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반 게임 속 밸런스 파괴범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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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50
작품등록일 :
2024.09.0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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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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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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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타임

DUMMY

13. 질문 타임.


“나이는 31세. 출생지는 샌디에이고. 신고된 거주지는 샌프란시스코. 그곳에 가족이 머물고 있군. 가족은 아내와 슬하의 자식으로 딸이 두 명. 애완동물로는···, 점박이 프렌치 불독을 키우고 있군 그래.”


나이를 비롯해서 제임스의 가족관계, 생일 등의 개인 신원 정보를 나직이 나열했다.

헷갈리는 정보를 제외한 나머지를 자신 있게 지껄였다.


“···너, 정체가 뭐지?”


이렇게까지 정성을 보여주자 제임스도 반응을 보였다.


여전히 무표정을 고수하고 있었지만. 꾹 다문 입을 열겠다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것이다.


“드디어 입을 여네. 하마터면 벙어리로 오해할 뻔했어.”


나는 환호라도 지르고 싶은 속내를 감추며 말했다.


“그런 정보를 댜체 어떻게 알고 있나?”


“워워. 진정하고 내 말을 들어봐.”


즉시 경계심을 뿜어내는 그를 진정시키며. 나는 서로가 만족할만한 해결법을 제시했다.


“우린 서로 궁금한 것이 많잖아. 공평하게 번갈아가며 질문하는 거 어때?”


잠시 고민하던 제임스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것 말고 선택지가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좋다. 그렇다면-.”


“잠깐. 순서를 지켜. 첫 번째는 나부터다.”


곧바로 질문하려는 제임스를 막고 먼저 물었다.


“너는 설희, 아니 조금 전 그 여자를 왜 뒤쫓은 거냐?”


제임스는 한차례 텀을 두고 입을 열었다.


“···너는 어젯밤에 일어난 살인 사건을 알고 있겠지.”


물론이다.

내가 장소에 있었던 당사자니까.

제임스도 익히 짐작하고 말한 걸 테지.


“한국 초인 협회가 그 현장을 발견했고. 협회의 수뇌부는 초능력자가 일으켰음을 인지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흉악한 범죄가 매체에 보도되길 원하는 건 아니었지.”


나는 계속 말해보라는 듯 팔짱을 끼고 가만히 그를 응시했다.


“때마침 그쪽 방면의 전문가인 내가 자리에 있었고. 협회는 비밀스럽게 일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 거래해서 나를 투입시켰다. 그리고 이 다음은 너도 아는 대로다.”


“범행 이틀 만에 단서를 추적해서 여기까지 도달한 거다?”


“그렇다. 굳이 말해주자면 더해서 현장을 정리한 게 나다. 덕분에 너희들을 추적할 수 있었지.”


제임스는 할 말은 마쳤다는 듯이 입을 다물었다.


“네 말을 정리하면. 난 살인 사건의 용의자인 셈이군. 그리고 여성 또한 관련자여서 쫓은 걸 테고.”


제임스는 뻔뻔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교묘한 말로 어떻게든 속아 넘겼다고 여긴 모양인데.


‘내가 어지간히 우습게 보였나보네.’


겨우 이딴 거짓말을 구분하지 못할 것 같았나.


나는 대뜸 제임스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고. 그는 긴급히 몸을 날리며 가까스로 회피했다.

제임스가 기대고 있던 벽면에는 내 주먹 자국이 고스란히 새겨졌다.


“헛소리하지 말고 똑바로 말해.”


까놓고 말해 나는 말싸움에 능하지 않다.

그리고 애초에 제임스 또한 언어로만 제압할 수 있는 상대도 아니었다.


“난 진실대로 말했다.”


제임스는 거친 위협에도 굴하지 않았다.

내가 마력 활용에 능했다면 더욱 효과적으로 압박할 수 있었을 텐데 다소 아쉽다.


“즉석에서 지어낸 것치곤 제법 그럴 듯했어.”


나는 주먹에 묻은 돌가루를 툭툭 털어내며 중얼거렸다.

진실이 섞이면서 한층 치밀하게 구성된 내용. 하지만 내 눈에는 틈이 보였다.


일단 첫째로 한국의 협회는 그렇게 유능하지 않다.


게이트가 발생하고 지금의 이르기까지.

대다수의 정의로운 영웅들은 안타깝게 희생당하고. 그저 자기 목숨만 부지한 비겁자들이 협회의 권력을 거머쥔 실정이다.


그나마 의협심 높은 초인들조차 몬스터가 자주 침공하는 해안가와 북쪽 전선에 주둔하고 있으니.

현재는 이따금씩 발생하는 게이트를 막는 걸 감사하게 여겨야할 지경이다.


‘그런 협회가 이렇게 신속하게 대처한다고?’


구라도 정도껏 쳐야지.

이런 구차한 부분은 이쯤에서 넘어가자.

말해봐야 대한민국의 치부만 들춰낼 뿐이니까.


두 번째는 아시아권을 담당하는 제임스가 직접 이곳에 행차했다는 점이다.


‘그것도 아주 급하게 왔나보군. 혼자서 온 걸보면 말이야.’


뭐 여기까지는 정말 우연의 우연이 겹쳐서 일어났다고 주장할 수 있다. 다소 억지였지만 말이 안 되는 일은 또 아니니까.


그렇지만 마지막 세 번째 만큼은 제임스도 절대로 발뺌할 수 없었다.


“나는 그곳에서 초능력을 쓴 적이 없어. 그건 뒷정리를 했던 네가 잘 알고 있을 텐데?”


제임스는 급히 변명을 만들어내느라 실언하고 말았다.

현장에는 초능력의 발현. 그 증거라 할 마력의 흔적은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설령 사건을 은폐하겠다는 목적을 품을지라도 협회는 틀림없이 끝까지 혐의를 부정할 것이다.

초능력 범죄 사실을 인정한다는 식으로 의뢰를 맡겼을 리도 없었다.

그러니 제임스의 발언은 죄다 거짓이었다.


나는 한껏 인상을 쓰며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한 번만 말할 테니 잘 들어. 난 네가 왜 먼 한반도까지 오게 되었는지. 그 계기와 과정이 궁금한 거야.”


처음으로 제임스의 얼굴에 표정변화가 확연히 드러났다.

아마 내가 콕 집은 부분. 그가 저지른 실수를 깨달았기 때문이겠지.


“제임스, 네 처지를 잊지 마. 내가 많이 인내하고 있다는 걸 인지하라고.”


제임스가 허점을 보여줘서 다행이다. 덕분에 일이 한결 편해졌다.

폭력적인 수단까지 동원한 보람이 있었다.


“협조적으로 굴면 나도 신사적으로 대해주지. 진심이다. 맹세할 수 있어.”


이대로 협박하고 억압만 한다면 그는 죽는다 할지라도 입을 열지 않을 터.

대화가 성립되기 위해 당기고 있던 목줄을 슬며시 풀어주었다.


“그 말을 믿어보겠다.”


제임스는 결국 항복을 선언하며 전부 본인이 지어낸 이야기임을 시인했다.


이 정도면 나름 기선제압에 성공한 편 아닐까?


“···나는 우주에서 떨어진 물건과 외계 존재의 침입을 확인하고 파악하고자 이곳으로 파견되었다.”


이 정도는 공개해도 된다고 판단했는지 제임스가 입을 열었다.


미국은 정밀한 우주 관측이 가능했었나.

제법 놀라운 정보였다.


“그럼 이제 내 차롄가.”


“그래.”


앞서 설명했던 대로 제임스의 질문을 허락했다.


쓸데없는 기 싸움 없이 나누는 진실 된 대화. 이 얼마나 편하고 아름다운가.


“어제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지? 되도록 상세히 말해줬으면 좋겠군.”


나는 어디까지 밝히는 게 좋을지 잠시 고민했다.


제임스의 뒤에는 미국이라는 거대한 국가가 있다.

절대 적으로 삼아선 안 될 인물. 최대한 신뢰를 얻으며 신속하게 끝내자는 결론을 내렸다.


나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이 별똥별을 보고 뒷산에 오른 사실과 그 상자 안에서 발견한 워치. 그리고 그걸 노린 스케빈저의 존재까지.

간소하지만 정확한 내용을 털어놓았다.


“···너무 간추렸다. 분명 상세하게 말해달라고 부탁했을 텐데?”


불명확한 시간대와 구체적이지 않은 묘사.

제임스는 미간을 찌푸리며 항의했고.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꾸했다.


“너무 욕심이 크잖아. 설마 한 번의 질문에 전부 털어놓으란 거야? 그걸 요구한 건 아니겠지?”


제임스의 눈썹이 크게 꿈틀거린다.


몹시 불만에 찬 모양인데.

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지. 다 토해내라니 그게 말이 되나.


그래도 나는 양심껏 그가 가장 얻고 싶은 정보, 중요한 것들은 전부 말했다.


워치와 외계로봇의 등장 후 살인 사건. 이거면 정확한 요약이었다.


제임스가 바라던 것과는 다르겠지만.

애당초 그는 내게 꼬치꼬치 캐물을 입장이 아니다.


“워치라는 명칭은 네가 직접 지은 건가?”


“그래, 자 이걸 보라고.”


나는 선심 쓰듯 왼쪽 손목을 내밀며, 오른손 검지로 워치를 가리켰다.


“이게 워치다. 난 거짓말은 안했어. 그것만은 확실해.”


흥미로운 눈빛으로 쳐다보던 제임스는 금세 눈길을 돌렸다. 외관상 평범하기만 하고 정확히 어떤 쓰임새를 몰랐기 때문이다.


여튼 이제 순서가 한 바퀴 돌았으니 다시 내 차례다.


“만약 이걸 너희가 얻었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지?”


“일개 현장직일 뿐이라서 모른다-, 같은 변명은 안 통하겠군.”


제임스는 알아서 자신의 처지를 수긍했다.


스스로 마음을 굳힌 모양인데.

좋아. 이제 좀 대화가 수월해지겠다.


히어로 유니온의 이사이자 그의 직속상관 찰스 카튼은 매우 유명한 초인이다.

자국에서는 물론, 타국민의 관점에서도 봐도 대단한 실력자였으나. 별나게도 겸손한 태도를 지녔다.


‘그 실력에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부하 직원의 질책어린 충고를 꺼리지 않은 것만 봐도 아주 난 사람이지.’


그는 부하 하나하나의 의견을 존중했고. 그 중 엘리트 요원인 제임스의 의견도 제법 크게 작용하는 편이었다.


“우주에서 떨어진 유실물의 정체를 파악하고 비밀리에 분석하고 연구하겠지. 나는 연구에 대해 문외한이니 그 기간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지만. 최소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걸리지 않을까 싶군. 그렇게 연구를 계속 진행함과 동시에 천천히 출처를 밝혀 나갔을 거다.”


제임스는 여건에 따라서 주인에게 물건을 상환할 수도 있다며 말을 덧붙였다.


‘원작에서 스케빈저를 처치한 건 히어로 유니온 측인가?’


그렇다면 데이비드가 레드워치를 가진 게 말이 된다. 워치를 회수한 것은 미국이었을 테니 말이다.


다만 나로선 몇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회수 과정에서 워치가 뿔뿔이 흩어진 이유와 이후 영화에서 보인 안드로메다의 행보였다.


‘한국 시리즈 마지막 쿠키 영상에선 안드로메다 쪽 분위기가 험악했는데.’


쿠키 영상은 엔딩 크레딧이 끝난 후 짤막하게 보여주는 영상으로. 영화 시리즈의 경우, 후속작 떡밥을 던지는 일이 허다했다.


‘전쟁이라도 치를 듯이 우주 전함을 이끌고 지구로 향하고 있었지.’


그 영상은 어쩌면 안드로메다와 협상이 결렬 된 걸 뜻할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영화에선 워치 사용자는 각국에 있었으니 말이다.


게임의 시점은 한국에만 집중되어 있고. 무엇보다 외계인이 침공하기도 전에 괴수한테 멸망당해서 완결되었으니. 영화의 정보를 토대로 지레짐작할 따름이다.


안드로메다의 침공은 아주 먼 미래의 일.

하물며 나와 제임스는 그런 깊은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관계가 형성되어 있지도 않았다.


“이제 다시 내 차례군. 넌 정체가 뭐지? 어떻게 나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거냐?”


자연스럽게 자신의 차례라 여긴 제임스가 곧바로 되묻는다.


“아, 말해주는 걸 깜빡했네. 아까 걸로 질문 타임은 끝났어.”


하지만 미안하게도 난 더 이상 문답에 어울려줄 생각이 없었다.

의문은 적당히 해소했으니까.


“뭐?”


제임스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억울했으면 그것부터 물어봤어야지.

뭐 어차피 물어도 대답해주지도 않을 거지만.


그래도 그가 임무에 충실해서 참 다행이었다.

만약 저 질문을 먼저 던졌다면. 두 번째 질문을 못하고 그 시점에서 파토 났을 테니까.


“슬슬 마무리를 지어야지 않겠어?”


기절한 시간까지 합해 제법 많은 흘렀으니. 이야길 끝낼 참이다.

제임스의 얼굴에서 당황하던 기색이 사라지고. 대신 그 자리에 긴장감이 채워진다.


“···이제 날 어떻게 할 생각이지. 죽일 건가?”


이길 수는 없어도 순순히 죽어주진 않겠다며 각오한 눈빛인데. 나는 그와 싸울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럴 생각 없으니까 인상 풀고 휴대폰이나 꺼내.”


처음부터 쓸데없이 적을 늘리지 않는 것이 목적이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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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기사회생 24.09.18 5 2 11쪽
15 심해의 괴물(2) 24.09.17 8 2 12쪽
14 심해의 괴물 24.09.16 12 2 13쪽
» 질문 타임 24.09.15 14 2 12쪽
12 대화 자세 24.09.13 14 2 12쪽
11 등장인물 24.09.12 14 2 12쪽
10 훌륭한 스타트 24.09.11 18 3 12쪽
9 미지의 적 24.09.10 18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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