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반 게임 속 밸런스 파괴범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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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50
작품등록일 :
2024.09.0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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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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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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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막힌 우연

DUMMY

2. 기가 막힌 우연


- 슈퍼노바 게임 스토리가 그렇게 엉터리 같습니까?


메시지를 본 순간 나는 손과 머리가 멈추고 말았다.


“뭐야···?”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퍼뜩 정신을 차렸다.


내용으로 유추해 보자면.

작가 쪽에서 내가 보낸 메시지를 보고 연락하기라도 한 게 아닐까 싶은데.


그런데 내 휴대폰 번호는 어떻게 알았지?

분명 프로필은 비공개 설정이었을 텐데.


꿀꺽-


의문점이야 넘쳐났지만.

어쨌든 지금 중요한 건 연락이 왔다는 사실이다.


우선 손가락을 재빨리 움직여 답장을 적어 보냈다.

이걸 무시했다간 뒷일이 어떻게 될 지가 더 두려웠으니까.


- 저기, 누구시죠? 작가님이십니까? 혹시 제 이메일을 받고 연락하신 겁니까?


곧바로 답장이 왔다.


- 네. 그렇습니다. 일단 제 질문에 답해주셨으면 좋겠는데. 슈퍼노바의 게임 스토리가 그렇게 엉터리 같습니까?


어지간히 대답을 듣고 싶은 모양인데.

나는 상대가 원하는 대로 감상을 털어놓았다.


- 그래요. 엉터리입니다. 초반부터 완결까지 전부. 제가 보낸 메시지를 제대로 읽으셨다면 이해하셨을 텐데요.


- 아, 글이 너무 길어서 말이죠. 간단하게 세 줄 요약 안 됩니까?


뭐지, 이 사람?


나는 순간 벙 찌고 말았다.

괴상한 인간이라며 눈살을 찌푸릴 무렵.

다음 문자가 도착했다.


- 농담입니다. 한번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연락드렸습니다.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십니까?


뜬금없이 나이는 왜.

프로필을 보고 연락한 게 아닌가?


별 생각 없이 나이를 적으려다, 순간 미심쩍은 마음에 앞자리를 바꿔서 전달했다.


- 17살입니다.


- 어리시군요. 그 나이엔 감정 조절을 못 해서 실수할 수도 있지요. 감안하겠습니다.


결과적으로 나이를 줄여 말한 것은 옳은 선택이었다.


“휴우-.”


딱히 고소당할만한 내용은 적지 않았지만. 직접 저 소리를 듣게 되자 안심이 되었다.


- 혹시 통화 괜찮으십니까?


문자로는 충분하지 않았는지. 얼떨결에 통화로 넘어가게 되었다.


‘근데 진짜 작가 맞나?’


정황상 그럴 가능성이 컸지만.

작가와 통화라니 믿기지 않는다.

곧이어 통화가 연결된 그때.


- “안녕. 학생? 내 작품을 꽤 재미있게 봤었나 봐?”


예상치 못했던 고혹적인 여성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아, 네! 그, 그렇죠!”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는데. 나이를 속인 덕분인지 상대는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 “긴장하지 않아도 돼. 친구는 이름이 어떻게 돼?”


“남, 지훈입니다.”


- “남지훈이라고···? 헤, 그거 기가 막힌 우연이네.”


신기하다는 듯 작게 탄성을 내뱉는 여성.

뭐 살짝 놀라는 것 정도는 이해 못 할 일은 아니다.


- “블랙 프레데터랑 이름이 같네. 그것도 나이까지 말이야.”


남지훈은 내 이름이자 나이와 성별, 이름만 밝혀진 블랙 프레데터의 본명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 “재밌네.”


이유는 모르겠지만.

작가는 아까보다 훨씬 밝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말씀처럼 우연히, 그렇게 됐네요.”


창작자한테 영화 속 등장인물과 이름이 같다고 재밌다는 소릴 듣다니.

괜스레 민망했다.


“그쪽은 성함이 어떻게 됩니까?”


영화감독 이름은 알아도 시나리오 메인 작가는 관심이 없었기에. 조심스럽게 그녀의 이름을 물었다.


- “나는 미나라고 해.”


작가가 웃음소리를 내며 대답한다.


“민아요?”


- “아니. ‘민아’가 아니라 ‘미.나.’ 성은 금씨. 그러니 금미나야.”


흔치 않은 이름이네, 하며 생각하는데.

잔뜩 웃음기를 먹은 어투에서 의구심을 느꼈다.

그리고 잠시 이름을 곱씹어보자, 그녀가 내뱉은 이름이 슈퍼노바의 네 번째 영웅 마녀의 본명이란 걸 눈치 챘다.


“···지금 절 놀리시는 겁니까?”


짐짓 화난 듯 목소리를 깔며 말하자.

자칭 마녀 씨는 깔깔 웃으며 대단하다는 듯이 말한다.


- “와아, 이걸 알아듣네?”


웃음소리조차 마녀와 비슷한 것이, 필시 날 골려 먹는 게 분명했다.


- “아니야. 내 이름도 너처럼 똑같아. 미나가 맞아.”


“그렇게 웃으며 말하면 누가 속습니까?”


작가를 사칭하는 엉뚱한 사람과 통화를 하는 건 아닌지, 일순 착각이 들었지만.

아마 이 여성은 작가가 맞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정확히 슈퍼노바 이야기를 꺼냈을 리 없다.


“그냥 작가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불쾌했지만 대충 넘어갔다.

나도 나이를 속이고 있었으니까.


- “그래~. 그런데 너 말투가 원래 딱딱한 편이니?”


뜨끔.

거짓말이 들통 나지 않도록 말투에 유의하며, 퉁명스럽게 물었다.


“그래서, 왜 통화 거셨나요?”


- “말했잖아. 열정적인 팬의 심경을 듣고 싶어서라고. 개인 메시지를 많이 받았는데 그중 가장 애틋함이 보였거든.”


수많은 메시지 중 하필 내걸 콕 집을 줄이야.

참 운도 지지리 없다.

뭐 이미 벌어진 걸 어떡하겠나.

기왕 이렇게 된 김에 허심탄회하게 말해보자.


“그따위로 만들어 놓고 심경을 묻다니, 제정신이세요?”


- “음. 그 말을 직접 들으니 마음이 아프네.”


신경질적으로 한 대답에 작가는 서글픈 목소리를 내었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가장 먼저 묻고 싶은 질문을 던졌다.


“지금 커뮤니티에서 떠드는 소문대로, 게임 스토리가 슈퍼노바의 원본 맞아요?”


- “팬들은 믿고 싶지 않은 듯하지만, 그게 원본 맞아. 안타깝게도 영화는 제작사의 입김이 반영되어 그 원본을 희망차게 각색한 작품이지.”


작가는 가시 돋친 질문을 유유히 받았다.

팬들의 가슴을 후벼파놓고 내뱉은 태연한 목소리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굳이 관중들에게 원본이라는 걸 어필할 필요가 있었나요?”


- “응. 난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했거든.”


철회할 생각이 없다는 단호한 목소리.

목 밑에서 끓어오르는 한숨을 참는다.


그래, 본인이 말하고 싶었다는데. 뭘 어쩌겠어.

그렇다면 나도 마찬가지다.

느닷없이 당했던 공격을 똑같이 돌려줄 생각이다.

부디 그 참담한 심정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도록.


“만약 작가님이 처음부터 그 쓰레-, 이야기를 보여줬다면 영화는 절대 흥행하지 못했을 겁니다.”


- “그랬을지도 모르지.”


“이제 와서 뒤늦게 원작이라고 공개하는 저의가 궁금합니다. 혹시 비난받는 취미가 있으신가?”


나는 차마 메시지에 담지 못했던 말을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토해냈다.


- “훗. 그렇게 보여?”


여유로운 반응에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주절거렸다.

그 노력이 통한 것일까.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비판에 작가의 말수가 줄더니.

어느덧 짤막한 호응조차 사라졌다.


“···원하는 대로 제가 느낀 감상을 전부 말했습니다. 어떠세요?”


나와 비슷하게 가슴을 난도질당했을 작가를 상상했지만.

그녀는 예상과 달리 새삼 놀란 듯 한 목소리를 내었다.


- “어··· 음··· 그게 너는 정말, 그 세계를 좋아하는구나?”


젠장. 상처받긴커녕 굉장히 감동한 기색이다.


“···네에, 뭐어- 그런 셈이죠.”


나는 기운 빠진 목소리로 대답했고. 이어서 질문을 던졌다.


“작가님. 꼭 그런 결말로 냈어야 했나요?”


- “응. 그건 그렇게 끝날 수밖에 없으니까.”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그녀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었다.


“아니요. 마지막 결전에서 블랙 프레데터가 있었다면 전황이 달라졌을 겁니다.”


- “···글쎄, 그럴까? 백번 양보해서 그렇다 쳐도. 블랙 프레데터는 결국 등장하지 않았어. 걔는 절대 오지 않아. 이기적이고 비겁하거든. 본성부터 글러먹은 놈이야.”


갑작스런 비난.

나는 그로부터 한 가지 가설을 떠올렸다.


‘혹시 블랙 프레데터를 싫어하나?’


작가라 하더라도 유독 애착이 가는 캐릭터나 정말 쓰기 싫은 캐릭터가 있을 것이다.

게임에서 블랙 프레데터의 분량을 많이 챙겨줘서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보이는 태도로만 봐서는 정반대였다.


“설마요. 겉으로 보기엔 그래도 그는 다른 사람들을 동료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분명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겠죠. ···아닌가요?”


작가에게서 캐릭터를 열렬히 감싸주었지만.

그러한 변호는 그녀의 이어진 발언으로 가볍게 부서졌다.


- “글쎄. 그것도 잘 모르겠어.”


아니 씹, 야! 그걸 네가 모르면 어떡해?


솔로 영화까지 만들어지는 판국에 주인공의 배경이 이렇게 빈약하다니.

그러면서 왜 그 쓰레기를 원작이라고 박박 우겨대는지 이해가 안 갔다.


“그럴만한 일이 있지 않았을까요? 그, 나름의 사정, 말입니다.”


대놓고 그 부분을 꼬집었지만.


- “그렇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말이 안 되니까.”


돌아오는 대답에 실망만 커졌다.


“...”

- “...”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이번엔 그녀가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 “너, 아까 17살이라고 했지?”


“네, 그랬죠. 그건 왜···?”


- “너라면 어땠을 거 같아?”


“? 뭘요?”


- “블랙 프레데터 말이야. 너도 지훈이잖아. 같은 이름에 같은 나이, 한 번쯤 상상해봤을 것 아니야.”


갑자기 뭔 헛소리를 하실까.

대체 무슨 이유로 이런 질문을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 솔직히 말해서 상상해본 적 있다.

그런데 지금 그런 소릴 지껄이는 게 맞을까.


황당하다 못해 짜증이 치솟을 지경이다.

통화하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는 그때. 작가는 멋대로 혼잣말을 이어갔다.


- “뜻을 관철하는 의지가 보여. 내 언령에도 또박또박 대꾸하는 걸 보니까 정신력도 강할 테고. 무엇보다 여태까지 만나본 사람 중 조건이 가장 좋아.”


그녀는 몹시 상기된 목소리를 내었다.

마치 진귀한 보물을 발견한 것처럼.


“저기요, 작가님?”


- “너로 대체할 수 있겠어. 물론 지체된 기간이 길어서 약간의 부작용이 있겠지만 운명을 바꾸기 위해선 감수해야-.”


약간 신경질이 묻어난 내 말을 무시하며, 흥분한 어투로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지껄였다.


씨발. 지금 뭐라는 거야.

참는 것도 한계다.

최대한 그녀의 말뜻을 헤아려 보려 했지만 무리였고. 이 이상 통화하는 것도 더는 의미가 없어 보였다.


- “역시 너는-!”


“크흠! 슬슬 저녁을 먹으러 가야겠습니다. 그럼 이만.”


뚝.

쓸데없는 일이라고 단정. 주저 없이 통화를 끊었다.


갈수록 고조되는 목소리와 마지막에 들린 격양된 외침까지.

새삼 끊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쯧.”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는가 싶었는데.

대뜸 주제가 산으로 가버리며 시간을 허비했다.

괜한 찝찝함을 털어내고 오늘 저녁거리나 생각하며 외출할 준비를 하는데.


틱. 틱. 틱.

오늘따라 시계의 째깍거리는 초침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왔다.


잠깐.

내 원룸에 시계가 있던가?


오소소-

오싹한 느낌에 주위를 살피는데.


침대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휴대폰에서 여성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 “···이제 난 그 절망스러운 세계를 다시 겪을 자신이 없어. 하지만 너는 그 세계를 사랑한다고 말했잖아. 실제로도 그렇지? 그렇다면 괜찮은 거잖아? 맞지?”


귀신에 씐 듯 한 귀기어리고 집착서린 음성.

조금 전 통화했던 작가의 목소리다.


‘아니 난 그렇게까지 말하진 않았는데······.’


어쩐지 작가는 스스로 착각에 빠진 듯했다.

떨떠름한 기분과 동시에 두려움이 피어오른다.


‘방금 통화를 종료했잖아. 왜, 왜 목소리가 나오는 거야?’


목 끝까지 솟아오른 의문을 꺼내려는 찰나.


“끄윽···!”


턱, 하고 숨이 막혔다.

마비라도 온 듯, 손끝이 굳어지고 의식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구, 구급차를···!


- “미안. 그럼 부탁할게.”


그 말을 끝으로 정신이 끊어졌다.


*


한국 제작사 슈퍼노바가 야심차게 내놓은 슈퍼노바 시리즈.

그 거창한 제목의 국산 영화는 국내에선 비록 초라한 성적으로 흥행에 실패했으나.

외국에선 호평이 이어지며 해외 플랫폼의 눈길을 끌어냈다.


막대한 투자를 받아 기사회생한 제작사는 투자 자금으로 슈퍼노바를 장편 시리즈로 제작했다.


시리즈는 해외로 힘차게 뻗어 나갔고. 각 국가에 맞게 재창조되어 자국의 히어로까지 제작되었다.

대규모 유니버스IP로, 소위 말하는 대박을 터트렸다.


그렇게 시간이 흐를수록 슈퍼노바 시리지는 고공행진 했지만.

관람객 사이에서 평이 엇갈리며, 국내파와 해외파로 팬덤이 나뉘게 되었다.


- 역시 미국은 클라스가 다르긴 하네.

- 둘이 비교해서 봤는데 한국 건 ㅈㄴ 저렴해 보이더라ㅋㅋ


실제로 한국판은 최근 국내에서 기대보다 낮은 성적을 기록하며.

전체적으로 하락세에 들어섰다.


할리우드의 자본력을 맛본 탓일까.

제작사는 한국 시리즈를 내버려두고 미국 시리즈에 많은 노력을 할애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예우해준답시고 가끔 한국 주역들이 등장했는데. 국내 팬들은 그때마다 한국 시리즈나 만들어달라고 아우성치기 바빴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괜찮다.


[슈퍼노바 - 블랙 프레데터1]


그간 받았던 비웃음과 설움은 잊어라.

이제 한국 시리즈는 이 영화로 흥행하게 될 테니까.


“드디어 나왔다.”


나는 감격에 찬 얼굴로 티켓을 움켜쥐고 당당히 상영관에 입장했다.

이 영화는 분명 한국 영화계를 뒤집을 희대의 작품이 될 것이고. 슈퍼노바 한국 시리즈는 다시금 정상으로 발돋움할 것이다.


“정말 오래 기다렸어.”


의자에 착석하자 얼마 안 있어 불빛이 줄어들며 어두워진다.

베일에 둘러싸인 다크 히어로, 블랙 프레데터의 솔로 영화가 시작된다는 뜻이다.


‘과연 뭘 보여주려나. 블랙 프레데터의 탄생? 혹은 숨겨진 뒷이야기? 그것도 아니면 저번 쿠키 영상과 이어진 새로운 에피소드?’


아무렴 뭐가 되었든 좋았다.


“···?”


그런데 보통 영화 보기 전에 예고편으로 내용을 대략 직잠하고 오지 않던가?

.

.

뭐 아무렴 어때.


나는 기분 나쁜 위화감을 불식시키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스크린에 집중했다.


그때.


틱. 틱. 틱.

시계 째깍거리는 듯 한 소리가 영화관 내부에 울려 퍼진다.


‘아, 매너 없게 누구야?’


관람에 방해되는 소음을 파악하고자,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폈지만.

나를 제외하곤 어떠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고. 텅텅 빈 좌석들만이 덩그러니 보였다.


‘왜, 아무도 없지?’


문득 강렬한 위화감이 느껴진다.

목뒤가 서늘해지는 느낌.

이대로 영화를 계속 관람하는 것이 맞을까 싶은데.


“...”


그러나 떠나야겠단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어째서인지, 지금 관람을 포기하면 안 된다는 강렬한 예감. 자리를 벗어나면 앞으로 영영 볼 수 없을 거라는 직감이 강하게 들었다.


더욱 몸을 의자에 파묻히며 영화가 시작되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린다.

마침내 불빛이 사그라지며 어두워지고.

스크린에 빛이 쏘아지며 영화가 시작되려는 조짐이 보였다.


눈을 크게 뜨고 화면에 집중하는데.

누군가 옆에서 귓가에 속삭였다.


“미안. 그럼 부탁할게.”


동시에 앉고 있던 좌석이 돌연 사라졌다.

좌석뿐만이 아니다. 바닥까지 훅 꺼지며 몸이 깊은 곳으로 추락했다.


“으아아아, 안-돼!”


반사적으로 막 상영을 시작하려는 스크린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간절한 손짓은 소용없이, 나는 그대로 짙은 어둠 속에 삼켜졌다.


그리고.

.

.

.

쿵!

별안간 눈앞이 번쩍였다.


“크으으으.”


전신을 각목으로 맞은 것처럼 온몸이 욱신거리고. 과음한 다음 날처럼 머리가 깨질 것 같다.


“어머, 환자분 괜찮으세요?”


고통을 참으며 가까스로 눈을 뜨자, 남색 간호복을 입은 간호사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윽. 아, 네.”


간호사는 바닥에서 몸을 가누지 못하고 기는 나를 부축해주었다.


침대에 걸터앉은 상태로 울리는 골을 참으며 주위를 살피는데.

곳곳에 가려진 천막 너머로 침대에 누워있는 환자가 보였다.


“여기가 어딥니까?”


물으면서도 이곳이 어딘지 대략 짐작이 갔다.


“응급실입니다. 정신이 드세요?”


“아··· 다 꿈이었구나.”


입술을 깨물며 허망하게 중얼거렸다.

지금 상황을 해석하면, 아까 그건 망상이 가미된 꿈. 나는 꿈결에 발버둥 치다가 침상에서 떨어진 사람이었다.


···형언할 수 없는 수치심이 몰려온다.


“어디 불편하신 곳이라도 있으세요?”


허탈함이 담긴 내 혼잣말을 들었는지 간호사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나는 말을 아끼며 신체 곳곳을 살폈다.

응급실로 옮겨진 걸 보면 교통사고라도 당한 걸까.


‘크게 다친 곳은 없어 보이네.’


내심 안도하며 고개를 들어 간호사를 본다.

응급실에 오게 된 경위를 알아보고자 그녀한테 질문을 던졌다.


“저기, 간호사님. 제가 왜 여기에 있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간호사는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굉장히 놀라운 말을 전했다.


“환자분은 하교하는 길에, 게이트 사고에 휘말렸다고 들었습니다.”


“아, 게이트 말이군요.”


음음, 그래. 게이트는 위험하지.

.

.

.

잠깐만 게이트라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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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기사회생 NEW 6시간 전 2 0 11쪽
15 심해의 괴물(2) 24.09.17 5 0 12쪽
14 심해의 괴물 24.09.16 7 0 13쪽
13 질문 타임 24.09.15 10 0 12쪽
12 대화 자세 24.09.13 11 0 12쪽
11 등장인물 24.09.12 11 0 12쪽
10 훌륭한 스타트 24.09.11 17 1 12쪽
9 미지의 적 24.09.10 16 0 13쪽
8 불쾌한 기억 24.09.09 18 0 12쪽
7 전리품 24.09.08 24 2 13쪽
6 특별 상품 목록 24.09.06 23 0 12쪽
5 역할 24.09.05 23 0 13쪽
4 다섯 24.09.04 26 0 12쪽
3 괴한 24.09.03 29 0 13쪽
» 기가 막힌 우연 24.09.02 36 0 17쪽
1 프롤로그. 취미 + 1. Movie licensed game. 24.09.02 43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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