 백색의 워치. 워낙 정신없었던 탓에 까맣게 잊어버린 전리품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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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반 게임 속 밸런스 파괴범이 되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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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기사회생 NEW 6시간 전 2 0 11쪽
15 심해의 괴물(2) 24.09.17 5 0 12쪽
14 심해의 괴물 24.09.16 7 0 13쪽
13 질문 타임 24.09.15 10 0 12쪽
12 대화 자세 24.09.13 10 0 12쪽
11 등장인물 24.09.12 10 0 12쪽
10 훌륭한 스타트 24.09.11 16 1 12쪽
9 미지의 적 24.09.10 15 0 13쪽
8 불쾌한 기억 24.09.09 17 0 12쪽
» 전리품 24.09.08 24 2 13쪽
6 특별 상품 목록 24.09.06 22 0 12쪽
5 역할 24.09.05 22 0 13쪽
4 다섯 24.09.04 25 0 12쪽
3 괴한 24.09.03 28 0 13쪽
2 기가 막힌 우연 24.09.02 35 0 17쪽
1 프롤로그. 취미 + 1. Movie licensed game. 24.09.02 41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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